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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ju munhak (미주 문학),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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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ju munhak = Korean American literature, n. 38 (2007-03-17)
(USC DC Other)
Miju munhak = Korean American literature, n. 38 (2007-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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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흩길i ..---- 를1오 통권제38효 펴」[」」υ」γ 、 - ----- 시/λE조 강성채 강학희 곽상회 기영주 김경용 김내수 김동찬 김모수 김병현 김 산 김신웅 김영교 김영수 김윤선 김인자 김준철 김회주 문인귀 박복수 박영호 배송이 백선영 변재무 석상길 석정회 송영구 안경라 안선혜 오연회 오영근 오정방 유봉회 윤휘윤 이기윤 이성열 이용애 이윤흥 임혜신 장선영 장태숙 장효정 정문선 정어빙 정용진 채수옥 최석봉 최선호 한길수 흥인숙(그레이스) 수펼 고대진 노기제 박영보 배회경 오정자 이동휘 정찬열 최문항 소셜 신영철 전지은 동시 리디아 백 동화 · 정해정 연재강좌고 원 작품평 조정권 황충상 하길납 ‘ . . ,-----i··rpι ”’ - 명사의 문학사랑 | 특 집 | 노했/미웰박스틸 윤석산교수강와록/김종회교수죠밤호l . D i흐뜯흔프트혹를를.· ‘흔죄효 ‘ Korean Literature s。ciety。f America .모집요강. 모집부문 시 ;5편이상 수필 :200자원고지 20장내외 단편소설 ;때자원고지 70장내외 동화·희곡 : %자원고Al30장내외 평론 : 200자원고지 %장 내외 *이상효빌또는영문작품 원고마감:수시 입상자발표: 계간 <OI주문학〉 지면 시상;상패와부상수여 대우 ; 〈미주문학〉에 작품을 게재하고 회원으로 대우 심사 ; 본지가선정하는 심사위원으로 하며 입상작과 함께 발표 기타 ; 응모작품 겉봉에 〈신인상 응모작〉이라고 명기할것 응모작품은 반환하지 않음 원고메 주소와 전화번호, 필명일 경우 본명을 밝힐 것 접수처 : P.O. B0KZ61097 내, CA90076 등기나속달이 아닌 일반우펀으로만부쳐주십시오 。 i후흔I를관를~를펴효 1 !펀 훌훌 2JJD.1 봄호 D i츠걷흐흔.!=효옥른혼요j흔펴호 a - - - - 」제::'.!DI 흘 튼료 률£| 200까건 3월 17월 앙앵 • 겨l간/미추환국문인협회 1982년 9뭘 2일 창힐 2DD.7/통권 38호 계 간/봄 호 Koreq,τ Lfterζ1ttlrζ프 of 져mer,ειi 272 동시/리디아 백 겨우살이 . 273 동화/정해정 다시 돌아온 토끼 10 노형건 늘힘을주는시 12 미웰박스틸 어머니 그리고호집경과한국말 14 고 원 현대 문예사조 ·개관-1. 낭만주의(Romanticism) ;ξ함’ ........ 28 윤석산교수강의록 한국시에서 읽는 .이별’의 정서 53 김종회 교수와의E땀회 성u치 280 시 조정권 길에서 길을 묻는 시들 2~1 소설 황충상 육신을 지나 정신에게 칸다 297 수필 하길남 주제의 논리 그〕 7"6 ‘겁신웅 -폴훤Al . ∼ η 김명교 .. 그휠l가는킬올i ·보았는까 79 김영수 따뜻한구륨 80 김윤선 풍경소리 82 김인자 그들은 누구인가 85 김준훨 한 방울의 ;소나기 87 김회주 간뺨n 코요테 일엔 무슨일이 89 문인귀 어째야 환다니? 90 박복수 쓰레기들의 돌진 92 박영호 셔민의 강둑 . 96 배송이 이유 98 백선영 담쟁이 100 번재무 껍데기 102 석상길 일라거라 나의 시여 103 석정회 가슴엔 아직 그 눈이 권두언 /안부를묻습나다 김동찬 6 컬러 광고/계간 〈미주문학〉 신인상 작풍모집 표2 광고/계간 〈미주문학〉 구독 요빼 4 컬러 광고/ 미주 문인들의 최근 저서들 표3 편칩후기/판권 308 표지 사진/ 최운항(소설가, 사진작가) 표지 128 임혜신、 ·465호실의 창(惡) 130 잠선영 진주와 벼밀 132 F 뼈{숙 .목련;一그‘화사환 미소를위하여 134 장효정 어떤심판 136 정문성 비에 젖은 시 138 정어빙 거리(距離) 144 최석봉 겨울산 146 최선호 꽃밭에서 147 한길수 낙타와상언 5 149 흥인숙(그레이스) 불면 - - -- ’ t ·‘ ‘ ‘‘ ---「 ‘ . ,r - - -’ . - -! ‘--;“;- - 겨l간 〈미주문학〉 구독 요κH 계간 〈미주문학〉은우리의 자산 모두정기구독찬조자가됩시다 φl주문학〉은 우리 모두의 자산이요, 발표의 장입니다. 〈따문학〉이 1년 네 번 발행되는 계간지로 정착되었음은 이미 다 아는 일입니다. 이것은 문협 회원들을 중심으로 한 미주 문학인들의 발표 지면이 늘 어난 것올 뭇하며, 곧 우리 모두의 창작 의욕을 돋구고, 전체 문학계의 활성화로 직결됨은 다시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또한 이것은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우리 회원들을 비롯한 미 주 문학인들을 위한 일입니다. . 아울러 계간 〈미주문학〉이 회원들끼리만, 미주 문학인들끼리만 나눠 보는 회원지, 또는 동인지의 한계에서 벗어나, 모든 문학 애호가들도 볼 수 있도록 일반 판매를 위해 작품의 질을 높이고, 편집 제작에 더욱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는 이미 밝혔습니다. 우리 모두 계간 φ듀문학〉의 정기구독 찬조자가 됩시다. 그리고 주 위의 문학 애호가들에게도 정기구독을 권고합시다. 우리는 이것을 네 번(호)의, 또는 여넓 번(호)의 책값이라고 여기지 말고 그저 계간 〈미주문학〉을 위해 찬조한다고 생각합시다. 계간 〈미주문학〉이 잘 되어 풍성한 열매를 맺는다면, 그 열매가 두구 에게 돌아가겠습니까. 다른 누구도 아닌, 모두 우리에게 고스란히 돌 아오지않겠습니까. 우리 모든 문학인들에게 계간 φ듀문학〉에의 지원을 거듭 요청합니 다. 。 i츠를흔.!;;현를를g」흥펴효 l 〈찬조자 및 정기구독자 명단은 매달문협월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려r펀맑흩뜯틀흘활획 2JJ.0.7 봄호 。 i흔흔E록룬~흩펴효 i 권두언 -- ----- ----- -- - - -- - 얀부를묻습'-:-J다 회장김동환 - .;J 쉴3 -- - -월웰 디트로이트에 살고 있는 한 문인으로부터 그곳에 눈이 온다는 이 메일올 받았는데 제가 살고 있는 이곳 엘에이에는 비가 오고 있습니 다. 플로리다 쪽은 어떤지요. 바다 건너 하와이에 계시는 문인들께서 는 혹시 모처럼 일광욕을 즐기러 바닷가로 나가지는 않으셨는지요. 문학이란 배를 타고 함께 항해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넓은 땅에 이 민 와 바쁜 생활올 하다보니 안부 전하고 지내는 일조차 소홀했습니 다. 하지만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마음 한구석에 미주의 모 든 문인들과 한 자리에서 만나는 상상-활발하게 작품올 돌려 읽고, 문우의 정을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는 품이 현실화되기를 늘 바라고 있었습니다. 저희 협회에서도 꾸준히 그 일을 위해 나름대로 방안을 강구하고 애써왔습니다. 노력에 비해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았 을 뿐이지요. 지리적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가까이 계신 분들 올 먼저 만나게 되고 손에 닿는 일부터 하다보니 멀리 계신 분들과 6 ·권두언 교류하는 일을 미뤄두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여러 곳에 흩어져 활동하고 있는 지역별, 장르별 문학단체들의 영역올 존중한 다는 측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 먼 거리만 탓하고 있을 때는 아닌 것 같습니다L 인터 넷의 발달로 실시간으로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되지 않았 습니까. 미주에 있는 동포문인들끼리 좀 더 가까이 지내고 협력하는 방법을 찾아볼 때가 옹 것 같습니다. 한국의 많은 국문학도와 학자들이 국문학사를 정리하고 연구하면 서 미주 동포들의 문학을 빼놓을 수 없게 됐습니다. 미주 동포들의 문 학이 한국문학의 변경으로 취급해버릴 수 없을 만큼 질적으로나 양적 으로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한국평론가협회가 해외 동포들의 작품을 24권짜리 전집으로 엮어 출판한 것은 시사하는 배} 릅니다. 저희 미주한국문인협회만 해도 2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미 전 역에 300여명의 회원이 있습니다. 월보와 계간 〈미주문학〉을 발행하 고 있고, 협회 웹 사이트 안에 70명의 문인이 ?문학서재’란 개인 사 이트를 만들어 활동 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문학지를 통해 등단하고, 한국의 문단 에서 활동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보다 많은 본국의 한국 독자들에게 내 글을 소개하고 싶어 하는 것을 누가 탓하겠습니까. 하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열심히 글을 쓰고 책을 내는 미주 동료 문인들의 활동에 먼저 힘을 보태는 것이 순서가 아닐 7 듭강훨빼뭘 협적훨- 훌훌 a 룡- - ‘ 월 1 월 멸- 를 꺼 n· -첼 “ . “ - ‘펼 회 앵 ! 권두언 …………… 까생각합니다. 미주에도 운학을 배울 수 있는 원로와 석학들이 많이 계시고, 또 〈미 주문학〉이 한국의 중견 작가와 비평가들의 원고를 싣고 있고, 그 분들 올 매년 초청해 강연회도 열고 있습니다. 〈미주문학〉은 매호 한국의 주요 도서관에 배부되고 있으며 인터넷과 여러 채널올 통해 한국의 독 자들과 학자들에게 작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문학올 사랑하는 미주 동포 여러분, 이 글올 읽고 계신 선생님께서는 아직 둥단하지 않으신 분입니까? 그러면 미주문학 신인상에 도전해주십시오. 선정되신 분께는 소정의 상금과 상패 그리고 무엇보다 엄정한 심사 과정올 거쳐 뽑히신 분이 라는 명예를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이 계신 지역의 문학단체나 동인모임, 혹은 장르별 협회 둥 에만 소속돼 있는 분입니까? 그러면 현재 소속돼 있는 단체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미주문협에도 가입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미주문협은 전 미주 지역의 문인을 하나로 묶는 광장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미주문협에 가입함으로써 선생님께서는 미시와 거시가 조 화를 이룬, 보다 풍성한 문학 활동올 하시게 되리라 믿습니다. 활짝 열린 미주문협으로 어서 들어오셔서 여러 선배님들의 문학 혼과 정성이 쌓여있는 미주한국문인협회의 주인이 돼주십시오. 미주 문협의 노하우, 〈미주문학〉과 웹 페이지에 쌓여있는 데이타 베이스, 8 ·권두언 그리고 미주 전 지역에 걸쳐 있는 문인 네트워크를 이용하십시오.-이 를 통해 마음껏 작품올 발표하시고 통포 문인들과의 교류를 활발하 게나누시길바랍니다. 선생님의 참여로 인해 〈미주문학〉이 더욱 다양하고 수준 높은 작 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되리라 믿습니다. 그것이 또한 우리의 글을 원 어주고 문학 활동을 지원해주는 귀한 미주 동포와 본국의 독자들에 대한 미주 문인들의 책무가 아닌가 싶습니다. 선생님의 동참을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더욱 자주 온, 오프 라 인으로 선생님의 안부를 묻고, 선생님의 향기 높은 문학 작품으로 답 신을 듣게 되기를 바랍니다. 건강과 건필을 기원합니다. 2년 임기의 심부름을 시작하며 , 김동찬삼가. 9 ’’”’’ ·t l ‘ 명사의문학사랑 노형건 늘힘을주는시 6건전 합창단을 지휘하던 중 휴식시간에 우연히 피아노 위에.놓여진 리차드 알레인의 헌신기도를 읽게되었다. 부족한사랍이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찬양과 방송으로 하나님의 일 올 하게 되었는데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이 시를 통해 힘과 위로를 얻고는한다. 펄훨 뀔 훌 -- -ai ∼ i - # 헌신기도 리차드 알레인 (Richard Alleine) 저는 더 이상 제 것이 아니라 주님의 것입니다 '1 .\ \ 주님뜻대로하소서 월드비천 옴악홍보대사. 라디오셔훌Home Sweet Home 진행자. 사랑여성합창 단지휘자. 오쩨라캘리포니아 선교오때라단판장. 10 노형건/늘힘을주는시 주님 원하시는 자들에게 붙이소서 일하게하시고 고난받게하소서 주님을위해쓰시고 주님을위해묵히소서 주님올위해높이시고 주님을위해낮추소서 충만케하시고 빈곤케하소서 · 모든것을갖게하시고 아무것도없게하소서 훌혹· a 훌 ---- i 훌 11 .냉 \·i ,.,-- - - ‘ ;· ; l · 명사의문학사랑 미첼박스틸 어머니 , 그리고 호섬경과 한국말 j μ 「” - - 나에게 감동을 주고 내 인생에 꾸준히 영향을 끼치고 있는 문학이 라면 역시 ‘어머니’다. 어머니가 보여주신 다정하고도 헌신적인 삶 의 모습이 그렇기도 하고 실제로 수필가이신 어머니는 수많은 글틀 로 나를 가르치셨다. 혜아릴 수 없는 많은 말씀과 글귀들이 내 뼈가 되고 살이 되었지만 그 중의 한 가지를 예로 들어보겠다. 내 어머니 정옥희 수필가의 첫 번째 수필집 유칼립투스 나무가 있 는 마을’ 145쪽에는 호심경(護心鏡) 20수가 들어 있다. 여고시절 배 구선수로 활약했던 어머니에게 당시 배구코치로 계셨던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편지글 속에 들어있던 것을 인용하신 것이다. 호심경을 받은 어머니는 가끔 이 글을 베껴 쓰곤 했는데 나도 들여 다보며 “참 좋은 말이다”라고 생각했고 그 중 몇 마디는 늘 가슴에 새기며 실천하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다. 1. 옳은 일하되 자랑하지말자. 2. 겸손하되 칸사하지 말자. 3. 친절하되 지어하지 말자. 4. 절제하되 인색하지 말자. 5.위하되바라지 말자 환며 공확당협회 위현장. LA소방 및 공항 위원. LA Country 아동복지 위원. 가 주조세형평국위훤. 12 - - 컬 { g경 촬 ·g 훌쩌 r,, 끼 쩌· * 양 --훨 = 쐐 펴 률쉽*붙 말 훌 -- -웰. ”- -훨 킬 ‘ i - \ 미웰 박 스될 /어머니, 그리고호심경과 한국말 그리고 조세 형평국 위원으로 당선된 후 한 가지를 더 보태었다. 6. 참되되 자만하지 말자. 이 글을 쓰며 생각나는 일이 있다. 얼마전 교회 목사님께서 지금까 지 살아오는 동안 가장 감사하는 일이 무엇인기를 생각해서 옆 사람 에게 얘기하라고 하셨올 때 어머니는 금방 “예수님을 믿게 해주신 제 어머니께 감사한다”고 하셨다고 한다. 나 또한 금방 어머니가 외 조모님을 떠올린 것처럼 어머니를 떠올렸다. 어머니가 우리 형제들 에게 한국말을 잊지 않도록 배려해 주신 일을 감사하게 생각환다. 이번 미국 중간 선거에서 한인들의 큰 후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민 1세대 어른들과 한국말로 대화를 니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말로 “도와주세요” 하니까 정많은 할머니, 할아버지, 아저씨들 이 귀엽게 보며 “오냐, 오냐” 하신 것이다. 나는 이번에 한국말이 곧 한국이고 한국말이 곧 동족애라는 것을 많이 느꼈다. 선거 후 나는 한국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13 윌 ·tFK 페 k ε - ‘‘ ι, ‘ ” R ·” ·r ·F· - 연재강좌 l 률 t- -- “ g§ ig - - 「 - 등 - 합를 ‘ 4 ‘ i 섣 --∼ i sF 훨 { 깅퍼 ” ··i-- 고원(高遺) 연재 강좌를 시작등}면서 =섬 니· … --휩%까피 ·w&μ i · ? --*- “ ν--- - - ‘ ;“ - - -」 ‘ iF ·\ 、 \. 문학 부문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서양의 현대 문예사조에 대해서 대강은 알고 있다. 실제 창썩l서 어느 사조를 의도적으로 활 용할 수도 있고, 특별히 의식하지 않은 채 자연히 그런 성향을 지닐 수도 있고, 전혀 무관한 작가도 있다. 어쨌든 간에 조금씩은 자신의 체질 속에 소화된 문예사조의 흐름이 있는 건 사실이다. 음식의 영양 과 비슷하다. 그 ‘영양 ’이라는 게 사실은 대단히 조직적이며 선택적 인 체계를 갖추고 있어서 잘 알고 섭취하면 더 가치가 있다. 나는 학업과 직업 양면에서, 그리고 문필 생활에서도 창작 외에 문 ’ ‘ 、. New York Pniv~sity 벼교문학박사. 195V건 3인 시점 !시간표 없는 청거징j율 출 간환 이후호칭0여년 동안수많온 시집. 씨조칩, 산문집 둥윷저술. 이훌 r고원문학 전집」흐로정리. 현재 라번 대학교수1 글마루지도 교수. lll주한국문인협회 고문- - 14 고원 / 현대 문예사조 개판 학 이론에 내내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러다 보니 현대 문예사조의 발지취를 좀 쉽게 내 글로 정리해 놓는 일을 늘 빚으로 생각해 왔다. 연구 논문이라기보다는 입분정도의 소개를 해야겠다는 의무감이 다. 앞으로 6회에 걸쳐 열 가지 사초, 운동을 극히 개론적으로 얘기 하려고 한다. 이 연재강좌가 어느정도 독자들의 이해와 창쐐 조금 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겠다. - FFFF·ncr·H “ ” -- - - M μ . !” · u uR t·g • ‘ ·t· ”휩- -- -블-- - - - 둥 룹룰 셔 “ - .“ ‘ . Qi s 셔협 p· . 싱--“ ‘ 름-- 는반주의운동 1. 남관’의개념 “낭만”이라는 말은 ·일본에서 한문의 ’浪漫’이 일본음으로 ‘rom라i에 가캅기 때문에 만들어낸단어를한국말로도그대로쓰게 된 줄 안다. 시인이면서 이론가였던 金짧木 교수는 ,.로만주의”를 선 호하면서 ‘로만 ’을 한문으로 ‘齊慢’이라고 표기하기를 주장한 일이 있지만, 널리 수용되지 못하고 말았다. “낭만”은 이미 오랫동안 우리말로서 통용돼 왔고 글자 뭇이 서양 어에 들어 있는 개념을 꽤 잘 나타내기 때문에 별로 불편을 주지 않 는다. 말 자체가 제법 낭만적이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영어의 romanticism은 물론 romantic에다 ism을 붙인 말이다. 무엇이 ‘로맨틱’한 것일까. 일반 용어로서는 공상적인, 비실제적이고 실현하기 어려운, 소설 같은, 허구(虛構)의, 가공(架空)의 것 , 그래서 괴기(怪奇)하기도 한것 이라는 뜻을 가졌다. 이런 성질들이 다소 부정적인 면을 지닌 반면 에, 신비로운(시비적인), 그리고 영웅적인 것을 가리킬 때는 좀 더 긍 15 -- ” ”. ”언알 μ· “-훨 - --한 - -- 및 --c ιag - ·= '-i \ 、 ’ i | | ‘ l ! ’ ’ l : ’ ’! ‘‘‘ 1 -----4 - 연재강좌 l 정적인 성질이 들어있다. 그보다도 더 보편화된 뭇은 서정적(쯤情的}- 이고, 감미(합味)롭고, 아름답고, 이상적인 상태에 있는 것을 말한다1· 이런 면에서 보t자면 낭만은 곧 서정의 생 이라고 불러도 좋다. 문학에서는 낭만주의 운동과 별개의 것으로 프랑스의 “rom하i’을 같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 로망’은 원래 중세의 운율체(體律#) 이야기였다. 주로 기사도, 모험, 그리고 애정올 얘기체로 다룬 작품 이다. 현대의 전기(傳奇)소설이 ’로망 ’에 속하고 오늘날 흔히 사용되 는 ’romance’도 그런 문학을 가리켰다. 이야기에 둥장하는 인물들 은 대개 ‘신비의 보물’올 찾아 멀리 모험의 길을 떠나는 기사들, 혹은 외로운 영웅들이고, 풍경으로서는 절벽이나 폭포, 또는 폐허 퉁이 지 닌 특정을 이루고 있다. 둥장인물의 감정은 따라서 우수(憂愁)-구 슬픔과 함께 그 반대이면서도 동반하기 쉬운 정열 , 그리고 자연의 신 비에 대한 심취 등이 압도적이다. 프랑스에서는 지금도 로망’이란 말이 소설을 가리키고, 2차 대전 후에 일어난 ‘앙띠 로망’ 운동은 재래식 이야기 중심의 소설에 대한 반발, 즉 ‘비소셜’에다초점을두었다. 여기다가 .꿈 같은 연애 감정’과 ‘시적(옳的)’암ν서정적인 분위기 등을 강조하는 통상 개념을 겹쳐 놓아보자. 이상의 모든 자질, 요소 를 종합하고 융합하면 문예사조로서의 낭만주의에 다소 접근해질 수 있지않겠는가. 2. 신고전주의에 대한 반발 낭만주의의 발생 원인을 쉽게 말하자면 18세가 유럽의 정신 풍토 를 지배하고 있던 신고전주의(Neo-Classicism)에 대한 거역이다. 그 16 률 i ·빼 률 -- - 고원 / 현대 문여싸조 개판 이전에 이미 고전주의는 특히 문학, 철학, 예술, 비평 동의 분야에서 그 뿌리를 고대 그리스 문화와 고대 로마 문화에 박고 있었다. 보통 간단하게 이성 제일주의라는 기본 개념 때문에 고전주의가 낭만주의와 리얼리즘에 반대되는 입장이라고 인식돼 왔다. 그러나 고전주의도 아주 엄격한 의미로 보자면 조금은 낭만주의와 리얼리즘 이 서로 겹치는 점을 가졌다고 지적되기도 한다. 이성과 감정낌t성 은 완전히 상극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낭만주의의 당연한 출발올 이해하기 위해 고전주의의 근본적인 특질을 살펴보기로 한다. 고전주의는 어떤 결정적인 사고(아이디아)나 태도/자세(at피tu.de)가 주로 그리스와 로마의 특색에 바탕올 두고 있다. 그런 전통적인 고대 문학 예술의 모방이거나 적어도 그 반향(反響) 울립을 통해서 발전 을 시도했다. 그래서 고전적이다. 지금도 학문 분야에서 ‘클레식’은 그 두 가지를 가리킨다. ‘ 그러면 특별히 무엇에다 역점을 두었는가. 몇 가지 개념적인 원칙 을 들어보자. 억제, 범위의 제약, 이성 중심, 형식 존중. 일관된 의도 와 목적 , 명확함(함축과 다른 clarity). 단순성 (영mpli따ty), 균형미 , 구조/ 구성과 논리적인 조직에 대한 유의 , 간소(簡素)한 양식 (style) . 엄격한 윤곽, 온건/온화, 자제(自制), 지성빼性, 주지주의), 단정/단아(端표爛 雅-decorum),전통존중, 보수(保守), 양식(良識), 창작보다는모방. 이처럼 엄한 규범이 지닌 힘이 컸다. 영문학에서는 르네상스 이후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기도 했다. 낭만적’인 극작가 셰익스피아의 작품에 고전주의적인 면이 비쳐있고, 시인 스펜서는 대담동}게 버질 (Vrr밍1. Ver명1)과 호머 (Homer)를 모방할 만큼 고전주의 영향을 받았다. 존 밀튼은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의 온전한 균형을 보여준 시인으로 인 정되고 있다. 고전주의의 영향은 이밖에도 많은 예를 찾을 수 있다. 그런 전통 배경을 둥에 업고 17세기 후반부터 낭만주의의 발생기 17 ‘· “ • 연재길찍 l (1789년) 사이에 신고전주의(Neo-Clas짧m) 시대가 왔다. 영문학어「 서는 이 기간을 대략 3단계, the Restoration Age(1660∼1700), th는 Augustan Age(1700∼1750), the Age of Johnson(1750∼1798)으로 구분한다. 그리스와 로마 전통의 모빵il 치중하던 고전주의 태도를 벗어난 한편, 엄격한 규범에 치중한 문학이 낭만주의의 발상기로 넘 어가기 전까지 지속됐다. 3. 낭만주의 발생의 조건 @시대적배경 신고전주의, 고전주의를 거역하고 낭만주의가 태동한 데에는 시대 적 조건 두 가지가 중요한 작용을 했다. 하나는 산업혁명(Industri려 Revolution)이고, 다른 하나는 불란서(프랑스) 혁명이다. 이런 혁명 배 경 자체가 낭만주의의 특성을 암시해 준다. 1830년에 염국에서 맨 처음 방직 기계가 동장한 게 확대돼서 생산 수뺀1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이 산업혁명이다. 세계 각지에서 소규모 의 수공업(手工業)이 기계문명에 의한 대공장 시스랩으로 전환하고, 그것이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형성되는 요인으로 이어졌다‘ 이 변화 는 재래식 삶의 양식, 습관, 사회질서, 가치 추구 등을 뒤바꿔 놓았 고, 따라서 정신적, 정서적 혁신을 가져왔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간 에 문학 예술이 여기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은 극히 당연 한일이다. 프랑스에서는 1789년에 부르봉 왕조의 전제주의 제도에 반기를 든 시민 혁명이 일어났다. 그것은 단순히 정치적 변동에 그친게 아니다. 정부의 실정(失政) 뿐만 아니라 엄청난 사회계급의 격차와 혁명문학 18 =- --- . \ .u 고원 / 현대 문여씨조 개관 의 영향 등이 불을 질러 민주적인 시민사회를 이룩했다. 혁명의 결과 로 국민의회는 인권선언을 선포하고, 새로운 헌법올 제정해 공화 체 제가성립됐다. 그러나이러한 역사적 사건에 따른긍정적인 면과함 께 부정적인 현상도 나타나고, 새로 변화된 사회 생태에 대한 비판과 환멸 퉁이 문학 분야에 낭만주의 풍토를 자아내는 요인이 됐다. @사상적토대 낭만주의는 18세기 말엽부터 19세기 초에 서구와 러시아의 예술 전 반과 철학계를 휩쓴 국제적 조류였다. 그런 만큼 사상적인 바탕이 든 든했다. 그것은 주로 전대의 신고전주의, 기계문명 숭상<Mee뼈피sm), 그리고 이성제일주의(뼈on왜sm)를 거부하는 조류였다. 그것을 집약하면 낭만주의는 자연관에 토대를 두고 꽃망울을 맺었 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자연은 자연계의 물리적인 자연과 인간의 자 연스러움, 자유로움을 가리키는 정신적 자연 양쪽에 걸친다. 이런 생 각은 곧 18세기 프랑스의 작가요 철학자인 장 작끄 루쏘와 연결된 다. 루쏘는 r인갇 불평풍 기원론』 , r사회 개혁론』과 r에밀」 동을발표 하면서 그 유명한 “자연으로 돌아가라 는 사상을 고취했다. 그의 이 런 자연관은 참 흥미롭게도 동양의 “도(道)”에서 강조하는 ‘自然’사 상과거의 완전히 -일치한다- 루쏘는 또 이성 만능주의와 반대되는 입장에 서서 인간의 속성은 이성보다 감성에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이것은 자연사상과 나란히 가는 중에 의미를 갖는다. 자연철학은 인위적 (A寫的)인 외부 작용의 성과를 배척하고, 기성 규범과 논리에 지나치게 의존해서 초래되는 병폐를 거부한다. 원래의 , 본연(本然)의 상태 속에 참다움과 아름다 움이 있다는 믿음이다. 자연과 감성은 이성 이전이요 그 이상이라는 생각이다. 19 • 연재강좌 l ” k*·H 납 자연과 감성을 존중하는 주장은 자유와 평등으로 연결되게 마련싹 었다. 이 네 가지 질(質)이 융합된 아름다움을 숭상하는 섬미관(審業 農),심미감각이 바로 낭만주의의 체질을 이룬다. - 성##쉽 씬-- -- i ← 」 ·를 섬 rl “ l R ·* ; 훌 ·kk* 셀---휠 -옹 ”一 -- 톨쉴.양 --- -- f i iH * 4.낭만주의의특질 G〕감정, 정서, 서정의 표현 낭만주의의 특색은 감정을 제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연발생적 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지적인 것보다 감 정을 중요시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일이 두 가지있다. 첫째는 감정(feeling)과 정서(emotion)의 미학적인 차이다. 감정은 주로감각적인 느낌이지만마음의 느낌, 심정도같이 가기 때문에 넓 은 뭇에서는 정서가 포함될 수 있다. 생리적으로 지각하는 것 외에 기쁨, 슬픔, 감탄, 노여움, 공포, 편안함, 행복 동등 가슴과 머리로 느 끼면서 생각하는 것도 다 감정이다. 그러나 미학의 견지에서 보커}면 감정은 다분히 초보적인 감지, ‘첫 단계’의 심적 반웅이고, 그런 느낌 들이 여과(憶過) 과정을 거쳐서 의미나 가치가 확대될 때 한 차원 높 은 .정서’로 숭화한다. 여기서 저정(lyricism)’이 울어난다. 서정은 정서가 부르는 .노래’라고 해도 좋다. (영어에 들어 있는 ”ism”은 물론 무 슨 ‘주의’란 뜻이 아니다.) · 둘째로 문학은 .표현’의 예술이라는 원리를 잊어서는 안된다. 낭만 주의는 절제 없는 감정 노출이 아니라 세련된 정서로 승화된 느낌의 물결을 ‘표현하는 태도와 수법이다. 그래서 ’‘인간의 적나라한 본성 을꾸멈없이 보여 준다”(루쏘)라든지, ‘강렬한감정의 자연발생적 유 20 ---- i ; l ’’ i1 !--!, 고원 / 현대 문예사조 개판 출”(윌리암워즈워스)이 좋은시라고하는말도잘새겨서 들어야한다. @상상의미학 감정, 정서, 서정은 상상의 세계에서 높은 차원의 미를 창조한다. 상상은 인간의 정신 활동 중에서 가창 큰 힘의 하나요, 그 힘이 창조 의 초석으로 작용한다. 재생상상傳生想、像)이 아녀라 창조적 상상 (creative ima맑1a피on)이야말로 창작의 원천이다. 낭만주의의 본령(本 領)은 상상의 힘에 있다. 현실에 대해 비판적이고, 현실올 넘어선 이 상의 상태에 대한동경- ‘꿈’이 낭만주의의 독특한향기를창조해서 뿜어낸다. 낭만주의는 상상의 문학。1다. 상상과 함께 여기서 강조해야 할 특질이 독창성이다. 형식상의 규 범에 맞춰 모방하는 방식을 거역하는 것이 낭만주의의 생리이기 때 문이다. 독창성을 강조하는 표현을 위해 낭만주의에 자연히 동원되 는 수법으로 암시가 중요해졌다. 그래서 상징적인 면이 강하다. 나는 그것을 ‘상상의 미학’이라고 부른다. 상상의 날개를 단 정서가 이상 을 향해 날아오르는 정열. 그 상상의 세계가 암시적으로 표현된 미. 훌륭한 낭만주의자들이 원한 것은 그런 수준의 예술작품이다. 휴쉴흘 양-- - 랴 · 一 후 -5. 유럽 각지의 낭E루의 문학 낭만주의는 문학, 철학, 미술(예술), 종교 및 정치 등 여러 분야에 걸친 혁신 운동이다. 전대의 신고전주의와 정통(표統) 신봉에 대한 반동이 특징이다. 그러기 때문에 발생이나 전개가 지리적으로 광범 할 수밖에 없다. 몇 개 주요 지역을 대강 찰펴보기만 해도 낭만주의 의특색이드러난다. 21 j a - i 홈 펠 ---캘 h ·μ · a - - - - 댐휴 JI - - \ • 연재강좌 l 〔D독일 | 독일의 낭만주의 사상은 철학자들이 원조였다. 특히 혜르더 (Herder) , 칸트(없nt), 피히테(Fichte), 첼령 (Schelling)의 철학에 원천 이었다는 “특징”을 갖는다. 그것을 문학에서 확실히 구체화한 것은 저 유명한 1770년대의 “슈투름 운트 드랑크(Sturm und Drang)” -폭 풍과노도(愁홈)파의 작품이었다. 그들은유난히 끈덕지게 중세 풍조 (Medievalism)에 홍미를 가지면서 낭만주의를 향한 길올 닦았다. 고 전주의에 반대하는 문학의 유파를 가리켜 최초로 이 이름을 붙인 슐 레겔(뻐edrich Schlegel)은 칸트와 피히태의 철학 사상에 대해서도 “낭만적 이상 h’이란 개념을 곁들였다. 흔히 “독일 낭만주의” -German Romanticism이라는 지칭이 붙 을 만큼 뚜렷한 풍토를 만든 인물들이 많다. 레썽(G. E. Les.의ng), 혜 르더 (J. G. Herder). 휠멀린(Friedrich Holderlin), 실러(&뻐Ier). 그리 고 괴테(Goethe) 퉁이 그 거장이다. 특히 괴테는 자연과 함께 독일의 중세시대에 대한 각별한 신비감을 가지고 있었다. @영국 영문학에서 낭만적 요소를 가리자면 상당히 오랜 옛날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지만 문학사가들은 1798년에서 1870년까지 70여년을 낭만주의 시기로 잡는다. 본격적인 낭만주의 문학은 1798년 워즈워 스(Wordsworth)와 콜릿지(Cole디dge)의 Lyrical B리lads가 출판된 해 에 시작됐다고 보는 게 정설이다. 이 서정시집의 재판(1800) 서문에 서 워즈워스가 한 말이 공잘 언급, 인용돼 왔다. 그는 시의 특성을 “강렬한 감정의 자연발생적인 유출( the spon ·taneous overflow of powerful feelings) 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여기 대해 주의를 환기하는 22 -- · k • 홉 펠 ---쉴 · n k 예 고원/현대 문예사조개관 말올 앞에서 했다.) 이 말은 사실상 감정 표현을 억제하지 말고 자연히 흘러넘치게 하라는 뭇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워즈워스는 또 문학 작 품에서 자연스러운 일상용어를 써야 한다고 외쳤다. 한편 콜릿지는 시인의 상상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문학에 통용되는 부 질없는 규율을 무시했다. 낭만기의 초기, 1798년부터 1832년 사이를 특히 · “낭만주의 송리 시대(the Age of the Romantic Triumph)”라고 부를 만큼 이 사조와 운 동은 비중이 컸다. 19세기 영국은 낭만시의 전성기다. 거장들의 이 름을 들어보자. Byron, Shelley, Robert Bums, Keats. Rφert Southey, W괴liam Cowper. 그들은 항용 개인으로서의 지아, 삶에 대한 시인 자신의 반웅을 중하게 여겼다, 산문에서는 Charles L하nb과 W파iam H없피tt의 에쩨이 . Thomas De Quincey의 자서 전적 고백, Walter Scot암1 장편소설 등이 다 낭만주의 문학의 걸작 이다. 그중에서도 W피iam Bl밟e가 영국 낭만주의의 대표적인 거목 으로 꼽힌다. 그의 시와 그림이 보여주는 찬란한 세계에는 물리적 현 실 속에 가로놓인 정신적 현실, 진실이 상상과 상정을 통해 찬란하게 비치고 있다. 블레이크는 참다운 낭만의 마술사다. @프료안, 이탈려아, 러시아 프랑스의 낭만주의 문학은 시작이 비교적 간명하다. 빅또르 위고 (Victor Hugo)가 그의 희곡 두 편, 『Cromwell』(1828)과 얀-Iern없li』 (183이의 서문에서 천명한 주장이 바로 낭만주의의 신조이言條)가 된 셈이다. 위고는 특히 무엇을 다루느냐 하는 저브젝트’의 선택과 그 것을 어떻게 다루느냐 하는 취급 방식 양면에서 작가, 예술가는 자유 . 로워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주제와 표현의 자유가 낭만주의의 중 심에 서게 했다는 말이 된다. 23 ιu h, , • 연재강좌 l 프랑스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프랑스 혁명에 따른 정치와 사회확 큰 변동이 부르조아 계급을 중심으로 한 장류사회’를 부각시키꾀, 계급사회의 병폐가 늘어난 상황 역시 낭만주의 운동을 촉진했다. 비 판적인 사회의식이 강하게 작용한 특색을 보였다. 위고 이외에 프랑스 낭만주의 거물에 속하는 사랍들의 이름을 들 어본다. 그중에는 한국인에게 친숙한 작가들도 많다. 샤또브리앙 {Chateaub디an). 뒤마(외exandre Dumas pere). 라마르띤느(Alphonse de Lamartine), 비뉘 (외fred de Vigny) . 뷔쩨 (뼈ed de Musset), 조르즈 썽드( George Sand). 이탈리0배서는 지아코모 레오파르디( Giacomo Leop빼)와 아레싼 드로 만조니(Alessandro · Manzoni)가 활약했고. 러시아에서는 알렉산 드르 푸쉬킨(Aleksandre Pushkin)과 미하일 레르몬토프(Mikhail Lermontov)가 대표적이었다. @미국 미국 문학사에서는 1830년부터 1865년 사이를 낭만주의 시기로 구 분하고 있다. 앤드루 잭슨 대통령의 취임(1829) 이후 미국이 겪은 사 회 제도의 일대 변화와 함께 30년에 걸쳐 낭만주의의 꽃이 실로 찬란 하게 만발했다, 이것을 미국 최초의 위대한 창조 기간으로 간주한다. 지금 여기서는 낭만주의 성과를 논하기보다 주요 작가들의 이름을 영어로 나열하는데 그치겠다. 초기의 3대 거물인 Bryant. Ir띠ng, Cooper를 비롯해 강렬한 창조력을 떨친 작가들이 즐비하다. 소설가 로는 Hawthorne Simms Melville Mrs.Stowe: 시인으로 Poe Whittier. Longfellow. Lowell. Whitman: 시인이며 에쩨이스트인 Thoreau. Emerson. Holmes: 평론에 Poe. Lowell. Simms. 그들 의 낭만주의 작품은 ‘낭만기’뿐만 아니라 오래도록 미국의 현대문학 24 고원 / 현대 문여μ}조 개관 을 세계적 수준에서 평가 되게 했다. 6. 낭E류의 이전의 낭만’ 지금까지 대강훌어본낭만주의는문학올주로한 ‘운동’으로서의 낭만주의다. 그런데 사실은 이와 성격이 다른 “낭만적” 장르가 그 이 전에 있었다는사실도 기억할만한 일이다. 희곡 분야에 안냥만적 희극(Rom라1피c Comedy)”이라는 게 있다. 남 녀 간의 사량이 주요 관심사요 흥미의 원천인 애정희극을 가리킨다. 로버트 그린(Greene)의 r제임스 4세 (J,뻐es the Fo따감1)』가 표본으로 꼽히고, 그 영향이 보이는 셰익스피아의 r베로나의 두 신사(Two Gentlemen of Verona)」가 여기 속한다. 셰익스피아는그 후 r베니스의 상인(The Merchant of Venice)』와 r당신 좋은 대로(As You Like It)」에 서 ‘낭만적 희극”을 완성 시켰다고 평가된다. 그가 만년에 남긴 .희 비극(비회극)’ 역시 어느 면에서 비슷한 점이 있다. 안냥만적 서사시(Roman피c Epic)”라는 것도 있다. 15세기 후반에서 16세기에 걸쳐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시인들이 중세의 로맨스와 고 전주의 서사시를 융합해서 발달시킨 서사시를 말한다 .. Pulci, Boiardo, Ariosto 등의 작품이 있다. 소설에서는 “낭만적 소설”, “낭만소설(Roman피c Novel)”이란 장르 용어를 쓴다. 그 특정은 사랑, 모험 , 격투를 토대로 한 얘기를 다루는 일이다. 소설이니까 물론 상상과 허구가 주요 요소기 된다. 영문학에 서는 월터 스코트(Sir Walter Scott)의 작품을 이 계열에 넣을 수 있다 고보고있다. 이밖에 “낭만적 비평” (Roman피C (죠i피cism)이라는 문학 용어가 있 25 • 연재강좌 l 다. 이것은 고전주의를 배격한 낭만주의의 산물이다. 그러니까 “당- 만주의 평론”이란 말이 더 적합할 것이다. 이 계통의 평론가는 수없 이많다. 7. 다른 예술 분야외 낭만 〔D능반주의미술 미술계의 낭만주의는 19세기 초엽에 고전주의의 형식과 규울을 피 하는 경향으로 나타났다. 이 흐름은 일반적으로 실현성이 없는 이상 올 정서적이며 정신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법을 강조한 점이 특색 이다- 낭만주의 미술가들은 보는 사람(띠ewer)의 마음과 구체적으로 특별히 연결되는 면올 산출해내는 정확한 기법을 발전 시켰다. 말로 할 수 있는 어떤 개념을 전달하기 위해 무생물계의 오브젝트 에다 인간의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을 썼다. 예를 들면 Casper David Friedrich는 야생의 나무들과 희미한 달빛을 그려서 인간의 무한한 그리움올 암시하려고 했다. 그런 시도가 자아낸 결과는 대개 감상적이거나 허황된 것이 됐다. 그와는 달리 들라크로와(Delacroix) 의 경우에는 그의 채색 스타일과 색감이 낭만주의에 심취한 경향을 뚜렷이 효과적으로 끌어올렸다고 인정되고 있다. 그밖에도 프랑스, 영국, 독일 , 미국 등지의 화가 또는 건축가들 작품에서 낭만주의 전 통을보여주었다. @는반주의음악 음악에서 낭만주의 교향악이 현란하게 울려퍼진 곳은 독일이다. 이 음악은 감정의 온전한 표현과 형식의 자유가 뚜렷하다. 베토벤, 26 고원 / 현대 문여싸조 개관 웨버, 슈베르트의 음악에도 낭만주의 요소가 짙었지만, 최고조에 달 한 것은 베를리오즈, 멘델스존, 슈만, 쇼팽, 리스트, 바그너 동의 음 악이다. 그밖에 완전한 낭만주의자는 아니라 해도 보통 낭만주의 중엽 쯤 에 속하는 작곡가로 인정되는 유럽 각지의 대7에 브람스, 차이코프 스키 , 드볼작, 그리크 퉁이 있고, 말기의 직곡가 일군에는 엘가, 말 러, R. 슈트라우스, 시벨리우스둥이 포함된다 . . 우리가보통 “클라식 음악”이라 부르고 좋아하는 서양 음악은 거의 다 이 낭만주의자들의 작품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이런 명단에 올라야 할 사람들 은이밖에도많다. 참고문헌 낭만주의를 심도 있게 이해 혹은 연구하기 위해 일어야 할 저서가 수없이 많은 가운데서 문학의 일부를 서양 것만 적어둔다. 오래 전 책으로는 J. Barzun의 Romanticism and the Modern Ego(1944) 가 있고, 현재에 가까운 명저로 다음 몇권을 들수 있다. L. R. Furst. Romanticism in PersBec피ve(1970) : R. F. Glecknerd와 G. E. ·Ensco 편, Romanricism(2nd ed. 1970); M. Praz. The Romantic Agony(tr.. 2nd ed. 1970); I. Berlin. The Roots of Romanticism(1999). 27 l강의룩 l ‘임뿔’으l정석 윤석산 강의록 * 편집자 주 ; 지난 2월 5일, 한미교육원에서 열린 2월의 시토방 모 임에서는 한국 한양대 교수로 재직중인 시인 윤석산 교수의 ·캉의를 듣 는시간을마련했다. 클레어몬트 대학에서 열리는 세미나 참석차 미국에 온 윤 교수가 바 쁜 일정올 쪼개 미주의 문학인들에게 들려준 강의는 “한국시에서 읽는 ‘이별.의 정서”였다. 그는 상고시 「공후인」으로부터 서청주의 「귀촉도」에 이르기까지 한 국시 속에 스며있는 이별의 정서를 찾아보고 분석해봄으로써 한국시 속에 내재된 비극적 미학의 뿌리를 보여주었다. 아래는 강의록올 수록 한 것이라서 강의의 효과를 느끼기 위해 짧은 문단, * 표시, 강조를 위 한 굵은 글씨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점을 밝혀둔다. 28 〈중앙띨보j 신춘푼예 동시. 〈경향신문〉 신춘문예 사 당선. 한양대 국제문화대 학장 역임. 시잡 r바다 속의 햄프"'· r온달의 꿈」와 그외에 r용당유사 연구」. r고전적 상 상력J, r동학쿄조수운 최제우」 등 다수. 현채 한양대학교국문과교수. \ 、 ‘ - - 윤석산/효택시어|매 읽는 ‘01벌’의 정서 1. 이벌과탤l 모든 존재는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사i휩}는 사랍 과의 이별 . 죽음이 갈라놓는 이별 등 우리의 삶은 어쩨 보면 ‘만남과 혜어짐’의 연속이 아닐 수 없다. 이별의 슬픔은 비극적 미학의 원천이기도 하다. 또한 인간은 중칸 적 폰재이며, 동시에 유한적인 존재이다. 따라서 근원적으로 유한성 이 지닌 슬픔과 이에 따른 비극적 성격올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인간 이 지니고 있는 근원적인 비극성과 이벌이 지닌 본원적인 슬픔은 서 로 어느 의미에서 통하고 있다. 따라서 이별은 오랜 문학의 역사 속 에 매우중요한주제가되어왔다. 오늘 우리의 문학 유산 중에서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지칭되고 있 는 「공후인(흉集引)」 역시 .이별’올 노래한 작품이다. 본 강연은 한국 문학에 나타난 대표적인 ‘이별’의 시작품들올 찾아내고, 이를 분석 하므로, 한국의 시작품 속에서 만나게 되는 .이별의 정서’는 어떠한 것인가? 이를 찾아가 보고자 한다. 따라서 본 강연의 대상 작품은 상 고시대의 작품에서부터 오늘의 현대시까지이다. 2. 파처AJ"J뻐| 뱉}난 'OI별’ 1) 「공후인(쫓훌린|)」 그대는 강을 건너지 마오 (公無體河) 그대는 마침내 강을 건너네 (公竟獲河) 강물에 떨어져 아아 죽고 말았네 (밸i可而死) 29 l윤석산강의록 l .나 장차 어찌할거나 (當奈公何) 대부분의 상대시가가 그러하듯이 이 시가 역시 신화 혹은 전설의 성격을 지닌 산문과 함께 기록되어 있다. 이를 보면 다음과 같다. 공후인은 조선 땅의 뱃사공 곽리자고훌里子홈)의 아내 여옥(顧玉) 이 지은 것이다. 자고(子홈)가 새벽에 일어나 나루터에서 배를 손질하 고 있는데 , 난데없이 머리가 흰 미친 사랍(白首狂夫)이 머리를 풀어헤 친 채 술병을 끼고 거센 물결을 건너가고 있었다. 그 뒤에는 그의 아 내가따라가며 말리려 하였으나미치지 못하여 이욱고그는강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때외 그의 아내는 공후를 톰으며 노래하지를 그대는 강올 건너지 마와그대는 마침내 강을 건너네/강물에 떨어져 아 아 죽고 말았네/나 장차 어찌할거나 하는소리가너무나처참하더니,노래가끝나자그여인도또한강물 에 빠져 죽고 말았다. 자고(子高)가 집으로 돌아와 이러한 사연을 아 내인 여옥에게 말해주니 여옥도 슬퍼하며 공후(쫓簽)를 뜯으며 그 노래를 다시 한번 그대로 불러 보았다. 그리하여 이 노래를 듣는 사 람이면 누구나 눈물을 흘리고 울음을 삼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옥 은 이 노래를 이웃에 사는 여용(麗容)에게 전해주었고 노래의 이름 은 공후인이라고 하였다. * 시를 해석하는 데에 산문 기록을 중심으로 시를 이해하는 태도를 많이취한다. * 신화적 맥락에서 산문의 주인공인 백수광부를 서구 신화의 디오 30 윤석산/효팩시에서 원는 ‘01벌’의 정서 니소스와 같은 주신(酒神)으로 비견하고, 그의 처를 강물의 요정 님 프인 악신(樂神)으로 추정하는 학자도 있다. 따라서 이들 주신(酒神) 과 악신(樂神)에 얽힌 신화가 후대에 인간의 세계로 내려와 하나의 설화로 전성(轉成)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또한이러한견해에 비하여, 백수광부의 ‘백수(白首)’가알타이 어 족에서 박수(親)에 해당하는 paxi(godldi語), bagsi(mongo語) , · bagsi ( uighar語), f와【si(mantha語) 둥과 음사관계(륨似關係)에 있는 것에 주목하고, 이를 입신상태(入神狀뺀)에 있는 미숙련의 무부(필 夫 , 박수)로 상정하여. 무부의 주능실패(뻐能失敗)로 인한 비극적인 파멸담에 관한 셜화와 그에 얽힌 가요로 추정하는 학자도 있다. 무당의 권위가 사회적으로 추락된 시대에 황홀경에 든 무당이 강 물에 뛰어들었오나, 실패하게 되고 그 아내인 무당이 공후를 타면서 굿노래 가락에 얹어 넋두리를한것이라고보는학자도있다. * 이 작품은 물을 건너려는 님과 물올 건너지 못하게 하는 여인에 의해서 빚어지는 갈둥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런가 하면 꿀내 님은 물 에 빠져 죽게 되고, 님올 잃은 여인은 넋을 잃고, ’이 일을 어찌할거 나’하는 통곡으로 꿀나게 된다. 그러나 남편이 죽게 되자 공후를 튿으며 노래를 부르고는, 노래를 마치자 역시 물에 빠져 죽는다고 되어 있다. 남편이 물에 빠져 죽자 연인도 따라서 물에 빠져 죽는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매우 수긍이 갈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 경황 중에 공후라는 악기를 톰으 며 노래를 불렀다는 것은 얼른 수긍이 가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는 마치 지금초상집에 가면 울면서 넋두리를 하듯이 그 경우도 통 콕의 외침 소리에 간간이 사연을 늘어놓는 것과같은것으로추정된다. 따라서 산문기록은 이야기를 보다 극적으로 전개시키기 위한, 윤 색 혹은 첨가된 부분이라고 해석된다 31 l윤석산강의록- ‘흰 머리(白首)’ , ‘미친 사내(狂夫)’ 또는 .머리를 헝클어진 채 술향 을 들고(被髮提뚫)’ 둥의 기록은 주인공의 신분이나 성격을 상징하운 것이라기보다는, 주인공이 격랑의 물결올 건너려고 동뜯(亂流而樓) 심리적인 상태의 표현으로 볼 수가 있다. 파도치는 강물올 건너려는 자체 . 그것도 배도 타지 않은 채 건너려 는 것은 극히 비정상적인 행위이다. 따라서 검은 머리가 아닌 ‘흰 머 리(白首)’, 또는 ‘정상인이 아닌 미친 사람(狂夫)’일 때에 이와 같은 비정상적인 행위는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머리를 휘날리며 술병 올 든 채(被髮提옳) 건너려는 모협l서 더욱 이러한 모습을 분명해 진다. 또한 ‘술’은 곧 물을 건너려는 내적인 욕구의 또 다른 상징이 될수도있기때문이다. * 이 시의 시적 분위기는 지극히 인간적이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 은 한 여인의 비탄적 절규라는 인간의 보편적 정서’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즉 시가의 내용에서 우리가 감지하게 되는 것은 지극히 보편 적인 인간의 정서인 ‘이별의 아픔’, ‘님의 죽음에서 받게 되는슬픔’ 인데 반하여그 산문의 기록은 ‘무당의 종교적 의식’등의 보다 엄숙 하고 격식화된 그러한 내용이 된다. 그러므로 이는 핸지 어울리지 않 펠 는것이라고하겠다. • * 즉 「公無獲河歌」의 산문 기록은 그 시를 중심으로, 이를 조견해 불 볼 때에 시가지닌 성격 , 또는 시의 주조(主調)를 이루는 정서 등과 어 울헐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부분으로 나누어짐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는 곧 설화의 형성과정에서 그 이야기의 효과를 보다 높이기 위해 첨가되거나 암시적으로 윤색되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동시에 이와 같은 암시적이며 또 상징적인 부분을 시작품을 중심 으로 해석할 때에, 그 시는 몇 개의 제한된 틀에서부터 벗어나 보다 32 ¥ ‘ · . 윤석산/효택시에서 읽는 ‘이벌’의 정서 자유롭고 그 시적인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公無獲河歌」는 인간의 가장 본원적-정서를 이루는, 이별의 슬 픔올 노래한 우리 최초의 서정시라는 데에 그 의미가 있다. * 그런가 하면, ‘물’ 또는 ‘강’이라는 우리에게 매우 낯익은 소재를 중심으로 ‘님과의 이별’ , 또는 님의 죽음’을 노래한 전형적 서정시 의 한 모습을 지닌 노래이기도 하다. * 우리의 시가에서 풀 또는 ‘강’은 많은 이별가의 시적 대상이 되 어왔다. 鄭知常의 시가그렇고 「서경별곡」이 그렇다 . • 왜그런가? 강이란공간적으로보면. 이곳과저곳을갈라놓는단절의 환구체 적인 것이 된다. 그러므로 강은 인간에게 있어 늘 건널 수 없는 화절 의 구체적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늘 인간에 의해서 언제나 건너야만 하는 숙명의 대1,1-o1기 도 하다. 즉 인간이 지니고 있는 내면의 욕구, 다시 말해서 자신이 지 니고 있는 현실적인 한계와 질서를 뛰어넘고 또 초월하고자 하는 내 적 욕구의 대상이 바로 .물’이며 강’이 된다. 그러므로 ‘물’ 또는 ‘강’은 언제고 언간의 의식에서 ‘충만한 것’이 된다. 이러한 강을 건너고자 하는 욕구는 현실에서 볼 때에 늘 싱싱 한 모험 ·또는 위험이 깃들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갈풍의 원천이 되 고있는것도사실이다. 강을 건너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에 이는 모험이며 새로운 삶에 의 진지한 도전이기도 하겠지만, 현실의 이쪽에 있는 사람에게 있어 서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이벌이며 슬픔이 될 수 있는 것이다. * 「公無鏡河歌」는 강을 건너고 있는 입장에서 불리워진 노래가 아 니라. 현실의 이쪽-건네 보내고 있는 사람의 위치에서 불리워지고 있는노래이다 33 l윤석산강의록 l 따라서 이에 나타나고 있는 풀’ 또는 ‘강’은 견디기 어려운 이별와 슬픔이며, 헤어날 수 없는 죽음의 상징으로 이 시에 퉁장하고 있다. i 바로 이와 같은 점에서 「公無獲i可歌」가 지닌 서정성올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 시는 지극히 한국적 서정의 원천인 한올 바탕으로 한 서정시의 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 되고 있다. * 恨은 곧 하고 싶은 욕구와 이룩될 수 없는 현실이 서로 상충됨으 로 해서 야기(意起)되는 정서의 한 모습이다. 그런가 하면 이루고 싶은 욕구가 늘 열세(컸勢)에 처해 있으므로 더욱 싱숭되고 있는, 그러한 정서이며, 또한 이룩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의 표출이기도 하다. * 「公無樓河歌」는 첫 구절에서부터 이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 다. 님은 물을 건너지 마와그러나 마침내 님은 물을 건너네’ 즉 물 을 건너지 말라는 애원에도 불구하고 님은 마침내 물을 건너고 만다. 그러므로 ‘물을 건너지 마오’라는 울부짖음은 건너지 못하게 하는 적극적인 저지이기 보다는, ‘건너는 님’을붙잡지 못하는 화자의 안 타까운 절규가 되고 있을 뿐이다. 물을 건너보내는 화자에게는 사량하는 님을 죽음으로 보내야 한다 는 참담한 현실만이 남게 되고, 그 현실에의 인식이 바로 이 사의 주 조인 ‘비극적 한’을 시속에 구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恨의 문제는行을거듭하면서 더욱강하게 시 전반을지배하게 된다. 보는바와같어, 물을건너게 되는 님’은이내 죽음을맞게 된다. ’그러나 마침내 님은 물을 건너네/물에 빠져 죽고 말았네’ 현실의 이쪽에서 강의 저쪽으로 보낸다는 것은 곧 이별이며 죽음이 된다. 그러므로 이 시에 있어서 ‘이별과 죽음은 어쩌면 같은 차원’이 되 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님이 물에 빠져죽었든 혹은 강을 아 주 건너가 버렸든 이곳 현실에서 볼 때에는, 남게 되는 것은 떠내보 34 .·‘-- -- ‘ ‘ ‘ . • - ;- r••" • 윤석산/효닥시에서 읽는 ·01벌’의 정서 낸恨, 바로그것이 되고있는것이다. * 이러협01 이 노래는 님의 익사(爾死)’에 이르러 그 비극적 절 정에 이르게 되고, 비극적 절정과 함께 현실의 앞을 가로 막고 흐르 는 물과 같이, 그 물의 깊이와 같이 시 전반에 비극적 恨올 더욱 깊이 형성시키고 있는 것이다. * 「公無擾河歌j의 몰 구절을 보게 되면. 님의 떠남. 또는 죽음을 잊 지 못하는 절규가 풀에 빠져 죽고 말았네/이 일올 어이할거나’하는 지극히 빠른 체념으로 떨어져버리고 있음을 볼 수 있다. * 이와 같은 빠른 체념의 종언(흙뚫)은 신라시대의 「처용7b의 .앗 아날 어찌하리오’, 또는 고려가요인 「청산별곡」의 ‘잡사와니 내 엇지 하리잇고 •• 그리고 시조에서 흔히 보는 終章의 ‘-- --- -어떠리.라는 끝 구절을 관류하는 일련의 전통적 표현의 양식, 즉 감탄과 애상과 체념 과 회의가 한데 었킨 채 끝나는 전제적 양식의 원류가 되고 있다. * 「公無鏡河歌」는 우리 시의 가장 오래된. 시기의 작품이라는 점 이 외에도 우리의 서정적 원류를 이해하고 또 보여주는 작품이다. * 동시에 같이 전송되는 산문의 기록은 이와 같은 「公無獲河歌」의 여러 면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시적 세계를 보다 풍부하고 폭 넓게 하는 매우 귀중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2) 「황조가(黃鳥歌)」 펄펄 나는 저 꾀꼬리 (없없黃鳥) 암수 서로 정답게 날고 있구나 (雖雄相依) 내 홀로 있음을 생킥하니 (念我之獨) 그 누구와 같이 돌아갈까 (誰其與歸) 35 “ ‘ · , ‘ ‘ l윤석산강의록 l 「황조7b가 전해지는 문헌으로는 r삼국사기』가 있다. 이 외에 기록 의 내용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r삼국사기』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생 각되는, 권문해(權文海)가 찬(擾)한 r大東體府群玉(대통운부군옥)』에 도 같은 기록이 전하고 있다. 2년 7월에 다물후(多까候)인 송양(宋훌)의 딸을 맞아 비빼)로 삼았다 . …(중략)------ 3년 7월에 이궁難홈)올 골천(骨川)에 지었다. 10월에 왕비 송씨가 돌。앉으므로 왕은 다시 두 여자를 계실(繼室)로 얻었는데, 하나는 화회(줬멈로 골천(骨JI I) 사랍의 딸이고, 하나눈 치회(繼몽로 한 인(漢시의 딸이었다. 두 여자는 사랑을 다투어 서로 화목하지 못하였으 므로. 왕은 양곡(淳용)의 동서에 두 궁올 짓고 각각 살게 하였다. 뒷날 왕 은 기산(箕山)에 사냥올 나가서 7일 동안 돌아오지 않았는데, 두 여자는 서로 다투어 화회가 치희를 꾸짖어 말하기를 너는 한(漢)나라의 비첩(轉 쫓)으로서 어찌 무례함이 이렇게 심한가?’ 하니 치회는 부끄러워하면서 원한을 품고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왕은 이 말올 듣고 곧 말을 달려 쫓아 · 갔으나 치회는 노하여 돌아오지 아니하였다. 왕이 일찍이 나무 밑에서 쉬 는데 꾀꼬리들이 모여드는 것을 보고 이에 느끼어 노래를 지어 불렀다. * 이 작품에 관하여 서정적 작품으로 규정한 견해가 있다. *그러나이러한관점과는달리하여, 영웅적인서사시의 성격을지 닌 시로 보는 견해도 있다. 화희(未姬)가 대표하는 농경부족과 치희(繼距)가 대표하는 수렵부 족의 갈등. 부족 간의 대립으로서 인한 한 영웅적 군왕의 고뇌가 담 긴 노래로 보는 견해도 있다. * 작품을 분석하면, 1행과 2행에서는 다만 정답게 날아가며 노니 는 꾀꼬리의 정경을 묘사하는 데에 그치고 있다. 36 ‘. 윤석산/효닥시에서 원는 ·0 1별.의 정서 ‘펄펄 나니는 저 꾀꼬리는(顧願黃鳥)/암수 서로 정답게 노니는데 (雄鐵目依)’ 즉 펄펄(없없)은 의태어로써 새가 날아다니는 ‘활기로 움’ J ‘즐거움’, .생동감’ 둥을감지할수있는시어이다. 이 ‘펄펄’은 이어지고 있는 ‘암수(雄雄)’ 또는 .정다움(相依)’ 등과 연결되어, 즐겁고, 또 활기롭게 노니는 꾀꼬리 암수의 모습, 즉 의 (誼)가 좋은 꾀꼬리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3행과 4행에는 화자의 ‘홀로 있음(念我之獨)’의 외로움과 비탄이 표출되어 있다. 꾀꼬리가 노닌다는 .외적인 세계’와 홀로 있음의 고독함이라는 ‘내적인 자。F가 지니고 있는 형태적인 뱃구는 이 시가의 전체적인 구조에서 매우 단순하지만 완벽한 ‘대칭 구조의 균형’올 이루고 있 음을보여주고있다. ‘짝을 이루는 즐거운 꾀꼬리’와 .홀로 있는 사내’ , ‘나니는 가벼움’ 과 ’외로운 심사의 무거움’은 .서로 대립하고 중첩’ 되면서, 잃은 짝 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간절하게 하고 있다. 「황조7}」는 이러한 .대칭적 구조’를 통해, ‘짝올 잃어 외로혐l 잠 겨 있는자아(自我)’와 ‘암수서로짝을지어 날아다니는꾀꼬리’라는 외적 세계가 서로 조웅(照應) 관계를 성립하고 있는 작품이다. 궁극 에 있어 이 관계는 ‘자아와 세계의 조화를 통해 ;일체감’을 이루고 있 음을볼수있다 - 즉 암수 짝을 지어 노니는 꾀꼬리를 통해 ‘짝을 이루고 싶은 자아 의 욕구’는 보다 강렬해지고, 이 양자(兩者)는 서로 이 시가의 구조 속에서 .조화와 일체감’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이 외적 대상과의 조응을 통해 얻게 되는 일체감은 이내 .나의 이 외로움을 생각함이여(念我之獨)’의 ’念’에 이르러 잃은 것에 대한 비탄으로 떨어져버리게 된다. 즉 ‘염(念)’은 바로 자신이 처해진 현실에 대한 자각이기도 하다. 37 ’ • 윤석산강의록 l 사랑하는 사람을 앓어버리고 홀로 있게 된 자신에 대한 현실적 자각 은 짝을 지어 날아다니는 꾀꼬리와 대비됨으로 해서 더욱 짙은 비한 으로 떨어지게 되고, 그러므로 .그 뉘와 더불어 함께 갈거나(誰其與 歸)’의 끝 행과 같이, 사랑하는 사람과 더불어 함께 돌아갈 수 없는 현실을 더욱 깊이 인지(認知)하게 된다. 이러한 「황조가」의 비탄은 결국 ’현실적인 것’과 ‘이상적인 것’이 그 지향에 있어서 서로 .화합되지 못하고 영원한 갈퉁으로 나타나게 됨으로 획득되는 비극미’이다. 이 시가에서 화자가 갈망하고 있는 ‘이상적인 것’은 잘 아는 바와 같이 정답게 화합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화자는 잃어버린 ‘짝 .을 갈망하고있게된다. * 서정시에 있어서 ‘짝’ 또는 님’은 그 화자가 갈망하는 어떤 카 치의 상정’이기도 하다- * 김소월의 님’은 영원한 과거 속에 존재하는 그리움의 표상으로 서의 님이 된다. 그러나 만해(萬海)의 ‘님’은 .조국’, ‘절대자 등의 보다 다른 가치의 상징이기도 하다. * 이와 마찬가지로, 「황조7b의 화자가 갈망하는 ‘짝 ’은 그 일차적 으로는 ‘자신을 ‘떠나간 님’ , 그러므로 저 펄펄 날아다니는 꾀꼬리와 같이 정다움의 화합을이루고싶은대상으로서의 .님’이 된다. 따라서 산문 기록올 중심으로 볼 때에 이 .짝 ’은 화희(未姬)와의 불 화로 유리왕의 곁을 떠난 치희(*짧흩)가 될 것이요, 혹은 유리왕의 죽 은 첫 왕비인 송씨이기도 할 것이다. * 그러나 산문 기록에 대한 제가(諸家)들의 견해와 같이 한 군왕으 로서, 부족 간에 갖게 되는 갈등, 이를 보다 이상적으로 화합시키고 싶은 갈망의 표상이기도 하다. 「황조가」라는 한편의 서정시는 그 배경이 되는 산문 기록과 함께, 38 윤석산/효닥시에서 읽는 ‘이별’의 정서 화자가 갈망하는 연모의 대상인 .짝’이 보다 다양한 가치의 상징이 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간명한 한편의 서정시인 「황조7b를 통하여 우리가 오늘 다양하고 폭 넓은 해석올 내리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기도하다. * 그러므로 「황조가」에 내재하고 있는 ‘짝’ 또는 ‘님’은 단순히 고 전 속에 존재하는 .어떤 대상 ’이 아닌. 오늘 우리의 삶 속에 폰재하 며, 살아 그 가치를 스스로 지니는 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 은 점에서 사실 서정시의 영원함올 우리는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 오늘 우리가 만나고 있는 서정시 「황조:7b는 유리왕이라는 군왕 (君王)의 폭 넓은 사량을 담은 노래이며 , 동시에 모든 만민(萬民)의 노래가되는것이다. 3) 「송인(送A)」 정지상(鄭知常) 지음 봄비 내리는 긴 뚝으로 푸르름 더해 가는구나 (雨歐활是草色多) 그대를 보내는 남쪽 포구에는 슬픈 노랫가락 출렁이고 (送君南浦動態歌) 대동강의 물은 언제나 다 마를고 (大同江水何時盡) 이별의 눈물 해마다 떨어져 푸른 파도에 더해지니 (}Jlj淚年年愈綠波) * 정지상은 김부식과 함께 고려 최고의 문인 중 한 사람이다. 김부 식은 산문에 능한 반면 정지상은 시에 능하였다고 한다. 묘청의 난이 、패 일어났을 때 김부식이 정지상을 서경파라고 하여 처형을 한다 김부 식과정지상의 일화가서거정의 『동인시화(東A詩話)』에 전한다‘ * 이 작품은 이별의 아픔올노래한작품이다. *봄비가성기게 내리는긴뚝으로봄이 왔으므로 푸릇푸릇 푸르름 39 - - - --- l윤석산강의룩 l 이 더 해가는정경을묘사하여 사랑하는사람을보내는화자의 슬혼 심정이 시각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때는 매우 정적(靜的)이다. | * 둘째 행에서 보내는 슬픔은 매우 동적(動的)으로, 남쪽 포구(南 浦)에서 출렁이는 슬픈 노랫가락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 두 행은 서로 벗구를 이룬다. 이어서 3, 4행에 이르러서는 이벌이 주는 슬픔올 대동강(大同江) 의 물로환치시키면서, 이별이란늘우리의 일상의 삶속에서 일어나 고 있는 슬픔이며 , 아픔이라는 것을 환기시켜주고 있다. * 이렇듯 이 작품은 인간과 인간사는 그 삶 자체가 슬픔이라는 인 간 본연에 대한 회한을 일깨워주는 시이다. 4) 「서경별곡(西京別曲)」 서경이아즐가 서경이서울이지마는 위 두어렁성두어렁성 다링디리 닷곤대아즐가 닷곤대소성경고외마른 위 두어렁성두어렁성 다링디리 여해므론아즐가 여해므론 질삼베 바리시고 위 두어렁성두어렁성 다링디리 40 윤석산/효탁시에서읽는 ·0 1벌’의정서 괴시란데아즐가 괴시란데 우러곰 쫓니노이다 위 두어렁성두어렁성 다링디리 구슬이아즐가 구슬이바이에디싱들 위 두어렁성두어렁성 다링디리 끈이던아즐가 끈이든그츠리잇가 위 두어렁성두어렁성 다링디리 즈문해를아즐가 즈은해를외오곤녀신들 위 두어렁성두어렁성 다링디리 信잇단아즐가 信잇단그츠리잇가나난 위 두어렁성두어렁성 다령디리 대동강이를가 대동강너븐디몰라서 위 두어렁성두어렁성 다링디리 배내여아즐가 내내어놓는다사공아 41 l윤석산강의록- ’’ · ιl ’ l I l l • 위 두어령성두어렁성 다령디리 :l - 네각시아즐가 네각시넘난지몰라서 위 두어렁성두어렁성 다링디리 i 」 · 4-i · e· 훌훌훌 훌 훌 i·· ;- -- - - j 대통강아즈가 대동강건너편꽃을여 위 두어렁성두어렁성 다링디리 씨 4 · ‘ 『 --------;· · ii ‘ 킹 、 .\ 배타들면아즐가 배타들면것고리이다나난 위 두어렁성두어렁성 다링디리 * 서경별곡은 대표적인 고려속요의 하나이다. * 이 역시 「공후인」이나, 「송인」과 같이 대동강이라는 물을 매체로 하고있다. * 떠나보는 임에 대한 애절함이 연마다 매우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 * 너와 나의 사랑 그리고 이별의 슬픔을 직접적으로 토로하거나, 직접적으로 원밍「하지 않고, 평양, 구슬, 대동강, 뱃사공, 뱃사공의 아 내 동간접적인 매체를통해 토로하고 있다. * 바로 이러한 모습에서 ·.,‘良이라는 정서를 읽을 수가 있는 것이다. 42 l ;, 널배에아즐가 널배에연즌다사공아 위 두어렁성두어렁성 다령디리 윤석산/효댁시에서 읽는 ‘01벌’의 정서 5) 「정석가(鄭石歌)」의 일절 삭삭기세모래벌에나난 삭삭기세모래벌에나난 구은밤닷되를심고이다 그 밤이 움이 돋아 싹나거시아 그 밤이 움이 돋아 싹나거시아 有德하신 님을 여해아와지이다. * 정석가는 매우 이질적인 비유를 통해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대표 적인고려속요이다. * 제시된 연 이외에 광물성, 금속성 동올 비유의 매체로 삼아 노래 한 것으로 유일하기도 하다. * 따라서 매우 해학적이기까지 하다. * 바로 이 해학성에서 투박한 서민들의 슬픔을 읽을 수가 있다. 6) 「만전춘(滿嚴春)」의 일부 어름위에뱃잎자리보아 님과나와얼어죽을망정 어름위에뱃잎자리보아 님과나와얼어죽올망정 情든 오늘 밤 더디 새오시라 더디 새오시라. 활 ” 南山에자리보아 43 l윤석산강의룩- {·t ·I· 玉山올벼여누어 짧績山이불안에 흡좁각시안아누워 南山에자리보아 玉山을벼여누어 짧椰山이불안에 흙香각시안아누워 藥든기슴맞초압사이다 맞초압사이다 * 남녀간의 애절한 사랑과 이별의 이쉬움올 노래한 대표적인 고려 속요이다. * 첫 연에서 보듯이 헤어지기 싫은 그 정감은 추위나 죽음까지도 불사하는 뜨거움으로 노래된다. * 마지막 연에서 보아는 비유는 매우 상징적인 것이며, 노골적인 성희가 아름답게 표현된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하겠다. 7) 「가시리」 가시리가시리잇고나난 바리고가시리잇고나난 \ 위증즐가태평성대 나러는엇디살라하고 바리고가시리잇고나난 44 ---- 윤석산/효닥시어|서읽는 ·01벌.의정서 위증즐가태평성대 잡사와두어리마난나난 선하면아니올세라 위증즐가태평성대 셜온님보내압노니나난 가시는듯도셔오셔소 위중즐가태평성대 * 가시리는 한국의 대표적인 恨을 노래한 이별가이다. * 김소월의 진달래꽃에 흔히 비견되는 작품이다. 8) 홍랑(洪鄭)의 시조 횟버들 갈혜 것거 보내노라 님의 손데 자시는 창 맛피 심거 두고 보쇼셔 밤비예 새닙 곳 나거든 날인가도 너기소서 *삼당시인(三훔詩A)의 .한사람인 최경창이 외직을마치고돌아올 때 , 당시 사귀던 기생 홍랑이 먼 곳까지 따라오며 부른 시조이다. * 홍랑이라는 기생 신분의 여성이 양반인 최경창과는 아무리 사랑 이 깊어도 결코 이뤄질 수 없다는 아픔과 슬픔이 매우 극적으로 표현 된작품이다. * 초장의 ‘렷버들’은 다름 아닌 님을 보내는 홍랑의 마음이다. 이 45 l윤석산강의록 l 때 .꾀’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갈헤’ 역시 님에게 마음을 호 내는 홍랑의 자세가 나타난다. 종장의 .자시는 창 밖에 심어두고 뾰 소서’ 하는 부분에 이르면, 홍랑이 내실에도 들어갈 수 없는 신분과 처지의 사람임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만큼 더 아프고 슬프다. 그러나 밤비에 새잎이 나듯이 , 어떤 기적이 일어나면,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그 기적에나 기대를 거는 홍랑의 아픔이 절정에 달 하는부분이종장이다. 9)무명씨의시조 달뜨자배 떠나니 인제 가면 언제 오리 만경창패l 가는듯 돌아옵세 밤중만 지국총 소리에 애긋는듯 하여라 * 무명씨의 작품으로 떠나보내고 잠 못드는 심정을 매우 잘 이미지 화한작품이다. * 달이 뜨는 시간은 보람il 대략 저녁 8시 정도이다. 같이 밤도 지새우 지 못하고 떠나는 님에 대한 아쉬움이 베어 있다. 만전춘과도 같이 얼어 죽어도 좋으니 같이 밤이나새면 좋으련만, 님은그냥 떠나고 있다. * 판경창파’는 많은 것을 암시하고 있다. 세상의 어려움도 되겠지만, 떠나서 이내 자신을 잊을지도 모르는 세태를 암시하기도 한다. 그러므 로 그 만경창파 다 넘어서 가시는듯 이내 돌아오라는 당부를 한다. . \ * 이는 마치 고려속요 「가시리」와 그대로 통하는 부분이다. * 달 뜬 고요한 밤에 님 보내고 홀로 앉아, 배 젓는 소리만 듣는, 잠 못드는 아픔을 매우 간결하게 노래한 시조이다. 46 윤석산/효닥시에서 원는 ·01별’의 정서 3. 현대시에 나타난 'OI벌’ 1) 「진달래꽃」-김소월 나보기가역겨워 가실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쫓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걸음결음 놓인그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역겨워 가실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 주지하다시피 한과 애수로 일컬어지는 한국적 고유 정서와 전통 적 민요조 가락은 소월시를 존재하게 하는 두 원인(原因)이다. * 이 시는 소월시의 정수(精麗)로, 이별의 슬픔을 인종(전、從)의 의 지력으로 극복해 내는 여인을 시적 자아로 하여 전통적 정한(情恨) 을 예술적으로 숭화시킨 작품이다. * 이 정한의 세계는 「공무도하가(公無獲河歌)」 「가시리」, 「서경별 47 1 1 1 · 14 1 셰 4- -- - -a li --- - i3- - - - - l윤석산강의룩- 콕(西京別曲)」. 「아리랑」으로 계숭되어 면면히 흘러 내려오는 추리 민족의 전통 정서와 그 맥올 같이한다. | • 4연 12행의 간결한 시 형식 속에는 한 여인의 임올 향한 절절한 사랑과 헌신, 그리고 체념과 극기(克己)의 정신이 함께 용해되어 다 음과같이나타난다. * 즉 떠나는 임올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 겠다는 동양적인 체념 과, ‘나 보기가 역겨워’ 떠나는 임이지만 그를 위해 진달래꽃올 ‘아 름 따다 가질 길에 뿌리’는 절대적 사랑 임의 ‘가시는 걸음 걸음’이 꽃올 자뿐히 즈려 밟’을 때, 이별의 슬픔을 도리어 축복으로 숭화시 키는 비애 , 그리고 그 아픔올 겉으로 표출하지 않고 .죽어도 아니 눈 물 흘리’는 인고(경、苦) 퉁이 바로 그것이다. * 따라서 이 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진달래꽃’이 다. 이 ?진달래꽃’은 단순히 ‘영변 약산’에 피어 있는 어느 꽃이 아니 라. 헌신적인 사랑올 표.~하기 위하여 선택된 시적 자아의 분신이다. * 다시 말해. ?진달래꽃’은 시적 자아의 아름답고 강렬한 사랑의 표심 l이요, 떠나는 임에 대한 원망과 슬픔이며, 끝까지 임에게 자신올 헌신하려는 정성과 순종의 상징이기도 하다. 떠나는 임올 위해 꽃을 뿌리므로 헌신적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그 꽃 올밟고가라고하므로, 어떠한굴욕도참겠다는사랑의 의지를보인다. * 특히 이 시는 여성 편향(女性偏向, female complex)의 ‘드리오리 다’ , 뿌리오리다’ , 가시옵소서’ , .흘리오리다’ 등의 종지형을 의도 적으로 각 연마다 A}-용함으로써 더욱 애절하고 간절한 분위기를 형 성하고있다. * 그러나 피학적(被훌的, masochis피c)이던 시적 자아는 ‘죽어도 아 니 눈물흘리오리다’라는마지막시행과 ‘걸음걸음’, ’즈려 밟고가 시옵소서’에서 나타나듯이 그저 눈물만 보이며 인종하는 나약한 여 48 , I ’ il -- ‘ 1 ‘-- - ---,‘·“---., ‘ - -- -,.‘,‘,, ,. -- -- 윤석산/효택시에서 원는 ·01별’의 정서 성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떠나는 남성이 밟고 가는 ‘진달래꽃’ 한 송이 한 송이는 바로 여성 시적 자아의 분신이기 때문이다. 그가 꽃올 밟을 때마다 자신이 가학자(加훌者. sadist)임올 스스로 확인해야 하는 것을 아는 시적 Z싸는 그러한 고도의 치밀한 시적 장 치를 통해 떠나는 사랑을 붙잡아두려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을 아울러 지니고 있음올 알 수 있다. 2) 「이별가」-박목월 뭐락카노. 저편 강기숨에서 니 뭐락카노J 바랍에 불려서 이숭 아니은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락카노뭐력?}노 썩어서 동아핫줄은 삭。} 내리는데 ;---」 하직을 말자, 하직을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뭐릭「카노 뭐락카노 니 흰 옷자라기만 펄럭거리고 오냐,오냐,오냐 49 l윤석산강의록- 이숭 아니븐 저송에서라도 이승 아니은 저숭에서라도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력카노, 저편 강기숨에서 니음성은바랍에불려서 오냐,오냐,오냐 나의 목소리도 바랍에 날려서 * 청록파 시인 중 한 사랍. 시사적(옳史的)언 면에서 김소월(金素 月)과 김영랑(金永郞)을 잇는 향토적 서정성을 심화시켰으며, 개성 있게 수용하여 재창조한시인이다. * 박목월의 시집 r경상도의 가랑잎」에 수록되어 있다. * 이 시는 죽음을소재로 해 생사를 초극하는 인연과그리움을 소박하 고 친근한 경상도 방언의 가액ll 얹어 노래한박목월의 후기 작품이다. 이승에서 다하지 못한 인연을 저승에서 이어나가리라는 믿음을 노 래하는 가운데 .바람’이라는 시적 매개체를 통해 삶과 죽음은 단절 이 아니라 결국 하나라는 새로운 인식전환을 이룸으로써 생사를 초 월하는 인연의 깨달음을 보여준다. 인연과 이별을 시의 제재로 삼아 한국시가의 보편적 정서인 전통 적인 이별의 정한을친근한어조로노래한서정시이다. * 이 시의 형식적 특징은 화자와 청자를 퉁장시켜 대화체로 시상 (詩想)을 전개한 점이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뭐락카노’라는 시어의 반복적인 사용으로 시상 50 - -‘-- 윤석산/ 효택시에서 일는 ‘이별의 정서 을 점층적으로 전개해 이별의 안타까움을 심화시킴과동시에 소박한 정 감의 절실한분위기를 이끄는 운율적 효과를 극대화한 점을 들 수 있다. * 한국시가의 전통적 서정을 노래한 이 시는 죽음을 의식하고 신앙 에 귀의해 구원의 길을 모색하던 박목월의 후기 작품경향을 보여주 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시와 유사한 정서를 지닌 작품으로 고려가요 「가시리」와 검소 월의 「초흔」, 박목월의 「하관」 퉁이 있다. *「하관」 형님/부르는 목소리는 들리는데/내 목소리는 미치니 못하는 다만 여기는/열매가 떨어지벤룩하는 소리가 들리는 세상 3) 「귀촉도」-서정주 눈물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임 밝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 흰옷깃 여며여며 가옵신 임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훌) 삼만리 신이나 삼이줄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 새기 육날 미투리 은장도(銀避刀)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릿털 엮어 드릴 걸 51 -윤석산강의록-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굽이굽이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잠겨서 제 피에 취한새가귀촉도(歸뽑途) 운다 그대하늘끝호올로가신임 .\ * 귀촉도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 언어이다. 촉땅으로 유배를 간다 는 뭇과 귀촉도라는 새가 밤이면 슬프게 운다는 뭇이 있다. * 특히 후자에게는 슬픈 전셜이 있다. 따라서 이 전설을 시에 인용 하므로 그 슬픔올 배가한 작품이다. * 사랑하는 사랍과의 헤어짐올 마치 촉이라는 이제 가면 돌아올 수 없는 먼 유배지로 떠나는 아픔과 슬픔으로 또는 촉나라로 돌아오고 싶어 슬픈 새가 되어 울고 다니는 선제(先帝)의 혼인 귀척도(새)로 노래하고있다. * 김소월의 접동새와 같은 새가 된다. * 시의 화자는 부질없는 머리털. 은장도로 짤라 미추리나 삼아주 겠다는 표현에 이르러 그 사량의 깊이를 실감하게 한다. * 또한 ‘은핫물 목이 젖어 운’다는 표현을 통해 매우 그 슬픔의 진 폭이 넓음을 알 수가 있다. * 서정주 특유의 情恨이 뚝뚝 묻어나는 작품이다. - -, , ‘, .. i J ‘ --rl ’-- --J -, ιrL 끼내「냐피 --η “「 ”』 J ’」 ’ j ”파이‘” μ·.i’ llIl ’’ |ι 52 김종회 교수와의 간담회 스케치 뭔l종-호l 쿄수오r으l 깐답호l 스큐nx1 개인적인 일로 미국올 방문한 김종회 교수의 소식을 들은 문협회원들 이 갑자기 마련한 간담회 자리에는, 속칭 번개 모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0여 명의 문인들이 참석. 즐겁고알찬대화를나눴다. 그의 해박한지식 과 구수한 입담, 그리고 애정이 넘치는 모습을 모처럼 가까이서 나누길 원하여 모인 문인들의 기대를 충족시킨 만남의 자리였다. 검총회 교수는 두 차례나 문학캠프에 강사로 참여하고, 미주문학 계간 평의 필자로 글올 쓴 연으로 이곳 미주문인들과는 각별한 친분을 갖고 있 다. 미주문학의 발전에 큰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 그는 해외에서 활동 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망라하는 작풍집 r해외동포문학」을 출간하는데도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또 이 r해외동포문학」 24권 전집을 지난 문협 신년 하례식 때 행사에 맞춰 익스프레스 메일로 부쳐 기증함으로써 미주 문인들을 감동시킨 바 있다. 김총회 교수는 현재 한국 평론가협회 사무국징 L이며 경희대 국문과 교 수로재직중이다. 날짜 ; 2007년 1월 23일 장소 ; 황태자 벌실 기록 ; 윤석훈 53 캘 김종회 교수와의 E땀회 스케치 김동찬 회장의 인사말과 이용우 소설분과 위원장의 김종회 교수 약력 소개로간담회의 배는출항했다. 문협이 마련한화환증정을볍 사이트 위원장인 오연희 시인이 화사한 미소와 함께 해 주었으며 김 종회 교수는 인사말을 통해 감사의 정올 표했다. 사람이 아름다운 것 은 그와 보낸 시간이 .아름다운 것 아니겠냐고 운을펜 후 마음과 마 음이 부딪혀야 의미있는 만남이 될 것이라면서 미주문인과의 인연과 우정이 돈독히 되기를 희망했다. 이어 문학의 본질올 강조하면서 나 를 잘 아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글을 써야 할 것이며 그를 위해서는 작가의 가슴 속에 있는 것들이 글로 표현되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간담회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t ‘ 깨 ]·; l 이 , “ - - ’」- 를 {a li----- ,. \ 이제 문학에서 공간적 개념이 없어졌다. 왜냐하면 속초에 살던 이 성선 시인(작고)과 섬진강 시인 김용택 둥 지방에 살고 있지만 한국 문학의 중앙 무대에서 활동하는 것과 대동소이하게 독자에게 감동을 주고 있으며, 신영철-소설가처럼 미주에서 활동하다가 한국 문학의 중앙에 소개된 것을 예로 들면서, 이는 그가 에베레스트 등반에 목숨 을 걸었고 실체적 진실이 작품 속에서 육화되었기에 가능했다. 중요 한 것은 작가의 공간적 거주지가 아니라 오직 좋은 작품만이 해결사 의 역할을 해줄 것이다. 따라서 미주라는 공간적 거리가 벽이 될 수 는 없을 것이다. 미주에서 나옹 좋은 ‘작품을 들고 한국 문단에 소개 할 수 있다면 기꺼이 심부름 하겠다. 문학에 대한 자기 정리와 좋은 작품을 많이 쓰기를 미주 문인들에게 부탁드린다. 재일동포 사회나 재중동포 사회와는 다르게 미주동포 사회는 날로 증가 추세에 있으 므로 사실 동포문학이라 칭하는 것도 어느 면 문제는 있다. 문학 장 르에 있어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에 와 있다. 올소독스 문학 뿐 아니라 판타지 문학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시대 54 hi· ‘→’’ ∼ ?· 김종회 교수와의 간담회 스케치 적 상황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동포문학에 대해서도 한국 문학적 요소가 얼마나 있느냐가 관건이 되어야 할 것이지 어떤 언어 로 작품이 쓰여졌느냐가 그렇게 중요한 구분법은 될 수 없을 것이다. 열린 마음으로 문학을 바라보아야 할 것인데 말하자면 국제적 시각 이 필요한사이버 세계, 인식의 전환, 한국문학적 요소를내포한 열 린 시야가 바람직한 미주문학의 뿌리를 튼튼히 할 수 있올 것이다. 문학의 본질인 좋은 글올 쓰는데 모든 가치를 ‘부여하고 힘차게 나아 가기를기원드린다. 문인귀 시인의 현대 문예사조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김종회 교수 의 답변이 이어졌다. 해방 이후 1950년대에는 살아남는 것이 목표였던 시절이었다. 문 학은 표현의 기교와 미래지향적 성향을 내보이기 어려웠다. 1960년 대 전후상황을객관적으로묘사한최인훈의 「광장」이 있었고, 1950 년대 고갈되었던 감수성이 되살아났다. 특히 작가 김숭옥에 의해 감 수성의 혁명이 일어났다. 1970년대에는 김원일 등 분단문학이 출현 되었으며 윤흥길, 조세희 이문구 퉁이 산업화 문제와 분단시대 문제 를 제기하는 작품들을 남겼다. 1980년대는 광주사태가 역사를 점령 하던 시대로 순발력 있는 시가 소설을 .대신하여 활발히 씌어지던 시 대였다. 이때의 시는 상징과 비유 그리고 암시적인 요소를 담고 시대 정신을 리드해 나갔다. 1980년대 중반 학생운동, 노동자, 농민, 도시 빈민 문제 등을 다룬 문학이 사회적 운동으로의 변화도 일어났다. 1990년대에는 형식 실험의 문학이 대두되었다 사이버 문학과 판타 지 문흑 L이 그것이다. 다양성과 다원적 주의가 섞여있는 상황이다. 아 무튼 시대정신이란 시대 전체를 통찰할 수 있는가, 혹은 시대 진행 55 • -4 --- --4 ”- 김종회 교수와의 간담회 스케치 방향의 지표가 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본다. 말하자면 선취적-기 대를 감당할 수 있을 때 그것이 시대정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 J ‘ ‘ a 문인귀 시인의 가콕 독창과 김종회 교수의 화답송이 이어졌고 극 구 사양하던 오연희 시인의 노래로 시종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고 조되었다. 이용우 소셜가, 김동찬 시인, 김종회 평론가의 조크는 회 원 모닦il게 시원한 웃음올 선사했으며 문학과 버무려진 겨울밤은 그렇게 알차고 행복하게 저물어 갔다. --!-- - -�‘ ! ”· .\ 56 ‘ ' ‘ ’ 1“‘ • • ‘ ;- 봄시단 강성채 기다럼 아무것도보이지않는다 열리지않는창틈비집고 끈질기게 쏟아지는 져울바람 여름내 뜨거운 햇살에 몸살올 앓던 정원의분수대가 비틀비틀옆걸음치다 기다림이짧은쪽으로 아슬하게기우뚱 허공에섰다 기다립도날이서면 칼끝이되는가 누군가 날려 보낸 꼬리연 하나 전선줄어1 매달려 아프게소리칠때마다 차갑게 염색되는 써늘한 풍경 그스산한길로 2()04년 한맥문학 시부문 당선. 오혜곤 문학회 회원. 미주 환국문인협회 회훤. 57 r 얀 혔 얀 뷰 야 시 우루루달리는나뭇잎들 때로는이겨울의숲속을 목메이는기다림 잠들기도하지만 심한고뿔에 울음을토해내는 나무의신음소리가 소근소근속삭임소리로 들리기도하는환청 마알창게익은햇살한점 헛기침한번에 환한웃음이반가운 그한줌의꿈 봄이던가 58 \ 시 강학희 엄마의골무 반질고리에서 또르륙 굴러 떨어진 가죽골무, 이미 바짝 마르고 뺏뺏해도 여전히 엄마 냄새나는 엄마의 검지다. 엄마가 가리키는 곳을 따라가면 검지 뒤쪽으로 엄마가 지나간 행로 해적도 비밀 부호처럼 희미하게 그려있다. 아이처럼 뒤뚱뒤뚱 천천혀 한 걸음씩 흔적 따라 철음올 떼고 멈추어서면 고즈넉한풍경속슬픔은 먼지와 바람으로 흩어지고 실핏줄처럼 퍼져가는 섬세한 엄마의 손놀렴, 내 생애 속 아직도 늙지 않은 엄마는 새파란시간의 그물을곱게 짜작은생처럼, 물려 입을 배뱃저고리 하나 겁고 있다 엄마의 가죽골무 , 나의 태궁이 따뜻하다. 이대 교훗파졸업‘ 1976년도미. 샌프란시스코 꺼주. 2003년 《순수문학〉 시부문 신인상. 한국문인협회, 째미시언협회. 제계한민족작가연합, 미주현국문인협회 회 원- 59 시 곽상흐l 비어서 하늘어다-이민자 깊은적황색의 눈眼이타는 그가 지나간자리에는 청노루발자국찍혀있다 발간 겨울꽃나무열매 지천으로떨어져 사시절늘푸른 솔나무잎의냄새가 난다 새鳥발처럼가볍게 바쁘게움직이는 그의손 꿈을움켜진 60 〈현대문학.으로둥단? 뉴육 현대「 예슐 아카데미 풍애셔 다년간문확강의. 쩨1회 박 남수 시인 대상. 시집 5권, 영시집 1권. 수필집 3권. 소설집 1권 동 다수의 져서. ..._ - ’ ‘ ‘- --- 、 -- ... ‘-- \.. --‘ -- - - 그의손은늘비어있다 비어서하늘이다 넘어온 바다를닮아 언제나파도가넘실거리는 그의혈관 싸리 꽃나뭇가지 일렁인다 노을빛춤추는그의 꿈의나래 부시다! 시 61 시 기영주 실성한사람의노래 그는 때때로 시장 거리에서 내기를 했다네 중년에장맹을잡은적이 있지 그런데 판돈이 하나도 없었어 화투장을 판위에 내던지고 그는 오래 정들었던 시장올 떠났네 몇해 전에 그림자 우글거리는 거리에서 마지막 내기를 하더구만 그가 가진 모든 것올 걸었지 엄지손가락에 힘을 주고 갔어 따라지를 거리에는 만국기가 걸려있었고 하늘은어찌나푸르던지 그는그만실성을했다네 그 뒤로 그는 노래를 부르며 거리를돌아다니네 얼마전에 그를만났더니 말하더군 근심도 걱정도 없고 거칠 것도 없다고 62 오렌지 글사량 모임 회장 역임. 미주 시조시인 협회 회장 역엄. 미주한국문인협 회 이사. 시집 r맨해튼의 염쇠(2002년). 현재 Or킹1ge County 에서 의료 개업. ”· - - 시 나는 요즈음 밤에 창가에 앉아 그실성한사람이부르는노래를듣네 -바람보다가볍게와서 강물 되어 흐르는 노래를 듣너l 63 김경용 귀향의날 기억하는지 엄통한파 언별들이부서져내리고 칼바랍에 시(詩)를 잃은 밤길먼끝 문고리에 들어붙는 추억들올 웃음소리 틈으로 들어서며 벗는외투,묵은탄식 스쳐오는따뜻한손 - 활활단 홍당윗바퀴에 수집은듯맴돌아오는 장시(長옳), 머나먼 시 천근만근 무거운 여독에 막들은 내리고 시 {lll주문학) 시부문신인상n잃8년) . 현재 마운트버논나자렌 대학교 커뷰니캐이 , 션학과정교수. 저서로는 r기호학이란무엇인가;, . r기호학의 즐거움』t한국빽상출 환문화장 수상착 ;). "‘ Caged In Our 。lVll앉맹s: A Book 아‘&mio피c.'i,. 64 - - 꿈속으로 잦아드는시 잊혀지는시 기억하는지 밤길먼끝 문고리에들어붙는 잊혔던시들을 시 65 1 시 김내수 인생찬카ι生홀贊歌) 보아라! 한쌍의 새들이 짝올 지어 하늘올 난다 부는 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솟는다 하늘문이끝없이열린다 자유로다평화로다 너와나도하늘올난다 흰구름타고바람따라구름따라 산 넘어 바다 건너 저 하늘 끝까지 날으리다 새바랍일어난다 천지의 넋이 우리를 감도네 하늘과 땅의 진수, 질서 그리고 그 진실 속에 너와나는존재한다 우리의 삶은 시들지 않으리 이 우주 안에 영원하리 보아라! 웅대한 아침 해가 하늘에 떠오른다 찬란한 그 빛이 어둠을 가른다. 장엄하고 거룩하게 만천하를 밝힌다. 온우주의 힘의 근원임을선포한다. 앓혔 전남 곡성 출챙. 내콰의사. 〈문학세계〉 2001년 시 당선. 66 \ - - - - ~!·.· 옹 생명의 근본임을 선언한다. 듬뿐가득히바춰다오 시 혼백에 깃들은 그림지를 거두어다오 하늘과 땅의 진수, 질서 그리고 그 진실 속에 너와나는존재한다 우리의 삶은 시들지 않으리 이 우주 안에 영원하리 보아라! 한알의 씨앗올 흙에 묻으니 순이 나고 움이 트고 빈 가지마다 푸른 잎과 아름다운 꽃이 핀다. 그득히열매를맺는다. 너와 나도 향끼로운 꽃이 핀다 참뭇의 싱싱한 열매가 열린다. 대지의 흙의 냄새 감싸고 돈다. 하늘과 땅의 진수, 질서 그리고 그 진실 속에 너와나는존재한다. 우리의 삶은 시들지 않으리 이 우주 안에 영원하리 보아라! 깊은 산속의 생물이 흘러흘러 이 대지에 이른다 큰 바다를 이룬다 그 청량한 물소리 핏줄 따라 흐른다 뺏속깊숙이스며든다 혼백을 맑고 즐겁게 채워준다 마음의 거문고 발랄하게 어르고 켜는구나 너와 나는 기쁘고 즐겁게 노래 부른다. 67 }학?. 시 하늘과 땅의 진수, 질서 그리고 그 진실 속에 너와나는존재한다 우리의 삶은 시들지 않으리 이 우주 안에 영원하리 68 김동찬 사랑시 사랑 시 쓰기 어렵다. 시인이란시인은 열번씩 ,스무번씩 돼지 새끼 낳돗 뽑아놓았을 터. 백번씩,골백번씩 사량을하면서 살다간사람들은 말로 일기로 편지로 사랑을휘갈겨놓았으니 내가쓰는사랑시는 신라의한처자가 시 〈열린시빽 편집인. 글마루 동인.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저서로는 산문집 r집 심한 당신에거 11.,. 시조시집 r신문 얽어주는 예수」, 시집 r봄날의 텃발l 69 - - - - 뱃7}에서 떨군눈물이 노래로흘러내려온것. 시 햇빛에 바랜 이 거무튀튀한 자국은 조선시대의한처자가 잠 못 자고 쏟아놓은 핏자국일까. 인디안청년이 도끼로나무에팍팍찍어 약혼녀에게 남긴 유언일지도 몰라. 내가마침내찾아냈다고 생각하는시구절도 필시 오래된책장의 케케묵은먼지일터. 그래도사람들은 사랑을앓고, 시인들은 사랑시를쓰고, 시인이되다만나는 그대의 문 앞에서 서성거리며 70 시 아직도 어려워 어려워 하고있다. --‘ ‘·. - - -- -- -- 」”--”” ··ιιi • ‘ - - - - ‘ \ 71 ‘.씩 끼 - - ‘‘ 시 김모수 지정석指室席 햇볕 바른 눈부신 앞자리가 내 자린 줄 알고 우졸거렸다 태초에 정해진 나의 지정석이 낮고 낮은 지구의 아래동너l인 줄올 늦가올 해질 무렵에서야 알았다 나무로는 수액樹植을 길어 올리는 뿌리께 꽃으로는 꽃망울올 달기 위해 기다리는 꽃대 자리 바다로는 가늠 잡히지 않는 수심水深의 끝자리 땅으로는 더듬어가는 수맥水服의 눈먼 뒷자리 하늘로는 수평선 깔고 누운 아득한 밑자리 지능으로는 고작유치원 아이의 철부지 수준 천방지축하늘의꼭대기 〈창조문학〉 시 퉁단. 미주한국문인협회. 채미시인협회 회원, 시와사랍톨 홍인. 져서로는시집 r달리는차창에 걸린수채화」, r추흥빛신호둥」 72 시 별자리만 우러러보며 살아왔다 다 차려진 밥%써1 수저만 들면 되는 행운아로 착각錯覺을 했었다 지금은 한생을잘못산벌節로 고달픈무릎에힘을싣고 쉽 없이 녹슨 계단올 올라햄}는 채무자價務者의 신분身分 가장 소중한 것올 놓치고도 구멍 뚫린 가슴 내색 없이 기워나가야 하는 시리고 아픈 자리인 줄은 더욱 몰랐었다 73 시 • • ‘” ‘ i4iz J· ·34 굉 *14 ‘ -j i-- ‘ - at-- - -- - - ·;」 ·113 4 억----- J 1 3 i ‘ L- -‘ -t r i - -- - \ 、 경북 예천 출생. 며주한국문인협회 회장 역임. 체1회 미주시푼학상 수상. 현재 가주 베이커스필드 거주. 김병현 황금동전 가을 은행나무 밑에 지천드로 떨어져 딩구는 황금 노다지 도둑들도 수전노들도 돌 보듯 한다. 황금도 지천이면 돌과 동격인가 저 황금으론 세상의 아무것도 살 수 없기 때문일 거야. 술과마약과여자를살수없고 사치와 허영과 거품을 살 수 없고 학위와 벼슬과 명예를 살 수 없고 사랑도 행복도 황금으로 거래된다는데 저 황금으로 그런 착각들 살 수 없어 더욱 값지구나 . . 황금과돌덩이가동격인 세상 겨울 바람이 그 진가를 아는지 싹쓸이 해간다. 74 --=-- ----- - - ....,, - - ----- 시조 김산 思、索의길 하찮은 문셋거리 귀담아 두지 않으려 바랍외진 숲길을 혼자서 걸어본다 어느새 가슴 속 별이 상심으로 와 닿네 혼탁한 생각일랑 여울물에 씻기고 피로해진 섬신은 소망으로 달군다. 초록빛 부신 숲속에 아픈 사연 풀어놓네 목마름을 축여서 십 1큼한 기분으로 신명나는 나날이 계속되길 벌어본다 그 연민 혜아림으로 내실올 다짐하네 〈해외문학〉 시부푼씬인상. 〈자유문학〉 시부품 추천완료. 〈혐대시좌신인장. 환 국문인협회. 째미수휠문학가협회, 미추한국문인협회 회월. 75 김신웅 봄편지 봄바랍 바다타고 금모래밭에 위태롭게아장거리는 어린아이걸음으로 보리밭에다달아 넘실거리는춤으로온다 가시밭이라 피해가지 않고 남긴상처꽃이되고 골목길에선 무수한발걸음남긴 빙판녹이며 어머니부축하던손에 쥐어지던온기만하게 그렇게번지며 세월이건너는강에 글을남긴다. 시 많년대 토요 홍펀1 〈시와 시흔〉으로 퉁탄. 뼈와동포문학상, 가산문학장 수상. -미 주 한국기독쿄푼언 협회 회장.역멈. 저셔로는시집 r대협질」, r바람없는 ‘달에포 뜨는연J 76 --‘ “ . ~ ∼, -- -- - - - - ∼-- . .-. . - . ‘ . ---- ---‘환 • . ‘ - --τ-- - ν • - - -- -. ---- 낱등; “-삶 - - .‘ -‘ --....-- ‘ ‘ ‘;. :.~ ··k' ,ι. -「'I:" d - - --- -- - -. --- ---- - ----‘- -:--,· ‘ 시 김영교 그휠l 가는 걸을보았는카 빛이가는길을보았는가 시간이 가는 길을 보았는가 빛이 일어서면 휘감긴어두움을풀고 땅에서 시작하여 위로 솟는 처음과끝 작은 흔들림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정밀하게겨냥하여 무너뜨리며 빛과바람이 안에길을틀때 무릎꿇게하는저진동 분주함마저 지극히 아름답게 흐른다 아이는 흘러서 어른이 되고 출발은 흘러서 도착으로 가는 길 안테스 문확상, 해외 푼합상. 이화문학상 수상. 현채 미주환국문인협회 부회장. 저셔로는 시집 r우솔초 롬.」, r신호퉁(Traffic Lights)」, f물 한 방울의 기도 -s. r너와나.그리고우리」, r소리 지르는돌」, 산문집r길 위에서j 77 r, .‘ LIir ψ-- ’ 시 보이는 길과 보이지 않는 길 길이 없는곳에도 여전히 있는길 닿올 수 없는 이숭의 거리에서 밤파낮의양팔올흔들며 다가오는바쁜걸음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한다. 78 .뀐 시조 김영수 따뜻;한구름 비캔후 아칭햇살에 구름이 분홍이다 침대 이불로 쓰면 아직 꿈은 따뭇해질까 그사이 크림이된구름 누가한입먹었네 79년 〈샌문학}으로 둥닫. 동빽문학상. 시조월드 푼혁장. 새째뺀l폴뿔빡쌓훈 장. 저셔로는 사조집 r흙호톨』. r봄쩨J . r어머냐J. r휩可훌何., . r찰며 차항쩍-미캅. 우리시대 현대시조1.00인선 r인연」. f당신의 사과녁무J 79 시 김윤선 풍경소리 당신의 이름을 ‘등’이라부릅니다 어린 저는 환한 둥에 업혀 검은 산맥과 바다 건너 은하수까지 놀다 오곤했습니다 당신의 글씨체도 얼굴도 모른 채 이토록 늙은 제가 어제는 꿈에 당 신을봤습니다 여전히 지워진얼굴, 북적대는 사랍들 속 한 걸음에 달려가 껴안습니다 아, 아버지 ‘ 차갑게 뿌리치십니다. 어리고 아프지 않아서 이러시긴가요? 얼굴 도모른채 당선보다 늙은 저를 젊은 당신은 영 영 못 알아보시는 건가요? 꿈이야, 어서 깨야지 하면서도 벌어지는 둥 쫓아가느라 작은 맨발은 자두 빛, 주르록 눈물까지 흘리다 잠 캔 새벽 창가헤 달린 작은 .풍경. ‘찰, 찰, 찰 ’ 저 혼자 옵니다 풍경,네가불렀나요? 천길 만길 허공을 질러 영혼을 불렀나요? 등 의 음악도 회색 코트 도 기억해낼 수 없는 저는 아직도 아버지를 등 이라 부릅니다 당신은 참 따뭇한 등의 사람이군요’ 이런 투의 정서로 만나고 헤 서울출생. 중앙대 예술대학원졸업. 2006 미주〈중앙일보i 신춘문예 시 부운 당선. 80 - 」 - - -- , . - I >t.: ‘ ~ 시 어지며 이만큼 왔는데도 여전히 당신은 .등 . . 당신은 진작에 영혼이었나요? 모르는 남자의 끌리던 등이었나요? 하지만 이제 저는 둥이라 불리는 당신올 기다리지 않아요. 궁금하지도, 미움도 없어요 아직은 너를 모르겠노라고 외면하던 당신 바람결에야 다녀가신 살아 부르지 못한 당신이라는 둥 긴 꿈에 든 찰나의 새벽 꿈속. 맑은 소리로 오셨던 아름다운 ‘퉁. 어리지도 아프지도 않은 지금 고이 접어 보내드립니다 은하수 너머 별빛 속으로. 81 , , · ‘ i:1 ·;--μ, 」씨 ·.싫 ‘ l ‘ hillLlllil-- ‘,‘‘‘‘ ---rLi-- ’ 시 김인자 그들은누구언가 버써 이헌 란 별 밤 써암 넓런 써함 올 들 하 명 가 별 밤 생 기차 타고 지나치던 산골 마올 굴묵으로은하뉴 흐르고 창문으로별빛 쏟아진다 초가지붕 아늑한마음 사랑과믿음이 하늘에가득하다 갑자기 은하수가 빨려드는 9층 지옥* 블랙홀 서울출생. 。l대 약대 졸업‘ 월잔문학세계 풍단. 저서로는 시집 f짐안으로보는 길」 82 시 혼돈과 죽음과 . 절규가덮치는 생명과평화는사라지고 하늘의 지도가 바뀌고 있다 --=} 조용한아침의나라 남쪽에서부는햇볕에 북녘아이들 별을보며꿈을꾼다 .‘ -” -- -- -- - - - -‘ J ; -- - ’ 한데 지상에선햇볕받고 지하헤선핵무기제조 전쟁을향한핵의품 무엇을위한 누구를향한전쟁인가 그들은누구인가 τ-- - --- ‘--“ 1*?· ‘ . ~ - - --4 83 핵폭탄 북녘 산골에서 포효하는 블랙홀 7천만의 생명과 평화를 앗。}가려는 그들은누구인가 { .‘ 한반도의역사여 말하라 ·단테의 r신곡-지육 편」 84 시 \ 김준철 한방울의소나기 이것은전쟁이다 실탄이지급되어진 죽이지않으면죽는. 아스팔트 위에서 벌어지는 숨가쁜전투인것이다 시 도시 위로 쏟까져 내리는 총탄들 아우성치며 쓰러지는 가로수 잎들과 피 흘리듯 젖어드는 건물들의 주검 살아남아야한다 단 한발의 실탄만이 주어진 채 결국, 2댄을 향해 쏘아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전투 마구 떨어지는 총탄 모두가 내가 되고 네가 되는 것이 아니다 서울 출쟁. 시대문학 동단. 저서로는 시집 r꽃의 깃렬은 눈이 부시다j 85 3-4 4 월 ·J*- 그 -- -킬 3 - 찌 1 갤-- --- -닝 333-- 훌 -i ‘ · ijJ - 훨홉 3- 건」-- - --」 -3 v ·i· “ - -- - 시 단 한 발의 내가 있듯 단 한 방울의 네가 있을 뿐 수없이 지%써1 명중되는 빗방울들 안에서 내게쏟총알을찾아 머리를들이 밀어야하는것이다 정확한 조준 없이도 세상을 저격하는 일은 얼마나 쉬운가 저안, 어딘가에서 솟구쳐 오르듯 터져버릴 한 알의 내게 겨냥한다 . \ - \ 86 --� - -- - R 찰 ---t ---? -...... 시 김희주 간i밤~l 코요테 일엔 무슨 일이 그렁그렁울고싶을땐 그들은 담요 한 장씌 울러 메고 플러튼의 코요테 힐(Coyote 페ll)을 찾는다 펑퍼짐한 산마루에 자리 잡으면 씨늘한 밤바람이 뺏속올 파고든다 그래도 무시당했던 그 눈빛들보다 훨씬따뭇하다 어둠과 반죽된 알콜, 니코틴, 환각제 등 쏟아지는 별빛 아래 맞닥뜨린 본능들 마시고, 피우고, 던지고, 깨뜨리고 낄낄거리고, 시부렁거리고 줄줄 싸고 황흘한 향연 끝에 나동그라져 둥글게 구부러진 둥위로 내려오는 빛의 직진엔 거부반응, 어디론가 떠난다 밤새 지켜보고 있던 선인장의 몸통엔 차마삭이지못한아픔이 독침으로돋아나있다 간밤의 그 자리엔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들이 • 〈창조문학〉시부문신인상‘ 시와사랑들동인. 1;1J주한국문인협회 회원. 87 훌 J · ak · ιJ i---- 」 ·j 냉 - 4 시 .a ”’ -- i 구겨진휴지조각으로명굴고 마지막남은양섬은 ‘ i· ·S. ‘ 」 j - - -i ? 꺼 - - -- - - ‘ - - 퀴퀴한 담요조각에 돌톨 말린 채 역겨운악취만풍기고있다. - - -- r i--i1 . - -- 」 -‘. j ‘ ··t · t J 1 - - \ 、 88 시 문인귀 어째야한다니? ~t· 사람은 책책 매연올 뱉고 자연은 쿨럭쿨럭 매연올 마시고 ~ 햇볕은 바삭바삭 대낮올 바수고 달빛은 쩌엉쩌엉 밤올 얼리고 한 “ S p · -- 하늘은 찢어져 너덜거리고 별들은 미끄려져 떨어지고 - - ‘· 어째야한다니? 훌;: - - -. 조물주님 끌끌 혀를 차시다 이제 곧 설레설레 사래를 치시면 , · ‘ - r--- ← ν· - - -- - 미주한국문인협회 이사장. 회장 역임. 창조문학신인상 수상. 채12회 며주푼학상 수상(2003년). 시창작교실 〈시와 사랍들〉운영. 져서로는 시접 r눈 하나로 남는 가송이 되어,I. r떠도는 섬」 89 박복수 쓰레기들의돌진 화학 첨가물로 뭉친 육가공제품 소뼈도깎아넣은잡육 시 곰팡이와 싸우겠다고 들어앉은 방부제 척를 즐겁게 하려는 화학조미료 코를섬기려는향료의 투신 씹을때보드랍고 원활한기계작동올위해 한몫끼어든유화제 아름답게보이려고 뒤집어쓴색소 산화방지제와 합궁 탄생한 미트볼, 햄버거 , 소시지 한자리 톡톡히 잡은 첨가 포장물의 기름때 진공 팩에 들어간 가열살균 이만하면 오염 측면에서도 〈수휠파 비평〉 수훨 퉁단. 〈문예풍동》 시부문 신인상. 채미기독교문언협회 이사 창역임.미주한국푼인협회회원. 90 -- - ---- 높이 평가되나니, 주머니 헐렁한 주부들 향해 돌진하는쓰레기들 시 91 - - -냉 uq 11 · 시 박영호 서민의강둑 연작서사시 「동밑센 해 떠오르는 나라」 중에서 - - 아득한 세월의 골짜기로부터 할머니의 물때 묻은 흰 치마폭 펼쳐놓은 듯 그런 빛으로 늘 하늘을 닮아 흐르는 강 여인들의 젖가슴 같은 퉁근 산 들을휘돌아서 늘 배고파 잉잉대던 아기들의 목을 축이던 어미들의젖줄과도같은 희고도후른빛으로 늘 대지를 적시며 강은 흐른다 오늘도 이 서민의 강둑에서 조용히눈을감으면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새벽안개 속에 토기를들고서성대던 옛 선민洗民)들이 보이고 어디선가 흥겨운 장단소리도 들리지만 .\ 태평성대의 노래 소리는 잠시뿐 〈자유문학〉 시 2회 추천으로 풍단. 〈문예사조i 명론. 〈해외문혁〉 수훨 부문 션인 상. 가산문학상(명론)수상. 한국 문협,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원. 〈미주시언} 편집 주간. 92 연작서사시 가뭄에 마른긴강줄기를따라 마파람이 갈대 숲올 휘젓고 이내 쏟아지는 장대비에 캉물이 넘치듯 어디선가들리는 이적들의말발굽소리와 길고 긴 피난민의 긴 행렬들 내어린시절겪었던전쟁 강올 울리는 천퉁 같은 포성 귀를 찢는 비명소리 들리고 피눈물이흘러가고 주검들이흘러가고 골육이 갈라지는이별과슬픔 황토빛홍수로흘러갔다 깅물은 오늘도 하늘 따라 흐르고 낮이면 우리의 슬픔을 강바람이 실어내고 밤이면 민족의 한을 찰량이는 강물에 행구어 달빛 별빛에 씻어내고 있다 철따라찾아든연어들 이강찾아온실향민마다 강물에 손 적시어 귀향의 회포를 풀고 인생에지친낙오자들 93 ’ . -- .‘ . - - -- '°-.1 .... i,피 • ‘ t ’--‘ ‘ :, 「· ,、、 .‘ i ‘ . -- • -- - -- 고통과 패배의 빈 소주병을 강물에띄워도보내지만 역사의 이 픔 을 모르는 젊은이들 꿈과사량과희망에짖어 시 강물 을 추억의 사진 속에 담아들 간다 그러나그러나 강물 들이키고 허한 강바람에 배를 불리던 허기진 세월의 고향 땅이 차라라 그리운 실향민의 주름진 눈 그늘 속에는 오늘도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먹을 것을 찾아산과 들올 혜매고 있올 북녘 아이들의 누른빛 얼굴들이 강물에 노올 빛으로 타고 있다. 깊고푸른강 그 강 바닥에 잠겨 사는 슬픈 혼령들은 그들이 왜 죽어야만 했는지 이유를모른채 오늘도 강바닥올 슬피 떠돌고 있다 언제쯤일까 북행열차의 기적소리가 94 애 . \ 시 강물위에 길게울려 펴지는날 철교 위를 굴러가는 우람한 바퀴 소리에 물속에잠겨사는혼령들 두손들어솟구쳐오르고 강물도 너울너울 춤을 추며 훌러 강둑에 배어있는 우리의 피맺힌 한을 씻어내고씻어내어 하늘빛같이고운빛으로 다시 추르디 푸르게 흘러 가리 95 배송이 이유 시뱃물이 얼음빗장올열고 노래하며흐르는건 수초가머리풀고 춤올추는건 버들강아지 솜털반짝이는건 온갖물감들이고 꽃들이피어나는건 내마음 성숭생숭들뜨게하는건 햇살이 대지위에새기는 시 강원도 삼척출생-〈창조문학〉 시 풍단. 시와사랍들 동인, 마주한국문인협회 회원. 96 \ ;£ r「’ 아, 봄. 션 감흙-뭘 --ti - - ---s 훨헐 - -차 ·i 펀 ι·irk - 를 --훌← ·· L % 휴£ ----활 활환 fL ”률= &쩔깐깐 ·f L r 97 ---‘- -; ;-- . .-•. ‘ ..._, � -; -‘- ” CJ ‘ . -- ~ 」 .... ‘ - - t . - •t ., -‘t.. . . • ;.1.. 1‘ • -- 시 백선영 담쟁이 거철고 험한돌담 감싸안는 보잘것없이 헐벗은올담 덮어주는 비바람에 금이간흙담 다독여이어주며 오르는손 가을에 진홍빛곱게 겨울담을 〈한국얼복i 션인상 시부문 업상 ... (창조문학〉 신언상수상. 시와 사림들 동인. 미주 현국문인협회회원. 98 시 ·F t- --; & ‘i ‘ ‘ ,- ξ‘- ;---;- - ... - ‘냥- --- --- -- - -- .. ξ -- - - -- 넘지못한아버지 .초록빛 봄마다 찾아오시는 선(빼) . 99 변채무 껍데기 Bee Canyon에 가면 벌이없다 뭉개진꽃밭에 빈껍데기만쌓이고있다 시 알 속을 끄집어 낸 빈 상자, 말라가는 나무껍질 말을 앓은 TV. 다리 부러진 탁자, 빛바랜 옷가지들 밑창 없는 신발짝 그리고 또 있다 찢어진 의자에 기대고 있는 타이어한짝 바람이었다 70마일로 달려온 껍데기였다 누가 아버지를 껍데기라 했나 허리가꺾이고 타이어처럼퉁근어깨를 석양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 아버지 미주 〈중앙일보i 신춘문예 논픽션 당선. 〈창조문혁〉 시부운 신인상-글마후‘ 시와 사랍들 동인. 미주환국문인협회 회원. 오핸지글사랑모임 회장 역임. 100 켈 iJ Bee Canyon에 가면 꽃도없고별도없고 아버지도없다 껍데기만수북이 쌓여있다. 시 101 - ' ? ’ 석상킬 일라거라나의시여 원래노래를잘부를줄몰라 나의 시가 잘 팔리지 않는데 시 지랄 같은 봄은 잊어버리지도 않고 마리린몬로마냥섹씨하게 엉덩이를흔들며 골목을 휘젖고 돌아다니네 날씨가좀춤더라도 일라거라나의시여 겨울새가앉고싶어 눈독을들이게* 매화꽃망울마냥 시눈(詩眼)을열어라 돌꽃눈도달아라 .조선조시 .서.화가 허련의묵매도에서 102 1939년 출생- 1980년 이후 며주 〈동얘. 〈중양. 〈한국일보j에 A] 발표로 문학활 동. 1994년 〈창조문쩍 시 신헨상. 미주한국문인협회 이사‘ 석청흐l 가슴엔아직그눈이 갈피에묻혔던 빛바랜사진한장 밝은불빛에도 희미한얼음 별비추이다 바람불고비쏟아져 창살에부서지던빛 안으로와다시쌓이고 계단을타고오르던 빛을가리던눈송이 지금어디에쌓였을까 쌓여가고있을까 빛바랜사진속의 바람과별과그비와눈 가슴에눈발로남아 시 Alongside of암le P잃밟lg ’l'i.me 영시 둥단. 한국크리스천문학. 〈창초문학} 신인 상. 한국운협, 미주문협 , 만l주시언협회 회원, 미주크리스천문협. 국제햄률렵한국 본부회원. 103 ‘;‘ �‘ - ’ 아직 녹지 않고---- -- 104 시 \ 송영구 혀를펴고싶다 입에 물고 웅얼거립에 지쳤다 타액이 용광로에 산화한다 시 귀는 여든이 지나 벌들의 난장판 놀이 왕왕만 거푸 먹는다 담배 한갑 사며 다시 혀가 기절한다 쩔러 넣은 주머나속 손에 긴장 수(水)가 흐른다 보았다 섬광을빌려올수있겠다 태백운명철학관 털보료위에 정좌짙은염색 얼굴 찰이든 눈으로 내 전신의 꺼풀을 벗기며 독설을 던진다 에고 말년에 편히 밥술 얻어먹으러 왔지 녹녹치 않지 털어놔 풀어줄게 윗밥을 녹음테이프로 파내고 화장실서 오십 바퀴 돌며 입술 모아도 감읍하고 2005년 〈한울문학〉신인상수상. 한울푼학문인협회. 미주현국문인협회 회훤. 105 효험짱좋은부적 있으면 영어무지잘하는걸루 106 시 .., .\ 시 묘판경라 유채꽃 누이의 급성간염 노렇게 어지럽던 시절 어머니 손바닥에 스며들던 물. 유채꽃 모양없는병 속가득들녘이 따라와 밤마다 소곤대는 꽃의 말 받침이 되어주고 뚫- 캄캄하게 얼었던 땅에서도 삶은 그렇게 풀려갔지요 흙처럼 단단했던 뿌리의 눈, 다시햇살의줄기를잡고 잔잔한색깔로다듬어져 가는 당신마음같은저꽃들 오래도록 감추고 있던 그리움 어머니 ’ 하늘을 밀치며 올라옵니다 바람을 헤치며 퍼져갑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 어둠속에 어둠을 녹이시던 어머니. 당신 속에 1990 미주 〈중앙일보i 시 당선. 1997 〈한글문혁} 시 추천. X뼈∼02북가주소노 마카운티 한국학교교장 역엄-째미시인협회. 미주한국푼안협회 회원. 107 - - - - - 있었네요 있었네요 시 바쁜 도시를 비껴서 길 열리는 삼월 고향같은 저 언덕올 오르는 어머니 그리운, 누이가보여요 누이를 닮은 환한 꽃들이 보여요 108 \ - 」-「· , ------ - -- ‘··‘-- 묘센혀l 사」틴뻐1비지나가면 찬비는알까 널만나회춘하는사막을 근근이부지한목숨 파릇파릇 생기 돋아나는모래땅 자갈밭모래톱올비집고 눈물처럼 피어오르는눈물꽃 봄찾아 꽃을찾아 나비한마리날아든다. 꽃향기 천릿길 달려가더니 꿀벌떼몰아온다. 접속되지않는그리움 깊은시름의바다에서 신음하던 고독의 그 시간들이 보일 듯 산화하는 아지랑이 넌 ,봄을가불했다 시 경남 마산에서 태어남. 2002년 〈순수문학〉으로 둥단‘ 미주한국문언협회 회원. 109 ·시 -- 깨 J ’ 힘들때모은눈물 보석처럼 빛나는 너의 언어 사막, 네 가슴 뛰고 있다. 110 \ 시 오연희 밥솥 뒷마당한구석에 초라한 몰골의 밥솥 하나. 쪼그리고 앉아 었다 벙 둘러 붙어있던 걸치개는부서져나가고 폼통만덩그렇게남은 저알몸속에서 부슬부슬 익어가던 구수한 살 내 벌먹벌떡 숨을 몰ο}쉬、던 입술 가슴을 열면 이팝꽃 눈부시던 풋풋한한시절있었다 불더미에 얹혀서도 성급히 타오르지 않던 뭉근한기력을다한, 퍼주고또퍼주고 긁히고긁혀앓아진바닥 탄탄하던몸 봉긋 펼쳐져 날아갈 것만 같던 치맛자락 〈심장〉 시 풍단, 〈해외문행 수훨 부운 신인상1 미주X」중앙혈봐 산춘문C얘 신인 문 학장(넌픽션). 글마루. 시와사람들 동인. 미주환국문인협회 이사, 웹 판려 위원장 - ---- ·l l • -l ’-- 그윤기흐르던처음도 거친마지막도 훌훌 털어버린, 허방 속에 햇빛과바랍 온종일소슬거리고있다 112 시 오영근 찰4:와영원 λ}이 눈올뜨면찰나 눈감으면영원.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 눈올뜨변 호사스런총천연색 눈감으면 의미심장한흑백영화. 하루에도수천번 찰나와영원사이를 오가며 영생의꿈을즐긴다. 빛이들어오면생존이고 흙이 들어오면 죽기로 하자. 시 2003년 환국 〈좋용q랍〉어l 정공채, 융강로 시언 추형으로 둥단. 연세대학교 의과 대학, 문리대학 교수 퇴임. 오혜곤 품학회훨. 미주한국문인협회 회훤. 저서로는전 공서척과 r아담과 이브의 배꼽』 퉁 잉권 번역 및 저술i 시집 f시는:,. r시는사량l 113 -- - 시 관이덮이면 목이비틀려도 이를악물고라도 눈올감고야말리라- 영원히돌아가는 흑백영화를 즐기기 위하여 . ’ -\ 114 오정방 내니어 66 나이보다 젊게 보인다는 말은 자주 들어오고 있는 일이지만도 이철없는젊은이야 시 웬만하면 더 이상 이렇게 묻지 말게나 . • 금년에 연세가 어떻게 되느냐고?. 아닐세, 얘기못할것도없지 그게 무슨 감출만한 큰 비밀이라고 나도반 100년전에는 열여섯이팔청춘이었고 40년전에는 야직도 꿈 많던 숫총각이었고 30년전에는 두 아이의 자랑스런 아비였고 20년전에는 식솔과 미국으로 온 가장이었으며 10년전에는 〈째기문확〉 시. 미주 〈중앙일보i 시조, 〈문학파 육필〉 수펼 부문 풍단. 현째 미주 • 한국문인협회 이사- ~오돼곤문학회 회장- 서집 r다시 태어나도 나는 그대를 선택 하려.I, r그리운 독도」. r영혼까지 독도에 산활하고,1(공저) 115 l 펙 옐 」 3j 캘폐- - -퍼 -- ’ 시 처음으로 할아버지가 되었다네 그러니까올해 내 나이는 6뺑 졸업이 가까운 6학년 6반인데 잠시앞을내다보건대 살아서 맞올지 죽어서 맞을지 그건 한 분 밖에 모르는 일이지만 11년 뒤에는 희수喜뚫가 되고 22년 뒤에는 미수米賣가 되며 33년 뒤에는 백수白흙가 된다네 ‘·: --‘ 『 맺 J · 3 검--김에 1 쳐·에 ·i “ 3 ← R 에 - -·‘---이 S ·J·--7 -- 생각보다 세월 참 빨리 잘가는구만 자네도지나놓고보면 인생이란 게 정말 잠깐임을 느낄게야 \ 116 시 유봉희 나어테의소리가들려나요 시계 소리만 커지는 아침 열시 누군가 자꾸 벽올 두드리는 소리 그울림집안올채운다 나가보니 머리에 빨간모자를 쓴 딱따구리가 콘크리트 벽을 쪼으고 있다 많은 나무 놓아두고 하필이면 벽을 부리 아프게 두드려 보아도 벌레 한 마리 없는 집 한칸세들수없는벽올. 눈먼새인가 시각이 멀면 청각이 밝아진다지 벽 속에 숨겨진 나무 소리를 듣나 보다 잠자고 있는집안의 기구들을 깨워 그들이 먼기억으로부터 일어나는 소리를듣나보다 --「 -ιrri-- 덴-” rt 」· ”‘ ---R 당 한훌 -- I l -- -- --r ‘쇠--” κ& ←· · 』 ε - 한= 뇨」-----〔 · ζ ’ 저것보세요 책상 나무 무늬가 파도처럼 출렁인다 .... 117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2002년 〈문학과 창작〉 신인상. 저서로는 시집 r소금화석」(2여 ‘3년), r몇 만연펙 걸음」(2006년). r英훌훌 한국현대사 99언선」 (2아)6년) -:; '.i, ‘ • - - 、 ‘‘ I E ι ‘---*- --f 시 마루 바닥이 물씬 송진내를 토해낸다 초 1틀에서 푸른 가지가 피어난다 어떤 나뭇가지는 벌써 하늘을 가릴 만큼 커져 간다 빨간모자쓴 딱따구리가 획 날아칸다 나무 창틀이 솟아올린 숲으로. \ 118 시 .. ‘...,... ~ 윤 훨 뀐 흑백사진 선생님이 봄 소풍날을 발표하자 이학년 사반 씨동아들은 와와 발을 구르며 뛰며 손꼽아 기다렸던 운동장은 울긋불긋잔칫집같았다 드디어 교장선생님 당부의 인사말씀이 막끝나고 열중쉬어조금지나 . 오시마고 약속하셨던활매가 하매나 오실까 까치발로 조마조마 눈과 귀가 교문으로 쏠려 있을 그 때 하마터면대열에서뛰쳐 할매 치마폭에 얼굴올 물었을 뻔 했던. 할매는 장농 맨 밑바빽1서 금세 꺼내 입으신 듯 꼬깃꼬깃한 명주치마저고리와 빠질 듯 흘러내리는 쪽진 비녀 오목 들어간 볼 처진 눈꺼풀 주름투성이 얼굴 허리를폈다구부렸다 우산걸음으로 걸어오시며 학교에서 부르는 이름을 모르시는 할매가 숨차게 경북 예천 출생. 〈십상) 신인상으로 퉁단. 환국문인협회. 재미시인협회 회원. 미 주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저서로는 샤집 r。l민시대j 119 il 시 - “ l 숙희야아! 숙히야아! 이거 받아라 조금은 부끄럽고 자랑스런 작은가슴에 안기엔무겁고컸었다. ·ι J .f t · - E- - r i -- ‘ • . 여 π 작 %r. ‘ - ‘ ‘ 3--- 펴경킬 ---#-” 1 년월 v 소풍지는 개울물이 흐르는 야산 큰 수양버들 그늘에 자리를잡았다 할매의 까끌까끌한굵은 손마디로 싸고또 썼을삼배 보자기 속에는 입안에 넣으면 헛바빽l서 달고 살살 녹아 없어지는 눈깔사탕도 목구멍올 톡 쏘고 넘어가는 사이다도 깨물면 B싹뿌1 청각올 자극하는 과자도 없고 삶은 고구마 찰밥 묶은 콩 쑥떡 같은 것들만 들었다 초등학교 주욱 이루어지지 않던 소원이 사진첩 속에 할매와 손녀가 웃고 있다 120 이기윤 쩔레꽃 시집올열어보니 詩들이잠에빠져있다 깨워도반응이없어 밖으로나왔다. 오솔길올걷는데 윗전에 맴돈다. 저 詩에요. 사랑해요. ‘ 마음이얽혀 하늘어1물결이 인다- 멀리서 나를또부른다. 옷자락붙잡아앉힌다. 하얀빛 짙은향기로 장자던 詩를 찔러 깨운다. 시 고려대학교 국어국운학과 졸업기환의학박사. 한국문인협회. 한핵문학동인회. 오 랜지글사랑모엄. 회전그네시동언회. 째미시인협회, 마주한국문인협회 회현. 저셔 로는 r내 마옴의 무지개」(공저시접) 외 10권. 121 - - • . • ‘--- 시 --‘. 찔레시심함께 서재에돌아오니 시집속詩들이깨어나 종알대고있다. 새들이노래를부른다. \ 122 이성열 후추와고추 후추의탁쏘는맛 그이유를알겠다 열매마다 까닿게태운 뜨거운여름열기와 진력한일벌들의노고 온전하게스렸으니 고추의매운맛도 알고보면그원리 따버。 님 님 。 Eτ= τ5""-. τ5""- 초봄부터 얼얼한맛날아오고 태양은그물들이랴 긴여름을서성대고 시 j .뻐'AN 우수 신인상 수상 퉁단, 미주 f중앙일보〉 단편소셜 당션 진열장획 시 (Poetry in 감1e Window}· 상 수상. LA Poetry Fes피val 구생휘훤. 마추한국문인 협회 이사장 역임. 저서로는 시집 r바랍은 하늘나무:I, r하얀텃세」 풍. 123 이용애 숨쉬는겨울산 비를맞고선져울산을 이른아침부터 시 빗속에 서서 넋 놓고 바라봅니다 산밑에서부터 피어오른 비구름이 정상에서 흘러내린 안개와 환회의 입김으로마주쳐 온 계곡올 활아 내려갑니다 옷을 몽땅 잃어버린 알몸의 겨울 숲을, 오묘한 몸체의 바위산을. 옷올 입혔다 벗기고 다시 입히는 저신비스러운순간들 어제까지 나를 감동시켰던 웅장하게 버티고 선 엘 카피탄*과 지는 해를 맞받아 붉게 타오르던 해프돔*의 잘 생긴 얼굴도 충북 융·성 출생‘ 1잃8년 미주 형누앙일봐 션춘문빼 시 당선, 1998년 뿔학세계〉 수필 당선. 1999년 〈한국시죄 신인상. 124 마지막석양빛에빛나던 키큰상록수의 노오량게 물들었던 정수리까지 노련한 화가의 붓량n서 속살깊숙이감춰진 핏줄기죠;차 올라와 움직입니다 뚜렷이 매혹적인 구석 없이도 가슴올흔들어놓는 안개구름올 걸쳐 입은 켜울 산. 요세미티 계곡의 겨울 산 모습이 두고두고 내 가슴에 살아있을 한폭의숨쉬는그림이어라 시 ·앨 카피탄(El Capitan): 요세미티 공원에 있는 세계 최대의 바위. 계곡;에서부터 3천600피트 크기의바위. . ·해프돔(H려fDome): 요셰미티 계곡에서 바라보이는 벙하와 지반의 웅직임으로 북쪽 면의 반 이떨어져나간바위. 125 시 이윤흥 고요침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한밤중, 혹은새벽에잠올챈다 잠깨어’ 돌돌 말아 꼭 껴안고 있던 어둠을 놓고 몸을연다 왼종일소음속에숨어있던 고요가다가선다. 바로가까이서 바깥 어둠 속 아주 머언 곳에서 나팔통만한귀라도 귀 기울이지 않으면 그대로 스쳐가는 귀 있어도 듣지 못하는 소리로 다가션다 그 소리에 가만히 몸을 연다 몸속에 달려있는 큰 귀, 작은 귀 다 열어 놓는다 한 마음 꼬-옥-잡아 터놓은 물길로 느릿느릿 더디게 고요는 들어서고 고요가 고요하게 들어서면 설수록 몸은가벼워져 126 미주〈한국일보i시부푼당션,창조품학신인상수상,채외통포문학상시부문입상. 국제웬클럽한국협회, 환국문인협회. 미주환국문인협회 회훤, 시와사람들 동안. 이렇듯가벼워져 고요모르게 고요하게 퉁,치면 내몸,빈소리 바깥귀에까지들린다 시 아, 고요란 이렇게 가벼워지는 것이구나, 그 고요함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127 시 입혜신 465호실의창總、) 저 백곰 잠이 드네 지나는 오소리들 바스락거리는 소리 못 본 척 밀어두고 머리를 땅에 누이더니 달빛 받아 낭호 L하게 밝아오는 첫 겨 울의 · 동굴로 스며드네 어디션가 제 심장 매질하는 바람소리 가여워 라 북풍의 옷자락에 매어달리는 마른 나뭇가지들 먼 별에서 오는 신 호음처럼 덧없이 퍼져나가고 졸음에 겨운 백곰 훈훈한 몸에 혼올 묻 고 푸근한 엉덩이에 계략을 묻고 싱싱한 머리차락에 욕망올 묻고 새 하얀 짐승의 눈까풀올 철킥, 내리니, 북극의 긴 겨울이 깊어가네 게으른 추억의 마올에 눈꽃송이 하나 둘 내리기 시작하고 한 때 사랑했던 사람들 문득 톨이켜 보네 떠나간 사람 미워했던 사람 미련 없이 용서하기 시작하네 환하게 잠드는 생 의 다사다난한 고요, 해결이 없어도 좋다는 한갓진 결말, 가슴에 품 었던 사슴이며 새이며 물고기들 원한처럼 식욕처럼 색욕처럼 흘연히 사라지니 무방비의 저 큰 산 등줄이 그욱하네 128 워싱톤 문학. 미주 〈한국일보i로 풍단. 않obal Network of Poets. 빈터 통언. 워싱 혼문인회. 해외문학회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원. 저서로는 r혼합의 숲1.. rKorean American Poetz_γAnthoi옐찌(공저〕. r임혜신이 얽어주는오늘의 미국 현대시j 시 II 무생(無生)에 하양게 엎드리는큰사내 예뻐라. 엎드려 북풍에 씻기는 고운 자학 그대 곁에 한 바탕 눈먼 혹한을 지피려니 피어나네, 내 붉은 첫 생의 도화 129 →1 컬 ‘ 끽폐.폐 i--, -- 경 행 ‘녕 굉 『페 l3 - - --J ” =· i si-- , -----η-- ‘-- 시 장선영 진주의비밀 이골이났네요 그리움에도이골이났고 기다립의 세월에도 눈물에도 길가어l 횡구는 낙엽 한 남에도 눈길한번주지않고 더구나사랑은 담 너머 호박녕쿨 빵을옆에두고도 눈요기로때울수있음도 그만이골이났네요 그런데 파도가 저렇게 설레는 범송낱줄에 알알이박혀있는별들을 바라보노라면 왜 자꾸 가슴이 떨리네요 연한 살 속에 깊이 박혀있는 \ 인천출생. 문예연구둥단. 재미시인협회. 환국문인협회.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원. 130 흩흩=」 시 굵은모래알하나 무지갯빛 고운 진주로 태어나는 조개의 비밀을 알고 있는 탓일까요 131 시 장태숙 목련, 그 화사한 미소를 위하여 흘트 가든에서 목련나무 묘목 사오던 날 막막한생의삽날올세워 동그량게잔디를떠내자 어둠 속에 갇힌 축축한 상처 소스라치게 환부를 드러낸다 그속을후벼파는일 웅크리고 있던 것들이 번쩍, 눈에 불을 켠다 까슬한저항의자갈돌들 내 의식의 결석(結石)처럼 단단히 박혀있다 네 속의 돌맹이를 제거해야 돼 부드러워져야해 턱턱울리는신음소리 땀방울 붙잡고 피 묻은 기억들이 딸려 나온다 충치 뽑힌 자리처럼 덩그러니 입 벌린 구덩이 고요한 자락을 뒤흔드는 저 빈 자리 깜깜하지만 목련, 그 화사한 그리움의 미소를 위하여 132 · 1990년 〈문학공간〉 수펼부문 신인상, 1992년 〈창조문학〉 시 부문 신인상. 2001 년 창조문학가장-저서로는 시집 r내 영혼 머무는 곳에」, r그곳에 내가 걸려있 다:, . r고요 속의 파운j 시 나는좀더무자비해졌다 내삶의밑바닥에 목련나무 허리 반듯이 세워지면서 굳게입올다문 흙의 껍질, 혹은 잔디의 흉터 133 . .. , 시 장효정 어떤섬판 무너지기 위하여 솟구치는 파도처렴 죽기위하여 온 몸이 으스러지도록 들이 받으며 귀향길에오르는연어떼 · 주홍빛 몸 훤옷으로 갈아입고 제의를 치르듯 알올 낳고 죽음으로 가는 성스러운길 누가그길에 재를뿌릴수있을까 인간은 그 길에 그물올 친다 처절하게 뛰어오르는 만삭의 임부들 그앞에 번득이는칼날을들이대고 목숨보다 소중한 복중 태아들을 꺼내 허기진욕심을채운다 드넓은 태평양의 풍성했던 기억들 날카롭게 비늘 세워 잘라내지만 이화여대 영문과 졸엽. 1998년 〈한맥문학〉 풍단. 국쩨 펜률럽, 미주셔인협회. 이 대홍창문협 •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원. 저서로는 시집 r내가 나률 엿보다」 134 시 차라리 길을 잃고 싶을 때도 있었으리라 수많은 상처로 온몸에 핀 울음 꽃 우리를향해던지는 악다문 비명이 하양게 골짜기를울릴 때 순리를 거역하며 식욕을 챙기는 이 때 묻은 육신은 얼마나 부끄러운가 나는 내 죽음을 모독할지도 모를 저 그물을 생각하며 어떤 신성한 심판을 받고 있었다. 135 시 정문선 비에젖은시 그 얼굴이 보름달 보다 더 화안하다. 시인들의 모임집으로 가는 날 차선도보이지않게 비가내렸다 핸 전 는 다 운 시 었 우 써년 에 폭 시 비 글씨가번져 원을수없는시 가슴으로흘러든다 창밖은퍼붓는비 희고붉은들불에 목숨이걸린 프리워1이를달리는차 --삼월”이란제목은 라디오 코리아 수필 당선. 〈창조문학〉 신인상 당선. 시와 사람들 동언. 미주환국 문인협회회훤. 136 몸뚱어리를앓은채 꿈으로 홍조(紅懶)되어 푸른잎날개 봄으로흔들리고있다. 시 137 펙 시 정어빙 J 씨 ‘. 거리(距離) ‘퍼 돌담올사이에 두고 있는 말씀들사이에서 외치는소리 그소리때문에 내 몸이 커다란 귀가 되었습니다 손에 닿으면 손이 귀가 되고 발에 닿으면발이,눈에 닿으면눈이, 가슴에와닿을때는 하늘올 덮는 귀가 되어버렸습니다 • 、.‘ “ .그 - 어느날그귀가 바람을타더니 한 시진(時辰) 거리의 가깝고도 먼 곳에서 눈없는얼굴로 백팔 염주 입에 물고 작아지는 춧불 속에 있었습니다 이것은 모두 포도나무뿌리에서 당신 옆에 서는날 없어질 부끄러움인데도- - - - - - \ 1939년 전남 광주출생. (~단푼학〉 신인상 수상. 시와 사랑둘 동인 •• 며주환국문 인협회회현. 138 오느으 2. ,_ 몸부림치는울음속에서 그누군가가 내가버린귀를들고 그동안흘러버린 소리들을 주어 담고 계심을 봅니다. 시 139 정용진 무궁화꽃 미주로이민온지 어언서른여섯해 떠나온 조국이 하도 그리워 문앞활il 조국의얼 민족혼(짧)의상징인 나라꽃무궁화 한그루를 심고 새싹이돋고 꽃이필때마다 찬바람에 잎을떨굴때마다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슴을기울였다 . 한해가기우는세밑 첫서리가내리던날 무궁화나무앞에서서 경례를붙이고 시 .지명선. 시인 동인. 미주환국문인협회 이사장, 회장 역임. 미주문학상. 한국크리 스찬문학상돼상 수상. 저서로는 시집 r경마을J. t장미 밥에서」. r빈 가슴은 고요 로 채워두고」. r금강산.I, 에세이집 r마음 밭에 삶의 풋융 심으며」 외 1쥔. 140 전정가위를들고 곁가지를 치기 시작했다. 더나은 민족의 꽃을 피우기 위하여 더강한 민족의 힘을 키우기 위하여 더광활한 한얼의꿈올 이 젊은 대륙에 펼치기 위하여 나는 조국의혼 민족의꽃앞에 온갖정성을기울여 물과거름을주었다. 우리나라의국화 우리조상의 얼 우리민족의영원한혼 무궁화꽃만세! 시 - 141 시 채수옥 크레스트의눈보라 눈 찾아간 날의 산은 몹시 줍고 음산했다 폭풍 속 눈보라는 천지를 뒤덮고 발목묻히는눈속 억새처럼 휘어지는나뭇가지 위로 흰 새떼로 날아오르는 서릿발 바람은 한 폭 수채화를 그리고 풋풋환 내 유년의 시린 벌판이 회오리쳤다 잎새마다 아픔으로 얼어붙은 눈발 눈 덮인 산 웅크린 집들이 낯설지 않았다 계곡을 치닫는 거센 바랍 울부짖으면 지붕 위 눈발 꽃잎으로 흩어져 내려앉았다 처마 끝마다 열린 창백한 고드름 토사에 앗겨간벼랑물을닮아있었다 눈 무게만큼 기울도록 자신을 내어주는 휘둘리고있는나무는 강원도 강룡 출생. 미주 〈한국일보j 시부문 당선, 〈한글문학〉 시부푼 신인상. 142 시 때묻지 않은 어느 영혼올 보는 듯 했다 뒤돌아본눈쌓언양지 절박한 외로움을 떨고 있는 버팀목 아래 여리고푸른작은미래가나무그늘에 숨어 수줍은 희망을키우고 있었다 143 시 최석봉 겨울산 마른가지사이로 겨울 산이 잡힐 듯 내려와 있는데 산기숨에작은집들은 멀리만보인다 지난겨울 이른아침산를오르다가 편안하게죽어 있는 젊은이를보고놀라지 않았다 죽고싶도록 그렇게괴로웠단말언가 사랑이나진실같은것을 찾아헤매다지쳐 겨울산에 와스스로삶을포기 한 시체를보고덤덤한것은 겨울산찾는사람과 144 시 연관성이 있는걸까 그래 겨올산은조금운슬프다 145 시 최선호 꽃밭에서 우리서로손올잡고 함께울었지 도 따 도 지 닭 짧 돼 바핸 써“ 울다지친눈물거품 꽃으로펴고 밤새도록꿈에지친 새벽닭도함께울었지 목을뽑고혜를치며 피를토했지 박두진 시언 추천 「문학파 意훌j으로풍단. 〈창조문학〉 문학명론 풍단. 천셔로는 r바흔 말 고운 얄'. r육영 반쇄기」. r땅의 실수 하늘의 은혜」. r시펀정해」 퉁 146 시 효단길수 낙tj와승반I 5 성공해 돌아온다고 입술 깨불며 건넌 태평양 바다 일 년 내내 여릅 같은 알몸의 서든 캘리포니아 말 더듬어 주문하다 햄버거 두 개 받고 쩔쩔매던 ESL 과정 밟고 경영학 실무 삼아 뛰어든 아르바이트 상가에 다섯 평 남짓 가게 인수받아열던 기쁨 긴·목에 도금 줄 걸어주며 달러 세는 쏠쏠한 재미로 몇 곱절 남기니 사는 맛도 곱절로 웃음꽃 피지만 스스로 선택한 길에 외로움이 나선형으로 파고든다 외로움도 나누면 반이라고 사막을 바라보는 사랑 선인장과 야자수 커가는 이국의 밤은 깊어간다 졸업하고 귀국하면 초록빛 바다 같은 꿈길 열리고 스페니쉬 몇 마디는 텀으로 얻어가는 줄 알았다 한보그룹 부도나고 굴지의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했다 IMF、허리케인이 한반도 강타하고 폐허로 잔해만 남은 한 학기 채 남지 않은 유학의 끝물에 침몰히는 귀국선 멧목에 생을 의지한 보트피플은 국경을 넘나들고 충북청원출생. 청회사며버대학문예창작학과졸업-〈시와시학〉추천.〈현대언〉 명론 천료. 빈터 동인. 국채 뺀클럽 한국본부회훤. 미주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147 !f· 경- ; · 녕퍼피- = - - … ·*I ‘”· 」 끼」 · t i “*이 - -- 깅 『 j i4 - -- 찔. 시 도마뱀 꼬리 스스로자르고자갈틈에 몸숨기지만 애지중지한 살림만 늘어나듯 멀어져 가는 고국 하늘 산타모니카 해변에 앉아 눈 기다리듯 바다를 본다 절망도 잠시 노란 박꽃 진 뒤 배불러오는 아내 청춘은 힘없는 자의 아득해져가는 볼멘 목소리 불법체류자로 두리번거리며 대문에 금줄 거는 슬픔 뒤틀려진 세%써l 옹알거리며 쓰러져도 일어나는 아기 널 지키려 살아남겠다는 약속올 아는지 아장거린다 열 번의 공휴일과 한 달 네 번의 주말이 지나가며 목에 걸린 세금 줄도 살아있다는 소중한 기쁨 돌아가기에 늦어버린 늙어가는 낙타를 누가 기억할까 . ‘--‘ ‘ - - ι • - --- , .‘· ‘ ’ f,-' ‘ i ‘ 」‘ ‘ .. “ ‘ i i· 一 πiJWi 「 애 -- u . , ·연서--;-- --” --- ‘ 서 X i 이천년 미 연방 센서스 발표는 18만여 한인 불법체류자 두 가쿠 중 한가구는 고통 겪지만 불법노동자 일감으로 코끼리가 되어가는 1조 달러 육박하는 미국 지하경제 t J ‘ μ -- r ·“ 3 ‘‘ ‘. \- 148 츠 홍인숙(그레이스 홍) 불면 아무도묻지않았다 오랜날숙명처럼 이고온 어둠흔드는 바랍의기척만반가울뿐 날지도못하는 새한마리꿀어안고 매일 밤과 밤올 건너는‘ 이유를 아무도물어오지않았다 홀로 뒤척이며 사윈 밤올 보내면 ‘ 반가움으로찾아드는 아침의손 오늘은또 어떤열망을안고왔을까 시 〈시마올〉. 〈한마운학〉으로 풍단. 한국문인협회, l국체웬클럽 한국본후. 째채한민 촉작:7)-연합, 미주한국푼인협회 회원. 저서로는 시집 r;A.f량이라부르블낼용퍼1롬; 하나:, . r내 안의 바다1 149 수필 소Lr를쩡깎학먼석 고대진 소냐를 만난 것은 한 1993년 버지니아에 있는 작은 교회에서였다.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윤 목사님도 안 계신 교회에 소냐가 나타났 다. 한국말은서툴지만교육부전도사님이 되어 보수없이 학생들올 가르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민 2세로 하버드를 졸업하고 그곳 신 학교에서 그의 신랑 테드와 함께 신학올 공부하고 있으며 한글학교 에서 한글도 배우고 있다는 말이었다. 나는 그녀와 함께 초 중 고둥 부를 세우고 대학생부의 성경공부반도 만들어 그녀의 집에서 모임을 가지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루퍼스(lupus)란 불치의 병을 앓고 있다고 했다. 창백한 얼 - \ - 1989년 도미. 〈미주문학}, 〈창조문학〉, 미주 〈중앙일보i률 통해 퉁단. 훨 택사스 ‘ 대학 생물 정보학 교수. 미주한국푼인협회 이사. 150 수필 굴에 가끔 홍반이 돋기도 했으며 몸이 많이 아플 때는 대학 병원에 입원을 했다. 그 대학에서 캉의하고 있던 난 병실을 지주 들릴 수 있 었는데 그녀는 병상에서도 전혀 힘든 것을 내색하지 않으며 항상 웃 는 얼굴로 아이들 이야기를 했다. 한국을 알려고 했고 아이들 하나 하나에게 사랑을 보여주었고 문제가 있을 때마다 좋은 카운슬링을 ;, 해주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소냐를 잘 따랐다. 그 중에 내 아이도소 냐를 잘 따랐는데 아마 소냐의 사랑올 잘 느꼈기 때문이었으리라. 전도사 일을 마치고 박사학위를 위해 프린스턴 대학으로 가고 나 • 소식이 끊겼는데 갑자기 소냐에게서 리치몬드에 내려와 만나고 싶다고 전화가 왔다. 2002년 봄이었다. 저녁올 함께 먹으면서 .들은 삿 ·.그녀의 지난 몇 년의 이야기는 가슴 아픈 일들의 연속이었다. 목회자 즈 로 활동하던 남편이 자신이 동성애자임올 고백하고 목회를 그만둔 일에서부터 이혼 그리고 그 충격으로 뇌출혈을 일으켜 반신이 마비 카 된 일 - - - - --그래도 석사학위를 마치고 그녀의 부모J} 계신 매리랜드 • 로 돌아와 계속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도 반신을 잘 움직 - - 일 수 없지만 겨우 걷고 또 손으로 자동차를 몰 수 있게 되었다는 말 -을했다. “나는아직도왜내가이런고통을당해야하는지 알수없 어. 역설적이게도 내 논문의 제목이 .고통을 통해 만나는 하느님’이 거 대화 중에 아픔을 딛고 일어서려는 소냐의 의지와 희망을 볼 수 있 어서 소냐를 보내면서도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집으로 가면서 소냐 가웃으면서 말했다- “난 혼자이지만 아직 젊고 예쁘고 하고싶은 일들이 많아. 공부해서 박사학위도 받고 또 가슴앓이하는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H 151 수필 생각해보면 모든 것에 대해 불형해도 모자란 형펀인데도 소냐는 항상 긍정적인 쪽을 보고 있었으며 또 남을 도울 생각을 하과 있었 다. 나이보다 훨씬 더 성숙하게 인생올 보고 있는 소냐의 마음이 내 누이같이 여겨져 언젠가 소냐의 삶을 다른 아픔을 격는 사람들에게 소개하여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뒤 이메일올주고받으며 이야기할수있었고또곧리치몬드에 다시 오리라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전 남편 테드가 남 겨놓은 전화를 걸어달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 루퍼스에 걸린 소냐가 또 많이 아프구나’라고 생각하면서도 무척 불안했다. 전화를 받은 테 드는 울음으로 대답을 못한다. “소냐가 그만 우릴 떠났어 . 영원 히------ - 엄마와 오랫만에 오페라를 보고 행복해 했다고 했다. 집에 돌아가 서 엄마를 보내고베란때 쓰러졌는데 다시 일어날 수 없게 되었다 는 것이다. 서른 다섯의 생일을 막 보낸 날이었다. 우리는 사랑히는 사람올 보내면서 많이 아파한다. 언젠간 우리를 보내면서 다른 사람들도 아파하겠지. 피할 수 없는 이별이라도 이별 은 슬픈 것이니까 말이다. 그렇지반 우리 모두 다시 만날 수 있지 않 을까? 다시 만날 것이란 생각을 하면 이별은 그렇게 절망적인 것만 은 아닌 것 같다. 이 세상에서 맛보던 아픔과 안타까움이 사라진 평 안과 행복에 둘러싸인 만남이라면------ 아마 소냐는 세상이 그래도 \ 희망은 있고 그래도 내일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고 말할 것 같다. - \ 152 겨울수필 페이스메이커(Pace M하‘er) 〈둘) -소냐(Sonya)에 게 세상이 너무 빨리 돌아가고 나의 생각은 너에게만 멈춰 있을 때 나는 가만히 이 시간으로 내리고 싶다 혼자 멈추는 순간 세상의 모든 것들은 한적한 시골 역 같은 ‘지금’이라는 정거장에 날 슬그머니내려놓고 연기를 뿜으며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말겠지만 멀어지는파아란별에 너를 두고 혼자 내린 너} 가슴은 와르르무너지고말겠지 지금의 내가 어제로 돌아갈 수 없듯이 내일의 너는 지금으로는 결코 올 수 없겠지 멈추는 순간은 영하 273도 모두를얼리는절대온도 너의눈물 냐 뜰 때 우리의사랑까지도 박제된물고기 느려지지마 멈추지마가슴아 153 수필 불 갯 번 춤 빼 웹 번 전 꿈은 훨훨 날개 달아 오르고 나는 또 내일로 걸어가야 한다 • 심장의 박동이 느려져 멈추려 할 때 전기자극을 주어 다시 정상맥박올 회복하게 하는 기계. 154 수필 Ltt 삭량, 。 l루억X)길 I 노기쩌| 산행올 함께 히는 회원들어l게 내가 말했다. 인간의 스침이 없는 순 철한 첫눈올 밟으면 기원한 사랑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12월 둘째 일요일이지만 아직 앞뜰의 단풍이 완전한 옷갈이를 물내지 않아 내 집 앞은 가을이다. 그러나 어켓밤 가을의 꼬리를 물고 나타난 초겨울 비가 제법 사납게 가올을 밀쳐 내는 듯 했다. 밤새 바람을 동반한 세찬 빗소려를 들으며 이튿날의 -산행을 거의 포지했었다. 더구나 다음날까지 이어진다는 비 예고가 회원들 마음 에 확실한 산행 결심올 주지 못했던 실정이다. 회원들이 새벽부터 주 고받던 확인전화 후에 반짝 개인 하늘이 우리 마음을 부른다. 넉넉히 웃어주는 밝은 해가 내 얼굴 믿고 산으로 가라고 확신을 준다- 〈문학세계〉 수필 당선, 〈한국수필〉로 둥단. 채4회 채외동포푼혁상우수상 수장. 155 수필 등산로 입구까지는 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이동하던중 살짝 얼어버린 도로에서 한두 번 미끌, 뱅그르 돌면서 아찔한 순간올 당했 다. 순간 유월에 있었던 차 사고를 상기했다. 아니 또? 이건 아니다. 다시는 그런 끔찍한 교통사고는 안 당할 거다. 막무가내 하나님께 부 르짖었다. 싫다고. 절대로 안 된다고. 운전대를 잡은 남편의 빠른 손 놀림으로 차는 다시 제 길로 들어섰다. 비 온 뒤 산에 쌓인 첫눈올 밟게 된 기쁨드로 산행에 동참한 회원 들이 나이에 상관없이 환호성이다. 비 맞올 각오하고 산에 오른 것은 축복이라며 한마디씩 보태어 행복올 빚는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순 결한 첫눈올 밟으면 기원한 사랑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부인을 동 반한 60대 회원이 얼른 동참한다. 자기 사량이 꼭 이루어져야 한다 고.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이루어지길 기원하는 사랑올 가진 그 자 체가 아름다운 것이니까 . . 제한된 인간관계로는 사랑올 하며 살 수가 없다. 사랑할 만한 사람 올 사랑하는 건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 사랑할 수 없는 사람, 사랑하 기 싫은 사랍, 그런 사랍들을 끌어안올 수 있는 사랑을 해야 한다. 그 게 내가 이루고 싶은 사량이다. 그동안 내 삶 속에서 내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게서 내침을 받았던 사람들올 기억해 본다. 앞으론 그들에게도 따뜻하게 웃어 주 고 싶다. 내가 싫어하던 어떤 면을 감싸3효자. 이해하려 않던 내 생각 을 바꾸자. 누가 뭐라 해도 옳다고 생각한 내 판단의 기준을 지워버 리자. 백지로 남겨 두고 하나씌 포용해보자. 과연 해낼 수 있을지 자 신은없다. \ 내가 사랑할 만하진 않아도 누구나 한 두 가지 좋은 면을 가진 사 - \ 람들이다. 내 눈에 띄지 않던 그들의 좋은 점틀올 찾아야 한다. 그리 곤 그들을 사랑하는 거다. 그래야 내가 푸근하고 넉넉한 사람이 된 156 수필 다. 그러면 누구보다 내가 편안해진다. 내가 사랑하지 않아도 그들은 아무 상관이 없다. 다만 내가 불편했을 뿐이다. 평안하지 못했다. 결 굳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결과가 되었다. 앞에선 친구였는데 뒤에선 가면을 쓰고 헐튿던 사랍을 모임에서 만났다. 그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본다. 그의 가족도 동행했다. 아는 - 팩 활까? 말까? 난 네가 내게 한 짓올 다 알고 있다고 빈정대고 싶었 r ‘ 다. 가족 앞에서 망신올 줄까? 그렇게 하면 내 속이 시원활까? 나와 눈을 맞추지 못하는 그 모습에 측은한 맘이 든다. 억지스레 나를 헐 플던 때엔 뭔가 심사가 뒤틀렸던 모양이라고 덮어주자. 이왕 모임에 � 만났으니 유쾌하게 분위기 조성하며 그와 립획올 이루어 우리가 되어보았다. 사f협}는 사람을 가지지 말라. 미운 사랍도 가지지 말라. 사랑하는 . 사람 못 만나 괴롭고. 미운 사람 만나서 괴로우니라. 법구경에서 원 .. 은 구절이 내겐 실행할 수 없는 것으로 느껴진다. 사i휩}는 사랍도 화음껏 가지고 미운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으로 바꾸고자 마음만 고 쳐먹으면 어렵지 않게 사랑하게 되는 것을 경험한다. - 세상헤 어찌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올 만한 사랑으로 살 수 있을까. 「 더러는 내가 싫다고 욕을 할 수도 있고, 또 더러는 내가 못 마땅해서 가위표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자. 굳이 빈장대며 나를 깎 아내리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고 허락해주자. 구태여 아니라고 반박 할 필요가 뭐 있겠는가. 억울하고, 분이 나고, 창자가 뒤틀리더라도 잠깐만 시간올 보내면 다시 측은한 마음이 생겨날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내 마음이 평화로워 진다면 난 얼마든지 미운 사랍들 올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잊어버리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자꾸 기억해 내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보면 결국은 이해하게 되고, 껴 얀을수있게되겠지. 157 수필 죽올 뻔한 사고를 당해 보니 그 어느 것도 내 목숨파 바꿀판큼 중 요한 건 없다. 그갓 욕 좀 하면 먹어주자. 행여 내가 속해 있는 어느 단체의 회원 중에 그 동안 합당치 못하게 내게 내침을 당했던 회원들 있었다면 이 순간부터라도 그들올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꾸자. 나만 이 아는 이런저련 이유가 머리를 스친다. 그러나 내 목숨과 바꿀 수 있을 만큼 누구를 미워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오늘 하루 내게 신설 올 밟게 해 준 산을 다시 돌아본다. 내 마음이 하양게 표백되었다. 158 수필 λl깐은 작퓨l맏 :X:JL t각는덕l 박영보 ‘~}팍무가내로 어지럽혀져 있는 방을 정리하는 중 꼬깃꼬깃한 신문 J륜크랩 하나가 눈에 뜨였다. 날짜가 나와 있지 않아 정확하게 알 수 활 : ;없으나 큰 아이의 현재 나이로 볼 때 적어도 이십사오 년은 더 됐 ?폴 f것 같다. 내용을 읽어보니 세월의 빠른 흐름에 대한 무상함올 느 .게 된다. 큰아이 완이가 초등학교 일 학년이나 이 학년 때쯤의 이 잔함 :?·l인데 이곳의 일칸지에 실렸던 내용이었다. 완이는 이 동네의 리 ;틀리그 팀에서 야구를 하고 있었다. 주로 투수를 맡고 있었지만 가끔 츄격수나 이루수로 기용되기도 했었다. 5승 무패의 등판기록으로 이 끼역 리그에서는 가장 좋은 성적을 이어오다가 첫 패배를 당하고 마 논료를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나서 쓴 글이었다. 원고를 보낼 때는 아 〈창조문예〉 시부푼 풍단, 〈문학쩌계〉 수휠부문‘신인상. 〈현대사좌 신인상3 패미 수필문학가협회. 한국문인협회. 미주한국운인협회 회원. 159 셔 머 무 제목도 붙이지 않았는데 신문사에서는 임의로 자부심을카우며’ 라는 제목올 붙여서 올려졌던 내용이다. | 종반전에 접어든 리틀리그에서 처음으로 패전투수가 된 큰아이가 고개 를 떨군 채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5숭 1패. 투수로서 결쿄 나쁜 성적은 아니다. 그 에이지 그룹헤서 현재까지는 가장 좋은 숭률올 유지해오고 있 지만 오늘의 패배에 마읍이 아픈 모양이다. 원래가 내성적이고 사교적이 지 않아 자기표현도 별로 하지 않는 편이다. 숭리투수로서 마지막 타자를 스트라이크 아웃올 시켜 승리투수가 되고도 겸연쩍게 썽끗 웃고 마운드 를 내려서는 게 고작이기도 하다. 두 손올 크게 벌리고 환호하며 동료들 과 손바닥올 마주치는 미국 아이들과의 다른 점이기도 하다. 허나 요즈음에 와서 자기의 몫올 다하려는 의지와 책임올 미루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날의 허어로가 되려는 무리를 범하지 않고 자제력올 보일 때마다 부모로서의 마음은 대견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참으로 큰 변화이기도 하다. 작년 이 무렵 얼마나 마음을 조려왔던가. 안 타를 치고 나갔다가 득점을 하고 들어오면 코치를 비롯한 팀 동료들이 환 영올 해도 아무런 대꾸도 없이 덕 아웃으로 들어가 털썩 주저앉아버리기 일쑤이고 자기 팀 공격 시 타자를 위한 웅원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 는아이였다-친구들과마주칠 때 그들이 하이. 완이 하고 인사를해와 도 아무런 대꾸도 없이 지나치기가 일쑤여서 민망스러울 때도 많았다. 시합 중에 작은 에러라도 한번 범하게 되면 이 부담혐l서 벗어나지 못 해 실수를 연발동}고 게임에서 패하면 그 원인이 자기 때문이었기나 한 것 처럼 온종일 우울해하기 일쑤였다 피처n댄드에 서면 너무 긴장한 나머 ~~ 지 눈을 계속 깜빡거리거나 업을 불안하게 쩡끗거려 코치나 동료는 물론 관전하는 학부형들까지 무슨 일이냐’ 라며 걱정을 해오기도 했다. 신경이 쓰이고 불안해서 그런가보다고 하면 “다저스의 더스티 베이커처럼 츄잉 160 수필 쉰껑올 씹어보라”고 할 때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고 차라리 야구를 그만 .: 두게 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들기도 했었다. 다른 아이들은 실수를 범하거나 게임이 잘 풀리지 않더라도 흔들리지 ε-않고 느긋하게 잘도 넘기는데 완이만이 자제력이 모자라는 것 같아 안타 깝기도 했다. 하기야 금년 시즌 초에도 작년과 똑같은 현~이 되풀이 됐 원었지만 시간어 흐르고 실력이 향상되면서부터 그러한 버릇이 점차 없어 ;; ff·쳤고 게임에 임하는 자세도 안정돼갔다. 정기적인 연습이나 시합어 없는 합L날은 아이들올 데라고 공원의 야구장에 나가 피칭과 배팅에 수벼 연습까 i;. 쉰지 시켜오기도 했었다. 그런 결과인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팀에서 꽤나 중 퓨냉;환 위치에 있게 된 듯하다. 느- 이제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긴 것 같고 실수를 범해도 혼들려지 않는 ‘ 상여유도 생긴 것 같다 게임올 꼭 이겨야 한다는 강박캠~1 서도 벗어난 듯 딴하다. 오직 자기의 베스트를 다하고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려 노력하는 모 ---숍이 보이기도 한다-시즌 초반의 타율 0.465이던 것이 후반기에 들어와 .· 1 0.300 대 이하로 떨어져 타순 2번이나 3번에서 6번으로 밀려나자 1m ‘ { :in a slump”라고 말해 주위사람들을 웃기더니 그날 게임에서 네 번 나와 .·! j한 번은사사구로 걸어가고세 번 모두 안타를 친 백 퍼센트의 출루율올 : ‘기록하며 타점과 득점올 올리기도 했다. 리틀리그. 그토록이나 소극적이고 자신감 없던 완이률 적극적이고 책 ... t 임감 있으며 솔선하려는 성격으로 전환시킬 수 있던 결정적인 계기를 마 ~-. 련케 해준 셈이다. 이제 남은 두 게임만 치르면 금년 시즌도 막을 내리게 되는데 이쉬움이 많아진다. 완이는 완이대로 친구를 사귀고 또 부모들끼 μ리도 교분을 나눌 수 있었던 기간이었다. 스탠드에서의 환호나 웅원 소리를 이제 작년처럼 풋볼 구장으로 옮겨 • 야 할 시기에 와 있음을 실감케 된다. 조그만 타운이지만 백화점이냐 공 원또는거리에서 만나는많은사람들로부터 “당신들이 완이 부모가아니 161 냐?”라고 인사를 청해올 때마다 촌스러운, 그러면서도 소박한국L부짐 같 은 것을 느끼게 된다 어느 사이에 완이는 이곳의 조그만 별。l 해 있다는 생각이들기도한다. 「자부심을 키우며」 전문 미국 아이들보다 체격이나 체력 면에서 약간 처지고 있는 것 같아 항상 신경이 쓰이던 일이 생각난다. 어쩌면 완이 자신도 그런 점에 심적으로 위축돼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 . 감올 갖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 같았다. 그것은 바로 실 력이라는 인식을 시키는 일이었다. 실력올 위해서는 더 많은 훈련이 필요활 것이라는 생각에 하학 후나 주말에는 공원 야구장에 데리고 . 나가 연습올 시키는 것올 게을리 하지 않았었다. 학교 다닐 때 야구 는 물론 체육시간 외에 어떤 종류의 운동을 해본 적이 없는 내 주제 에 야구 과외공부를 시킨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야구를 좋아하 는 내가 미국의 프로야구 관랍이나 TV 시청을 하며 각 포지션마다 해야 할 역할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것이 교육의 자료로 삼을 수 있었고 아마추어 코치의 흉내를 낼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 ‘운동은 힘과 기술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도 해야 한다는 점을 주지시키는 일도 잊지 않았다. 피칭연습을 시키자면 나는 캐처가 돼야 한다. 캐처미트도 없으니 야수용 글러브를 쓰는 수밖에 없었고 싱 가드도 없이 볼을 받아야 했 으니 노출된 양쪽다리는무방비 상태였다;폭투가되어 불규칙적으 로 튀어 오른 뺀드 웹 맞는 일。1 많아 양쪽 정강이에는 멍。1 지 \ 워질 날이 없었다. 어떤 때는 피멍이 들 정도로 세게 맞았을 때는 뼈 - 속까지 쑤시는 듯한 통증에 시달려야할 때도 있었다. 아무리 리틀리 그 아이의 투구이지만 그 스피드와 파워는 야수용 앓은 글러브를 통 162 수필 해 스며드는 통증 또한 장난이 아니었다. 손바닥은 새빨개지고 흐물 쉰l그러던 아이가 이제 서른이 넘었고 가정을 이루어 우리 곁을 떠나 버렸다 .. 항상 새로운 시도와 도전적인 면이 강한 작은 녀석도 장래를 -위해 세워놓은 새로운 목표를 위한다며 하와이로 떠난 지 이 년이 되 다. 야생의 동물들도 혼자서 먹이를 찾고 생명올-스스로 보호할수 -웠눈자생의 능력이 생기면 더이상부모의 곁올 맴돌지 않는다. 이런 편n .비하면 사람은 이들 동물보다도 훨씬 미개한 것 같다. 이런 동물 f\상탈ll 비해 사람은 훨씬 긴 세월 동안올 부모라는 우산 밑올 맹돌고 ?'웠으니 말이다. 자생력이 생기면 떠나게 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 j도 할 것이다. 어쩌면 부모가 보낸 그 많은 세월은 곧 이를 위해, 즉 -떠나보내기 위한 준비의 기칸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것을 .희생’ -이라는 말로 생색올 내려거나 무슨 대가 같은 것올 기대하지도 않는 -- 것이 부모의 마음이기도 할 것이다. 초 그런데 그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이 가끔은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호}고 그랄 수만 있다면 붙들어 매어놓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 판도 었다. 요즈음 들어 남아있는 시간의 길이에 대한 생각을 해보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다가오는 마감의 시간에 대한 초조감에서 그러 · 펀 것은 아니겠지만 그 남아있는 시간을 어떻게 가꾸어 갈 것인7써1 웹}한 생각으로 차 있는 것일 게다. 그렇다고 그럴싸한 모양새를 갖춘 -무슨 계획 같은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마 꼭 해두어야 할 일이 무 ' -엇이며, 그 무엇이 있다면 이를 어떻게 해 나가야 할 것인가를 생각 긍해보고 있는 정도이리라. 여기에 또 실천을 해 나갈 우선순위 같은 ·것도 정해두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시간은 빨리도 흘러간다. 석양의 붉은 노을을 바라다보고 서 있자 • 나 지난날들이 생각난다. 조금 전이라거나 얼마 전이라던 것이 어느 163 수필 새 십 년, 삼십 년 , 육십 년 전의 이야기가 돼 버리고 있다. 아쩌l까지 스쳐 지나간 세월도 그랬지만 다가서는 시간들의 속도도 여캄 빠르 지가 않다. 혼자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있는 요三음, 녀석들의 안 부가 궁금해진다. 어렸을 적, 어머니나 할머니가 먼 산올 바라보며 자식이나 손자손녀틀을 생각하며 서있던 것도 이런 마음에서였을까- - . 전하고싶던 마음에서 기다리는 마음으로 바꿔져있던 모습의 어머니 나 활머니의 그런 마음들. 구석진 자리에 흔자서 궁상스럽게 지난 세 월을 더듬고 서 있는 나 자신의 꼴을 생각해 보니 갑자기 늙은이가 다 돼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164 수필 OtLt로합흔 l멀콜 -안경낀초상화3 배희경 • ? 그의 유품 속에 전리품같이 간직된 까만 테 안경과, 한국에서 갖고 누렇게 변색된 태극기를 오랜만에 꺼내 본다. 열고 짙은 색상이 끄의 초상화 화폭에 번지기 시작한다. 떤 션을 보기 위해 나타난 안경 쓴 남자. 공중에서 바랍올 타고 내린 - 선풍이었다. 곧게 선 바지 줄로 키는 더 커 보였고, 얼굴은 코가 높은 • 까l 아주 좁았다. 선을 보러 왔다는 사실을 잊은 듯, 주위 한번 살피지 않고 아버지와 큰 소리로 대면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그랬다. 그런 - 한참 후, 그의 눈이 번쩍 긴 .방 끝자리에 앉은 나를 쏘듯 스치고 지나 갔을 때, 나는 그가 확실히 자기가 온 용건을 기억했구나 싶어 속으 합남 함흥t출생. 중앙대학 학부 문과 썰 수료. f문학세계〉. 〈한글문웹 수필 부 .문 당;선. 글마루동인? 마주한국운인협회 회원. 165 수필 선을 보고 난 얼마 후, 둘이서 만났으면 한다고 전해 왔다.팍난 와 서 살고 있는 구포 기차역 플랫폼에서 그를 기다리는 내 마음판 약간 들떠 있었다. 구포는 ‘부갓밴1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도시였고, 그 남자 는 대구에서 부산에, 또 부산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여기까지 와야 했 다. 초봄이었다. 비벼대는 나무 잎새들이 연두색 소리를 내고 있는 하 늘 아래서 두 번째로 만나는 순간어었다. 많은 객들이 기차셰서 내렸 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가 나타난 것은 제얼 마지막 칸에서, 그것도 아주 느린 걸음으로 내련 객이었다. 선풍 같다 고 생각한 그에게 이런 느릿한 면이 있었다는 것이 이상했다-그를 다 시 보고 있는 순간, 하늘어 기쁨으로 물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 “항상 안경을 쓰도록 합세.” 내 어머니가 한 말을 그는 오래도록 기억했다. 자기의 예리한 눈을 감지한 말씀이라 했다. 남들이 자기에 게서 찬바람이 인다고 말하는 이유도 눈에 있었고, 부리한 눈이 번쩍 움직일 때면 격정이 온통 눈에 옮아갔을 것이라고. 어떤 여자가 와서 저 비위를 맞추며 살까한 기우도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그것은 그 눈의 위력올감지하지 못한어리숙한여자가그의 앞에 나타났기 때 문이다- “우리가 이제부터 지킬 날이 있소. 하나는 내가 난 날이고, 또 하나 는 내가 죽었다 살아난 날이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 람이 사는 이 집이지만 그에겐 자기 한 사랍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랬던 그가 세싣 L을 뜰 때는 자기를 다 지우고 갈 수 있는 사람으로 바 뀐 것은 세월이란 처방약 탓일까. 아니면 험하고 긴 시련의 풍상이 - \ 희석해서 났을 때의 무구의 몸으로 돌아간 탓일까. 그는 성인같이 되 어 세상을렸다. 두 개의 얼굴! 하나는 신념으로 꼭꼭 짜여진 수공예품 같은 얼굴이 166 수필 ’- 고 또하나는사랑으호수정(水옮)이 된 얼굴이다. 그남자는AB형 판 01었다. 앞뒷면을 뚜렷하게 갖고 있는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었다고 ,‘ 하면 지나철η'1- ..... 피카소의 그림같이 서로 갈린 얼굴에 붓질하고 있다. ~-.함;그가 세상을 뜬 후 한국에서 그의 큰형수가 다녀갔다. 내 맏동서 ~ . 다. 남편과 싸우면 언제나 자기편이 되어주었펀 시동생이었란다. 얼 - - ‘ 1나 허전할까 했는데 그를 빼어 닮은 손자가 자박자박 집안을 걷고 과 썼었다. 빈자리를 메워준 것이 기쨌다 하셨다. 그 다음 일이 걸작이 F꽉r동서가 웃으며 한 말은 내 손자와 놀며 일어난 일이다-그 녀석이 ~ : 엎르고, 의자에 앉아계시는 그 분의 발풍을 밟았다. 어째나 아폈던지 - ---}야!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그 소리를 들은 녀석은 벙 돌어저서 다 써 그 발올 밟고 건너가더란다. 확실히 그의 분신임에 틀림없다는 것 이다. 손자는 손자대로, 처음보는 늙은 할머니가 나타나 집안 식구 들이 절절 매는 것에 기분이 언찮았던 모양이다. 짤 :i" 맏동서는 가끔, 시동생인 내 남편의 어릴 적 일올 들려주셨다. 이 늪; 런 일들이다. 그는 동네 아이와 싸웠다. 그리고 자기가 졌다고 생각 되는 날이면 온 종일 그 집 마당에 돌올 던졌다. 농사일도 도왔고 나 ‘ 무도 했다. 뭔 일이 없는 시아버님의 말씀이다 .• 자봉-(애명)의 나무 한 짐이면 돼지 한 마리 잡을 수 있다.” 어린 나이 때부터 성실은 그 의 성품이었다. 비례해서 그의 고집도대단했다. 대학진학도맏형의 강경한 권고를 물리치고, 수차례 재수하면서 자기 가고 싶은 학교로 들어갔다. 그런 얼굴 외에 그에겐 자기도 몰랐던 또 다른 얼굴이 있었다. “아 니 당신에게 이런 재주도 있었소.” 그와 총각 때부터의 동료가 한 말 이다. 아무도 상상 못한 재주를 그가 갖고 있었다는 것에 우리는 다 167 수필 만 어리벙벙할 뿐이었다. 환쟁이가 되다니-. 이북에 계신 그의 아버님이 들으시면 f'l절초 풍할 일이었다. 시골 훈장으로 공자 맹자만 가르쳤던 그분은 학문 외 에 네 아들에게 던진 훈계가 있었다. 세 가지었다- ‘낚시질 하지 말 라. 도힘 L하지 말라. 빈퉁거리지 마라? 였다. 그것은 공부 외의 것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씀임에 틀림 없었다. 그랬는데 그 세 번째 일을 셋째 아들이 하게 되었다. 빈둥거린 것이다. 그는 윌셔 거리에 2아불 달세를 내고 사무실올 구했다. 그 사랍 자 신이 조각한 “Antique rep리r” 란 간판올 내걸고 골동품 수리짱을 시 작한 것이다. 우리 단독으로 고안한 안이 아니었다. 그의 조카가 유 학을 와서 부업으로 얻은 경험에서 삼촌에게 제안한 일이었다. 기회 의 나라라눈 말만 믿고, 예술에 대한 아무런 견식도 없이 시작한 일 이다. 그러나 그에게 그렇게 엄청난 재질이 숨어있었다는 것은 기적 과같은일이었다. 첫 번째 맡은 일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에 없지만, 한두 달 지난 후 의 일이다. 하루 일하고 돌아와 보니 팔이 다 떨어진 15인치 높이의 불~l-ol 탁상 위에 놓여있었다. 무엇인가고 물었더니 팔 열두 개 모두 를 재생해 달라고 해서 맡아온 일거리란다. 우리네 불상은 팔이 둘이 지만 동남아 불상은 팔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며, 받아다 놓은 불상은 팔이 열두개었다. 그 날부터 그의 연구는 시작됐다. 작업실에서 하루 해를 채우고 나 오면 도서관에 들렀다. 부처를 연구하는 일이다. 불상들을 스케치 하 고, 어떤 것은 복사도 해왔다. 그런 조사가 물난 후 그는 작업을 시작 \· 했다. 팔을 만들고 그 끝에 각기 다른 형태의 손을 조각하는 일이었 다. 두터운 돋보기를 쓰고 밤늦게까지 조각한 작품은 놀라움에 우리 ·의 감탄사를 삼켜 버렸다.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콩알만한 168 수필 손은, 살아 숨쉬었고, 그는 신비를 창조했다-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 우리의 경이는 도를 넘는 것이었다. ; 몇 달 후 그는 완성된 부처를 갖고, 목돈이 생길 기대에 부풀어 골 ‘ 풍품상으로 갔다. 그랬는데 그 골통품상은 파산 직전이란다. 돈이 없 어서 수리비를 지불할 수 없으니 물건을 가져가도 된다는 것이다. 그 . . 때 우리는 부처 백을 주어도 60불 현찰과 바꿀 수 없는 사정이었다. ξ· 그러나 도리가 없었다. 그 조각은 우리 것이 되어 버렸다. 지금은 천 - 룹올 얻은 기분이지만, 우리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후에 안 일이지만 1970년대는 미국의 경제가 공황올 만난 거와 다름없는 시 커였다. 더욱이 골동품은 사치장사였다. 우리도 일 년 여 만에 문올 갚 닫고말았다. 다시 또 더한 옛날로 돌아간다. 이북에 부모를 두고 나온 그 사랍 은, 공산주의 사젓써l 진저리를 쳤던 수백만 명 중의 한 사랍이다. 장 ‘ 커를 둘 때도 빨강, 청말 중에 빨강 말은 잡기 싫어했다. 그의 아버지 가 이북에서 처형을 당했다 했다. 왜 이북에 들락거렸던 공작대원들 'r.. 이 이남에 있는 가족들의 아픈 가슴에 더 부채질 했는지 모른다. 후 페 알고 보니 모두 극적으로 지어낸 말들이었다. 처형당할 때 한 말 씀이라며 이렇게도 전했다 .• 나는 죽어도 내 -자식 넷은 이남에 살아 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버지의 부음을 듣던 그의. 얼굴이 지금 도 선하다. 그런 말을 들은 어느 아들인들 빨강 말도 싫어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랜 후에 일-았지만 그의 부친은 팔십 여 세까지 사셨 으며, 미처 이남으로 데리고 나오지 못한 맏아들 손녀 셋을 데리고 갖은 고생과 탄식 속에서 지내셨다 했다. 빨래를 비벼댈 힘도 없어 빨래 방망이에 빨래를 걸치고 훌훌 강물에 행궈서 입으셨다는 전언 도 있다‘ 남북이 왕래하기 시작했다는 그가 그렇게도 고대했던 기쁜 1 .69 샤 머 소식도 세상을 톤 후에야 들려왔다. - 나는 태극기를 흔드는 세계 속의 붉은 악마들을 항상 감격해 바라 본다. 그러다가도 가끔 그 사랍의 태극기와 다른 것 같아 당황할 때 가 있다. 손 다렴해서 벽에 걸어놓고 감회에 젖던 그의 태극기는, 대 중 집결의 충동적 표출이 아니라 뼈 속까지 사무친 연연한 생명과 같 은것이었기 때문이다. 높은 가올 하늘 아래였다. 우리 둘은 오류동 논두렁길을 걸으며 희 망에 가득 차 있었다. 이 고장에 도시계획만 들어서면 우려는 가난올 벗는다. 지금은 휴지 값에 지나지 않지만 이만 여 i명의 땅은 우리를 호강시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꿈은 날아갔다. 기다리다 못 • 해 지쳤고 가난을 견딜 수 있는 한계도 넘어섰다. 수중에 삼백 불이 남고 West LA의 아파트에 정착올 마친 것은 1970년이었다. 이후로 우리는 호강이란 욕망을 모조리 버렸다. 어떻게 하면 오늘 . 하루를 기쁘게 살까 하는 생각만 했다. 그날 벌어 그날 먹는 것으로 기쁘고도남았다. 기대와욕심올버리니 마음이 편안하고즐거웠다. 밑창어 달아본 일이 없었던 구두의 주인공은 흙투성이의 밭갈이 소 로 변했고, 신사구두를 신어본 지도 까마득한 옛 얘기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는 아무리 고달프게 일하고 돌아왔어도 이 순간을 천국으 로생각하기로했다. 아파트 리벙룸에 자연을 옮기는 작업부터 한다. 양철로 된 간판을 구해온다-그 간판을 벽돌로 괴우고, 방구석에 밀어 붙인다. 아이들 \ 과 다니며 수집한 고목뿌리가 뒷산으로 변하고, 산 뒤에는 갈대가 성 성 자연 산림이 무색하다. 아래에 크고 작은 돌들을 둡히고, 바닥에 자갈을 깐다-치렁치렁 물을 붓는다. 풀잎 뜬 강물이 있는 방구석에 170 수필 ,~ 서 이민자의 고달픔은조용히 치유되어 갔다. 십 년 후다. 여섯 식구로 터질듯 했지만 내 집이었다. 그는 이제 또 .」오집 여 년을 눈에 달고 살아왔던 고향 땅, 방축(芳표) 안에서 살고 싶었다. 집 뒤 한가운데 방 하나 들어설 공지가 있었고. 작업이 시작 - - } 됐다. 시멘트로 된 밑바댁꺼 수돗물 을 틀어놓았다. 물 잘 타는 나무 늪는 ·바댁il. 그렇지 않는 나무는 화분째로 배치했다. 심산유곡이다. 깐 널판으로 상대를 만들었고 물 위에 술상올 보았다. 그러면 우연히 고 ÷ 물얘k뀌서 만난 낡은 수문장이 입올 떡 벌리고 지난날을 시셜했다. 이 쏘제 그 자리에 방이 들어섰고, 그 정경은 가물가물할 뿐, 산천도 인걸 초포‘간데없는 옛 시조 말이 되어버렸다. - -이런 정경들이 떠오르면 나는 손자들에게 말한다. 할아버지는 본 섣 래 농부였단다. 그래서 자연을 아주 좋아하셨어. 새 천지에 와서 막 펀 일올 하면서도 성실과 정열과 신념으로 기쁘게 살다 가셨지. 「←하루 종일 친구 집에 돌을 던졌던 야멸찬 얼굴과, 예술적 재질로 -빚났던 까만 테 안경 속 도도한 얼굴과, 자기를 다 지우고 내 가정을 ξ 천국으로 만들고 떠난 순교자 같은 얼굴이 하나로 합치는 순간이었 ~: 다. 열고 짙은 색상으로 초상화는 그럭저럭 마무리 되었다. 171 수필 흔들eJXJ 않고 고 l는 쫓01 억cl 있날er 오정자 이른 아침, 거실에 나가보니 화분에 심어놓은 화초 하나가 짙은 향 기를 내뿜고 쓰러져 있었다. 깜쩍 놀라 꽃대를 실로 묶어주고, 물을 듬 뿐 주었더니 이내 생기를 띠고 파릇파룻 되살아났다. 크고 넓은 잎 사 이에서 꽃대자 나와 순백의 꽃이 펴는 스파티필럼이란 관엽식물인데, 강인한생명력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어떤환경에서도잘자라며 뿌리 를 얼리지 않으면 소생이 가능하다는 다년생 식물, 생명 있는 것들의 살아 있음은 아름다운 것인가. 그들은 내게 그것을 폼소 가르쳐 주기 라도 하듯. 날이 갈수록 싱그러운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 올리고 있다. 그 푸른 잎λ뻐와 하얀 꽃을 바라보며 그훨1게서 희망을 배운다. 어려서부터 병치레가 잦았던 나는 혈뇨와 단백뇨가 나오는 만성 신 \ 172 〈한국수펼〉 신인상‘ 디l주〈중앙일보j 산출문뺏논픽션 당선. 채외동포문학상-수 필부운 업상. 환국수필가협회. 환국수필작가회. 채마수필가협회. 국채펜클럽한국 본부.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원.· 수필 ~::- ;창염을 20여 년 간 앓아왔다-그래도 두 해 전에 생긴 고혈압 외엔 별 ;-다른 합병증없이 지금까지 그럭저럭 잘 버려왔다. 그런데 지난 가을, 환풍이 붉게물들어 갈무렵 마음의 창이라고하는눈이 반란을일 으켰다. 빽빽하면서 눈알이 빠질 듯이 아프고, 자다가 일어나 화장실 ‘에 가려면 좀처럼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잠이 모자라 그런 줄 알고 예 Ct:짧‘로 여겼다. 그런데 둑하면 눈동자 주위가 빨게 지면서 욱신거리고 ;: ·모래가 들어간 것처럼 이물감올 느끼면서 눈곱이 끼기 시작했다. 눈 --풀감고 있는 중에도 한쪽 눈의 통증으로 잠올 제대로 이룰 수 없었 [;. i다. 눈올 떠도 아프고 감아도 아왔다. 종내는 안꽤l서 흘러그’ 라는 껏솔 양쪽 눈에 시술받았다. 플러그는 눈물이 배출되는 구멍언 누점 • ·흘 딱아주는데 왼쪽 눈에 한개, 오른쪽 눈엔 ~하 두개를 장착했다. 효 초겨울로 접어들면서 눈뿐 아니라, 온 몸을 송두리째 혼드는 바랍 알 탈썩 불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뼈 마디마디를 울리는 무릎관절의 통중 과 안구의 통증, 거기에다 머리를 욱죄이는 지독한 두통은 나의 언내 느심을 시험하는 듯 극에 달해 끝없는 망쟁l 사로잡혀 허우적거리기 」 -시작했다. 점차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우울해져 공연히 눈물이 나기 t ‘도하고 불안감에 휩싸여 두렵기까지 했다. 캄캄한 밤, 깊은 숲 속에 서 길올 잃고·헤매는, 모래바람이 휘몰아치는 사막에 서 있는 심경이 -이런 것일까. 게다가 분비생의 손」.넌료 신체의 특정 부위에 넣어야 할 약 때문에 더러 남편의 도움을 받기도 하는데 어쩌다 다투기라도 한 날은 단박에 팩 토라져. 약을 건너뛰곤 했다. 폼은 병들었어도 알 량한 자존심을 굽히지 않는 옹졸한 나를 발견하며 슬픔이 가슴 가득 차오르곤 했다. 그럴 때면, 나는 거실 창7}에 자리한 푸른 화초출il 게 다가가 새로 돋아나는 연록의 이파리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며 나 - 직이 속살거리는 꽃들의 작은 음정에 귀를 기울인다. 그들은 내게 힘 을 내라는 위로의 말을 건네면서 사랑해요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다. 173 수필 소리없이 피어나는 여리고 순한 그들과 교감하노라면 어느닷내 마 음에평화가깃든다. i 식물에도 영혼이 있다고 했던가. 법정스님의 산문집 r홀로 사는 즐 거움』에서 읽었던 구절이 생각난다. 끼}람들이 어둠 속에서 목소리 로 서로를 분간하듯이 꽃들은 향기로써 서로를 분간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식물들은 생각없이 내뱉는 말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인간보다 훨씬 고매한 품격을 지니지 않았나 싶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화초는 목이 말라 시들어갈 때 무지한 나에게 」겐 향기로써 아픔을 전하지 않았던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자존심올 내세우는 사랍보다 더 풍요로운 정신세계를 지니고 있는 것 같아 자 못 부끄러워진다 . . 정성껏 불만 주면 촉촉한 물기를 빨아올려 싱싱한 잎사귀로 남국의 정취를 자아내고, 음이온을 방출해 실내공기를 정 화시키는 그들을 보면서 내 안에 자리하고 있는 욕심, 미움, 질투, 이 기심의 잡초를 뽑아버리고 감사, 행복. 사랑, 희망의 씨앗을 심어 내 영혼이 맑게 피어나게 해달라고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생각해보면 내 몸에 주렁주렁 달고 있는 병의 가짓수가 열손가락 으로도 모자라지만, 찬란하게 빛나는 아침 해가 떠오르면 일터로 나 가 일을 하고, 저물녘이면 돌아와 사도협}는 가족을 ·위해 밥을 짓고, 하루의 기도를 드리며 잠자리에 들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또한 어김없이 도래하는 계절의 순환 속에서 눈으로 들어오는 사계 의 풍광을 만끽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크나큰 축복인가. 이제껏 살면서 나는 공기의 소중함조차 모른 체 보고. 듣고, 말하 는 축복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눈물도 둑하면 흘려 언제 \ 나 펑펑 솟는 줄 알았다. 그러나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여러 장기에서 . ,i 다양한 증상이 일어나는, 현대의학으로포 증상의 완화 정도 밖에 치 료할 수 없다는 쇼그랜 신드롬(전jogren' s 하ndrome)이 란 자가 면역질 174 샤 며 을 앓으면서 나는 달갑지 않은 그들을 껴안고 어르고 달래 살아야 동}는 지혜를 저절로 터득하게 되었으며 , 내게 다가오는 소리에도 귀 키울이게되었다. <-!'’ .내 삶을 되돌아보면 예민하고 여린 감성은 늘 상처받기 십상이었 피, 고지식한데다 결벽증과 완벽의 추구는 은연중에 스트레스를 태 한만큼 쌓았을 것이다. 이렇게라도 온 몸을 흔들어놓지 않으면 언제 ‘깐지나 심신올 혹사할 것 같아 경고한 것이 아닐까. 신은 내게 강건 팽}고 겸손해지라고 이런 병을 주셨나보다. ;:칭-‘고통과 아픔은 생명이 살아있다는 중거일 것이다. 암이든 난치병 썩든모든 병의 극복운환자지신의 마음가짐에 달려있지 않을까. 조 수곰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과 확신을 가지고 자연과 벗하며 마 것띔올 즐겁게 하면서 희망을 가져본다. 문득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 깐혐 피는 꽃」이란 시의 몇 구절이 떠올려진다 . . 년-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 l 도/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중략) 175 수필 후; ,1 I」 e 이동휘 나는 한국 남쪽지방에서 생활했기에 겨울이 되어도 눈을 자주 접 하지 못하고 자랐다. 미국 가면 눈올 맞으면서 오솔길도 걷고, 눈사 랍도·만들어 볼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왔는데 어쩌다 눈이 없는 지 역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지역은 태평양 물결을 타고 훈훈한 바랍이 불어 져 울 정취를 느낄 수가 없다. 연초 휴일을 맞아 눈 구경을 하고 싶어 별 준비없이 요세미티 국립 공원 쪽으로 차를 몰았다. 여름과 가을엔 몇 번 가본 곳이다. 그러나 한번도 접하지 못한 평원, 나무숲, 구롱, 바위산 둥이 백설에 덮여있 는 풍경이 보고싶어 졌다. 176 수필 ‘ ,P}직 종자를 뿌리지 않은 넓은 들판을 지나갈 때 먹이를 먹던 새떼 센무엇에 놀란 듯이 일제히 날아오른다. 수집 마리의 검은 새들은 품을 한바퀴 비행하고 다시 밭으로 내려앉는다. 들판을 지나 구불 -한불한 산길을 거슬러 올라가니 먼발치로 보이는 산자락엔 하얀 눈 끼 t보였다. 눈을 보는 순간 빨리 눈 위를 걷고 싶다는 마음에 오른발 1뱅이 가해졌다. 나는 차 창문올 열었다. 차고 매서운 바람이 볼을 -전자 온몸이 오싹해 오면서 짝르르한 전율올느끼게 한다. 깅.뺑-렬 때 여름방학도 기다려졌지만 난 겨울방학올 더 손팝아 기다 꽉. 방학이 시작되면 기차를 타고 외갓집에 갔다. 외할머녀는 큰 τ--워에서 따 말련 달고 졸깃졸깃한 꽂감올 맛있게 먹고 깊은 잠을 혔고 · 일어나면 밤사이 하얀 눈이 초가지붕 위와 넓은 들판il 수북히 網있어서 형과 이웃 아이들이 모여 들판il서 눈싸움올 하고 놀기 각했고, 또 누가 콘 눈사람올 만드나 하면서 내 키만 한 눈올 굴리고 ·활;때 느꼈던 그런 짜르르한 찬바람이 차안으로 들어왔다. S-· ~ 1 -넓은 땅으로 건너와 나란 존재의 뿌려를 내리기 위해 흙올 파고 품 뿌리고, 아들은 책과 씨름하느라 자연의 아름다웅은 한번도 만 환지 못하고 지나온 세월. 이젠 아들도 생활의 뿌리가 내리고 었으 꽤년엔 눈 위를 핑굴고 눈사랍도 만들어 봐야겠다. J올라갈수록 도로 양쪽의 흰눈은 녹지 않고 쌓여 있었다. 벗은 나무 래 하얀 눈이 덮여 있고, 미처 떨구지 못한 갈색 잎들을 그대로 달 웰 겨울바랍에 흔들고 있는 것을 바라보면서 달린다. 비위 사이 음지 행l 쌓여 있는 설경은 한여름 푸른 나무들만 바라보던 풍경과 또 다른 연의 풍취가 나의 가슴속으로 다가왔다. 여름엔 높은 산에서 흘러 엔1리는 물이 시원한 폭포수를 만들어 주었는데, 지금은 천상으로 올 라가는 하얀 길같이 보였다. 꺼공원의 자연은바라보는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그느낌이 다르 177 / ‘ ’ 샤 멸 다고 표현한 말이 정말 실감이 가는 곳이다. 백설이 쌓여있코r큰 바 위가 있는 사이에 후른 색깔로 서 있는 전나무, 소나무들은i 자연의 오묘함을 일깨워 주었고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은 맑디말은 청량제 같이 잡다한 잡념들이 뒤엉킨 머릿속을 맑게 씻어주는 듯 했다. 흘러 가는 물 속에 손을 담그니 찬물의 촉감은 몸속으로 스며들면서 복잡 한 잡념들이 어디론가 흘러가고, 머릿속은 쌀쌀한 냉기만이 들어와 거듭 태어나는 것 같았다. 유리알 같은 물 속에 발올 담그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바위 위에 있는 눈올 모아 눈사람올 만들기 시작 했다. 시련 손을 입김으로 녹여가면서 두 개의 눈사랍을 만들어 바위 위에 올려놓고 눈과 코는 솔잎으로 표시하였는데 모자는 씌우지 못 하고차로돌아왔다. 차를 Tunnel View 파킹장에 세웠다. 맑고 싱그러운 나무 냄새와 청량수 같은 찬 공기를 폐 속 깊이 몇 번이나 들이마셨다. 주위를 돌 아보았다. 앞에 솟아있는 El Capitan의 위력이 다시 한 번 역압해 왔다. 산을 좋아했지만 암벽은 타보지 못했다. 신이 창조한 자연 앞 에 스스로 고개가 숙여진다. 멀리 바라보이는 H허f Dome은 아래쪽 에서 바라보던 것보다 옆에서 바라보는 반쪽 암벽이 더 멋있어 보였 고 그 위에 쌓여있는 백설과 여기저기 녹지 않고 있는 눈은 자연의 신비스러움을 다시 한번 전달해주고 있었다. 산 능선에 쌓여있는 눈 과 바위 위에 눈은 또 다른 자연의 풍경으로 가슴에 와 닿았다. 눈은 도시의 -더러움을 잠시 덮어주지만, 이런 산 속에 내린 눈은 겨울 산 정의 풍경을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을 더욱 풍 요롭게 해주고 있다. 저 눈이 녹아내리면서 땅속에 잠자는 식물들의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으니 얼마 후 봄 햇살이 내려 쪼이면 파릇파릇 한 잎들이 솟아날 것이다. 나는 남쪽 방향으로 가는 41번 하이웨이로 차를 몰았다. 높고 좁은 178 수필 」.걸을 가면 갈수록 눈은 더 높이 길 양쪽으로 쌓여 있었다. 울창하게 자라있는 진갈색 나뭇가지와 백색의 눈은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하 ... 였다. 길옆으로 차를 세워놓고 나무 아래 서니 솜사탕 같은 눈이 내 얼굴 위로 떨어져 꼭 눈을 맞는기분 같아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 흘러가는 뱃불 주위에 있는 바위 위에 눈이 쌓여있고, 그 사이로 칸졸졸졸흘러가는물소리와새의 지저컴 , 풀벌례들의 속삭임, 한포기 찰의 꽃잎파풀잎에서 주는자연의 교훈. 특히 잔정한진리는잔잔하고 -효평범함 속에 있다고 한 영국의 낭만파 시인 ·워어즈 워드’ 말이 생각 수났다 이 모든 것을 어떤 미사여구(美鷹뚫句)로 표현할 수 있을까. 품}는 물가에 쌓여있는 순백의 눈벌판 위를 걸었다. 뽀드득 뽀드득 ~ 눈 밟는 소리와 가늘재 불어오는 바랍에 눈꽃들이 펑 하면서 흩어지 ;눈 모습은 또한 눈 불꽃놀이 같았다. 그렇게 먼 길을 달려와 한가로 三-이 대자연의 풍경올 즐기면서 눈길 위를 걷고 또 걸어서 이 지구 끝 깐쩍지 걸어가고 싶었다. 179 수필 헛λI랑풍멈 정찬열 새로 개업한 음식점에 갔더니 벽에 바가지가 여렷 걸려 있었다. 박 으로 만든 바가지를 오랜만에 보면서 고향집에 온 듯 포근했다. 박 녕쿨이 울타리를 타고 지붕에 올라가던 풍경 , 보름달 아래 퉁그 렇게 박이 익어가던 모습, 박에 금을 그은 다음 톱으로 조심스럽게 선올 따라 박올 타던 일, 박 속으로 나물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어 먹 던 광경이 생각났다. 어머니가 바가지로 솥 밑바닥을 훌어낼 때 들리 던 그 보드라운 소리도 윗전을 통해 들려오는 듯 했다. 바가지와 관련된 잊혀지지 않은 일이 있다. 초등학교 3, 4학년 쯤 일이다. 100여 가구 되는 우리 마올에는 공동 우물이 있었다. 마을사 람들이 모두 그 생물을 식수로 사용했다. 물을 길어오는 일은 주로 \ • ;미주 ‘중앙일보j 신춘문예 사부푼 입상. 납부한국혁교 교장ι 미주한국문인협회 01샤.딴푼집 r쌍코.。1풀 ~!-Al냐 ;요내(2006년, 고요야첩} 180 샤 혐 -펙머니나 누나들의 몫이었다. 물동이는 물을 나르는 중요한 도구였 다. 옹기로 된 동이도 있었으나 대부분 가벼운 양철통이를 사용했다 . . 도시에 가보면 남자들이 물지게로 물을 길어 나르던데, 우리 마을은 풀 길어오는 일을 여자가 맡아했다. 누님은 샘에서 동이에 남실남실 물을 퍼 담은 다음 물이 출렁거려 ι펌치지 않도록 바가지를 물동이에 엎어 띄웠다. 고개를 뒤로 젖혀 .긴 ;--팩리채를 흔들어 모은 다음 머리 위에 또아리를 먼저 얹어 한 쪽 끈 옳 지그시 입으로 물었다. 그리고 물동이를 이었다. 한 손으로 물동 rt" 센를 잡고 다른 한 손으혹는 흘러내리는 물방울올 물동이 가장자리 1느현쪽에서 오른쪽으로 쭉 훌어내어 흩뿌리며 컬어가는 누념의 모습. 석양에 긴 그림자를 만들며 물동이를 이고 챈 거름올 걷는 누님의 자 ::. 태를 보면서 어린 내 가슴은 중콩 뛰었다. 누님이 결을 때마다 바가 지는 물동이 안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며 투퉁 둑 소리를 냈다. - -어느 날. 허리에 책보를 질끈 매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나에게 동네 . 형이 자그마한 쪽지를 주며 물동이를 이고 걸어오는 누나를 가리키 · 며 전해달라고 했다. 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아무개 형이 전해달라고 . 하더라며 그 누나에게 편지를 불쑥 내밀었다. 아 그 편지를 받은 순 간 발강게 달아오르던 누나의 얼굴, 그리고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 - 던 그 누나의 표정이라니. 그 모습을 보면서 어린 나는 얼떨떨하고 - 미안했다. 심부름을 잘못 한 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 한 동안 안절부 절했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가 갑자기 병석에 둡게 되시어 진학을 못하고 농사를 짓게 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내 또래 동네 아가찌 가 나를 만나면 얼굴을 붉히며 어색해 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물동이를 이고 오는 그녀와 고샅길에서 딱 마주치게 되었다. 홍당 • 무가 된 그녀의 얼굴, 그리고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녀의 표정에서 내 181 수필 가 어릴 적 편지를 전해 주었던 그 누나의 얼굴을 기억해냈다; 어쩌 면 그때 그 누나의 표정과 저렇게 비슷할 수 있을까. 그것이 ’첫 사량 의 얼굴이라는 것을 그 때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시선을 ‘애써 피 하며 바삐 걸어가는 그녀의 물동이에서도 투두둥 둑 바가지 부딪치 는소리가들렸다. 어느 날 저녁 동네 뒷산에 있는 한적한 산소 앞에서 만나기로 그녀 와 약속을 했다. 이를테면 첫 데이트였다. 동네 사랍들의 눈올 피해 만나려면 다른 장소가 마땅히 없었다. 어둠이 깔리는 시각 약속 장소 에 나갔다. 눈발이 날렸다. 그녀와 나는 묘 앞 상석의 한 귀퉁이씩올 」 차지하고 앉았다. 대화는커영 무슨 말인가 해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마음대로 되어주지가 않았다. 소나무 가지를 스치는 바랍소리만 또 렷했다. 눈보라치는 캄캄한 밤 찬 돌 위에 앉아 오돌오돌 한참올 그 렇게 떨며 앉아 있다가 돌아왔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느라 마을을 떠나면서 갑돌이와 갑순이 이야기 가 되어버렸지만. 그 날 저녁 풍경올 떠 올리면 잔잔한 웃음이 피어 오른다. 벽에 걸린 그 바가지가 오랫동안 걸려있어, 가난했지만 정답 고 사랑스러웠던 고향의 아련한 추억들올 사람들에게 되살려 주었으 면좋겠다. 182 수필 면。l 01or,12 최문항 ;- -연이가 1995년생이니까 벌써 열두 살이 다 됐다. 개에게 일 년은 사 나이로는 7년 정도로 계산한다니 따지고·보면 80이 념은 셈이다. 사; 처음에는 사납기는 해도 영특하여 주언 말 잘 듣고 사냥도 잘한다 꽁r 고 해서 무슨 특별한 개인 줄 알고 남에게 늘 자랑하고 다녔다. 저녁 ) 에 산책하러 나가면 오가는 다른 집 개를 보고 사납게 텀벼들곤 해서 . 곤욕을 치렀는데 이제 나이가 들고 보니 그런대로 순해진 것 같다. - ; 뒷마당에 나가 화초에 물을 주고 있는데 연이의 행동이 좀 이상해 보였다. 몸에 물 튀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연이는 내가 수도목지를 만지는 것만 봐도 질색을 하고.후다닥 자기 집 안으로 숨곤 했는데 웬일인지 오늘은 랫돌 위에서 상체만 일으키고 명청한 눈길로 나를 중앙대학교t약학대학 졸업. 1975년 미국 아민f 미주〈환국일보i푼예 공모 챙활 수기 업상.미주늘려스천문학가협회 이민문확상단편소설부푼량션. 183 . J ;‘ 수필 쳐다보고 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연이 쪽을 향해 물을 뿌렸다. 그 때서야 마지못해 일어나서 어슬렁어슬렁 뒤쪽에 있는 자기! 집으로 기어들어갔다. 그런데 연이가 왼쪽 앞다리를 조금 찔뚝거리는 것 같았다. 공원이 나 숲으로 산책하러 나갔다가 간혹 연이 발바닥에 별사탕처럼 생긴 텀불 가시가 배겨 질뚝거리면서 아프다고 껑껑거리면 발바닥올 손으 로 훌어 가시를 빼주곤 했다. 혹시 발바닥에 무엇이 박혀서 그런가 하고 개집 깊숙이 머리를 처박고 있는 놈을 겨우 불러내서 발바닥올 손으로 잘 만져 봐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 후 며칠 동안 연이는 아주 불편한 몸짓으로 움직였다. 가축병원 에 가서 프레드니솔론 주사를 직접 왼쪽 앞다리 관절에 맞고서야 제 · - 대로 걸올 수가 있게 되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연이가 밤마다 너무 시끄럽게 짖어댄다고 옆집에 서 불평이 대단했는데 요즈음은 내가 들어도 별로 시끄러운 줄올 모 르겠다. 글쩨 우리 연이가 점잖아진 것일까? 아니 무슨 개가 학교를 다녀서 배운 것이 많아 교양올 쌓은 것도 아니고, 주변 분들의 불평 때문에 조심하는 것은 더욱 아닐 텐데 어씬 일일까? 나이가 들고 보 니 세상만사가 다 귀찮아진 걸까 아니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근 무에태만해진걸까? 모처럼 따듯한 오후에 연이를 ‘시원하게 씻겨주고 털을 매끈하게 빗질해주면서 늘 하던 대로 얼굴을 마주 대고 코에다 입검을 불어주 고 눈길을 서로 맞춰가며 놀고 있었다. 오늘은 유난스럽게 내 손에 잡힌 앞발을 자꾸 빼고 달아나려고 한다. 연이의 하는 짓이 어딘지 . \ 모르게부자연스럽다. 입을 크게 벌리고 손가락으로 앞니부터 어금니까지 살살 흔들어봤 다. 치아는 아직 튼튼했다. 컷속을 덮은 털을 저치고 자세히 안을 들 184 - 、* 수필 ‘여다봤다 . 귀 주변과 머리헐 속에 틱택같은 벌레들이 붙어 기생하는 섯이 있나 일일이 만져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저만치 뛰어갔다 돌아 • 는 모습이 평소에 보던 날렵한 모습이 아니다. 다시 연이를 불러서 F앞다리부터 몸통 배 뒷다리 꼬리까지 쓰다듬어 주면서 옳어 봐도 아 문이상이없다. -헬쌀휴엌에서 우리를 물끄러미 내다보고 있던 아내가 한마디 한다 . . ~.~ ?연이는 참 좋겠다. 나이가 들어도 옛날 자태가 하나도 변함이 없 꽉니 말이야!! !” 쓸좋녕나는 저 여자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 --;:-아니 지금 앞다리에 테니스 앨버 통중이 생겨서 병원에 왔다 갔 꽤하는것 뻔히 알면서 저런소렬 해-- ----?- 깐 “오늘 신문에 . 보니까·유명한 젊은 가수가 자살했더라구요. 글쩨! ,;·,어떤 나쁜 사람들이 어린 가수에게-인조인간 같다-라고 컴퓨터 .」웹;놀리는 글을 올렸는데 그것 때문에 이 아가씨가 고민고민하다가 투흉울중이 생기고 물내는 자살까지 했다니 이 얼을 어쩨해야 옳단 말 ~· 활1우------ 허기는 뭐 요즈음 TV에 나오는 K 여배우 얼굴 보니까 참 안 됐더라구요. 이젠 환갑을 훨씬 넘긴 나이에 얼굴을 너무 밀고 뱅 겨놔서 통 누군지 알 수가 없더라니까? 늙으면 늙은 대로 품위와 아 τ 릎다움이 있는 건데---- --” ‘; ;‘ 아내는 무슨 대단한 일이 벌어진 것처럼 혀까지 끌끌 차면서 이야 기했다. ; · “그래서 요즈음은 천국 들어가는 길목이 꽉 막혔대잖아!” 내가 슬쩍 연말 동창회에서 들은 농담을 건냈다. “룩룩! ! 맞았어요. 글쩨, 주민등록증 사진하고 얼굴이 다르니 통과 、 심사하는 천사들이 일일이 확인 대조하느라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185 · “ -- 패 념 했지요?” 그러고 보니 연이가 두 살 때 진도견 품평회에서 “미견(예스 진돗 개)”으로 뽑혔던 생각이 났다. 얼른 이층 내 방으로 뛰어올라가 10년 전 품평회 때 연이와 찍은 사진올 들고 내려와서 그때 모습과 지금 연이 모습을 비교해보았다. 얼굴이 그때보다 조금 넓어 보이는 것 말 . 고는 오뚝한 귀, 반듯한 어깨, 쭉 뻗은 늘씬한 허리, 쑥 들어간 배, 낚섯 바늘처럼 반좀 훤 꼬리하며 두 살 때 모습 그대로였다. 다시 연이를 쓰다듬어 주면서 서로 눈길올 마주했다. 연이가 눈길 올 돌리고 앞발올 빼려고 버둥거린다. 무엇이 불편하고 자신이 없는 걸까? 이제 서서히 육신이 노화돼가고 있는데 연이는 우리 인간틀처 럼 외모에는 관심이 전혀 없는 걸까? 그것은 절대로 아니다. 가올, 겨울에는 긴 털옷을 입었다가 봄, 여 름에는 아주 짧은 옷으로 털갈이를 한다. 목욕 후에는 이 구석 저 구 석올 입으로 빨면서 제 모습을 정성들여 가꾼다. 아침에 잠에서 째어나면 우선 앞다리를 길게 뻗으면서 기지개를 켠다r 자세히 살펴보면 앞다리를 쭉 뻗고 몸올 바짝 낮추면서 머리를 앞으로 내 밀고 발가락도 있는 대로 확-악 벌려준다. 이와 동시에 입올 크게 벌리고 하품을 한다. 마치 밤새도록 폐 속에 쌓였던 탄산 가스를 일순간에 토해 내는 것 같다. 다시 몸을 뒤쪽으로 밀면서 잠깐 동안에 전신을 긴장 이완시키면 서 아침운동을 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공연히 수영장 주변과 앞 뒷마당을 쉴새없이 몇 비퀴씩 뛰어다닌다. 연이의 운동하는 모습은 마치 학창시절에 잠시 기웃거렸던 중국무 술 준비 운동과 많이 닮았다. 그때 사범님 말씀대로 용이 승천하는 모습이나 호랑이가 앞발을 움직여 공격하는 모습, 표범이 나무에 오 르는 발놀렴, 뱀이 몸을 도사리는 모습, 학이 외다리로 서서 몸의 균 186 수필 」형을 잡고 멀리 내다보는 동작 등을 옛날 중국 사람들이 잘 관찰하고 활연구해서 무술의 기본자세로 발전시켰다고 했다 -c딴이는 절대 과식을 하지 않는다. 이틀 정도 어디를 다녀오느라고 펠흥은 양의 개밥과 물올 주고 가도 자기 먹을 양만 먹고 고스란히 남 껄 놓는다. 어쩌면 이런 식습관이 폼매를 잘유지히는 비법이 아닐까 뺑각해본다. 깐다시 연이 눈올 들여다보다가 연이 왼쪽 눈 점은 동자가 반좀 뿌떻 케 흐려있는 것이 보였다. 개에게도 백내장이 생기는 걸까?’ 아이들 센하냐 둘 집을 떠나 버리고 난 후 모든 정을 연이에게 쏟고 있는 내 쩔을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내게 깡충거리며 다가오는 연이는 언제 .. ,.까지나 두 살배기. 귀염퉁이였는데---- - - - 벌써 열두 해가 지나겼으니 휴결마나 더 내 곁을 지켜 줄 수 있을까? 쫓;비만과현대병(고혈압. ‘심장병,당뇨,각종부인병)에 대한의사」들의 처 활광은 한결같이 절식과 운동이다 비록 나이가 들어 내장 기능。1 저하 월휩퍼 힘은 약해졌어도 두 살 때의 외모를 유지하고 있는 연이에게서 ‘쏠리 부인네들은 무엇인가를 배워야 하지 않겠는가? 다음 주말에는 빽베이 가축병원에 가서 연이 시력검사를 해 봐야겠다. ·187 • 중편소설 • 학늘호수 신영철 북경여행사 왕푸칭 사장의 전화를 받은 곳은 학교 도서관이었다. 조용한 분위기에 신경 쓰여 밖으로 나오니 뜨거운 열기가 혹-달려 든다. 왕사장이 내게 전화를 건 용건은 가이드 겸 통역으로 티베트를 갔다 오라는 말이었다. 지난뺑1 개통되어 , 전 중국올 떠들썩하게 만 든 칭짱 철도를 타고 가는 여행이라고 했다. 왕사장의 말을 듣고 나는 내심 놀랐다. 왜냐하면 그 기차표 구하기 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것을 보도를 통해 알기 때문이다. 중국의 각 종 보도 매체는 열을 올려 이 철도의 개통올 홍보하고 있었다. 이곳 미디어들은 사회주의 속성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런 관영매체답게 이 철도의 개통을, 현대 중국의 눈부신 과학적 엽적으로 홍보하고 있 \ 188 현채 〈사랍과산〉 편집위원. 미주 t환국일보i 문예공요 소컬부품 당션. 저서로는 r히말라야 이야기j약2005년멜획사성사 쩨52회 장현소설 부문혜 당선된 r가슴 속에 핀 앤헬바이쇠화 었다- 신영철/하늘호수 다. 차세한 상황을 듣기 위해 사무질로 방문하겠다고 말하곤 전화를 다. 그건 홍미로운 제안이었다. 금단의 땅, 은둔의 땅, 세계의 지 ‘이라는 수식이 낯설지 않은 곳이 티베트였다. 그 엄청난 높이의 고 .쓸.기차 타고 횡단한다니. 티베트는 이미 한국 손님을 인솔하여 두 i흙:t;폰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티베트와 인접한 .챙두 ’에서 비행 률·타고 간 것이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티베트 고원은 다른 땅 챔응다를 게 없었다. 다만 하양게 만년설을 이고 있는 룬룬 산맥과 히 ι、 ‘# 연봉이 인상적이었올 뿐이었다. 문명과는 거리가 먼 그 높은 -‘」흘 기차 타고 넘는다는 여정에 슬며시 구미가 당겼다. *러나 가올 학기 개강이 얼마 남지 않아 시간이 어떨지 궁금했다. 반 날짜를 꼽아 보았다. 석사 과정 마지막 학기가 9월에 시작 되니 뺑과 겹친다면아쉽지만 갈 수 없다. 왕사장이 전화 한 걸로 보아 --「에서 오는 관광 손님일 것이리라. 그러나 손님보다도 궁금한 건 참혔다. 캘의 북경은 더웠다. 거기에 지독한 스모그까지 합세해 에어컨 띄는 견디기 힘든 곳이었다. 안정대로 큰길가에 있는 북경여행사 - 울 밀고 들어갔을 때 시원한 냉방이 반가웠다. 책상에 앉아 서류를 편 뚱뚱한 몸집의 왕사걷써 나를 반긴다. 활;f꾀하오. 대진, 기차표 구하기가 보통 힘들었던 게 아냐.” 암:앗그렇다고 알고 있는데 어떻게 구했어요?” · 뚱뚱한 몸을 흔들며 왕사장은 기차표를 확보한 이야기를 꺼내 놓 았다. 189 • 중편소설 • --중국에선 관시------ 대진, 한국말로는그걸 뭐라고하지γ’ “관계라고 번역 되지만 그 보다는 유대 관계 쯤으로 이해해야 할 - 것 같네요.” 신홍 개발도싱 1국 대열에 들어선 중국은 부정부패가 심각했다. 그 건 이 나라의 오랜 관습이었는데, 모든 거래에 있어 관시를 아직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의 폐해는 많았으나 그걸 무시걱 하고는. 규모가 크던 작던 중국서 사업하기는 어려웠다. 그런 면에서 .· 왕사장은 능력 있는 사업가였다. “여행 기간은 얼마나 됩니까?” “열흘간이야. 출발은 이틀 후 북경 서역이고. 한국에 있는 여행샤「. 에서 우리에게 보내준 손님은 모두 세 명이고.” 열흘간의 여행이라면 대학원 개강 일자에는 문제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이번에도 공항으로 픽업을 가야겠지요?” “그렇지 . 이틀 후 저녁 2시 30분에 아시아나 항공 편으로 북경 공 - 항에 도착한다는군. 잘 갔다 오라고. 대진도 기차를 타고 티베트를 - 가는 건 처음이잖아. 중국 사람들이라면 내가 직접 갔올 텐데.” 진짜 그렇게 생각한다는 듯 왕사장은 눈을 쩡긋 거리며 나에게 서 ; 류를 건네주었다. 손님 신상 명세와 기차표, 그리고 티베트 라경}에 - 있는 호텔 예약 표였다. 그중에는 업경허가서 라는 것도 있었다. 티 베트 자치구는. 신강위구르와 함께 중국으로부터 분리 독립운동 기 ∼ 운이 있는 곳이라, 외국인들에게는 이 서류가 필요했다. 유학생이지 만 한국인이므로 당연히 내 이름도 그 명단에 있었다. 이 서류 때문 에 왕사장은 티베트 여행객들에게 비싼 요금을 받고 있다는 걸 나늪 알고있었다. “기차만 처음이지 티베트는 몇 번 가보았으니까 문제없을 거야.” “한국에서 오는 손님은 뭐 하는 분들입니까?” 190 신영철/하늘호수 떤1건 모르지 . 그사람들 입경허가서 때문에 여권 복사본만 팩스로 왔으니까. 전부 남자라는 것만 알고 있어 . 잘 갔다 오라고.” 경여행사를 나서며 나는, 역사만 발전하는 게 아니라 길(路)도 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까마득한 변방의 티베트에 기차 길이 열 -환니 . 숙소로 돌아와 티베트에 대하여 자료를 찾아 놓았다. 전공이 灣충문학이니 시짱자치구라 ·불리는.그곳의 인문적 상식은 대충 췄다. 산소가 희박한 만큼, 인구 밀도도 희박한 그곳에 철길을 놓 ;딛종국의 속내야 이미 세계가 다 알고 었다. 티베트를 병합한 중국 i’정치, 군사, 경제적 뭇에 따라 만들어 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 씌H까. ·그래도 그렇지 평균 해발 4500미터가 넘는, 그 티베트 고 날·수 천 톤의 기차가 올라간다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티 흩까 어떤 곳인가. 높기도 하거니와 푼룬산맥, 탕그라 산맥, 히말 ),;로 · 에워 쌓인 불모의 땅이다. 하다 못해 헬리흡터 조종 교본에 r비상시 아니면 절대로 체류하지 말라고 했을 정도로 아득한 높이 덩어리 아닌가. 불과 50년 전만 하더라도 지도상 공백으로 남 ·었던 곳. 고원 대부분올 차지하고 있는 것이 동토 충인데, 그곳올 뿔가 올라간다는 믿어지지 않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 . ;가 여행 준비를 블낸 가방을 끌며, 북경 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 £흙l간은 오후 두 시였다. 북경의 끔찍한 교통지옥 때문에 서둘렀는 il표, 손님 비행기 도착 시간을 겨우 맞춰 도착한 것이다, 비행기가 까 낸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출구 앞에 선 나는, 북경여행사 판감가 박힌 종이를 펴 들었다. ‘홍인수, 이성열, 김석우닙 환영합니 .’봐고 써진 글이었다. 펙에게는 매번 이럴 때가 긴장되는 순간이다. 미리 보았던 그들의 권사본에서 홍인수가나이가제일 많은마흔두살이었고, 이성열 191 • 중편소설 • 이 서른다섯 살, 김석우가 서른 두 살이었다. 그 외에 그들학직업이 라든가 성격 동 다른 정보를 알 길이 없었다. 그들 모두가 일행인지, 아니면 한국 여행사에서 개별적으로 접수한 사람들인지도 나는 몰랐 - 다. 그러므로 손님올 처음 대변하는 지금 내가 긴징봐는 것은 당연했 다. 그리고 여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은, 티베트가 쉽지 않은 여행지 . ? 라는 걸 반중하는 건지도 모른다. 열악한 숙소, 끔찍이 더러운 화장 ;; 실. 기압 차이에 다른 두통올 생각할 때 티베트는 관광지로서 어울리 : ~ 는 곳은 아니었다. 여행이라면 좋은 곳도 많은데 하필 그런 곳올 가 려는 이들은 뭐를 하는 사랍들일까. 또 다른 비행기가 도착했는지 사람들이 한꺼번에 나오기 시작했 다. 내가 들고 있는 환영 문구를 보고 누군가 손올 흔들며 다가왔다. 조금 살이 씬 몸집에 고어돼스 동산복 상의를 입은 중년 남자였다; . 그리고 뒤쪽에서 걸어 나오고 있는 두사랍에게 나를 가리켰다. 활짝 ; 웃으며 악수를 청해 오는 그들의 첫 인상은 좋았다. “여러분의 티베트 여행 통역과 안내를 맡올 고대진입니다. 북경에 오신 것올 환영합니다." .반갑구먼. 대진씨라고 하셨나? 인상어 좋군. 나 홍인수라라고 해 요 홍인수는 첫 대화부터 , 경어도 그렇다고 반말도 아닌 말로 내게 인 사를 해왔다. 그렇다고 기분이 .나쁜 건 아니었다. 성격이 시원해 보 였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이 뒤 끝이 없다는 걸 나는 안다. 홍인수 는기분좋은웃음으로곁의 일행을소개했다. 이성열이라는사람은 마른 체격에 키가 크고 두꺼운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는 상의는 물\ 론, 바지와 어깨에 맨 가방까지 검은 색 일색이었다. 김석우라고 소 개 받은 사람은 작은 키에 좀 날카로운 눈매와 다부진 몸매를 하고 있었다. 그 역시 커다란 카메라 가방을 메고 있었다. 192 신영철/하늘호수 ‘션l차 출발은 저녁 9시 30분입니다. 그동안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 쩔 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자금성을 대충 도는 관광 정도는 충분한 깜인데요.” 활-퍼1행기에서 우리끼리 이야기를 나눴는데, 모두 관광에는 흥미가 탑다는군.” ~-ffl행기에서 말올 나누었다는 홍인수의 말은, 이들이 일행이 아님 줄풋했다. ;쏟“열행이 아니신가보죠?’ r ?우리는 인천 공항에서 처음 만났지. 한 명씩 따로 따로 운 거요. 송T이성열 씨는 미국에서 온 교포더군. 그러나 이제 열흘 동안 우 눈한팀이 되는 .거요.” l'::i.말에 이성열올바라보니 그는긍정의 표시인지 고개를가볍게 펙였다. --;“알겠습니다. 기차 시칸까지 어떻게 보내는 게 좋겠습니까?” ‘ ’ ‘출발지 북경 서역 근처로 이통해서 어디 괜찮은 식당으로 갑시다. 챔과 함께 술 한 창 하면서 단합 대회를 하지요. 어떻습니까?’ .홉인수는나머지 두사람에게 동의를구했다. 이혈 때 나는고마움 젠낀다. 내가 나서서 이리저리 이야기를 하는것보다, 일행 중 한 .랍이 리더가 되어 주면 일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드VI 좋은 생각이십니다. 먼-길 출발을 앞두고 단합자리도 괜찮은 일이지요." 환김석우가 적극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혔다. 안잠깐만요. 대진씨. 옹화궁廢和宮)이 이곳에서 먼 가요? 가능하다 휩 나는 그곳에 들렸다 기차역에서 만났으면 싶은데 ;” --이성열이었는데 득이한 부탁이었다. ·fd꾀베트 라마 불교 사원을 말씀 하시는.겁니까?” 193 • 중편소설 • ?그래요. 대진씨가 택시를 태워주면 그곳에 갔다가 시간「맞춰 역으 로가면안될까요?” j “그건 좀 힘들어요. 북경시 동북쪽에 있는데 아마 그곳에 도착하면 ‘ 문올 닫올 시간이 될 겁니다. 북경은 서울보다 더 교통 체증이 심해 요. 아참 미국에서 오셨다고 했지요?” 이성열의 얼굴에 실망의 빛이 스쳤다. 일반 관광객들이 잘 찾지 않 는 라마 사원올 칸다는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시간이 맞지도 않처 - 만 중국말올 못하는 그를 혼자 보내는 것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 “꼭 그곳을 가야 합니까?” 이성열과 나누는 대화를 듣던 홍인수가 나섰다. “아니-- ----꼭 가야 할 이유는 없어요. 티베트 가는 기차 시간이 남 는다기에 그런 생각올 해 본 겁니다.” “그럼 내 말대로 식당으로 갑시다. 첫 날부터 이산가족이 되면 안 . 되니까요 .• , “그러지요. 뭐 목 가야 할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요.” 나는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공항 택시 정류장으로 그들을 안내했 • 다.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려면 한참 걸려야 할 것이었다. 그런데 잠시 공항으로 되돌아 갔다 온 홍인수가 웬 사내를 한명 데리고 돌아 왔다. 자가용 택시영업을 하는 소위 조선족 삐끼였다. --이 사람 차를 타고 갑시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그게 빠를 것 같군 요 내가 무색해하는 표정을 지었는지 홍인수는 사람 좋은 웃음을 띤 채말했다. “대진군, 가이드 역할에 월권을 한 게 아니요. 아까 나올 때 이 사 람이 계속 따라 붙었어요. 하하.” 삐끼를 따라 주차장으로 간 우리는 짐을 차 트렁크에 실었다. 내가 194 신영철/하늘호수 i정열이 든 검은 가방을 받아 실으려 했을 때 그는 손사래를 쳤다 페라 가방언 듯 싶었는데 차 안에서도 이성열은.그 가방을 꼭 잡고 다. 월중국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군. 오히려 서울보다 더 커진 것 같아. 도 다 새것이고. 북경 인구가 얼마나 되지?” 꺼리는 차 안에서 홍인수가 물었다. 1체략 천오백만 쯤 됩니다. 그건 북경 거주 중명아 있는 사랍어고, 책해l 체류하거나 일하러 들어오는 사람들올 합치면 이천만어 넘 는말도있어요.” 웰폴경에 살려면 거주 증명이 있어야 하나? 같은 중국인인데.” 맏말이 의외라는 듯 홍인수가 물었다. 김석우가 나대신 나서서 설 홉한다. ι.、종의 고육지책이지요. 만약 아무나 북경에 살게 환다면, 한 일 j훌 금방 몰려 들 거예요. 인프라나 사회적 혼란올 생각하면 이해가 는측면이 있어요.” 라것 참, 별난 일도 다 있군.” ·.밖으로 눈을 돌리며 홍인수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청올 지었다. 첼우는 중국어1 대한 이해가 상당한 듯 보였다. 차는 교통 혼잡으로 딴 서기를 반복하며 서역 근처 대통호텔에 도착했다; 특급호텔답 팽방이 잘 되어 아주 시원했다. 식당을 찾아 자리를 잡은 우리는 품식과 찬 맥주를 시켰다. 개팔 월의 북경은 참 럽군. 그런데 대진군은 군대 갔다 왔나?’ ,J-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홍인수가 질문을 해왔다. 갇그럼요. 육군으로 군을 마쳤습니다.” ?유학생인가?” 깐네. 한국에서 중문학 전공 졸업 후, 이곳 청화대학에서 석사과정 195 • 중편소설 • 중입니다.” “일류대학이네. 북경대학과 쌍벽을 이루는 대학이라면서? 그럼 가 이드 일은 아르바이트고?” “그렇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일하고 있죠.” “관광 가이드라, 이주 좋은 아르바이트구만. 우리는 돈 내고 오는 데 대진군은 관광 공짜로 하고 거기에 돈까지 버니 말이야,” 홍인수의 거드는 말은, 내가 이 일올 하면서 많이 듣는 소리 중 하 나였다. 당연히 ·매번 하던 모범 답이 나왔다. “가이드 참 힘든 직종입니다. 이거 아르바이트라 하는 거지 직업으 , 로 생각했다면 당장 그만 둘 겁니다." “어째서? 관광지 자료만 챙기고 중국말 통역만 하면 되는 건데?” “관광지 정보는 물론이거니와 이 나라 사정도 꿰고 있어야죠. 주변 국가와관계까지 알고있어야합니다. 한국사랍들이 얼마나똑똑해 - 요? 인터넷 뒤져 나오는 정보 가지고는 손념에게 감동올 줄 수 없어 요 •• 랴-감동까지나. 이거 우리 가이드 잘 만난 것 같구먼 .• , “그리고 손님이 얼마나 다양합니까. 아이, 어른, 남자, 여자. 그중 )‘ 엔 저를 하인 취급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여행7l-이드는 참 힘든 직종 입니다-” 이런 말을 하는 건, 손님들에게 미리해주는 일종의 경고 같은 것 ; 이었다. ’‘그건 맞는 말이에요. 쉽게 돈 버는 게 세상엔 아무 것도 없지요.” 자스민 차를 마시던 김석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식이 나오기 시\ 작했다. 중국 음식의 푸짐함에 이들은 익숙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 이성열은 채식주의자처럼 자신의 접시에 야채만 골라 담았다. --자-장도를 위하여 한 잔 합시다.” 196 신영철/하늘호수 ·가득 찬 맥주잔을 틀고 홍인수가 기분 좋게 말했다. 우리는 그가 품r맥주잔올 부딪치며 건배를 했다. 판“받1제 함께 열흘을 보내야 할 텐데 서로 혐l을 소개하는 시간올 ~f:칩시다. 나는·한국에서 작은 무역 관련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홍인 讓라 합니다 사업을 위해 티베트를 7뜯 겁니다 티베트 닦물 카 페·주 품목인데 비행기로 실어 나르려니까 채산이 .맞지 않아요. 그 ;나 이제는 상황어 바뀌었어요. 우리가 타려는 기차로 말미암아 물 퍼1용이 획기적으로 줄 것이니까. 그걸 알고 싶어 왔어요." 노어씬지 시원스럽고 손이 크다 생각했는데 무역업체의 사장이었다. ,,,,첫보다 내가 놀란 것은, 개통 된지 한 달 밖에 되지 않는 기차를 놓 L;벌써 손익 계산올 하는 점이었다. 홍 사장올 이어 김석우가 일어 꾀. ” 빼는 H신문사 근무하는 김석우입니다. 이번에 새로 개통된 칭짱 캘쩌l 대하여 취재차 여기에 왔습니다-제가 이번에 취재하는 기사 ‘、}진과 함께 우리 신문에 연재할 계획입니다.” f1L-매가 날카로워 보인다 싶었는데 역시 김석우의 직엽은 기자였다. 쩌는 이성열이라고 합니다. 거주하는 곳은 미국 로스앤젤리스입 따. 미국계 회사헤서 근무하고 있고요. 힘들게 휴가를 얻어 이곳에 슬니다. 꼭 티베트를 가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자세한 말씀은 나 내 천천히 나누도록 하지요. 잘 부탁드립니다.” 머뭇거리며 말을 마친 이성열의 눈빛에 잠시 쓸쓸함이 흐르는 결 鎭는 놓치지 않았다 미국에서 온 사람이 북경에 있는 티베트 불교 워인 용화궁을 어떻게 알았을까. 그곳은 일반인이 잘 찾지 않는 곳 ”데 그곳을 가고 싶어 한 이유는 뭘까. 김 기자가나에게 질문을해왔다 . • 패진씨, 우리가 이번 여행에서 주의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알 197 • 중펀소설 - 려 주세요.” --우선 고소중올 조심해야 합니다. 기차가 오천 미터를 넘어 |가니까 요. 제가 몇 가지 약은 준비해 왔어요. 천천히 움직이고 물올 많이 드 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독립 운동이 벌어지는 민감한 곳이니까, 김 기자님은 가능한 조심스럽게 취재하는 게 좋겠는데요. 게엄령 중 .. 인 그곳은 기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김 기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는 알고 있다는 표시였다. 맞 은편에 앉은 이성열이 시선올 내게 고정시키며 물어왔다. “대진씨 , 하늘 호수는 언제 가게 되지요?” ‘까, 예. 계획서에 나옹 하늘 호수 말씀어군요. 그 호수는 원래 ‘남 효’라고 합니다. 티베트어로 남’은 하늘올, 효’는 호수를 말하죠. 지 구생l서 제일 높은 곳에 있기 때문헤 하늘 호수라는 별명을 얻은 거 예요. 해발이 사천 칠백 미터가 넘기에 곧바로 갈 수는 없습니다. 여러 분은 라짜에서 관광을 하며 고소에 적웅 된 후 그곳을 가게 됩니다.” 이성열이 조용히 고개를끄덕였다. 나는그에 대하여 흥미를느꼈 다. 티베트가 흥미로운 여행지임엔 틀림없으나, 태평양을 건너고 다 시 서해를 건너 올 만큼 그리 매력적인 여행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차 차그에 대하여 알게될것이다.그의 말은내 입을거쳐 통역이 될것 이므로 자신의 맥주 컵올 단숨에 비운 홍 사증 F이 내게 잔을 권했다. “예전엔 티베트를 가려면 비행기 뿐이었는데 이렇게 기차를 타고 갈 줄 꿈에라도 알았을까. 참 세상 좋아 졌어.” “그럼요. 좋아지고말고요. 실크로드가 옛날 옛적 이름이라면, 이제 철길이 깔렸으니 우리가 가는 길은 스틸로드라고 불러야겠지요. 그 \ 래서 제 글 제목도 ‘스틸로드 따라 티베트를 가다’라고 뽑을 예정입 니다.” 김 기자의 말이 그럴듯하게 들렸다. 내가 챙겨 본 자료도 그렇게 198 신영철/하늘호수 밝히고 있었다. 티베트 고원도 광의의 실크로드 중 하나였다. 우리가 익히 알펀, 우루무치를통해 서역으로가는실크로드가아니라, 티베 , 트를종단하여 중국과 인도를오카던 길이 존재했다. 혜초스님 이전 에도 녀l 명의 신라스님이 우리가 갈 고원을 청유하여 인도로 성지순 ; 혜를떠났다. 티베트와인도사이, 히말라야고개 나투라’가그고개 낄이다. 아득한 옛날, 목숨올 담보한 채 몇 년올 터벅터벅 걸었올 r실 크로드를 우리는 기차 타고 가려고 모인 것이다. - ; . “여러분이 북경여행사를 선태하신 건 잘한 일입니다. 그 기차표 사 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으니까요.” :-!'알아. 한국에서 이곳저곳 문의를 해도 기차표 때문에 아예 안 된 다더군. 인연이 되려니 이렇게 당신도 만났고 기차도 타게 된 쟁이 지 . 안그래요?” . 홍 사장은 주변의 동의를 구한다는 듯 좌중올 휘 둘러 보았다. 2〔%년 철월에 개통 된 T27 북경 -라싸 칸 기차는, 하루 한 대 뿐 이었다. 표는 연일 매진되어 도저히 구할 길이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중국인들에게도 티베트는 미지의 세계였고‘ 중국은 후진따오 주석까지 나서서, 이 하늘 철도 건설올 칭송하고 있었다. 중국 언론들 은 이 기잣길에 티엔루g路) 즉 하늘 길이라는 이름올 붙였다 . . “짝퉁 천국이었던 중국 기술도 이제는 만만한 게 아니야. 대진군이 이곳에 사니까잘알겠네. 어떻게 생각해요?” “사장님 산샤댐 아시지요? 양자강올막아버린 엄청난토목공사. 무려 백 구십 만 명이나 이주시킨 세계 최대의 랩. 그것 완공과 선저 우 유인우주선 발사, 그리고 이 히늘 철도 개통을 근대 중국의 3대 업적으로 당국은 홍보하고 있어요.” “그래 맞아, 예전의 중국이 아니지 . 원자폭탄, 수소폭탄에 유인 우 주선까지 자체 기술로 만드는 중국이니까.” 199 「-- - 야,.., • 「.‘ ·, • 중편소설 • “이 기차 개통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니까 엄청나게 인파가몰렸어 요. 그러자 이번에는 여행 자제를 호소하는 방송이 자주 나략요. 웃 기는일이에요.” 사실이 그랬다. 중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인해전술 아닌가. 중 국 당국의 대대적 개통 홍보로 인해 엄청난 사람들이 그것을 타려고 대기하고 있던 참이었다. 몰려는 사랍들올 포용할 인프라가 라짜에 는 절대 부족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여행사에서는 아예 손님을 받지 않는 사태를 야기했다. 당연히 라싸행 기차표는 귀허신 물건이 되었 지만. 왕사장의 수완으로 그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그런데 이성열씨가 가려던 그 뭐라던가. 웅화궁인가 그곳이 어펀 곳입니까?’ 문득 생각났다는 듯 홍 사장이 이성열에게 화제를 돌렸다. “저도 잘 모릅니다. 그저 라마 불교 사원이라는 것 밖에요.” . “그럼 가이드가잘알겠네. 거기가어떤 곳이지?” “청나라 때 강희 황제의 넷째 아들을 세종옹정이라고 하는데요, 그 사람이 살던 저돼이었습니다. 세종옹정이 황제가 되어 즉위 한 이래 티베트 · 불교 사원으로 바뀐 거지요. 황제는 아주 독실한 라마 불교도 였던모양입니다.” 이럴 때는 기분이 좋았다. 내가 아는 질문이었으니까. 가이드 일을 하며 느낀 바로는 손님의 질문에 즉답이 안 나오면 무능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 절에서 볼 게 뭐야? 유명한 게 있다면.” “만복각에 있는 부처님이지요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 7세가 건륭 지 황제에게 바친.것이라고하는데 엄청 커요 .. , 그때 이성열이 내말을 자르며 끼어들었다. “제가 관심이 있는 건 그 목불이 나닙니다. 그 절에 있는 약사전(흙 200 신영철/하늘호수 - 師嚴)을 보고 싶었어요. 그곳에는 티베트 약초표본이 많이 있다더군 ? 좌. 라마 스님들이 그곳에서 티베트 전통 의술을 공부했던 장소라고 • 」i해서 가보고싶었올뿐입니다.” 나는 시간이 갈수록 이성열에게 궁금증이 일었다. 아르바이트를 - 하며 북경 주변 관광지를 많이 다녀 보았으나 옹화궁을 가겠다는 사 '. 람은 드물었다. 높이 십팔 미터의 거대한 나무 불쇼써l는 관심이 없고 ; 약사전에 관심이 있다는말도생경했다. 짚 f: 기차 시간이 되어 우리는 일어섰다. 티베트 수도 라싸로 가는 칭짱 -철도 출발지는 북경 서역이었다. 자금성 성문올 닮은 거대한 구조물 ‘ 이 얀상적인 역전은, 사랍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역 구내에는 ‘ 컵올 주듯 티베트를 여행하려는 외국인은 업경허가서를 받아야 된 • 다’라는 공고문여 붙어 었다. 나는 짐꾼을 동원해 다른 출구로 미리 기차헤 탑승 할 수 있었다. l ' 늄런 것이 내가 여행 7써드를 하면서 배운 노하우였다. 중국에서도 • 가장 쾌적한 기차라는 소문대로, 왕사장이 사 놓은 4인용 침대칸은 깨끗했고 제복의 승무원들 역시 친절했다. 밤 9시 30분 정각, 라싸행 기차가사람들을 꽉 채운 채 미끄러지듯 출발했다. ; ‘f드디어 출발하는군. 아까 보니 식당 칸이 있던데 그리로 가서 한 잔 더 합시다. 역사적 대장정을 나서는데 , 또 초저녁인데 잠이 오겠 어요?” 한 칸에 양쪽으로 2단 층으로 된, 각자의 침대에 짐을 정리한 후 홍 사장이 우리를 채근했다. 대동호텔의 저녁 값도 -그가 냈듯이 또 한잔 사겠다는 말이었다. ”저는 좀 쉬는 게 좋겠습니다. 죄송하지만 여러분끼리 갔다 오시 201 • 중편소설 - 죠 이성열은 예의 그 검은 가방을 맨 채 침대에 앉아사양을 |했다. 홍 사장의 말대로 잠 들 시간은 아니었기에 김 기자와 나는 그를 따라 . 식당칸으로갔다. “대진군이 안주는 알아서 시키라고. 중국 물가가 싼 게 이럴 때는 · 고랍다니까 .• , 나는 고량주와 거기에 어울렬 몇 가지 요리를 시켰다. “과연, 후년으로 다가온 북경 올림픽이 제대로 치러질까요? 말은 안했지만 북경의 스모그는 정말 대단했어요. 이제 그 공해로부터 해 방되어 청정 티베트로 간다니 기분 좋군요 .” 김 기자의 말대로 첫 여정이 시작되었다는 생각에 나도 가슴이 설 레었다. “대진군, 우리가 지금부터 몇 킬로미터를 달려가는 거요?” 홍사장의질문이었다. “자료에는 4~5km로 나와 있습니다. 서울 부산 열배니까 대단한 길이죠.” ‘몇 시간이나 걸리지?” “한국의 무궁화호 속도로 47시간 30분이 걸립니다.” “이걸 칭짱 철도로 부른다는데 맞나?” “아닙니다. 칭짱 철도와 연결 될 뿐이지요. 기존 철도로 청해성의 거얼무에 도착종}면 , 거기부터 티베트 고원을 넘어 라4샤까지 이어지 는 구간이 칭짱 철도입니다. 그게 이번에 개통된 겁니다.” • • 그렇군. 그럼 높이는얼마나올라가는거야? 이 기차로말이지.” .\; 홍 사장이 궁금한 것처럼 김 기자도 내 설명에 귀 기울이고 있었 다. “세계 최고 높이를 달리는 기차는 당연히 세계에서 최고로 높은 역 202 신영철/하눌호수 i편 탕그라 역을 지납니다. 그 역은 알프스 몽블랑보다도 높은, 해발 .5072m나 됩니다.” . 외워 놓은 셜명을 하며 나는 다시 스스로 놀라고 있었다. 수 천 톤 훼 이 육중한 쇠붙이가, 알프스 산맥 보다 높은 곳올 오른다니 청말 뭘어지지 않았다. 좁f“홍· 사장님. 고도가 높아지면, 술올 많이 마시지 못 할 거예요. 지 속훌륙한 두통에 시달릴 테니까요.” 양 -,-7”'아직 이곳은 괜찮아. I명지인데 뭘 . 그때는 조금만 마시지 뭐. 농담 1겠지만 후진따오 주석 만나기보다 힘들다는 표를 구했으나 축배를 ‘풀E이유로는 좋잖아.” ,:::: .‘;흥 사장은 술올 꽤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차햇까지 깔려 있는 식당 뿔 꽤 품위가 있어 보였고, 그곳은 기차여행올 마치는 라싸까지 우리 한한골쉽터가되었다. 펀 ”이 카멧은 싸구려야.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 낸 것이지. 내가 취 궐하는 티베트 카멧과는 풍격이 달라. 모두 손으로 만든 수제품이니 짜 당연히 값도 비싸고. 하하.” .쫓전문가답게 홍 사장은 식당 바댁l 갈린 카햇 .품펑올 했다. r· .. 01성열씨도 이리 같이 왔으면 좋았올걸. 술을 많이 못하나 보지?” 죄축배를 함께 나누지 못하는 안타까움 때문에선지, 홍X많이 그렇 -케 말했는데 그 말을 김 기자가 받았다. ! “무슨 걱정이 있는 사람 .같아요. 미국에서 일부러 여행을 왔으면 - 다 둑 털어 버리고 즐겁게 어울리면 좋을 텐데.” 캉-?지금이라도 불러 올까?” -μ·‘에이, 내버려 두세요. 피곤하다는데 쉬게 하는케 좋지 않겠어 합.” 홍 사장의 사업 이야기와 김 기자의 취재 계획 둥, 여러 대화를 나 203 i책논 l중편소설 - 누다 침실로 돌아오니, 2층 침대의 이성열은 벌써 잠들었는쩌 미동 도하지않고있다 i 우리가흔곤한잠을자고일어 난사이, 이미 기차는낯선풍경 속 을 달리고 있었다. 희붐한 아침 여명이 밝아 오기 시작했다. 유학·오 . 기 전 갔었던 전라도 김제 평야가 생각났다. 그곳에서만 지평선이 보 ι 이는 줄 알았는데 이곳 역시 그랬다. 창 밖으로 질펀한 옥수수 밭이 끝간곳없이 펼쳐져 있다. 이렇게 경작가능한땅이 많으므로사회주 - 의 체제 속에서도 먹을거리는 넘쳐 날 수 있었올 것이다. 중국은 러시 아, 캐나대1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넓은 땅올 보유하고 있다. 그러 나 경작 가능한 땅으로는 세계 최고 넓이의 땅올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진시 황릉으로 유명한 실크로드의 출발점인 시안(西安)역에 도착 한 시간은 오전 9시 30분이었다. 중간에 한번 정차 한 후 꼬박 12시 간을달려 온셈이다. 이 기차는라짜까지 통과하는각성의 성(省)도 6개 도시만 정차한다. 말 그대로 급행이라 할 수 있는데 , 성 하나는 우리나라 몇 배의 크기와 인구를 가지고 있었다. 기절히듯 푹 잠자고 아침에 깨어나면 힘이 솟는다. 그것처럼 중국도 질곡의 역사를 뒤로 하고 거듭 깨어났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직 북경 도심지에서 인 력거 끌며 휴대폰 거는 혼돈이지만 이체 누구도 중국의 힘과 저력을 의심하는사람은없다. 우리는 세면을 마친 후 아침을 먹으러 다시 식당칸으로 모였다. 어 제 저녁 매상올 올려준 덕분인지 종업원이 웃는 얼굴로 반긴다. 여러 가지 음식을 시켰고 일행들은 그것들을 맛있게 먹는데. 이성열만은 청채라 불리는 야채와 밥만 먹는다. 역시 그는 채식주의자인 모양이 - � 었다. 식사가 물난 후 커피를 시켜 놓고 환담을 나누었다. 침실로 돌 아가 봤자 낮잠만 잘 터였으니까. 204 신영철/하눌호수 ‘ “마치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를 보는 것 같아, 이 넓은 땅을 먹어치 )짤후 기차 길을 깐 중국의 서북공정을 보면 말이지.” ~i.·프창 밖으로 질펀하게 펼쳐진 평원올 보며 홍 사장이 부러운 듯 말했 봐. 맞은편에 앉아 차를 마시던 김 기자가 그 말에 동의라도 하듯 맞 --창구를쳤다. 환 각정확히는 서남공정이에요. 물론 큰 돗으로는 서북공정에 포함되 월l만요. 중국 땅이 넓다고 하지만 티베트 고원이 사분의 일올 차지하 r판 있어요. 티베트는 독립 운운 하나 결코 중국은 티베트를 내 놓올 f펠캅} 없습니다. 하긴 우리나라뿐이 아니라 어느 나라라도 땅 욕심에 - 빼겠지요.” 칸순“미국이 서부로 진출 할 때는 인디언들의 저항이 꽤 심했었는데, 폐건 숫제 거저 먹은 거지 원 .” 펠 “하하. 예전에 본 서부영화 생각이 나네요. 그 영화에서 명 사수 존 웨인이 포장마차를 이꿀고 황량한 서부를 갑니다. 드디어 인디언과 -전투가 붙지요. 전력의 열세로 존 웨인이 이끄는 백인들은 거의 전멸 죄전에 이릅니다. 더 버틸 힘이 없는상황에서 인디언들은마지막총 ·漫격을 해 옵니다. 그때 뺨바라밤 하며 나타나는 기병대에게 우리가 더얼마나 열광했습니까.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게 백인들이 만들어 -폴은 왜곡이었지요- 인디언 땅에 쳐들어간 침략자에게 박수친 꼴입 ·니다.” ”.?·?그게 역사야. 센 놈이 이기는. 중국 역시 서부개척 황금시대를 맞 섣 판 게 틀림없어. 아이고, 이성열 씨는 미국에서 왔는데 이거 공연히 문자쓴꼴이네.” 이성열은 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그저 미소만 띄우고 있었다. 홍 사 쌍은계속말을이었다. ”건설도 좋지만, 중국 특유의 블핵흘 중화사상을 서쪽에 옮기는 사 205 훨;; l중편소설 • 업 이름이 바로 서북공정 아니야?” 나는 불현듯 지금 한국을 열 받게 하고 있는 ‘동북공정’에 떠올랐 다. 동북공정은 그래서 심각하다. 내가 아는 중국은 결코 그 동북공 정을 포기할 리 없다. 원, 청나라를 세운, 소수민족 역시 중화사상이 라는 블랙홀에 녹아들어 중국에 동화 된 것을 역사는 증언하고 있다. 고구려 역사를 자신들의 역사로 주장하는 동북공정은, 결코 쉽게 사 . 그라질 문제가 아니다. 내가 유학을 하며 공부한 중국은, 서두르지 않는 그러나 결코 포기하지도 않는 나라였다. 이 철도가 그 중거 아 니겠는가. 티베트인들조차도 독인지 약인지 햇갈리는 이 칭짱 철도 역시, 그 결과물 중 하나 일 것이다. 티베트의 독립 운동에 유혈 진압 도 있었다. 독립을 위한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노력에 보내 는, 세계의 동정 어린 시선도 있으나 중국의 귀에는 들릴 리 ·없다. 만 만디 정신으로 꾸준하게 중국 서부개척 시대를 준비했고 이렇게 중 화시키며 티베트를 열고 있다. “이정열씨, 어제 대진군에게 하늘 호수를 언제 가냐고 묻던데, 그 곳 구경하러 이번 여행을 온 거요?” 홍사장이 내심 궁금했다는듯이성열에게 질문을던졌다. 창밖을 보며 조용히 차를마시던 그가 고개를 들었다. “내 말은, 휴가를내서 이 번 길을올만큼하늘호수가멋진 곳이 냐그말이오.” “저도 모릅니다. 제가 굳이 그곳을 가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바 로 설련화(폴運花)때문입니다. 히말라야에서만 핀다는 그 꽃의 자생 지가, 히늘 호수라고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호수도아니고꽃때문에 이 길을간다?그거--- - - - 진짱니까?” 이성열의 여행 목적이 하늘 호수도 아니고 꽃이라는 말에,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홍 사장이 놀랐다. 206 신영철/하늘호수 ,'11,숭- “그렇습니다. 티베트불교유적인포탈라궁과죠캉사원에도관심 s” l 있으나, 저는 그 꽃을 보러 가는 중입니다. 그·꽃은 찾는 게 제게 딴제일큰이융니다.” 견 이성열의 말에 김 기자가 홍미를 보였다. 「 ε “그설련화라는게, 혹시 한국에서 복수초라고불리는것이 아닌가 j흡? 그 꽃 뿌리는 한방과 민간에서 약재로 사용 한다던데.” 주 01성열은 즉각 고개를 저었는데 눈빛이 아련해 졌다. 펀? “그 꽃은 저도 압니다. 그러나 한국같이 낮은 콧에 피는 꽃과, 내가 찾는 꽃은 전혀 다릅니다.” 수 “그런 정보를 어디서 얻었어요?” ;; 훤 “자활본초강목(自活本草網目)이란 책에서 우리는 처음 설련회를 봤 f”~1;요. 만년설산에서만 자라는 꽃이더군요. 사람의 능력으론 재배가 i판 되고 설산의 새들이 벅고 난 후 배설물에 의해 번식이 이루어진답 꾀다.” -웰?미국에도 그런 책이 있었어요? 그리고 방금 우리라고 했는데 그 .쩔 본사람이 또 있다는 말이네요?” ·씌 김 기자가 믿지 못하겠다는 눈빛으로 이성열에게 물었다. - ’ “제 아내입니다. 아내는 그 꽃이 가지고 있는. 불치병 치료에 대한 놀라운 효험올 믿지 않습니다만, 저는 믿고 있습니다.” . 판의외의 대답에 잠시 무거운 침묵이 우리를 감썼다. 이성열은 그 설 련화의 약재로서 효능을 믿는 게 틀림없었다. 그는 침울하게 말했는 데 그 분위기로 봐서 그의 아내는 몹시 아프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훼의 그런 짐작을 홍 사장도 같이 느낀 모양 이었다. ‘ ”만병통치라------어떻게 생긴 꽃이오?” f\· ‘·형태는 연꽃과 비슷하게 외줄기만 우뚝 선 모습이 매우 아름답더 군요. 하늘 호수 가에 핀 것이 천하에서 으뜸가는 보약이랍니다. 열 207 l중편소설 l 이 많은 꽃이라 눈 속에서도 피고 있다더군요. 얼음이 얼어로 꽃 주 : 변은 녹아 버리는 셜련화지요. 로스앤젤리스에도 한의사블이 많이 . 있어요. 그들에게 물어 보았는데, 더러 그 꽃올 얄고는 있지만 실제 로 본 적은 없다더군요.” “정말 그것이 있긴 있는 겁니까? “그럼요. 우리는 그것이 필요했던 겁니다. 집사람은 이미 병원에셔 폐암 말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수술도 안 된다고 했습나다. 암세포가 너무 번져 손올 쓸 수가 없었습니다. 병원도 손올 놓은 상황에서 저 · 홉 에게 믿을 것은 이제 그것뿐이었지요. -” - - 나는가슴이 싼해져왔다. 그꽃이 그렇게 영험하든 아니던 간에 이- - 성열이 그 꽃에 집칙해야 할 이유를 알았기 때문이다. 북경에서 처음 ‘ 만났올 때 옹화궁 약사전올 가고 싶다고 말했던 게 새삼 생각났다. 그곳에 티베트 약초가 많다고 말한 것은, 그곳에서 셜련화를 보고 싶 어 했던 것일까. 현대의학의 집합체 병원을전전하며, 아내를포기하 라는 결론을 얻은 이성열이 할 일이 또 있었을까. 죽어 가는 아내를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남편의 심정이 오죽활까. 태평양올 건 너 올 이유로는 충분했다. 조용한 성격의 이성열이 꽃 이야기에 열올 ‘ 내는 그 절박한 심정을 나는 알 것 같았다. “부인은 지금 미국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까?” 홍 사장이 측은한 표정으로, 다시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 이성열에 게물었다. --아내는- -----병원엔 없습니다.” 창에서 과H도돌리지 않고이성열이 대답했다. 다시 침묵이 흘렸'χ 다. 그 침묵이 싫었는지 갑자기 이성열이 일어서며 입을 떼었다. --공연히 저 때문에 분위가이%낭H질 이유는없습니다. 제가불편해 지니까요. 또한누구에게나 일어날수 있는 일이잖아요.,. 208 신영철/하늘호수 -그가 가고 나서도 한참동안 우리는 말이 없었다. 창 밖으로는 여전 활 1 ·끝없는 구릉과 옥수수 밭이 연속으로 이어졌다. 침묵을 깨며 홍 . ........ 이 입올열었다. 훨’셔참 안되었네. 이성열씨 나이를 보면 그의 부인도 아직 젊은 사랍 빌데 폐암 말기라니. 병원에도 없다니 거기도 손 든 모양이지 . 그런 W대진군. 하늘 호쉬il 그런 꽃이 정말 있기는 한 겨얘” 찾훗운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처음 들어 보는 말이라서요.” -→?사진기를 점검하던 김 기자가 홍 사장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고개 르흔든다. 한;L런 게 어디 있겠어요. 있다면 벌써 난리가 났지요. 물에 빠진 사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겠지만 세상에 그런 만병통치약은 製}요.” 꽉도 그의 말이 맞는다 싶었다. 티베트에도 의술은 있었다. 사랍이 -}는 곳이니까. 우리나라와 중국과는 다르지만 그들 나름의 의학적 품과 치료는 존재했다. 그들의 약품은 거의 자연에서 채취한 약초 -이었다. 티베트 전문 중국여행사에서, 신비의 땅 티베트의 약올 만 캘통치나 되는 것처럼 팔아먹는 모습도 여러 번 봤다. 티베트의 신비 칸 주는 선입견에 그런지 몰라도, 검증도 없이 그걸 마구 사는 한국 인들올 보며 나는속으로 웃은 적도 많았다. 그러나 설련화라는 것은 옴 들어 보는 약초였다. 홍 사장도 그런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훨“아마 이성열씨는 어느 허무맹랑한 의서를 보고 그 말올 믿는 모양 깎1지. 한국 종합병원에 가면 그런 부류의 인간들이 얼마나 많아. 말 웰 환자들의 약점을 이용해 가짜 특효약을 파는 놈들이. 부인이 죽어 7}는데 그거라도 믿고 싶었던 게지.” ;.;쓴 입맛을 다시며 홍 사장은 내 뱉듯 한마디 더 붙였다. 펙무리 가망 없어도 죽어도 병원에서 죽어야지, 퇴원을 하면 어떻 209 • 중펀소설 • 게 해.” “말기 암 환자지만 치료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듭니까. 특헤 미국에 서 말이죠. 경제적 이유도 있겠지요. 안된 일이네요, 그러니 이성열 씨가 설련화 같은 황당한 이야기에 빠진 거겠지요. 잠깐, 대진씨 통 . 역좀부탁합니다.” 김 기자가, 우리 건너편 식탁에 앉아 있는 아가씨를 턱으로 가리키 며 나에게 부탁을 해왔다. 그녀와 대화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말을 시켜 보니 북경에 있는 서북대학교 학생이었다. “이 철도가 개통 된 후 뭐가 달라졌나요?’ “우리 학교 통기 중 한명이 라짜가 집인 사람이 있는데요. 일 년에 집을 한번 가기도 힘들었어요. 같은 중국인데도 말이죠-이제는 그런 걱정이 없는거죠.” 스스럼없이 티베트를 ’같은 중국 ’으로 호칭하는 그녀의 말이 내겐 다소 생경했지만 그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런 국가의식은 이 기차 길로 해서 더욱 심화될 것은 분명했다. 중국이 희박한 인구 밀도를 ‘ 가자고 있는 티베트에 철도를 건설한 백 가지 이유 중 또 하나가 되 니까. “어디까지 갑니까?” “거얼무까지요.” 그곳은 티베트 고원 들머리였다. 거기서 기차는 탕구라 산맥올 념 ; 는다. 공사구간 80퍼센트 이상 차지하는 960km가 평균 해발 4500m이다. 그 중 서울 부산 보다 긴 오백 킬로 이상이 영구 동토지 역이라면 공사의 어려움에 수긍이 간다. 한마디로 얼음잔에 놓인 철\ 도라는말이다. “저분은 기자인데 사진을 한 장 찍자고 합니다. 되겠습니까?” “좋아요.” 210 신영철/하늘호수 엔 1김 기자는 요란스러울 만큼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끝없는녹색 평원올달려 란저우에 도착한시간은오후4시쯤이었 깐 그 사이 풍경은 또 바뀌었다. 이제부터 녹색이 드물어졌고 황토 산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거대한 황하(黃河) 상류가 보였다. 우리가 義반하려는 티베트 고원올 에두른 탕구라 산맥에서 황하는 발원한 .다. 이 캉은 이름 그대로 시작부터 탁한 황토 빛 흐름이었다. 비행기 i흘;타고 갔다면 못 볼 진기한 풍경이었다 관기치를 타려는 사람들도 인종이 많이 바뀌었다. 붉은 가사를 입은 빽베트 숭려와 머리를 닿은 티베트인들. 한 바퀴 돌리면 불경올 한번 =훨는 것과 같다는 마니차를 돌리는 할머니를 보냐 티베트가 가까 섬짐올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 얼굴 모습이 ,· 햇볕에 그을린 우리 쩍;라 시골 사람들 표정과 팩 닮아 보였다. 중국 한족과는 분명히 다 ’ 1얼굴이었다. 송 란저우에서 시녕까지는 불과 3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미 고 줍가 높아져 시닝은 해발 2000미터를 넘어서고 있다. 이제부터 서서 회 고도가 높아지므로 시닝을 실제적으로 티베트 고원의 출발지로 말아야 할 것이다. 실질적으로 이곳이 예전 티베트의 관문 역할을 한 흉이다. 지금은 행정구역 개편으로 청해 성에 속하지만, 티베트 불교 때|서 그 위치가 혁혁한 총차파가 이곳에서 태어났다. 티베트를 점령 꽉중국이 행정 개편을단행하여 티베트고원을분할했다. 일부를청 웹 성으로, 또 사천 성으로 편입시켰지만, 그래도 남은 티베트는 남 -환의 열두 배 크기였다. 시간은 오후 7시를 가리키고 있지만 이직 햇 볕이 챙챙하다. 경도상으로 볼 때 북경괴는 대략 두 시간 이상 차이 카 나야 함에도, 북경 표준시를 전국에 적용시키기 때문이다. 이미 뿔경은 해거름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수저녁 식사 시간이었으므로 침대칸으로 가, 자고 있는 이성열을 깨 211 - 중편소설 • 워왔다‘ 그는 식당 칸으로 오면서도 검은 가방을 챙겼다. 그건 카메 라가방은아닌듯했다 나는한번도그가샌올찍는모좁을보지 못했다. “한 잔 하자고. 내일부터 고도를 올리면 술을 못 먹을 테니까.” 술올 좋아하는 홍 사장의 부탁으로 나는 여러 안주를 시켰다. 이성 열은 고기는 먹지 않는 대신 술은 사양하지 않았다. “저기 황하 강 좀 봐. 제법 기세 좋게 흐르는데 왜 마른 강이라는 거야?” 나는 그가 따라주는 맥주를 받으며 대답올 했다. “여기는 공업단지가 없고 사람이 많이 살지 않아 그렇지요. 강 따 ‘ 라 내려가다 보면 엄청 많은 공장과 도시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사용 하는물때문입니다. ε “공업용수로도 사용하지 못할 이런 뿌연 황토 물도 부족해, 하류로 내려 갈수록 마른 강이 된다는 거군. 이런 강이 인류 문명 발상지 중 하나라는 황하문명이라니 이해가 안 되네.” 그 말을 받아 김 기자가 나섰다. “우리가 가려 하는 티베트에는 만년셜 풍부한 물이 녹아 흐르는 얄롱창포 강이 있는데요 중국은 거기에도 눈올 돌렸습니다. 그 물을 건천이 되어 가는황하로돌린다는장수북조藏水北調) 공정이 그것 입니다.” . ·펴 나도 처음 듣는 소리였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중국은 칭짱 철도에 이어 또다시 엄청난 규모의 자연 개조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의아해 하는나를의식했던지 김 기지는말을이었다.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도 이 방안 이 공식 의제로 채돼되기도 했다는 보도가 있었어요. 그리고 ‘시짱 (西藏)의 물이 중국을 구한다는 책은 후진타오나 원자바오 총리가 212 신영철/하늘호수 -휩국자들에게 필독서로 권장할 정도라는 군요.” ~~ 놀라운 일이었다. 얄릉창포 강은 나도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강이 다. 티베트에서 발원, 히말라야산맥을 감싸고 돈 후 방글라데시를 거쳐 캔지스 강과 합쳐 인도양으로 흘러나가는 아주 큰 강이다. 방글 패데시에선 브라마푸트라 강으로 불린다고 들었다. 만약 이 공사가 ,-치작 된다면 유사 이래 최고의 토목 공사가 될 것이다. 우리가 탄칭 t;짱 철도 역시 그 공사에 큰 일꾼 역할올 할 것이다. 일종의 시너지 효 ' ;언셈이다. -자그때까지 아무 말 없이 술잔을 기우리던 이성열이 돗밖의 말을 한 .쥔「 ii-· .t: “다, 제행무장이지요. 모든 건 변한다는. 사람이 이룬 것은 없어지 =했1 마련이고, 사람이 쌓은 것은 무너지는 거지요. 사람의 욕심은 블 -펙 없는거 같아요.” --- “야, 그거 좋은 말이네. 이성열 씨는 행동이나 말투가 불교 공부를 ;’뭘는 사람 같아. 기독교 나라에서 온 사람답지 않게 . 혹시 그쪽 공부 품 ‘한사람입니까?” 학 술좌석에 함께 해 준 게 기쁘다는 듯 홍 사장이 너스레를 떨었다. “아뇨. 그저 아내에게 귀 동냥으로 들은 말입니다. 기후 온난화로 쁨살을 앓는 지구의 병은 깊습니다. 그건 문명의 이름으로 행하여진 결과아닌가요?” “맞습니다. 그 말이 맞는 말이죠. 인간만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온 갖 것을 만들어 내고 있죠. 원자탄이 그렇고 플라스틱이 그런 거죠.” ; 김 기자가 그 말에 적극 동의한다는 듯 거들고 나섰다. ’ ‘자연을 무시한 결과는 언제나 치명적 재해로 다가 섰다는 역사의 교훈에서 막연하게 두려움을 느낄 뿐입니다. 그리고 그 랩이 , 이 철 ‘ 도가 영원하리라는 생각은 맞지 않습니다. 탐욕일 뿐이지요.” 213 합 - - 중편소설 - 이성열은 홉사 도사 같은 말올 하고 있는데 내게는 그게 웬치 듣기 좋았다. | “그런데 이성열씨는 비행기로 래싸를 가면 빠를 텐데 왜 힘든 기차 -혜 를 탔습니까? 그럴 이유라도 있나요?” “경제적으로 싸게 치니까요. 그러나 그보다는 티베트 불교 공부를 하는아내에게 이 고원올보여주고싶었습니다.” 아마 이성열의 말은. 나중에 미국으로 귀환하면 아내에게 자신이 본 고원의 풍경을 설명하려는 말 같이 들렸다. 그 말올 이해한다는 듯 홍 사장이 농담올 했다. “셜명하기 간단해서 좋군. 이곳은 나무도 없고 풍경야 단조로우니 까. 하하.-- --제카 사는 엘에이 근처에도 모하비 사막이라는 광활한 지평선이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높은 고지는 아니지요. 그러나 무엇보다 그 사막과 다른 점은 이곳은 불경이 전해진 불법의 길이라는 겁니다.” “스님들의 이곳을 횡단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했을 거야. 그런데 이젠 철도가 생겼으니 과연 기지개를 편 중국은 무섭군. 누구도 중국 을 다시 잠들지 못하게 할 것이야. 알프스보다 높은 곳에 철길을 놓 고 강물을 돌리고, 무섭다 무서워.” 그런 농담 섞인 우려를 하는 홍 사장에게 김 기자가 한마디로 정의 한다. “중국은 미쳤어요!”- 마침내, 거얼무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6시 10분 이었다. 침대칸에 "'! 서 2박 동안, 나와 친해진 승무원이 여기서 고원 기관차와 바뀐다고 귀뜸을 한다. 그 말을 전하니 김 기자가카메라를 들고 기차 앞으혹 달렸다. 여태 우리를 끌고 대륙을 횡단한 기관차가 분리 되고, 하얀 214 신영철/히늘호수 --쐐의 고소 기관차 3량으로 바뀐다. 희박한 산소 속올 달리게 절계된 미국제라 했다. 그 말을 증명하듯 기관실엔 중국인과 함께 엔지니어 ... ~,럼 보이는 백인이 타고 있다. 중국 대륙 3000여km를 끌고 온 저 - 소 기관차는 이곳에서 아웃 되었다. 야구에서 9회 말 나타난 구원투 품처럼 나머지 구절양장 힘겨운 칭짱 철도 114강an를 끌고 갈 구원 ~re투수기관차였다. &; ~ · 펀 지금부터 진정한 하늘 길올 가게 될 것이다 .칭짱철도는 세계 철 로사의 기적’이라고 했던 후진따오 말대로. 이제부터 그 현장흘 눈으 t J로 목격한다는 말일 터였다. 기차로 급격하게 고도를 높인다는 말을 틀었을 때 나는 영동선, 심포리역의 스위치백을 생각했었다. 앞으로 , So. 갔다가 뒤로 후잔하며 한 계단 오르는, 그런 오름을 계속 반복하며 ;펠베트 고원을 오르는 건 아닐까 생각한 것이다.-그러나 그건 역시 = 참은나라에서 온나그네의 상상이었다. 3량의 고소기관차로바꿔 관 우리 기차는, 직선으로 티베트 고원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 새벽에 사진을 찍는다고 설치는 바랍에 잠이 달아 난 우리는, 일찍 쁨터 식당 칸으로 갔다. 아직 창 밖은 어두워 사물을 분간 할 수는 없 었으나 세계의 지붕을 관통하는 풍경을 놓칠 수는 없었다. 검 기자는 ‘ 삼트를 꺼내 무엇인가 적고 있고, 식당은 아침 준비로 부산했다. 그 • 때 중국어와 티베트어, 그리고 영어로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 부터 산소를 공급한다는 말이었다. 천장의 에어컨에서 슈-소리와 함께 눈에 보이지 않는 산소가 나오기 시작했다. 의자 밑에도 노즐 구멍이 있어 그곳에서도 산소가 나온다. 그럼에도 고소증을 견디지 못 하는 사람을 위해 승무원은 고무 튜브로 된 산소 호홉기를 나누어 주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처럼 의자 아래, 혹은 곁에 있는 산소 구 멍에 그 튜브를 꼽고 콧구멍에 대는 것이다. 아침커피를 마시던 김 기자가 갑자기 생각 난 듯 말했다. 215 • 중편소설 - 셔충국말 중에 이이제이(以훗制훗)라는 게 있어요. 오랑캐로호랑캐 를 제압한다는 말이지요.” | 깐그게무슨말이오?’ 홍 사장이 뜬금없는 그 말이 의아한 듯 물었다. “이 산맥을 처음 넘은 사람은 고선지 장군입니다. 고구려 유민이었 지요. 당나라 때 티베트는 토번이라는 강력한 제국이 존재했습니다. 당 나라와 힘을 겨룰 정도였으니까요. 안서도호부의 책임자로 임명 된 고선지 장군은 당나라의 최대 골칫거리였던 토번을 제압합니다. 그러나 안녹산의 난 때 참형을 당하지요.” “그게 이이제이와 무슨 관계가 있지요?” “오만한 중국은 자신들 말고는 모두 오랑캐로 불렀습니다. 우리나 라도 그들 눈에는 마찬가지였지요. 중국 동쪽에 있는, 오랑캐 이(훗) 자를 써서 동이(東훗)족이라 불렀으니까요. 동북 변방의 고구려 고선 지를 서북 변방의 토번과 싸움 시키고, 이용해 먹다 참형시켜 버린 이야기가 그거 아닙니까.” ·‘역사는 잘 모르지만 참 허망한 일들이야. 그게 이 철도와 무슨 연 관이 있나?” --이 정도 고소라면 처음 오르는 인간에겐 산소가 필요합니다. 기차 에서 산소를 품어 내는 것처럼 말이죠. 따라서 철도 작업올 하는 사 람은 고소적웅이 필요 없는 티베트 현지인이거나, 산소마스크가 필 요한 중국인이겠지요.” ’‘산소마스크를 쓰고 무슨 노동을 해.” “그렇지요. 자기 몸 하나도 기누기 힘든 중국인으론 안 되니, 고산 족 티베트인들을 동원해 하늘 철도를 놓은 거지요. 그 철도가 자신의 나라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 채, 티베트인들은 건설에 동원 된게아니었을까요?” 216 신영철/하늘호수 ’판나는 그 말이 어쩌면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어붙은 팽구 동토 청짱 고원을 횡단한다는 철도공사는, 금세기에 결코 이루 질 수 없는 프로젝트라는 비판올 받았다. 알프스 터널을 완성한 쓰위스의 터널 건셜 전문가조차 통토 때문에 공사가 불가능하다고 혔다. 그 동토층을 육중한 기차가 달리면 땅이 녹아들고 그럴 경우 로가 휘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올 거라고 주장했다‘ 그건 대형 참사 .훌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반 시설에 파일올 박 pl라 통풍용 관로를 묻어 철길올 만들었다고 했다. 중국으로서는 첨 건셜기법을 λF용한 셈인데 칭짱 철도엔 교량이 눈에 많이 띄는 것 -꿇퍼런 사청 때문이겠다. -판r순리 칸의 남자 숭무원 한 명이 아침올 먹으러 식당 칸으로 건너왔 뤘· 김 기자의 통역을 맡아 대화를 나눴다. -“야드£가뛰어 든다던가고소증에 사람이 상한 일은 없는가?. “동물과 충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것들이 철로에 못 들어오게 솔스를 쳐 놓았기 때문이다. 고소증에 사랍이 죽은 일은 없다. 다만, b를 토하는 사랍은 몇 명 봤다.” 훈페 말은 틀렸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 내가 챙긴 자료에 의하면 철 캐개통한한달사이에, 이 기차에서 고소증으로죽은사람이 무 「‘9명이라고 했다. 그래서 은근히 고소증에 대한 두려움이 술 좋아 ‘둔 홍 사장 주의를 환기 시킨 것이다. - -환경은 많이 파괴 되었을 텐데?” 환-‘·우리 중국은 칭짱 철도 운행에 따른 환경 문제에 큰 관심을 기우 고 있다. 생태계의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연 보호 구역을 많이 활정하였고, 인공 구조물을 최소화했다. 동물 보호를 위해 철길 양쪽 F방책막도 만들었고.” 217 ” ” · J -중편소설 • “그렇다. 세계 최고 높이의 철도기 때문에 사례가 없어 많은 고생 을 했다. 생태계 파괴의 최소화를 위해 노력했고. 정부는 챔장철도 주변의 환경보호를 위해서 엄청난 돈을 투자했다. 이는 여태까지 제 ) 일 큰돈을 드린 셈이다. 열차에서 사용한 물은 모두 정화처리 후 방 출하도록되어 있다.” 그럴 것이다. 그만큼 중국 당국도 원시의 이 고원올 보호하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이 완전하다고 생각하면 그건 오만이다. 어제 이 성열의 말대로 언제나 자연의 적은 인간 뿐이었으니까. 시간이 지나 며 상대적으로 고도는 자꾸 높아 갔고 날이 밝기 시작했다. 거얼무에 서 라싹까지 기차는 낮 시간만 운행하도록 프로그램이 되어 있었다. 아마 불안한 지반이 안정적 일 때 통과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므로 우 리의 남은 여정 14시간은 낮 시간이고 질리도록 티베트 고원을 볼 수있올것이다. “저기 좀봐요. 야三i가나타나기 시작했어요.” 내가 가리키는 손가락을 따라 일행의 눈이 몰렸다. “저게 야크o]:? 고샌il서만 사는 소란 말이지?” 김 기자가 카메라를 들이 대며 신기한 듯 말했다. 날이 밝아 오고 드디어 고산의 상징인 야三i가 보이기 시작한 걸 보면 제법 높이 올라 온 것 같았다. 블 간데없는 구롱과, 우기 철이 끝나가므로 파릇하게 살아난초원의 세계였다. 가뭇하게 보이는문룬산맥의 만년설과호 수.그리고피릇한초원과투명한하늘의 대비는정말환상적인풍경 이었다. 기차는 룬룬산맥의 옆구리를 감거나 뚫고 대형 파노라마 영 상을 활동사진처럼 보이며 대평원을 내달렸다. 주인이 있는 것인지 ! \ 야생인지 모를 말무리가 한가롭게 풀을 튿고 있다. 식당 칸의 양쪽 - 대형 유리창은 흡사 화면 같았다. 움직이는 커다란 스크린을 양 옆에 두고 우리는 아침 식사를 했다. 신기하지만 매혹적 풍경은, 여태까지 218 신영철/하눌호수 썩두운 표정의 이성열 마음까지 들뜨게 만든 모양이었다. ::_• ~ “아까 김 기자가 말했지요? 유목민이었던 티베트인들이 만든 강력 넣 :r.국가셰 토번이 있었다고. 질펀하게 펼쳐지는 고원을 바랍처럽 달 펴는 이 기차처럼 , 티베트인들도 그렇게 달려 대 제국을 건설했었지 숍. 세계를 정복한 몽골처럼, 티베트의 토번 제국은 저렇게 초원을 ,-·뛰노는 말에서 나옹 겁니다.” f.< 우리가 그를 바라보는 껏이 쑥스러웠던지 그는 잠시 말올 멈췄다. - ·-느 -“그러나 다 허망한 일입니다. 몽골과 토번이 함께 믿던 국교가 티 팩1트 불교예요. 라마 불교라고도 하지요. 스님올 티베트에서는 라마 ,로 부르니까요. 티베트 불경에 어제 제가 드린 그런 말이 있어요. 얀‘쩔은 것은 무너지고 얻은 것은 잃는다.’ 그 말대로 몽골도, 티베트 펀족의 강력한 토번국도 역사에서 사라졌습니다. 역시 부처님 말씀 드온 시대를 넘어 .언제나 옳습니다.” - ’-불교 쪽 이야기는 모르지만, 말(馬) 이야기는 나도 이해를 할 수 있 혔다. 석사 과정 중 한 과목으로 설정된 철학사에서 그것을 배웠다. -효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의 개념에서 유행한 그 단어, 노마디즘 · (Nomad.ism)이란 무엇인가. 유목적인 삶이다. 기존 가치와 삶의 방식 올 맹종하는 게 아니라, 불모지를 이통해 다니며 새로운 것올 창조해 � 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이론을 몰랐올 몽골이나 티베트인들의 삶 쓸. -천년이나 지나 서구에서 재조명 한 것이라는 캉의였다. 다른 철 ‘ 학적 고찰은 지나가더라도 티베트인들의 노마디즘은, 당시 대 성공 . 을 거두었다.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전쟁에서 유목민 특유의 ‘치고 빠지는 전술’이 먹혔던 것이고, 그 중심에 수족 같은 발’이 있었다. 돌격 명령에 우르르 뛰는사람과, 말은 애초 비교 대상이 아니다-그 사람들 밥 먹일 식량과 군수 물자 실어 나르던 병참 기지도, 수레도 필요 없는 속도전이 노마드적 새로운 전술이다. 그런 획기적 전술의 219 l중편소설 l 퉁장이 강력한 제국 건설을 만들었다. 바로 노마디즘의 숭려혔다. 그 걸 현대에 배워야 하는 이유에 대하여 교수는 적절한 비유블 들었다 • 노트북과 휴대폰만 있으면 어디서나 사업을 활 수 있는 현대 문명도‘ ; 결국노마디즘의 연장선에 있다는 제, 지도교수의 강의 내용이었다. “야, 이거 티베트 고원에서 법문을 듣는 느낌이네. 이성열씨는 불 교공부를한사랍이 틀림없어요.” 홍 사장이 눈올 크게 뜨고 이성열올 바라보았다. “공부라니요----- -누구나 다 아는 상식적 이야기지요.” 다시 말문을 닫은 이성열올 바라보며 나는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 수목 한계선올 이미 넘어 선 까닭에, 창 밖으론 막막한 초원과 구릉.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불모의 땅에서 걷고, 수레 끌고, 어느 세월 에 전쟁 하러 갈 수 있올까. 그래서 속전속결의 비결은 말에 있었다 . 는 교수의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습니다. 다 부칠없는 거지요. 토번이 얼마나 강력한 제국이었습 니까. 토번이 한창 번성하던 7세기경 당 태종은 양녀 문성t文威)공주 를 티베트 왕 송첸캄포에게 시집보냄니다. 티베트인들올 오량캐로 ·~ 펌하하던 콧대 높은 당나라가, 공주를 시집보낸 거지요.” 김 기자였다. “정략결혼 이었겠지. 꿈꿈이 속이 있는.” “홍사장님 말이 맞습니다. 당나라수도장안까지, 티베트토종말 발굽이 휩쓸어 버린 결과였습니다. 전쟁을 피하기 위한 정략결혼이 었죠. 토번과 화친하기 위한 결혼을 위해 문성공주는 울며, 고소증에 시달리며, 이 고원을넘었지요.” 김 기자의 말도 내가 아는 내용이었다. 두 나라 사이의 갈등과 화 친은 그 후 계속 되었는데, 그 흔적이 823년 만들어진 ‘당번회맹비’ 다. 이 비석은 지금도 라짜에 서있었고 나는 이들을 그리로 안내 할 220 신영철/하눌호수 침;이었다. 그렇다고 말만 튼튼하고 그걸 수족처럼 웅직이는 마술로 L향한 군대가 되지는 않는다. 지금도 진행형이지만, 철기시대의 도래 .문명을 바꾸었다. 활과 창올 만들려면 철이 있어야 한다. 당연히 힘베트인들은 철광산을 고대로부터 개발해 냈고 그것으로 철기군 철 헬} 병을 만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탄 이 칭짱철도 역시 철의 ;물이다. 형강으로 만든 철길, 철판으로 만든 기차, 후판으로 만든 • 주와 땐스 둥 말 그대로 철로 도배를 한 길이 아닌가. -←‘다는 창 밖으로 펼쳐지고 있는 아득한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이 광 =.환 땅에는 무수히 많은 지하자원이 묻혀 있다고 했다. 무려 육십 l킥 이상의 광물이 생되고 있고 최근의 첨단 기술은, 대단위 원유와 • 펠리늄까지 발견해 냈다. 그 지하자원의 운송올 위하여 서도 철길은 요 했을 것이다. 그러나 저 고원을 말달렸던 그 야성과 기개는 어 =·휩로 가고, 지금은 중국에 편입되었올까. ‘ 국파산하재(國破山河在)라는 섯귀도 떠올랐다. 당나라 시인 두보의 작품 중에 나오는 대목이다. 나라는 망하고 국민은 흩어졌으나, 오직 책.과 캉만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말이다. 그 적절한 비유는 이 티베 릎 고원에도 적용 될 터였다. 지금 보고 있풋 창 밖의 초원과 하얀 산 ‘ 시공올 초월하여 그패로 남아 있다. 우주의 나이를 볼 때, 아니 축 헐탑}여 지구의 나이에 견주어 생각한다면, 인류의 역사는 그야 말로 은 시간이다. 그 찰라 같은 시간들 속에 나라가 서고, 망하는 부침 웰 계속했다. 그러므로 이성열의 말대로, 쌓은 것은 무너지고 얻은 -될것은 잃는다. 라는 부처님 법문도 맞는다. 그렇게 역사를 반추하는 사이에도 기차는 기세 좋게 무인의 고원을 내 달린다. 내 상념을 알 픽가 없는 홍 사장이 홍미롭다는 듯 김 기자에게 묻는다 . • 흉· “그렇게 강력했던 토번은 언제 망했어?” � ·“원나라어1게 복속 되었습니다. 당나라가 망하고 5대 10국으로 분 221 - 중편소설 • 열 되었올 때 징기스칸이 그들. 합병시키고 원나라를 건설했흘 때입 니다. 같은 유목민이라는 점에서 몽골은 사촌 같은 입장이었지요. 당 나라를 위협했던 토번이 이제는 그 후신인 원에게 조공올 바치는 속 국 신세가 된 것이죠. 그러나 원나라 황제는 티베트인의 불교에 깊이 감화됩니다. 이게 문제였어요.” 그것 역시 나도 알고 있는 상식이었다. 그 이유로 원나라는 티베트 불교를 국교로 선포했다. 우리나라도 고려 공민왕 때 원나라의 영향 으로 티베트 불교가 잠시나마 국교가 된 적이 있고, 그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원나라는 티베트의 정복자에서 보호자 입장으로 바뀌었 고. 티베트의 통치자헤게 바다와 같은 지혜의 돗인 달라이 라마라 - 二 는 호칭올 봉헌하고 국사로 모셨다. 중국 말 그대로 허허실실虛虛實 實)이다. 그런데 그게 문제라는 김 기자의 말은 무엇일까. “뭐가 문제였어? 역사에서 나라의 홍망은 계속 되었는데.” 내 생각과 같았는지 홍 사장이 다시 묻는다. “불교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자비 아닙니까? 그리고 살생을 금하고 있고요. 티베트는 불교 교리를 정교하게 다듬습니다. 정치와 종교 일체를 달라이 라마가 행사합니다. 그가 통치를 하는 동 안 티베트인들의 야성은 순치 된 거죠.” “그게 왜 문제가 되지?” “일례로 중국이 티베트를 해방시킨다는 선무 방송을 해댈 때, 티베 트 민충들은 달라이 라마만 바라보았습니다. 살아 있는 관세음보살 의 화신이었으니까요. 드디어 중국군이 쳐들어오기 시작했는데, 그 때까지 갈팡질팡하던 달라이 라마는 포고령을 내립니다.” 처음 듣는 말이었다. 김 기자의 말이 흥미로웠다. “전 국민이 대 중국 항쟁에 나서라는 포고령이 아니라, 부처님께 기도를 올리라는 명령이었습니다. 부처님의 힘으로 중국을 막아 달 222 신영철/하늘호수 짧쓴 후후,그결과가지금중국에 예속된티베탁된것입니다., ?답답한 일이군. 그 달라이 라마가 지금 인도 다를살라에 있는 그 반맞아?” .; ·‘예, 바로 그 달라이 라마 1,4Ail죠. 그쪽으료 도망쳐 망명정부를 세 습니다만 이제 그 사람 입장이 묘해졌지요.” -- 、r왜? 노벨평화상도 받고 전 세계로부터 존경과 경외를 받고 있는 ÷“청치 경제적 이유 때문입니다. 국경 문제 때문에 중국은 그동안 1포와 두 차례의 전쟁이 있었습니다. 접경인 히말라야 국경도 46년 해|쇄했고요·. 양국은 양숙이 된 거지요. 그러므로 중국 견제를 위 다릎살라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허가해 준 것입니다. 그러나 인도 촬 채작년 중국과 무역 협정올 체결했습니다. 티베트가 중국의 땅이 는 현실을 인정하면서요.” ;훤 환 쪽에서 이성열은 팔쩡올 끼고 둘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r7l3A}는 기자라는 특성상 꼼꼼히 자료를 챙겼는지 , 우리가 모르는 ”세한 시사문제를 꿰고 있었다. !f: ,윈우리가 탄 이 기차는 양국 국경인 히말라야 나투라 고개를 넘어 굉장 될 것입니다. 그렇게 협정을 맺었으니까요. 이제, 중국 황하 문 꽉 인도 인더스 문명이 .철길로 만나는 거지요. 거기에 ’활}이 라마 「 '아제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된 겁니다.” 펀‘이용가치 때문에 인도가-달라이 라마를 그동안 껴안고 있었다는 말이군.” 활---그렇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경제가 우선인 시대가 되었지요. 양국 젠 반세기 가깝게 막아 놓았던 히말라야 나투라 고개 국경을 열었습 셰다. 우리가 탄 이 기차도 그 고개를 넘어 인도 땅 강톡까지 연결 될 .달포 멀지 않은 거죠 , 그래서 달라이 라마 입장이 애매해진 겁니다.” 223 • 중편소설 • 그 때였다. 여태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성열이 김7l자에게 목청을 높여 항의를 한 것은. | “김 기자의 말은 잘 들었습니다. 그러나 앞일은 아무도 예측 할 수 -- 없는 거지요. 더군다나 살아 있는 선지식인 달라이 라마의 생각을 누 구도 알 수는 없지요. 그 분의 용서와 화해 정신은, 문명이 아무리 발 달해도 따라가지 못 할 정신적인 자산업니다. 물질에 맹종하는그런 . 경제적 논리로는 이해하지 못하지요.” 의외의 반격에 홍 사장과 나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역사라는 긴 안목에서 보면 나라가 망하고 다시 일어서는 것은 잠 깐입니다. 중국 역시 수많은 소수 민족들이 존재하는 나라입니다. 옛 소련이 해체 되듯 중국도 언젠가는 갈라 질 거고, 그때 티베트의 독 립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기자의 입가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건 냉소였다. “그럴까요? 물론 이론상 그런 가정도 가능 하겠지요. 그러나 현실 은 그렇지 않습니다. 조선족은 물론이거니와, 중국의 56개 소수민족 다 합쳐야 전 중국 국민의 오 퍼센트도 안 됩니다. 그리고 현대는 비 정한 경제 전쟁 시대입니다.” “나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그런 한 축이 있는가 하면 인류의 미 래를 진지하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풍요로운 현대에 정신 적 공황이 왜 생기는 걸까요? 김 기자는 지금 행복 합니까? 돈 가지 고도 이룰 수 없는 마음의 평화와 상생을 위하여 달라이 라마 같은 분들이 존재하는 거지요 ” 이야기가 이상한 쪽으로 전개 되고 있었다. 그리고 전혀 그럴 것\ 같이 안 보였던 이성열이 꽤나 흥분 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김 기자는지지않았다. “브릭스라는 말 아시지요? 삼 년 전 인가, 미 금융투자 골드만삭스 224 신영철/하늘호수 -- -뜸 이렇게 전망했습니다. 21세기는 2000년대를 전후해 초고속 경제 썽장올 거듭하고 있는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와 중국 둥, 신홍경제 」국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지요. 그 배경이 유행어가 된 브릭스입 • 니다. 그리고 이 네 나라 가운데 중심국가로 중국과 인도 두 나라를 팝았지요. 이제 이 둘 국가는 친디아라는 닉네임이 붙었고요.” 3「퓨 “나는 경제에 대하여 잘 모릅니다. 더구나 세계 경체의 흐름올 알 r헐 싶은 게 아닙니다.” 센 “모두 달라이 라마와 연관되는 겁니다. 세계 인구 1. 2위의 대국이 폼국과 인도입니다. 지구에 사는 사랍들 전체의 반에 가까운 23억 -%올 ‘ 두 나라가 차지합니다. 그런 두 나라의 협력은 세계 정치와 경 --쩨에 혁신적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곳의 철도 공사는 필 소펀적인거고요.” - ; ’- “그게 달라이 라마와 부슨 관계가 있다는 거지요?” . h i -나는 대충 알아듣겠는데 이성열은 진짜로 모르는 것 같았다. 김 기 • 차가 심하다 싶올 만큼 오금을 질렀다. 휩 f‘방빼! 라는거지요. 양쪽의 밀월이 깊어지는것에 비례하여 달라 - 、 61 라마가 그쪽에서 살기 힘들어졌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달 ·화이 라마는 좀 비겁합니다.” 이성열의 얼굴이 붉어졌다 . . l “뭐라구요? 나라를 뺏은 중국에 대한 .원망보다는 용서를 설파하는 셀분이 비겁하다니요. 그렇게 함부로 말하면 안 됩니다.” ‘ “사실을 호도하지 맙시다. 그사람은수 십 년 전부터, 자신에게 티 베트 자치권만 달라고 중국에 애걸하고 있어요. 지금 우리가 가는 라 - 싸도 중국이 만든 시짱자치구에요. 이미 만들어진 자치구에 자치권 --력올 달라는 것은, 한 가지 목적 때문입니다. 자신이 왕이었던 예전 의 달라이 라마로 돌아간다는 겁니다‘” 225 - 중편소설 • “그게 어때서요? 티베트 민중이 그분을 원하고 있고 그분혁시 티 베트인인데. 중국인들이 무력으로 점령한 땅을 내놓을 리 없으니 차 선책으로 선택한 거라는 걸 왜 모르십니까?” 김 기자는 냉소를 거두고 정색을 했다. “한마디만 말씀 드리죠. 중국은 그런 달라이 라마 제의에 한 번도 웅하지 않았습니다. 개인 자격으로 돌아오는 건 얼마든지 환영하지 만 정치적 목적으로는 안 된다는 게 그들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한 나라를 통치했던 사랍이라면 그 나라의 멸망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하 는 거 아닙니까? 우리 독립군처럼 죽어도독립이라는 기개를 보여야 하는 게 옳지요. 그래야 후세들에게 확신을 심어주고 신념을 주는 거 지요. 그런 정신이 면면이 계승되어도 독립이 될까 말까인데, 외교, 군사. 정치 모든 걸 주고 겨우 자치권을 행사하는 수반이 되겠다니 요” 긴 말올 끝낸 김 기자는,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는 듯 얼굴이 굳어 졌다. “오죽했으면 그런 제의를 했겠습니까? 히말라야 고개를 넘어 다름 살라로 오다 얼어 죽어 가는 수많은 티베트인들을 생각하고, 자꾸 중 국화 되어 가는 현실을 보며 결단을 내린 거겠지요. 김 기자 말대로 자비야 말로 불교의 핵심이니까요.” ?과연 그럴까요? 티베트 청년연합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들이 성 명서를 발표한 걸 기억합니다. 달라이 라마의 중국 예속을 받아드리 는 정책에 대해, ‘저주와 다름없는’ 처사라고 그들은 강력하게 비난 했습니다.” - . \ 둘 사이의 토론이 격렬해지고 있었다. 사실 관계를 증명해 내는 김 기자의 기억력은 경탄 할 만하였다. 홍 -사장 역시 이 토론이 홍미로 운모양이었다. 226 신영철/하늘호수 • ,L .; --혈기 왕성한 청년들 답군요. 그들이 있는한 티베트는 희망의 불씨 ’ 7,}-있는 거고요. 그들의 비난 역시 티베트를 사f협}는 마음이라고 생 각 되니까요. 시속올 떠나 목표를 이루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닙니 다. 수행에서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잖습니까. 방법론에서 견해가 다 -활 그 청년들에게도, 달라이 라마는 여전히 관세음보살의 회신으로 ' 싸랑을 받고 있습니다.” 퍼. ?그걸 어떻게 압니까? 오히려 청년연합은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인 플의 영혼에 상처를 입힐 어떤 발언도 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답 쩨다. 이것은 무얼 말하는 거지요?” . -“중국이 티베트에서 스스로 철수하지 않는 환 결코 독립할 수 없다 「는 사실올 달라이 라마께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사 ; 질의 바탕 위에서 완전 독립 정책이 바뀐 겁니다. 달라이 라마께서는 ; ‘홍콩올 닮은 1국 2체제 방안올 줄 곧 협싱안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외교와 국방은 중국이 관장하더라도 경제와 사회, 문화와 교육은 티 베트가 맡는 다는 거죠. 그건 티베트 민족 자치 방안이고 완전자치제 판고할수있습니다.” ; 이성열은 김 기자의 의견에 전혀 동의를 하지 않는 건 분명했다. 그리고 달라이 라마를 호칭 할 때 극폰칭올 쓰는 걸 보면, 그는 티베 트 불교에 관심 이장의 애정올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미국에서 온 이성열이, 티베트를 처음 간다는 사람이, 정치적 상횡을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물없는 논쟁이 지겨웠는지 김 기 자가 갑자기 화살을 국내로 돌렸다. “나는 종교에 대하여 모릅니다. 관심도 없고요. 그러나 한 가지 분 명하게 아는 게 있습니다. 종교, 특히 지금의 한국불교에서의 행태가 몹시 실망스럽습니다. 한국이 티베트보다 먼저 불교가 들어왔고 선 불교라는 독특한 수행 방법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한국 227 • 중편소설 • 올 보면 티베트 불교 열풍입니다. 수행자나 신도 가릴 것 없of엄청 난 사람들이 실제로 다릅살라에 기곤 합니다. 그 사람들이 빌 때, 한 국 불교는 희망이 없는 겁니까?” 김 기자의 물음에 잠시 뜸올 드리던 이성열이 조용히 말했다. ·‘글쩨요. 나는 미국에 살기 때문에 그런 건 잘 모릅니다. 몇 년 전 달라이 라마께서 UCLA를 방문 한 적이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주립 대학이지요. 아내와 함께 그 강연올 들으러 간 적이 있습 니다. 아주 감명 깊은 연설이었습니다. 세계의 선지식들이 인정할 만 큼 박애와 인류애 청신이 티베트 불교에는 살아 있다는 걸 알았습니 다. 그것올 실천하시는 큰 수행자가 달라이 라마입니다. 한국 불교는 잘 모르지만 그를 · 친견하므로 자신의 깨달음을 더 심화 시키겠다는 욕망에서 그런 건 아닐까요?" 김 기자의 입가에 다시 냉소가어렸다. “째달음이 랩니까? 우리는 어디서 왔느냐, 그리고 어디로 가는가, 그걸 아는 게 깨달음입니까? 언제까지 그런 끝없는 질문과 답올 거 듭해야 하지요? 물론 불교 뿐 아니라 모든 종교가 다 그렇다는 말입 니다. 이런 문명의 세계에 아직까지도 그런 현학적인 물음이 통한다 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김 기자의 말 때문일까. 아니면 그의 입가 비웃음을 본 탓일까. 이 성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건 김 기자의 개인적 생각일 뿐입니다. 경험하지 않은 사랍의 지극히 개인적 의견일 뿐이지요. 세상에는 김 기자의 말대로 이론이 나 과학, 혹은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풀 수없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γ \ -\ “종교를, 특히 불교를 협하하자는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작금의 국가간 경제 전쟁에서 종교의 영향력은 많이 축소 된 건 확실 하지요. 티베트만하더라도그렇습니다. 그들이 종교보다문명을좀 228 신영철/하늘호수 더 적극적으로 받아 드렸다면 상황이 많이 바뀌었겠지요. 이것도 부 처념 뭇입니까?. “그렇습니다. 현실에 안주해서는 종교가 아닙니다. 그리고 현실은 늘 바뀌게 되어 있지요. 폰재하는 것은 모두 바뀐다는 게 제행무상이 지요. 김 기자고향이 어딘지 .모르나마을뒷산은늘뒷산입니다. 앞 l 산이 결코될수없지요. 그러나그산뒤에 사는사랍은그산이 앞 ι 산이 됩니다. 그게 앞산이 맞습니까? 뒷산이 맞나요.” 「 어이가 없는지 김 기자가 허허 웃었다. 안당연히 보는 시각에 따라 앞산도 되고 뒷산도 되겠지요.” “바로 그겁니다. 우리가 직시하는 현실이 아무리 불변일 것 같아도 그건 본성이 아니지요. 만약 비행기를 타고 그 산을 본다면 이젠 가 운데산이 될겁니다.” 둘의 불꽃 튀는 토론이 재미있었다. 김 기자의 말올 들을 때는 그 말이 옳았고, 이성열의 말은 그런 대로 그럴 듯 했다. “김 기자와 우리가 타고 있는 기차를 생각해 봅시다. 뭉뚱그려 철 로 만들어 졌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이 기차를 분해하면 그냥 고철 조각이 되겠지요. 그 고철을 더 분해하면 탄소라는 원소가 나올 겁니 다. 탄소가기차는아니지요?” “그건 대단히 현학적인 말처럼 들리는데요. 그런 식으로 세상을 분 해한다면 존재활 사물이 어디 한 가지라도 있겠어요?” ‘바로 그겁니다. 탄소라는 원소마저 원자사이를 분자가 돌고 있는 허공이 있습니다. 또한 티베트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라는 게 실체가 있습니까? 바로 그런 공(空) 사상이야 말로 달라이 라마께서 전하는 강론핵심입니다.” 이야기가 -7.}꾸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는 게, 홍 사장 보기에 불안 했던지 중간에 끼어들었다. 229 • 중편소설 - .자자, 이제 고만. 종교와 정치 이야기는 여행에 금물이야. 그흩없 는 논쟁이 우리 여행과 무슨 관계가 있어 점심때가 가까워 오내 밥 올 시키자고. 그리고 창 밖 풍경을 보니 술 생각이 칸절한데 그것도 좀시키고.” “홍 사장님 , 고도가 이미 4000미터를 넘었어요. 술 드시면 머리가 많이 아프실거예요.” 내 말은칸단히 홍사장의 한마디에 묵살되었다. “머리가아픈지 안아픈지 시험해 봐야알지. 그리고 이미 골이 아 픈데 뭘 . 고소중 때문이 아니라 두 사랍의 논쟁 때문에 말이야. 하하. 농담이고. 술 시키는 이유는 저 환장할 창 밖 경치 때문이야.” 창 밖올 보니 비가 ·오락가락하는 사이 멀리 무지개가 뜬다. 쌍무지 개다. 제임스 힐튼이 쓴 소설 속 상그리라는 이 고원 어딘가에 있다 고 했다. 이번 여행 손님은 괜찮았다. 이런 지적인 대화를 할수 있는 손님들을 만나는 게 나로서는 행운이었다. 김 기자의 말처럼 그렇게 뒤집히고 뒤바뀌는-역사는 흘러 오늘에 이르렀다. 이성열의 말대로 물질은 풍요롭지만 현대인은 외롭다는, 정신적 공황을 치유 할 수 있 는 불법(佛法)의 땅이 티베트일까. 평화롭기 그지없는 광활한 고원이 이렇게 영욕으로 점철 된 곳이라는 새삼스러운 느낌이 든다. 김 기자 말대로 기차는 아득한 옛날인 1300여 년 전, 송첸캄포에게 시집가던 문성공주가 3년에 걸쳐 울며 걷던 길을 달려가고 있다. 그 멀었던 길 을 단 48시간 만에 종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성열의 말처럼 모든 게 변했다. 그 아득한 길을 우리는 안락하게 기차를 타고 가고 있다. 이 드넓은 평원에 수직으로 서 있는 건 송전탑과 산 뿐이었고, 눈에 보 이는 모든 사물은 어안렌즈에 투영 된 것처럼 모두 퉁글다. 식탁에 음식이 차려질 때쯤 비가 변 해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8 월에 눈이라니 ! 묘한 기분이 든다. 북경의 끈적거렸던 더위가 꿈결 230 신영철/하눌호수 - 칼다. 간간이 유목민들의 파오라는 천막이 보이고 그때면 틀림없이 • 불경이 적힌오색롱다가펄럭였다.롱다는티베트기도깃발올말하 는떼 영어로는 윈드 호스(때nd horse)즉, .바랍 말 ’이란 뭇이다. 불심 돈독한 그들의 염원을 서방정토에 있는 부처님께 전해 달라는 깃발 ‘ .원데 . 롱다에는 정말 날개 달린 천마도 그려져 있었다. 고소중에 불안 했지만 흥 사장이 따라 주는 술올 한 잔 마셨다. - - ‘저게 뭐야? 도로 같은데 . 저 트럭은 굳뱅이를 닮았나 왜 저렇게 ; 느려.” . · 흥 사장의 말올 듣고 보니 창 밖으로 ‘칭짱공로 ’가 보인다. 2차선 장도로다. 이 도로는 거얼무에서부터 따라 붙었다. 아니, 따문} 붙 은 게 아니라 철도가,-도로를 따라 건설 된 것이다. 험악한 문룬 산맥 올 넘는 이 도로 덕분으로 철도 공사에 필요한 기자재가 공급 될 수 • 있었겠다. ?트럭의 움직임이 거북이처럼 보이는 건, 침을 많이 실은 탓도 있 지만 희박한 산소 때문이겠찬요. 중국은 1950년 티베트 침공에 성공 했어요. 중국은 청해 성에서 라짜까지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수만 마리의 낙타를 동원했는데, 1km 전진에 12마리가 죽어야 할 정도로 험난했었다고 합니다.” 나는 무엇인지 모를 무거운 분위기를 바꾸려고 밝게 말했다. “하하, 전설 같았던 그 말이 말 그대로 이젠 옛 이야기가 된 것이 군.” 이성열이 문득김 기자에게술올권한다 “김 기자 말을 듣고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역시 글을 쓰시는 분 이라 정확한 정보를 많이 아시는군요.” “별 말씀을. 순전히 개인적 견해에 불과합니다.” 김 기자가 마시고 권하는 잔을 이성열은 사양하지 않고 받는다. 231 • 중편소설 - “아마 우리에게는 공부가 필요 한 건지도 모릅니다 신념이환 하루 이틀에 완성 되는 게 아니라면 말이지요. 그렇게 얻은 신념이야 말로 죽음에도 당당해 지는 것올 압니다. 제 아내처럼 말이지요.” “에이, 이제 그런 대화는 끝.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일수도 있는 이 기가 막힌 자연 구경 앞에 결론 없는 이야기로 시간 낭비 할 게 뭐있 · 어. 자 한잔씌들 하자고 .. , 홍 사장은 이들의 대화를 잘랐다. 나는 아쉬운 생각아 들었다. 토 론이 계속되다보면 이성열에 대하여 좀더 알수있을것같아서였 다. 그러나 저러나 이번 탐은 고산 체질인가? 나는 티베트로 두 번 비행기 타고 온 경험이 있는데 그때, 지근거리는 고소증에 얼마나 시 달렸던가. 그런데 이번은 다르다. 베이스 캠프가 된 식당 칸에서 조 심스레 고량주를 마셔도 아무 문제가 없다. 산소가 나오는 첨단 기차 라 그럴까. 고소중의 약은 천천히 올라 고도를 높여가는 것이다. 아 무리 빠른 기차라 하지만, 막막한 티베트 고원에 비하면 개미 마라톤 에 불과하니 그힐 수도 있겠다. 일본군이 만주 벌판으후 쳐들어갔을 때, 도로와 철도를 점령한 것에 불과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칭짱 철도와 도로는 티베트 고원에 비하면 그야 말로 점과 선밖에 안 된다. 아득하게 펼쳐진 저 구콩 뒤쪽에도, 시선이 닿지 않는 남쪽 어딘 가에도 천 년 전 지신들의 조상처럼 유목올 하는 티베트인들은 존재할 것이다. 혹, 김 기자는 점과 선만 보고 이곳이 중화되었다고 단정하는 건 아닌지 모른다. 우리의 베이스캠프 식당 칸에 승무원들이 모여 들기 시작했다. 두 여자가 장비를 꺼내 놓고 맥박과 혈압을 재며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 그들이 한가한 틈에 김 기자도 진료를 받기로 했다. 취재에 활용하려 는 것 같았다. 내가 통역에 나섰다. ”간호사인가요?” 232 신영철/하늘호수 “아니요. 의사입니다.” “그런데 왜 일반인 차림인가요? 하얀가운을 업지 않고.” ; . 김 기자의 손가락과 팔목에 기계 장치를 하던 여자가 웃는다. “승객들이 필요 이상 겁을 먹을 것 같아 사복으로 근무하고 있어 요. 당신은 혈압, 맥박 모두 이상 없습니다.” ’‘고소중으로 죽은 사람 없어요? 폐수종이나 뇌수종으로요 .• , 활 • “없습니다” 화 」 - 5000m가 가까운 고도에서에서 , 고량주도 한잔 한 김 기자가 이상 끼 ;없다니, 그 말이 내게는 좀 이상했다. 홍 사장도 궁금한 듯 팔올 걷어 느 부치고 나섰다. 검진을 받는 사이 자리를·픈 이성열을 찾으러 일어섰 다. 혹 그가 이번 토론으로 마음이라도 상하지 않았나 싶어서였다. - -의자로 된 일반석올 지나 침대칸으로 가는 도중이었다. 란처우에서 족‘ -탄티베트삼형제가지루한지 노래를부르고 있다. 머리를닿아친친 동여매고 붉은 리본을 단 전형적 티베트 복장의 그들은. 김 기자가 사진을찍어 낯이 익었다. 알프스요들처럼 청아한목소리의 합창어 메나리 조 고음처리가 감동이다. 이들이 믿고 있는 부처님에 대한 찬 불가인지 , 사랑 노래인지 모르나 투명한 고음이 획 애절했다. 나라와 국적을 떠나 황량한 목초지에 사는 목동들은 원래 이런 노래를 부르 나 싶었다. 너무 노래가 좋아 침대칸의 이성열을 불러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들에게 중국말이 통하지 않았다. 나는 손짓 발짓으로 그 들의 노래를 다시 청했다 .. 이성열을 불러 낸 것은 잘한 일이었다-그 역시 이들의 노래에 홈빽 빠진듯굳었던 얼굴이 펴지는걸볼수있 었다. 드디어 해발 5072m 탕그라 역이 가까워진다. 탕그라 산맥은 청해 성과 시짱 자치구를 나누는 경계선이며, 중국에서 가장 긴 강인 양자 강의 발원지다. 그런 생각을 하니 감회가 새롭다. 문룬 산에 이르면 233 l중편소설 - 그 아름다움에 눈물이 마를 줄 모르고, 탕구라 산에 이르면 촌으로 하늘올 잡을 수 있다던가. 둥그런 구콩과 초원을 병풍처럼 에위싼 하 얀 만년설은, 황량하고 쓸쓸한 흥경이기도 하지만 침묵 속에 무엇인 가 초월한 그런 느낌도 들었다. 탕구라 역에 정차 하면 사진을 찍을 거라는 기대는 무산되었다. 김 . 기자가 실망스러운 표정올 짓는다. 무인 청거장이었으므로 기차가 그냥 통과했기 때문이었다. 알프스 산백 보다도 높은 곳에 만들어 진 역. 산소가 턱없이 부족하고 낮은 기짧}이라 사람이 살 수 없어 무 인역이었을까. 환경론자들은 자연에 거슬리는 이런 공사를 탐욕이라 고 비판했으나. 나는 언칸의 무한한 능력올 보는 것 같이 감동스럽기 까지 했다. 기차가 라짜까지 6번만 쉰다고 해서 역이 그 숫자만큼 있 는 줄 알았다 . 그건 아니었다. 무인 정거장도 있었고, 역무원이 부동 자세로 기차를 배웅하는 유인 정거장도 스치고 지나갔다. 이제 이 철 도는 시작일 뿐이다. 티베트 고원에 무진장한 지하자원을 실어 나를 화물차와, 소위 완행열차도 다녀야 할 때쯤이면, 저런 빈 역사도 붐 비게될것이다. 식당 칸으로 돌아오니 홍 사장이 중년의 중국 남자와 대화를 나누 며, 말이 통하지 않아 애를 먹고 있었다. 식탁 위에는 서울서 가져 온 진공 포장된 사탕과, 간식 봉지들이 기압 차이로 공처럼 부풀어 올라 있다. 그럼에도 심각한 고소증이 없는 걸 보면 다행스런 일이었다. 기차가 산소를 공급하여 그런지 그 사이 적웅이 된 모양이다. 홍 사 장의말을통역했다. 꺼디서 오셨나요? 왜 티베트를갑니까?” “위난성에서 왔어요. 중국 본토에서는 사업이 힘들어요. 이쪽으로 사람들이 몰리니 사업 할 게 있나 가보는 중입니다. 중국 본토는 너 무 경쟁이 심하거든요.” 234 신영철/하눌호수 ; 그말올튿자홍사장의눈은빛났다. ·」 연μ싸~1서 사업을 하려는 거군요.” 힐 . ~-~: “그건 좀 생각해야 할 것이고요; 내 생각은 야퉁댐東) 근처로 가보 • 려 합니다. 이 철도가 몇 년 안에 그쪽까지 연결 된다고 하더군요.” - -칭짱 철도는 라싸까지 개통되었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신 캘지를 찾아 왔다는 사람이 말하는 야동은, 티베트 제2의 도시 시가 쩌l 행정구역이다. 거기서 인도는 금방이다. 고대로부터 왕래가 있었 --떤 나투라 고개만 념으면 되니까. 폐쇄 되어있던 그 고개 길이 칭격장 τ 쩔도 개통을 기점으로 다시 열렸다고 말한다. 야퉁이 그런 곳이라는 김 기자의 말올 듣고 알고 있었다. 그 중국인의 말에 따르면 야둥 에는, 장사꾼으로 소문 난 위난성 사람들이 벌써 많은 건물올 만들고 ~- ’있다고 했다. 사업을 하는 사랍들답게 홍 사장과 그 사랍은 많은 정 -갚를 주고받았다. 그들의 말을 소통시키며, 사업은 재뻐}른 판단이 필 "' 요한 것을 나는 새삼 알게 되었다. 중국인 사업가들에게 티베트는 신 첸지겠다. 그런 신천지에의 이주를 중국 당국은 부추기고-있었다. 장 싼문에겐 신천지로, 학생들에겐 애국심에 호소하는 방법으로 “서부 · 로 가자!”고, 구호성 슬로건을 발표하고 있다. 그런 결과, 도시에서 - 는 중국인들의 수가 원주민인 티베트인들올 이미 압도 하고 었고, 앞 으로 그것은 심화 될 것이다. 홍 사장과 중국인 사이의 이야기를 들 .으며‘김 기자는혼자말처럼 뇌까렸다 . . 티베트에서는 여자가 아기를 낳지만, 중국인들은 기차가 사람을 낳는군.” .그건 맞는 말이다. 기차는 , 사람처럼 한 명씩이 아니라 무지막지하 게 쏟아 낸다. 티베트 여자가 아기를 낳는 속도를 기차셰 비할 수 있 .흔랴. 그럼에도 본토 각지에서 출발하는 사람을 낳는 기차는 시간이 갈수록 더 많아 질 것이다. 235 l중편소설 • 오후가 되며 기차는 마지막 역 나취를 남겨두고 있다. 초원꾀-민둥 산에 야크와 양들이 시간이 지나며 그 개체 수가 더 많아 진따. 벌써 기차를 학습했는지 동물들은 고개도 안 돌리고 풀올 뜸기가 바쁘다. 철길은 흙과 자갈을 돋우고 새 길로 탄생된 것이다. 양쪽에 동물의 접근올 막기 위한 방책올 세워 놓았다. 그러나 그건 동물에게는 인위 적 분단선이 될 수도 있어 보였다. 야크나 양틀에게 접근 금지 분단 선은, 50미터 혹은 100미터에 하나씩 뚫려 있는 통로로 왕래하게 되 어 있다. 이렇게까지 신경 쓴다는 게 가상한 일이다. 그러나 검은 절 흰 점처럼 빅혀 있는 야크와 양이 사랍 글올 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이쪽과 저쪽의 종은, 철도로 나누어 진 것은 아닌지 모를 일 이다. 기차는 나취에서 서서히 고도를 내리고 있다. 기쩌l 비치 된 중국 잡지에서 본 칭짱 철도의 단면은. 4900m 나취를 정점으로 라짜를 향하여 줄곳 내리막길이었다. 고도를 내리며 양과 야三포가 더욱 많아 졌다 그리고 티베트인들의 사각형 흙집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라 싸 강이 분명한 물줄기 양안의 곡저 평야에는 티베트인들의 주식인 짱바의 원료 ‘라이보리.가 누렇게 익고 있었다. 문성공주가 3년이 넘 게 걸어왔던, 종착지 라짜까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이렇게 빨 리 올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인간이 만든 문명의 힘이고, 김 기자의 말대로 중국 경제의 힘이다. “대단하군. 정말 인간의 힘은 대단해.” 홍 사장이 어둠이 짙어지는 창 밖올 보며 우리가 탄 기차의 위대성 을, 그것올 만들어 낸 사람들의 저력에 경탄한다는 말을 했다. 김 기 자 역시 그런 느낌올 가지고 있음이 분명했다. ”이제 중국은 이 기차 길로 인도양까지 물류 수송을 할 수 있게 된 것 입니다. 우리 한국에게도 영향이 없는 게 아니지요. 북한과 정치 236 신영철/하늘호수 쩍 해결만 된다면 부산에서 기차타고 히말라야 넘어 인도까지 간다 ·는말이니까요.” j、“그러게! 정말 꿈같은 현실이야. 중국의 힘올 제대로 보는 것 같 ‘ 군. 김 기자, 욕심 많은 중국이 여기서 물내지 않겠지?’. 「 . ·. “그럼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네팔을 거쳐 인도로 가는 길도 구체 ;썩 논의 선상에 있다고 합니다. 라짜와 티베트의 2대 도시 사가체롤 햇‘핏는 칭짱 철도의 첫 번째 지선 건껄 작업은 벌쩌 측량이 시작되었다 ι데요. 내년 중에 건설이 시작돼 3년 안에 마무리 될 거랍니다. 이 -휠 길의 진보가 아니라 혁명이라 물러도 무방한 일이지요.” • ν / 1자라는 역할이 새삼스러웠다. 어디서 저런 청보를 알았올까. 김 캉l자는 내가 해야 할 기·어드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건 좋은 일이고 나 -듬 거기에 거부감은 없었다. 기차가 연착되어 리짜에 도착환 시간은 --뼈청 시간올 한 서간 가까이 초과하고 있었다. 어둠이 티베트 고원에 장막올 친 듯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드디어 고단한. 그러나 다이 믹 했던 여정이 물났다. 밤 9시 30분 기차는 라싸 역에 멈췄다. 판-라짜 역에는 북경여행사 왕사장과 연결 되어 있는, 현지여행사 조 선족 김석민이라는 사람이 마중올 나왔다. - “축하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칭짱 철도를 타고 라싸를 방문한 첫 번째 한국 사랍들언 것 같군요.” -; ‘ ·그래요? 그것 참 즐거운 소식이네요 .. 그런데 잔뜩 겁먹었던 입경 -현가서를 기써1서 보자는 사람도 없더군요.” 손님들은 모르지만 그걸 미끼로 폭리를 취하는 이들의 행태를 내 가 슬쩍 꼬집은 것이었다. 그 말에 김씨는 북한 말처럼 들리는 조선 족 특유 억양으로 대답한다. --필요 없는 그런 걸 왜 법으로 만들어 놓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래도 만약 걸리면 바로 잡혀가니까 지켜야 편하지요.” 237 l중편소설 • 라·싸 역은 근대식 건물로 지어진 상당한 크기였다. 벽면한 쪽에 우리가 지나 온 칭짱 철도가 부조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 앞에 서니 과연 먼 길이었고, 험난한 산과 고원을 횡단한 철도라는 게 사실적으 로눈에 들어왔다. 불야성을 이룬 라짜는 이미 2년 전에 와 보았던 도시가 아니었다. 물론 그때도 은둔의 량과는 거리가 멀었었다. 문명이 넘치는 라싸 시 . 내를 보며 내가 은근히 꿈꾸었던 라싸는 없다. 라고 생각했었다. 2년 사이에 라짜는 번영을 누리는 중국의 많은 도시 중 한 부분에 불과했 다- 이성열어 포탈라 궁을 발견하고 낮은 탄성을 지른다. 불가사의 한 건축물이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둥재된 포탈라 궁이, 밤 조명에 ;극 거대한 모습올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시내 어디서나 조망되는 포탈 라 궁은, 우후죽순처렴 치솟는 빌딩에 대비되어 예전처럼 충격으로 다가 서지 않았다. 라짜는 신생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었다. 예약 해 놓은호텔로가는차안에서 홍사장이 김석민에게 물었다. --도시 인구는-얼마나 됩니까?” “현재 라짜의 인구는 대략 46만 명쯤 되는데 그 중 30만 명이 한족 이지요 .• , 김 씨의 한마디로 중화 된 티베트의 현실올 알 수 있었다. --기차 개통으로 몰려 온 사랍들 맞을 호텔은 충분합니까?” “아니요-잠자리가 모자라 호텔 복도에서 잠 잘 정도로 사랍이 많 이 오고 있어요. 그에 따라 자본도 많이 들어 와 시내 곳곳엔 건축 붐 이 한창입니다.” “복터졌군.” 홍사장딴에는빈정거린다는말이었는데 ’신이 난듯김 씨는말을 받았다. “한국 사람들 표현대로 대박이지요. 밀리는 관광객을 도저히 소화 238 신영철/하늘호수 -깐l킬 수 없어 이곳에 오지 말라고 홍보를 하는 실정입니다. 입장료 ·-100위안인 포탈라 궁도 암표가 3∼400위안씩 콩}는데 그곳도 하-루 ’ 전에 인원을 통제 합니다.” 모두칭짱철도의 힘이다. 뒤 좌석에 앉은김 기자가목을 빼며 말 했다. / ‘꾀베트와 더불어 분리 독립 움직임이 활발한신강위구르족자치구 롤 가본 적이 있어요. 사년 전 일이지요. 수도인 우루무치와 최서단 국경도시인 카슈가르를 잇는 남 신강 철도가 완공됐다고 해서요. 그 런데 철도 개통 이후 카슈가르의 상권은 모두 한족에게 넘어갔고. 시 -중심가는 밀려드는 한족이 점령한 상태더군요. 역시 라싸의 상황도 까 똑같은처지가되어 버련 셈입니다.” 시내를 관통하는 라짜 강에도 횡단 다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시내 한 네온사인으로 휘황했다. 창 밖 라짜 도심 속에 우뚝한 포탈라 궁 --을보던 이성열이, 우리를바라보며 말했다. t“이런 현상을 달라이 라마께서는 이미 예견했습니다. 미국 초청 강 연을 통해 말했지요. 보통 철도의 연결은 발전을 위한 것이지만. 칭 짱 철도는 인구 통계학적인 변화를 초래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었다. 지금 티베트에서 문화적 대학살이 일어나고 있다-중국이 한족 이천 만 명을 대거 티베트로 이주시킴으로써 티베트 내에샤조차, 티베트 인들을 소수민족으로 전락시키기 위한 것이다, 라고요.” 끔찍한 말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티베트인들 숫자는. 모두 이백 삼십만 밖에 되지 않았다. 그 열배 가까이 되는 사람을 이주 시킨다 니 . 달라이 라마는 칭짱 철도 부설에 따른 위기감 간파했지만, 상황 은 이미 물난 것처럼 보였다. 북경에서 본 중국 관영 CCTV는 티베 트여행 산업을소개하면서, 관광산업을위해 중국지적 인력이 티베 트로 들어가는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 땅 전체로 볼 때는, 아직 중국 239 l중편소설 • 에서 유일하게 소수민족인 티베트인의 인구 비율이 높다. 그러과 칭 장철도가 중국정부의 의도대로 인구 비율조차 역전시키고 있묶 것은 분명했다. 당연히 경제 문화의 중심축으로 기능할 도시를 기점으로 차츰 변방까지 퍼져 나갈 것이다. 우리 숙소는 포탈라 궁이 바라보이는 신축 호텔이었다. 수목 한계 - . 선올 념은 민퉁산이 에워싸고 있는 분지가 라싸다. 우리가 횡단해 온 고원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은 해발 3600m였다. 그러나 이 높이도 백 두산보다 한참이 높은 곳이다. 고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분지이 기에 애써 가꿔 놓은 나무들이 눈물겹다. 사막의 도시처럼 척박한 땅 에, 근대적 도시로 거듭난 티베트에서 변한 게 없다면, 아침 흥경이 아닐까 싶었다. 마니차를 돌리며. 포탈라 궁올 한 바퀴 도는 행동인, 코라’를 하는 티베트인들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바뀐 게 없었다. 여기서 우리는 사흘 간, 자유 시간을 갖기로 했다. 이성열은 죠캉 사원과 포탈라궁 퉁 티베트 성지 순례를 했고, 김 기자는 조선족 김 씨를 통역으로 대동하고 부지런히 취재를 다녔다. 나는 홍 사장과 카 햇 공장올 방문하고i 기차에서 만난 중국인과 함께 인도 국경 야퉁올 다녀왔다. 그렇게 사홀을 보낸 후, 나는 우리가 어느 정도 고소 적웅 이되었다고판단했다. 라짜로 들어 옹지 나흘 째 되는 날. 우리는 길을 나섰다. 몇 개의 지류가 합수되는 라짜 강변 넓은 평야엔 가을 추수가 한창이었다. 우 리가 대절한 차량이 달리는 길은 한동안 칭짱 철도와 함께 가고 있었 다. 확인해 보니 그 도로는 칭짱 공로였다. 그 길은 또한 이성열이 그 렇게 가고 싶어 하는 하늘 호수 가는 길이기도 했다. 라싸를 출발하 \· 여 3시간쯤 계속해서 고원으로 올랐다. 해발 4500m 가까이 올라 접 근해 본 철길은 생각보다 높고 직선으로 아득하게 뻗어 있었다. 두 줄기 철길이 시선이 끝나는 곳에서 한 점으로 합쳐지고 있었다. 과연 240 신영철/하늘호수 -퍼마어마한 토목 공사였음을 실감케 했다. 김 기자와 함께 그림이 될 ·만한 초원에서 기차를 기다렸다. 바랍이 몹시 차가웠고 빗발이 간간 폐 뿌렸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초원은 황량했지만 야크와 양떼들은 - 여전히 한가롭게 풀을 듣고 있었다. 산한동안 기다리고 있으니, 우리가 타고 온 것이 분명한 기차가 북경 ·으로돌아가기 위해 멀리 지평선에서 점으로나타났다.문득. 이렇케 ; 프문드문 기차가 다녀서야 무슨 경제적 가치가 있올까 하는 생각이 -동었다. 그럼에도 이 기차 길의 개통으로, 물류비용이 무려 75%가 쓸었다는 통계를 확인했다고 김 기자는 말했다. ‘←라짜 출발 기차도 우리처럼 칭짱 철도를 한 낮에만 통과하기 때문 ‘ 씌1 촬영은 오전에끝났다. 촬영이 끝나자 우리는 내처 하늘 호수로 -펠렸다. 나는 이성열이 말한 설련화를 볼 수 있다는 기대로 부풀어 피핑었다. 과연 그 꽃을 찾을 수 있을까? 이성열이 그 꽃으로 자신의 ; 아내를 구해 낼 수 있을까. 아무래도 그건 허망한 기대처럼 생각 들 . 폈으나 그 꽃이 궁금한 건 사실이었다. 하늘 호수 가는 길은 말끔히 ?;폼장 된 아스팔트 신생의 도로였다. 해발 오천 미터가 넘는 ‘라겐 ’ 고 째를 념어 호수까지 깨끗하게 포장되어 있었다ι 기지개를 편 중국 자 -펀이 이곳까지 밀려들었다는 증거였다. ; L ‘ 라겐 고개 정상에는 티베트인들이 걸어 놓은 오색 릉다가 꽃잎처 럽 휘날리고 있었다. 고개 마루에서 내려다보이는 하늘 호수가 아득 하게 보였다. 이 호수도 다?른 곳처럼 소금물이었다. 그래서 드넓은 호수가 더 바다 같이 보였는지도 모른다. 그 바다 같은 호수 주변은 . 하쌓게 만년설을 이고 있는 설산들이 병풍처럼 둘러 서 었다. 손을 ·뻗으면 파란하늘이 만져질 것 같다. 티베트가워낙높은곳이라하 끓이 내려와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 들었다. 검은 가방을 맨 채 이 전열은 묵묵히 하늘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241 • 중편소설 • 다시 i써1 오른 우리는 호수로 향했다. 콕예 하듯 고개 갈폴내려 서니 이번에는 핑장히 너른 평원이 펼쳐진다. 우리는 새롭게 |바뀌는 풍경에 매료당했다. 평원 먼 곳에 유목민 천막이 보이고 야크들이 한 가롭게 풀을 플고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호수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워낙 공기가 맑고 희박해 그런지 이곳에서는 원근 구별이 잘 되지않 . 았다. 호수를 에워싼 만년셜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눈 아래로는 가뭇하게 평원이 보였다. 수목 한계선올 훨씬 넘어 선 이곳은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고 듬성듬성 풀만 자라는 평원이었다. 드디어 우리는 호수 가에 도착했다. 성스러운 호수답게 순례를 온 많은 티베트인들이 보였다. 우리는 물가를 향해 천천히 걸었는데, 앞 에 양 손에 송판 조각올 붙인 티베트인 한 사랍이 보였다. 그는 일어 서서 한 걸음 내 디딘 후, 몸 전체를 땅에 붙이고 , 다시 엎드리는 행 위를 반복하고 있었다. 티베트의 신성한 곳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오 체투지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볼 때 그건 한 마리 자벌레였다. 한걸음내 디딘-후, 던지듯몸올 땅에 붙일 때는풀썩 먼지가 일었 다-몸올 던지다시피 격렬하기에 손을 보호 하려 송판올 댄 것처럼 보였다.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맹렬하게 오체투지를 하는지 주위를 살펴봤는데. 이 사람처럼 격렬하게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무엇 이 저들로 하여금 한없이 자세를 낮추게 하는지 놀라운 일이다. 김 기자도 궁금했는지 나에게 언제까지 그런 행위를 할 건가를 물어 보 라고 했다. 다행이 중국말을 할 줄 아는 젊은이였다. 그는 두 달간 그 렇게 오체투지를 하며 이 호수를 돈다고 했다. 그리고 이 하늘 호수 는 티베트인들에게 으뜸으로 신성한 곳이라고 말한다 걸어서도 까 \낀 마득한 거리인데 저렇게 차벌레처럼 간다면 어느 세월에 코리를 완 성할 수 있을까. 실제로 어느 티베트인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변방에 서 라짜에 있는 포탈라 궁전까지 오체투지로 간다고 했다. 그게 몇 242 신영철/하늘호수 년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그런 무모한 행위들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 까. 티베트 불교의 힘이라 이해 할 것인가. 표-그 모습올 열심히 카메라에 담던 김 기자가 혀를 찬다. ‘’정말대단하군.” . 합장올 한 채 그 모습올 지켜보던 이성열이 김 기자헤게 말올 건냈 • 꽉. “이게 이들이 믿는 종교의 힘입니다. 누가 시켜서 이렇게 활까요? 한-아니, 이들에게 티베트 불교는 종교를 넘어서 삶의 일부가 된 것이 · 효. 우리가 랍 먹고 잠드는 것처럼 이들의 수련방식은 이미 생활입니 ., 강렬한 햇살이 따가웠는지 눈올 잔뜩 찌푸린 채 홍 사장이 말했다. ; “그게. 기차에서 이성열씨가 말 한 신념이라는 거군요. 총으로도 션쩔 수 없는 신념. 그러니 중국에서 보면 눈엣 가시 같은 달라이 라 마와 불교가 얼마나 맙겠소? 종교는 아편이라고 정의한 공산주의자 • 들인데.” ; “비폭력 무저항주의는 간디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달라이 라마께 서도 자비의 힘으로 원수인 중국인들올 용서하고 있는 거지요. 오히 려 그분께서는 중국올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군요.” 내가 듣기에 이성열의 말은 황당한 논리처럼 들렸다-홍 사장도 그 런생각인가보았다. “누가 그런 말을 해요?” “제 아내의 말입니다.” “정말이라면 대단한 일이군. 그런데 그런 부인은 언제 만났소? 한 국도 아니고 미국에서 티베트 불교에 대하여 해박한 지식올 가지고 있다는것이 놀랍소.” “아내와는 고동학교 동창이었습니다. 이민 간 순서는 다르지만 동 243 -중편소설 • 창회에서 만났지요. 그러나 이성으로 느끼기 시작 한 것은 야때가 일 본 유학을 끝내고 미국으로 귀환한 후의 일입니다. 우리나래와는 다 -( 르게 일본은 티베트 불교에 대하여 학문적으로 오래 전부터 관심을 ‘ 기우리고 있었다는 군요. 귀국 환영 모임에서 그녀를 다시 만난 순 간, 무언가 내 속에서 끓어올랐고 아득해졌지요.” “하하. 원래 사랑의 시작은 그렇습니다. 그렇게 다가오는 거지요. 펀 그런데 이성열씨도 불교 공부를 했습니까?” “아뇨. 전 아닙니다. 집 사람만 불교철학올 했지요. 아내가 절망하 펴 고 있는 나를 위로하려 , 달라이 라마가 말한 공 사것한올 이해시키려 한 것을 잘 압니다. 저는 아내가 나를 용서하기를 바랍니다. 처음땐 건성으로 들었거든요.” ·‘베게 밑 송사라는 말이 있어요. 함께 베게를 쓰는 아내의 말올 결 국 따라 간다는 비유지요. 귀에 대고 밤마다 속삭이는데 당 할 남자 가있겠어?하하.” 장난처럼 내 던진 홍 사장의 말은, 불교를 믿지 않던 이성열이 아 내에 영향으로 불교에 빠졌다는 말일 터였다. 그러나 이성열은 진지 하게 대답을했다. - --그녀의 말에 따라 간 것은 아닙니다. 의심이 들어 관련 서적을 보 며 스스로 확신을 한 거지요.” 조금 무안한 생각이 들었는지 홍 사장이 말을 바꾸었다. --고등학교 동창이었다면서 학생 때는 못 느끼던 감정이 갑자기 생 겼다는 말인데, 부인도 그런 감정을 함께 느꼈다는 건가요?” “가까이 다가서는 나를 보는 그녀는 당황했지요. 침묵해야 할지, \ 미소 지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너무 사랑스 러웠습니다. 그러나 점차 만나가면서 그녀의 생각을 알 것 같았습니 다.” 244 신영철/하눌호수 훤f씌성열 씨는무척 소심한사람같은데, 그때는용기를내었군.” J -껴f약 평소의 저대로 소극적으로 있다가는 그녀를 놓칠 것 같았습 은녀다.” 수 이성열의 말대로 사랑이라는 게 그렇게 갑자기 찾아오는 건가. 사 ;찮은 그런 것일까? 내게도 그런 사량이 올 때가 있을까. 설명할 수 없는 게 사랑이라고 하던데 이성열의 말처럼 사랑이·란, 말보다 눈빛 괴 우선이라 것이 듣기 좋았다. -=“무언으로 소통하는 그런 사랑이었지요. 내 영혼의 반쭉을 찾은 것 漢l니까요. 결혼 상대자는 시칸올 두고 만나. 서로 천천히 알아7}야 . v'.r파는 어머님의 말씀도 그때는 안 들렸습니다.” “그렇겠지 . 사랑은 콩짝지를 눈에 씌운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거 ‘ ;활물·7l어l는 조잡한 수공예품을 팔기 위해 호객하는 티베트인틀의 상 「·홉이 극성스러웠다. 본업인 유목을 하지 않고 장사를 하게 만든 것도 문명의 힘인지 모른다. 그러나 바람에 날리는 롱다와, 신성한 호수를 화바퀴 도는코라를하는사람들의 경건한표정이 보기 좋다 . ..... 나는 그때부터 유심히 호수가 땅을 살폈다. 이성열이 말한 셜련화 를 찾기 위해서였다. 듬성듬성 난 풀 종류는 가끔 보였지만 어디에도 꽃은 없었다. 이성열의 실망이 클 것 같았다. 홍 사장도 그랬지만 김 ·-1자도 역시 꽃을 찾으려는지 땅을 열심히 살피고 있었다. 문득 이성 ,· 멸을 찾으니 그는 가방을 맨 채 물이 찰랑이는 호수 가셰서 먼 곳을 웅시하고 있었다. 그는 꽃을 찾을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이리 저리 움직이며 꽃을 찾던 김 기자도 포기했는지 호수 풍경을 찍느라 정신 이 없었다. 우리가 살핀 땅에는 설련화는 고사하고 다른 꽃도 보이지 않았다. 홍 사장과 나도 꽃 찾기를 포기하고 물가로 가서 이성열 곁 떼 섰다. 가장 자리엔 흡사 바다의 파도처럼 물결이 치고 있었다. 한 245 -중편소설 • 쪽으로호수를마주보는바위산이 있었는데, 그틈새에 티때트불교 ‘ 사원인 작은 곰파가 몇 채 보였다. 그곳에서 라마숭들이 수행을 한다 고했다. 우리는 물가를 떠나 바위산 쪽으로 갔다. 그곳엔 천막이 몇 채 있 었다. 거기는 티베트인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치를 파는 곳이었다. 김 . 기자가 우리를 보며 웃었다. 셔참 좋은 세상이에요. 아시아의 오지까지 기차를 타고 온 것도 믿 어지지 않지만, 그 기차가 이들 티베트인 생활도 다 바꿔 놓았어요. 돈 벌이 맛올 알았으니까요. 이제 지구별엔 더이상 오지는 존재하치 않습니다.-- 김 기자의 말에.동의 한다는듯이성열어 고개를끄덕였다. “우리가 분석했듯 기차는 필연적으로 이곳에 변화를 불러 올 겁니 다. 그러나 그건 사람올 위한 기차가 이미 아닙니다. 중국올 위한 칼 날이지요. 단순한 횟덩어리지만 티베트인들의 문화와 전통을 말살 할, 마구니 같은 존재로 기능할 수도 있지요.” “그러나 기차는 현실 아닙니까? 이성열 씨가 말하는 정신적인 것 은 눈에 안보이지만 기치는 보이듯 말입니다.” “자연계의 상호 폰재의 가치를 무시한 기차가, 정치적 목적과 자원 수탈을 위하여 만들어 진 그것이, 저렇게 솟은 산과 호수보다 더 오 래 존재 할까요? 저 호수가 싼 물인 것은 오래전엔 이곳도 바다 속이 었다는 움직일 수없는 증겁니다. 그렇게 바해는 거지요. 기차는 인드 라의 그물을 외면한. 문명이라는 허명에 편승한 인간의 이기적인 오 만일뿐이지요. .\ 인드라의 그물이라는 모호한 말은, 나도 어디선가 들은 것도 같지 만 생각이 나지 않았다. 두 사람의 견해는, 칭짱 철도의 두 철길처럼 결코 만날 수 없는 것일까. 만약 철길이 만난다면 큰일 나듯. 둘의 생 246 신영철/하늘호수 ·선-은끝까지 함께 달리는평행선이었다. ·;-우리는 천막으로 들어가 밀크 차를 시켰다. 지저분한 천막 안은 역 울 정도로 이상한 냄새로 차 있었다. 차를 끓이기 위해 불을 피운 {연료 야크 똥 냄새였다. 야크 똥을 말린 연료가 이곳에서는 유용하게 쌓이고있다. 쉰 ?자연에서 자연으로 환원시키는 완전한 자급자족 시스랩이네.” -흰신기한 듯 홍 사장이 말련 야크 똥올 들어 이리저리 살펴본다. 가 ←쩔;쩌가 얼룩진 지저분한 컵에 차를 한조썩 받은 후 내가 설명올 했 ~.휴 t J고지대인 티베트엔 나무가 없기에 야크 똥은 유일한 연료입니다. ’ 한크야 말로 버릴 것 하나 없는 이들 유목민의 목숨 같은 것이지요. 렀과 고기, 털로는 옷을 짓고 가죽으로는 천막을 만듭니다. 이동할 E빼는 둥짐을 지우고요.-- - : “양도 많던데 양젖도 많을 테고.” f :-. “양은 일 년에 사 개월 밖에 짖이 안 나온답니다. 야크 치즈 하나씩 ←깐~싸가세요. 완전 자연식이고 향이 아주 좋습니다. 아 참! 설련화를 물 띄봐야겠지요?” - τ 나는 천막 주인에게 설련화의 존재를 물었다. 이성열도 긴장하는 듯 했다. 우리는 티베트인의 대답을 기다렸다. 역시 꽃은 없었다. 그 런 꽃은 처음 들어 본다는 대답이었다. 원래 고도가 높아 여름에만 잠깐 손톱만한 꽃을 피우는 건 있어도, 겨울이 오고 있는 지금은 아 - 무런 꽃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사는 원주민인 그 는, 꽃을 약으로 쓴다는 말도 나에게 처음 듣는다 했다. 몇 번이고 확 인하는 나를 그만하라고 말린 것은 이성열이었다. 실망이 클 그의 표 정은, 그러나 의외로 평온했다. 흥미를 가지고 티베트인의 대답을 기 다리던 김 기자는 그럼 그렇지, 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247 -중편소설 • “그 본초강목인가 뭐라는 의서는 가짜예요. 물론 이성열짜픽 입장 은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하늘 호수에 설련회는 존재하지 ! 않는 것 “ 같군요.” 이성열은 말없이 차만 홀짝이고 있었다. 우리는 차를 마시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하늘 호수를 좀 더 높은 곳에서 조망하기 위 하여 바위산으로 갔고, 가파른 그 산올 올랐다. 그리 높지는 안았으 . 나 고도가 높은 탓에 몇 발자국 못 가 숨올 몰아쉬어야 했다. 조금 무 리하여 속도를 내면 가슴에 뻐근한 통증이 밀려 왔다. 드디어 우리는 바위산 정싱써1 올라섰다. 커다량고 편편한 바위가 정상부를 이루고 있었다. 이곳이 하늘 호수를 감상하기 가장 좋은 지 점이었다. 모두의 눈에서 가공되지 않은 진짜 자연올 목도하며 놀랍 ‘ 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날씨가 쾌청하기에 압도하듯 펼쳐진 넓은 호 ; 수와, 그것을 에워싼 장대한 만년설산맥이 온전히 그 모습을 드러내 � 고 있다. 한국 여름철에 잘 나타났던 뭉게구름과 장엄한 하얀 산어 · 어울려 몽환 같은 풍경이었다. 말끔하게 드러난 호수와 그것을 에워 � ; 싼 하얀 산들올 볼 수 었다는 것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파란하늘은 너무 짙어서 잉크 빛을 띠고 있다. 파랑과 하안 색은 너무 강렬하게 우리 주변을 아우르고 있다. 워낙 호수가 넓어 구름이 만든 그늘도 제 각각이었고, 구름 틈 사이로는 햇살이 쏟아지듯 내리고 있었다. 바위 산 정상에서 호숫가까지 매어 달아 놓은 무수한 릉다가 꽃처럼 휘날리고있다. “야, 이거 정말 환상적 풍경인데. 저 하얀 산 좀 봐. 그리고 저 물 색깔도. 하나의 호수인데 물색이 여러 가지로 보이네.” 홍 사장의 말처럼 우리는 바위에 앉아, 신이 빗어 낸 풍경을 감상 하고 있었다. 문득 생각 난 듯 홍 사장이 이성열에게 말을 건넨다. “아무리 살펴보고 또 가이드가 티베트 사람에게 물어 봐도, 설련화 248 신영철/하늘호수 효갇 ·없다는데 실망이 크겠군요.” 혈검은 가방을 자신 쪽으호 끌어당겨 열려던 이성열이 희미하게 웃 --다. 갯 샤아나요. 저는 설련화를 찾았습니다. 너무 많아 지금 놀라고 있는 'F 좋입니다. 저기 있지 않습니까.” i뇨가 손올 들어 가리키는 곳은 막막한 하늘이었다. 그리고 바람에 쪽부끼고 있는 오색 롱다가 있을 뿐이었다. 이성열의 황당한 말에 우 은 그저, 그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i 'i: ~-쭉 한번 아내는 나와 함께 이곳올 오기를 소망했습니다. 그러나 :바밴다는 핑계로 나는 그 말올 들어 주지 못했습니다. 미국 쟁활이라 j는 게 그렇거든요. ·박사가 넘치는 미국이지만, 티베트 불교철학이라 쿄· 희귀성 때문인지. 아내는 비교적 쉽게 UCLA 동양학과 교수로 웹용 되었습니다. 나도 그랬지만 아내 역시 많이 기뻐했지요. 그런 ?’ 더 ,] •••••• 임용 절차 중, 건강 진단을 받는 동안 그녀의 병이 밝혀졌습 펠다. 말기 암이라는 것이었지요.” ‘ [ ,;, .. 저런, 저런 쫓쫓.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 임용 될 정도의 재원이 .댔군요. ·재인박명이라더니·-----.” 꾀진심으로 안 되었다는 듯 홍 사걷페 혀를 랐다. 함“그녀의 병이 불치라고 확정 되었을 때, 여러 ‘곳의 진단이 같았올 . 나를 위로 한 건 오히려 그녀였습니다. 저는… - -- 어떻게 한 인간 -이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그렇게 당당할 수 있는지 그게 궁금했습니 다.” f. 어려운 말을 하면서 이성열은 이상하게도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 혔다. -f “아내가 믿었던 부처님은 힘이 세더군요. 저는 그것을 압니다. 그 러므로 원래 관심이 없던 제가 불법을 믿게 된 것이지요. 엘에이 시 249 l중편소설 • 내에 에코 팍이라는 공원이 있습니다. 거기를 가면 유일하커「군집올 이룬 연꽃올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아내의 청을 받고 매일 처녁 산책 겸 그 연못 코라를 돌았습니다.” “코라라면 우리가 이곳에서 본 티베트인들의 순례를 말하는 겁니 까?” “그렇지요. 아내는 불교의 꽃이라는 연꽃을 좋아 했습니다. 그녀를 데리고 그 공원올 한 바퀴 도는 게 유일한 산책이었지요. 그러나 시 간이 지나면서 아내는 그 작은 공원 연못 코라를 못 돌 정도로 허약 해진겁니다.” “아이는있었나요?” 거의 울상이 된 홍 사장이 물었다. “아뇨. 아내의 오랜 공부 때문에 아이를 가질 수 없었어요.” “부인이 그렇게 이곳을 오고 싶어 했다면서, 함께 못 온 건 그 몹쓸 병 때문이란 말이군요.-- “기차헤서 감 기자와 나눈 말은, 모두 아내에게 들은 말입니다. 불 . 교의 ;뿌리가 되는 인도 철학에서는 ‘인드라의 그물 이라는 말이 있 、 다고 합니다. 사바세계의 실상은 씨줄과 날줄로 얽혀있고 ,그 이음새 마다 구슬이 있는데, 그 구슬은 서로 비추고 비추어지는 관계에 있다 는 거지요. 이것과 저것이 소통하므로 세상 모든 것이 존재한다는 말 - 이겠습니다 .• , .홍 사장의 물음에는 아랑곳없이 Z난1의 말을 하는 이성열의 검은 머리칼이 바람에 날렸다. “그러므로 혼자라는 아상은 없다는 거죠. 인드라의 세계는 넓은 것 뿐 아니라 깊기도 하더군요. 아내와 제 삶이 인(因)이라는 날줄과, 연 (緣)이라는 씨줄로 엮어진 것이 .분명하니까요. 그 인연은 사랍과 사 람의 관계 뿐만 아니라 생물과 무생물 , 그리고 바람소리, 물소리까지 250 신영철/하늘호수 처로 교류하고 소통한다고 했습니다.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의 분 〕첼은 무의미하다는 거죠.” 이성열의 말은 갈수록 깊어졌다- • ‘말기 암 환자가 그렇듯 다량의 진통제가 아내에겐 필요했습니다. ·그녀의 고통을 보는 건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괴로워하는 나에 체 그녀는 부처님 이야기를 해 줬습니다. 아니. 이곳 하늘 호수이야 쩍를해 준거죠.” 떻서늘한 바람이 앉아 있는 우리를 흔들고 호수 쪽으로 불어 갔다. ·훨 번 호수의 너른 공간과 건너편에 훌연히 솟은 하얀 산. 이런 풍경 --낱-그녀가 남편에게 해 줬다는 말일까. 샌- F불교 쪽에서 말하는 설련화 이야기도 그때 들었습니다. 아내는 그 ;껏의 실체를 은유로 말했으나. 나는 그 말을 실지로 믿고 싶었습니 쫓}. 절박했으니까요. 내가 가서 그 꽃을 따올게. 그래서 당신올 살려 낼 거야! 저는 실제로 그 셜련화에 대하여 여러 문헌을 찾고 자료를 ·춰지고 했습니다. 그때마다 아내는 하양게 웃었지요.” 석 웃었다는 대목을 말하는 이성열의 입7써도 허허로운 미소가 흘렀 ‘다. E 스. “은유로 말했다지만 아내는 그 존재를 뭐라고 말 하던가요?” 뉘· 홍사장이 설련화에 대한미련이 남은듯물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무너진다는 뜻으로 아내는 셜련화를 설명했 습니다. 영원히 늘. 그대로.있는 것은 없다는 말이지요. 공즉시색 . 부 처님의 그 말씀을 진정으로 이해한다면 자신이 죽었다고 슬퍼할 까 ·닭이 없다는겁니다.” -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그게 설련화와 어떻게 연결되는 지------.” “아내는 자신이 내 곁에서 곳 떠날 것을 알고 있었지요. 혼자 남아 251 l중편소설 • 있는 저를 위로한다는 생각이었을 겁니다. 있는 것과 없는 것흘 분별 하지 말고 초월하라는 말 이었습니다. 그 비유로 셜련화를 븐 겁니 다.” .. ,, “부처님의 법을 알기까지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해야 합니까. 마음공 부라고 하지만 그건 조용한 공부가 아닙니다. 이 바위산 오르면서 보 셨지요? 티베트 스님들도 이렇게 오지의 토굴에 앉아 홀로 면벽 수 행을 했답니다. 티베트 불교의 정신적 지주인 유명한 고송인 밀레레 빠가 그랬고, 파드마 삼바바가 그랬답니다. 홀로 수행한다는 건, 겉 으론 고요해 보이지만 스스로의 마음 속에션 피 튀기는 치열한 전쟁 같은 공부라고 합니다. 그런 과정올 제대로 거치면 무념무장의 깨달 . -~ 음올 얻게 된다지요. 그런 비유로 아내는 하늘 호수에 외롭게 피는 설련화를 말한 거라 생각 드네요. 자신의 죽음에 내가 너무 슬퍼하지 말라는 위로를 한 거예요 ... “아주 속 깊은 분이었군요. 그런데------그런 아내의 뭇을 알고 있 었나요?” “여기 오기까지는 몰랐습니다. 설련화를 볼 수 없었고 또 현지인이 그런 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 - -- 문득 아내의 말 뭇을 알게 된 건, 바위 산을 오를 때였습니다. 그때 홀연히 안 거지요. 하 늘 호수를 에워싼 모든 상정이 설련화라는 걸 말이지요.” “그랬군요.” 홍 사장의 눈가가 붉어졌다. 김 기자도 자꾸 마른기침을 해댔다. “이제 꽃으로서 설련화를 찾기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지만. 그러나 나는 아직도 설련화의 존재를 믿습니다. 겨울이 가까우므로 꽃이 없 다는티베트인의 말은사질이 아닙니다. 저렇게 많은데요. 가없이 너 른 수면과, 그것을 옹위하듯 서있는 만년설을 쓴 화엄의 산들이 설련 252 신영철/하눌호수 확입니다. 티베트 고원 바랍에 날리고 있는 저 오색 릉다가 셜련화고 쉰이성열은 손으로 나부끼고 있는 릉다를 가리켰다. 그러고 보니 정 • 말 오색 릉다는 꽃처럼 보이기도 했다. 만약 롱다가 설련화라면 그 숫자는 너무 많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이성열의 이야기를 들 녁웰며 나도 갑자기 먹먹해지고 코가 매워졌다. 이성열의 셜련화는, 그 - ,-찍 손가락으로 7버킨 산이었고, 롱다였고, 호혐l 비껴가는 햇살이 파혈다. 만다라처렴 호수를 둘러쌓고 있는 설산이 바로 설련화였다니 . ”처렇게 바람에 날리고 있는 오색 롱다가 셜련화였다니-지푸라기라 찮참고 싶은 이성열이. 아내를 살려 내려는 욕짐으로 만든 상상 속 절련화는 청말 존재하는가. 낯 여보, 그건 실처1가 없는 거야. 눈 속에서도 펴는 꽃올 비유해 열심 il 수행하라는 법문이야.‘ 공부하는 과정은 외롭고 춤지만 홀로 이겨 내어 꽃 피우라는 은유야. 아냐! 있어. 여기 자활본초강목올 좀 봐. 푼명히 그립도 있잖아. 내가 그 꽃올 찾아 올 거야. 바위산에 부는 바 뭘결에 그런 대화가 들리는 듯했다. 그런 말을 나누며 떠날 준비와 보낼 연습을 했던 부부의 모습도 떠올랐다. 스 · “티베트 불경이 가득 써진 기도 깃발 릉다는 실제로 날개 달린 천 횡}가 그려져 있지요. 이제 롱다, 아니 셜련화가 그녀와 함께 하늘로 . -,...,_려 갈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여기를 온 것은---- 쥔말올 하며 이성열은 검은 가방에서 하얀 종이 상자를 꺼냈다. t “나는 그녀의 소원을 들어 주러 이곳에 온 것입니다. 설련화가 있 는 것을 믿거나 믿지 않거나, 모두 마음이 지어낸 허상이겠지요. 료러나 늦게라도 그녀와 함께 이곳에 온 건 작은 행복입니다.” i:. a뷰}에서 일어 선 그는 그 상자를 열고 무엇 인가 꺼내 허공에 뿌 렸다. 그것은 하양게 퍼지면서 호수 쪽으로 날렸다. 허공에 그물처럼 253 l중편소설 • 하쌓게 펴지는 그것 사이로 파란 하늘이, 파란 호수가, 하얀찬이, 하 얀 구름이 흔들렸다. 하늘 가득, 만다라처럼 펄럭이는 롱다도 보였 다. 바람에 나부끼는 색색의 롱다가 정말 꽃이 되었고 그 사이로 하 - 얀 꽃가루처럼 유골이 퍼져 갔다. 나는 그때서야 비로소 이성열이, 왜 그렇게 검은 가방을 내내 소중하게 간직해 왔는지 알았다. 판 아내와 함께 기차를 타고 이곳에 온 겁니다. 아내는 셜련화의 . 존재를 믿되, 믿지 않았습니다. 불교 쪽의 상징으로 셜련화를 말했지 만, 어느 사이 내게는 그것이 실폰하는 꽃이라고 굳게 믿게 되었던 거죠.” 산골을 하는 이성·열의 모습을 지켜보던 김 기자가 낮은 음색으로 - . 말했다. “부인의 말씀이 맞았습니다. 실물로 설련화는 존재하지 않아요.” . “그런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그 · 꽃의 존재를 지금도 확신합니 다.” 이성열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것의 존재를 믿는 것 외에. 내가 아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없었으니까요. 아시겠어요? 그참담한심사를- ------ 나는 좀 더 그 말을 이해 할 수 있었다-이들 부부가 셜련화를 찾으 려 한 것은 같았으나 방법이 달랐다는 말이었다. 아내와는 달리 이성 열은 현실 속에 존재하는 꽃을 찾으려 했다. 죽음과 싸우고 있는, 사 랑하는 아내를 위해 아무것도 해 줄게 없는 남편. 그가 할 수 있는 일 은 세%써1 아무 것도 없었다. 아내는 상상 속의 꽃을 말했으나 이성 열은 그 꽃의 존재를 믿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서 죽어 7면 는 아내를 위해, 이성열이 믿을 건 설련화 밖에 없었다. 문명의 첨단 을 가는 미국인데도. 아내와 함께 이곳에 온 것이라는 이성열의 말 역시, 빛L금 전 하늘에 날린 유골 가루에서 알 수 있었다. 254 신영철/하늘호수 “죽음까지도 담담하게 받아 드렸던, 그녀에게 신념을 주었던 불법 ι 의 땅을 천천히 보여주고 싶었지요. 아니 그 말은 틀렸습니다. 어쩌 면 내가 그걸 보고 싶었는지도 모르지요. 비행기를 놔두고 오래 시간 걸리는 기차를 탄 이유가 그겁니다.” . 해념이가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말없이 이성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 “무겁거나 가벼운 분별마저도 이제 모두 버란 여자. 아내의 솜털처 가벼워진 영혼도 지금은 개운할 겁니다. 제가 그러니까요-더이상 . 처에게 현상의 설련화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제 마음속에 피어난 한 -이로족합니다.” { 어느 새 저녁노올이 빌려왔다. 하늘 호수는 한 가지 색올 더 입었 다. 붉은 빛이 , 산과 구름을 붉게 물들이다가. 호휘l 길고 긴 붉은 .;구름 다리를 만들어 놓는다. 물결의 잔주름이 석양을 받아 붉은 물비 늘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 풍경 때문일 것이다. 갑자기 주르륙 눈 훌이 흘러 내렸다. 우리는 말없이 한동안 앉아 있었다. 텅 빈 공간만 큼 허허로움이 가슴에 채워지고 있었다. 우리 중 누구도 그만 일어서 깎}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255 • 단편소설 • 고백성λf 천지은 “이건 아니다 싶어 찾아 왔습니다.” 고백소의 작은 창이 열리고 신부가 성호를 긋기도 전에 큰 소리를 질렀다. “조용, 조용히 천천히 말씀 하셔도 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 목소리의 톤을 좀 가라앉히려 해도 잘 안 된다. 마른 침을 꿀쩍 삼 킨다. 배에 힘올 주며 심호흡을 한다. “글쩨, 그것들을 한국 마켓에서 만났지 뭘니까. 한 번은 맞닥트릴 줄 알았지요. 손바닥만한 동네에서 만날 수 있겠지요. 그래도 막상 닥치니, 기분 더럽더군요. 제가 피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년이\ 256 미주 〈한국일보i 문예공모 단편소설 업선. 〈한국수필〉로 풍란. 쩨4회 채외동포 문학상소셜부문입상.수필집 r은자작냐무가서 있는마을;l외 동인집 다수. 전지은/고백성사 글쩨 내게 다가오더니. 인사를 시키는 거예요, 그것도 지 신랑이라 며, ‘제 신랑------ 돈 년이죠, 완전히 돈 년 - -----. 정신이 나간 년 아 .”면 그렇게 얼굴 뺏뺏이 들고 내게 다가와 인사를 시키겠어요. 미친 거죠, 미쳐------오히려 그남자가쭈빗거리며 피해 가더군요.” ; .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화가 났다. 밤새 한 ;·숍 못 자고 이른 새벽에 신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부는 순순히 그 센간에 와도 좋다고 하였다. 얼굴 맞대고 하는 면담올 활까도 . 생각 --지만 눈 가리고 아웅 하더라도 얼굴올 보이지 않는 편이 나올 듯 없어 고백소를 돼했다. 도착했올 때 이미 성당 문은 열려 있었다. 성 ,. -안의 새벽 공기는 무척 랐다. 차가움 속에서 조금쩍 정신을 가다 듬고J 생각올 정리하며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나 마음은 진정이 되질 ,-~없k다. 마음의 다급합이 더해질수록 빠르고 높아지는 소리들은 고 백소를 벗어나 빈 공간의 성당 벽면에서 공명음이 되어 울린다. ! “오래 말씀하셔야 할 것 같은데 사제관으로 들어가시지요. 서로 누 ,,.지 모르는것도아니고--- -- -새벽 공기가너무참니다.” f 내 기억 속의 예전 성당 벽면은 하얀색이었다. 그녀를 바래다주고 힘밟올 벙벙 돌며 시간을 때우던 적도 있었다. 한 두어 번 그녀 를 따 와 성당 안으로 들어가 보았고 그때마다 하얀 벽과 붉은 제대, 십자 까상은 사람의 마음올 편안하게 한다기 보다는 차가움과 알지 못할 .두려움으로 다가왔었다. 마음 부철 곳이 없다고 늘 입버릇처럼 말했 던 그녀였기에 한동안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던 시기에는 그녀의 . 성당 출입올 막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성당올 다녀오면 마음을 잡 는다거나 좀 편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랐었다. 또한 신부에 대해서는 일말의 존경심이랄까, 나와는 완전히 다른 곳에 서서 불쌍한 목자들 을 돌본다는 그 고유의 역할들올 인정해주고 싶었다. 257 • 단편소설 - “커피 올려놓았습니다. 편하게 앉으시지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모멸감, 배신감. 주먹이 불끈 쥐어지며 한 대 치고 싶었다. 그녀의 면상을. 인사를 시키려던 남자는 고개를 들 어 똑바로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엉거주춤 청바지에 손을 찔러 넣은 채 고개를 까딱했던가 아니면 처음부터 고개를 숙인 자세였던가. 고 · 들은 어떻게 이 작은 도시를 아직 떠나지 않고 있는가. 내가 존재하 고 있는 이곳에 발올 붙일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용납이 되지 않 : 았다. 그녀가 내게 이혼을 요구하고 아이들올 데리고 나가며 한푼의 양육비도 요구하지 않았을 때는 며철 후면 돌아오겠지. 라고 생각하 였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이해되지 않았고 머리 속은 엉킨 실타래처 럼 복잡하게 엉켜 어느 곳에서도 실마리를 찾아 내지 못했다. 해결의 끈을 찾지 못한 감정들은 더욱 뒤죽박죽이 되어 분노와 배신감과 피 - 해 의식들로 점점 엉켜갔다. 며철은 몇 주가 되었고 다시 몇 달로 이어진 시간들은 아주 천천히 . 갔다. 그지루한 기다렴 속에서 분노는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그녀 ’. 가 모든 것을 이해해 달라며 , 혹은 그녀의 행동올 용서해 달라며 머 리를 기울여 기대어 온다고 해도 가슴을 열거나 어깨를 내주며 기대 라고 할 자신이 없었다. 함께 살 때는 몰랐는데 막상 그녀의 그림자 가 걷히고 보니 분함과 동시에 허탈하고 또 한편으로는 홀가분했다 고나 할까, 처음과는 달리 시감이 지날수록 아주 차갑게 가라앉으며 편안해졌다.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여도 지나온 세월동안 내 인생을 허비했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감정의 부채가 없었다. 그곳에서 그들 을그렇게 맞닥뜨리기 전까지는. 신부는 뜨거운 커피를 앞에 놓는다. 짙은 향에 머리가 맑아지는 듯 하다. 마실 것을 또박또박 말을 끊으면서 권한다. 감정의 홍분과 말 의 거침을 막아보려는 의도이리라. 258 전지은/고백성사 펠이 됩니까? 내 신랑이에요. 인사하세요.” 신부는 묵묵히 내 웅변을, 항변을 들어준다. 한 모금, 목울대를 타 ·고 넘어가는 커피가 따뭇하다. 조금 마음이 진정된다. “인간이라면 그런 장소에서 맞닥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내가 먼저 마켓 안에 있었단 말입니다. 마켓이 뭐 그리 μ큰 것도 아니고, 다 보이는데. 내가 그 안에 있는 것여 보였으니까 다 -?}와서 인사를 시키려했던 것 아닙니까. 나 같으면 안 들어가지요. - }니 못 들어가지요. 혹 어찌되어 맞닥뜨렸다고 합시다. 난 모르는 ~ 썩, 지나쳤을 꺼요. 나 그 남자, 그 날 처음 봤습니다. 그녀가 모르는 협 -지나쳤더라면 나도 같이 모르는 척 해주었을 꺼요. 지가 무슨 미 -?국 년이나 된다고 · 인사를 시켜요, 시키길 -그럴 수 있습니까? 밥맛이 E꿇, 아주 밥 맛---- -- 넣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어찌 그리 뻔뻔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 - -신부는 시선을 마주치지 않은 채 아래쪽을 내려다보며 발끝을 까 -딱거혈 뿐, 뭐라 말이 없다. -- --신부님 . 뭐라 말씀 좀 해 보시지요. 그것들올 이해하십니까? 내 --가 그것들을 이해해야 합니까?” ‘τ‘ “뭐 , 꼭 원수가 되실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아이들도 있고 한 ” ‘더1 · .... . . ?원수? 원수보다 더하지요, 그년-.... : .” 다시 목소리가높아지며 .말이 빨라진다. “신부님 ! 당신은 그게 실천이 됩디까? 원수를 사랑하는 것. 신부, • 당선이라면 그들이 이해되고 용서되고- ------하기사 신부, 당신이 보 통사람들의 애증을온전히 이해하겠습니까? 혼자서---- ”혼자라서 모르는 것이 많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되 지요.” 259 - 단편소설 • --게는 가재 편이라고 그년 편을 드는 겁니까? 그년이 이 성향어1 다 닌다고.” { “이년, 저년, 하지맙시다. 영 불편합니다. 제가 도와드릴 일이 무언 지 . 왜 저를 찾아 오셨는지 그것이나 말씀해 보시지요.” 말문이 막혔다. 두서없는 감정의 기복과 노여움이 앞서 무슨 도움 올원했는지 나,>... /"-‘문투 알수가없다. “뭘 도와 달라고 온 게 아닙니다. 하도 분하고 기가 차서. 성당에 다닌다는 것들이 어찌 그럴 수 있나 싶어서 . 그전에도 그녀는 늘 그 런 식이었습니다. 쓸쓸하다거나 마음 부칠 때가 없다거나 하면서 성 당에 다녀와야겠다고, 성당에 가서 기도를 하고 오면 기분이 좀 나아· ; 진다나요. 또 신부님과 면담이란 것올 하고 오는 날엔 많이 밝아져서 제게 싹싹하게 굴기도 했습니다. 성당이란 곳이 무슨 안생 상담소 같 기도 하고. 면담이란 것이 차운슬링 정도 되는 줄 알았지요 ·. 그렇다 고 지금, 신부님한테 무슨 인생 상담하러 온 것은 아니고, 누군가에 게 이 심정을 털어놓고 싶은 것 뿐이지요, 가능하면 그녀를 알고있 는 사람이어야 할 것 같고-------그녀의 어처구니없는 태도를 알려야 할 것 같아서. 아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군요. 성당에서 그리 하 라고 가르치지 않았을 거라는 것, 특히 신부님이 그리 시키지는 않았 을 것이라는 건 잘 알지만. 그래도 신부님은 들어주실 것 같고, 또 상 황을 아셔야 할 것도 같아서요.” “제가 알아야 할 이유는 없겠지만------ 말씀하시고 싶으신 것이 있으시면 계속 하십시오.” 신부의 목소리는 작았다. 나의 푸념을 들어주는 것도 길 잃은 한 마리의 양을 구하는 심정일까? 아니면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그 녀의 편을 들어 줄 요량일까. 그 어느 쪽이라도 지금은 그녀에 대한 분기를 누군가에게 털어 놓아야 한다 상대가 누구라도 상관이 없다 260 전지은/고백성사 i 카도를 한다며 이층 작은 방으로 올라가 문을 잠그고 몇 시칸이고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은 10년도 더 되었다- 열심히 4도하고, 그녀 혼자 있고 싶어하는 시칸을 인정해 주고 싶었다. 실 리콘 벨리에 불어닥친 한파는 사막을 지나 록키 산맥의 끝자락인 실 --해콘 마운틴까지 불어왔다. 그리고 나에겐 실직자라는 타이틀을 걸 ~ 어주었다. 한기를 이기지 못했던 이후. 시간이 넉녁하다는 이유로 아 -이들의 운전사와 일종의 주부의 역활들은 자연스레 내게 넘겨졌 고 환 - -그것들올 마다하지 않았다. 션--이민 일세대가 늘 그렇듯 20년 전 부터 열심히 사는 것 말고는 다 판흔.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다. 그것이 잘못이라면 난 할 말이 없다. 자상 ;,확지 못한 남편이었다고 해도 그녀 또한 나에게 살갑게 구는 야내가 밸녀었다. 그녀는 늘 직장 일에 시달리고, 아이들 치다꺼리에 바쁘고, 鎭요일이면 성당을 나가 하루 종일 지내다 오는 극히 평범한 이민 가 - 1의 한 아내였다. 피곤에 지친 몸올 이끌고도 성당올 나가는 것을 말 펄 수 없었던 것은, 그나마 성당올 다녀온 날이면 그녀의 짜증이 훨씬 펄했고 그녀의 기분이 좀 더 나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결혼생활의 삐 ;컵거림은 어느 날 어느 시간부터 시작이었던 것일까-어쩌면 신혼 여 --의 그 시간부터이었을 수도 있다. 그녀의 고백을 들은 후 그녀를 대 }는 나의 태도가 {80도 변한 것을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 대학 졸업 - 1던 그녀와 ‘맞선.이라는 것올 보았고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전화 뺑 ·펀지 속에서 결혼을 서둘렀다. 만남이 길지 않았던 것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은 나름대로의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 • . 그녀는 청순의 이미지로 내게 다가 왔고 성실하게 공부했던 장학 챙으로 객관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 객관성을 믿었다. 그 필쯤을 산산이 깨어버린 신혼 여행이었어도 난 내 믿음에 대해 일말 원 책임감으로 관계를 형성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했던 것 같다. 그러 261 - ‘ - 단편소설 • 나 그녀는 마음이 가는대로 마음을 방치했고, 두고 온 과거혀「매달려 우울 속으로 침잠했다. 아무리 되짚어 봐도 무엇이 나의 문벼1였는지 알 수가 없다. 가끔 까탈을 부렸던 것은 남자면 , 아니 인간이면 누구 나 작은 것에도 꼬투리를 잡아보려는 성향이 있는 것은 아닌가. 살면 서 아주 사소한 것에 상처를 받고. 아픔을 주고, 또 다독이며 치유를 받으며 사는 것이 인생살이일 것 같은데. ‘그녀의 첫날밤 고백이 없었더라면.’하는 생각올 떨칠 수는 없지만 그녀의 고백 이후 한번도 그 이야기를 되짚은 적은 없다. 그녀의 가 장 큰 약점을 잡고 내 인생올 통째로 거래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러나 그 날 밤 들었던 이야기들은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불쑥불쑥 삶 속에서 튀어 나와 나를 불편하고 못 견디게 했다. 그런 날이면 난 종일 잔디를 자로 챈 듯 깎거나, 카햇의 어느 한 부분에도 얼룩이 없 게 물베륨을 하거나, 차고 선반 위의 연장들을 반들거리게 닦아 일렬 로 가지런히 놓았다. 그녀의 ‘긴 한숨. 비밀스런 언행들’에 스스로 맞 서는 방법이었다. 나의 청소와 정돈이 시작될 때마다 그녀는 안절부 • 절 못하며 나의 행동들을 지켜보았다. 신혼 여행, 첫날밤을 지낼 호텔 방에는 장미꽃 장식이 된 흰색 삼 단 케이크와 삼패인이 작은 테이블에 놓여 있었다. 훤색 쉬폰 커튼과 흰색 침대커버. 옹통 순백으로 장식돼 있던 사월의 저녁. 그녀는 천 천히 그러나 아주 또박또박 그녀의 사랑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대학 일학년 첫 미팅에서 만났던 남자, 몸과 마음,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 깝지 않게 사랑했지만 둘 다 너무 가난해 장학생이 아니면 공부를 할 수 없었고 , 서로의 장래를 위해 헤어지기로 했단다. 여자는 유학을 위해 미국행을 할 수 있는 남자를 태했고 남자는 노동을 팔기 위해 중동으로 떠났단다. 그리곤 슬프게 아주 슬프게 울면서 그녀를 받아 262 전지은/고백성사 주어 고맙노라고, 무슨 신파극의 한 장면 같은 이야기들을 털어놓았 다. 묻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첫날밤의 삼페인을 앞에 놓고 앉아서 해 야했던 이유는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케이크에 켜 놓았던 작은 초 들이 각각 선홍색으로, 검푸른 빛으로 녹아내리며 얼룩이 졌다. 장미 · 꽃 장식들도 녹아내리는 초들의 열기에 시들어갔다. -; 그녀의 말올끊고싶었어도그녀는너무도장엄한 .고백성사r 처럼 이어갔기에 막올 수가 없었다. 마스카라와 화운데이션 범벅이 되어 · 원흘러내리던 눈물을 잊을 수가 없다. 그녀가 내게 털어놓았던 고백성 ;사는 새벽이나 되어야 블났다. 그녀가샤워를 하고 나와 침대에 누웠 어도 그녀의 곁에 나란히 누울 수가 없었다. 이미 싸늘하게 식은 마 픔, 고행은 이미 그 때부터 예고되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삼일의 신 홉 여행동안 그녀의 고백을 들은 것 말고는 더 이상의 대화가 이루어 간 써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새로운 마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펄서를쓰는심정이라고 했던가. 자 일주일 후 미국행 비행기를 탔고 준비되었던 일상은 아무 일도 없 . 었던 것처럼 진행되었다.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아 가슴에 무거운 추 -를 단 것처럼 힘들고 불편하게 느껴지며 묘한 반동을 일으키는 것이 합지되었지만, 나 하나를 믿고 따라온 그녀를 최대한으로 감싸 안고, 합께· 가기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인생의 -설계를 시작할. 철이 들 무 렵, 난 생각했었다. .아름다운 가족. 평화로운 가정을’ 꾸리겠다고. 꼭 지대한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폼부림쳐야 왼생의 값어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작고 평범한 것들은 소박한 들꽃 처럼 다가온다. 짙은 향기가 아니더라도 가벼운 바람에 흔들리며 나 풀거리는 들꽃은 잔잔한 그림 같다. 은은한 그림은 오랫동안 싫증이 나지 않게 제자리에 걸려 있는 것만으로도 제 몫을 다한다. 내 인생 263 • 단편소설 • 은 들꽃이어도 좋았다. 그러나 그 작은 꿈이 가뭄에 버려진 찬야처럼 황폐해질 줄 그때는 정말 몰랐고, 준비하지도 못했다. | 그녀의 임신올 안 것은 여름도 한참 지나 서늘한 바람이 불어 들던 날이었다. 그녀를 위해 진실로 모든 ·것을 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 녀의 한숨은 점점 깊고 길어졌고, 점점 말을 잃어갔고 얼굴마저 검어 져갔다. 살갑게 굴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서로를 대하는 태도와 자세는 서로를 신뢰할 수 있어야 했다. 그녀는 첫날밤의 약속과는 달 리 매사에 냉소적이었고 사소한 일들에도 무엇인가 감추는 것들이 많았다. 가슴올 열고 하는 대화란 존재하지 않았다. 새로운 삶올 준 비하겠다던 그녀의 약속은 어디에서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유를 채 - 근하듯 소리내어· 묻고 싶지 않았던 것은 최소한의 자존심이었다. 감 싸안고 따뭇해지면 그녀도 좋아지리라 믿었다. 그러냐 노력히는 만 큼, 힘든 것도 사질이었다. 소리를 지를 수 없는 침묵의 무게는 그 어 느 것보다도 무겁다. 내려놓을 수 없는 침묵, 대화를 하지 못하는 관 계란 왜 필요한 것인가. 그러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분에서는 누 구에게도 그 책임을 떠넘기고 싶지 않았다 .• 가장’이라는 자리 3 나의 、 이름을 가질 아이. 튼튼한 울타리가 되어 주고 싶었다. 그녀는 시간만 되면 성당을 간다며 집을 나섰다. 그것마저 말리면 그녀는 우울증이 심해질 것 같았고, 내 아이를 가지고 있다는 책임감 에서 그녀의 외출을 말리지 못했다. 어떤 날은 그녀의 침묵과 한숨의 깊이는 땅이 커질 듯 깊었고. 멍청히 창밖을 바라보고있거나 꼼짝도 않고 같은 자세로 몇 시간썩 소파에 벌레처럼 웅크려 e슷아있기도 했 다. 또 어떤 날은 성당에서 좋은 분들을 만났다며 아주 고조된 기 분 으로 아일 갖은 임산부답게 준비하는 말들을 조금은 수다스럽게 늘 어 놓기도 했다. 그혈땐 그녀의 장단을 맞추어주며 그 감정과 기분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도록 애썼다. ‘아이가 태어나면 모성애라는 것 264 전지은/고백성사 이 있으니까 좀 낫겠지’ 싶었다. : : .. :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상 꽤에서 태어난 아이 . 젖을 물고있는 아이의 모습이 문득 낯설었다. 약 의심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문득 스쳐간 육감 같은 것으로 그녀를 몰 아치지 말았어야 했는데 . 한 번 삐풀어진 시선은 쉽게 교정되지 않았 : 다. 그녀는 아이의 잠투정올 핑계로 옆방으로 건너갔다. 주위 사람들은 예쁜 색시 얻어다 먹두꺼비 같은 아들 낳고 좋겠다 'i::-고들 했다. 그녀는 옆 방으로 건너간 후 아이의 돌이 될 때가지 한번 f. ‘도내 침대 안올찾아들지 않았다.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자존심인지 함도 몰랐다. 아이가 걷기 시작하고 손올 좀 멀 타자 그녀는 하고 싶었 던 공부를 더 해야겠다며 집을 나섰다. 막올 수 없었던 것은 미국행 비행기를타기 전에 해둔약속을지키기 위해서였다. 서로에 대환 애정이나 신뢰 . 최소한의 믿음도 없는. 겉으로만 드러 나 보이는 결혼 상태. 그것을 얼마나 더 지속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f 장담할 수 없었다. 그래도 내 스스로가 이 불편한 관계를 그만두자고 . 말할 수 없었던 것은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 다. 또한 그녀는 이곳에 혼자라는 측은지심 이 나의 발목을 단단히 - 조여 매고 있었다. 그녀의 학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둘째 아이의 임신 을 알았다. 그녀는 미련없이 학교를 그만두고 직장 일에 매달렸다. 우리 가정엔 늦은 평화가 온 듯 했다. 내가 견디었던 시간들이 평화 로 보상되고 이제, 오래 오래 지키기만 하면 되는 듯했다. 그녀는 정당한 이유들로 집을 나섰고, 별달리 살갑게 굴지 않았어 도, 한국 사람들은 다 그런 것 아니냐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그녀의 긴 꼬리가 잡힌 것은 처형이 다녀간 뒤였다. 두 자매가 속삭였던 비 밀은 밤 말을 듣는 쥐가 되어 내게도 들렸다. 그 남자셰 대한 소식을 처형은 어찌 그리 자세히 알고있는지. 그녀의 지갑에서 쓰다만 전화 265 l단편소설 • 카드를 열 개 이상 발견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그 얼떨떨하단기분, 나는 오랫동안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녀에게 닦달을 하며 따{질까도 생각했지만 그것은 내 씩의 방법이 아니었다. 큰 소리를 내지 않고, 그녀에게 따지지 않고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올까, 온통 신경은 그 녀의 행동과 말투 하나 하나에 뾰족한 더듬이를 날카롭게 세우고 있 었으나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그럴 때마다 나의 청소와 정돈은 그 강도를더해갔다. 어느 봄날, 처형은 마당가의 목련들 사이로 그 남자의 이민 소식과 동시에 그의 아내의 죽음올 전했다. 아직도 그녀의 가족 주위를 맴도 는 그 남자의 처신도 문제겠지만 제 동생올 위한다며 그 남자의 근황 올 전해 주는 처형외 태도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봄바람을 타고 그녀의 마음은 다시 산란해졌다. 아이들 둘은 엄마 의 방황으호 인해 무방비의 상태로 유아원으로, 유치원으로 빌려났 다. 난 최대한의 노력으로 아이들을 지키기에 애섰다. 방과 후의 과 외 활동들파 운동 심지어는 학부모 회의까지 참석하며 아이들올 지 키는 방패막이가 되려했다. 심하게 우울해하는 그녀가 심한 상사병 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향수병에 의한 우울이라고, 정 신과 상담이나 신부와의 면담으로 해결될 수 있올 거라고. 그러나 겨 울 얼음 방석을 깔고 앉은 듯한 그녀는 어느 것에도 녹아내리거 나 부드러워지지 않았다. 한여름 집안으로 불어 들던 냉기에 난 포기해 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시달렸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혼자가 아니고 둘이란 것은 또 무엇이며, 가족이라는 것은 또 무엇인가. 이민 초기, 고둥학교를 막 졸업한 내 가 생면부지의 이곳에서 할 수 있었던 것은 혼자 하는 놀음 뿐이었 다. 혼자 대학을 찾아가고, 되는 영어 안 되는 영어 섞어가며 발버퉁 올 쳤던 시간들. 내 옆은 늘 비어 있었다. 아무도 내게 먼저 말을 걸 266 전지온/고백성사 어오는사람은 없었다. 그 쓸쓸함에 시리던 내 뼈 속. 부모님들은사 는 것에 바쨌고 나는 그렇게 혼자 일어서야 했다. 오뚝이처럼 실패와 되서기를 거듭하며 누군가라도 있었으면 싶었다. 둘이면 낫지 않올 까. 기댈 수 있는 비슷한 크기의 나무 퉁걸은 잘 넘어지지 않는다. 그 밑에 서 작은 가지가 나고 그림자가 생긴다면 더 좋을 것 같았다. 그 · 건 나의 너무 커다란 욕심이었던가. 누구라도 한번좀 해볼 수 있는 &박한 품은 아닌가. 남들은 그보다 더 거창환꿈을 꾸는 것 같은데 로 찰 이루어지는 것 같다. 그런데 나의 작은 꿈은 왜 그리 힘들었고. 페루어질 수 없는 것이며, 나의 몫은 너무 하잘 것 없는 것인가 . . 막상 그녀가 집올 나가자. 준비하고 각오하고 있었던 내 마음이 심 하게 ;요동쳤다. 참혹했다. 그녀를 위해 최대한 베풀고 이해하고 감싸 펴고 했던 시간은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단 말인지. 아무리 사 랐이 없는 결혼생활이었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이 있는데 어찌 그리 문책임할 수 있을까. 제 감정대로 뛰쳐나가면 된단 말인가. 그녀가 축일 듯 미웠다. 쫓아가서 칼부림이라도 해야 할 청도로 몸서리쳐졌 다. 내 지금까지의 인내와 노력은 무엇이란 말인가, 결국 이 최악의 사태까지 와야했던가. 지난 시간에 대한 회의와 그녀에 대한 증오와 철투에 몸부림치고 진저리쳤다.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아무 것도 잡올 수 없는 절벽이었다. c、두어 시간 울분올 토하고 나니 속이 좀 후련하다. “신부님께라도 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그들에게 어떤 짓을 했 을지 저도 모릅니다. 사람이란 참으로 악한 동물이고 감정적인 동물 Pl거든요. 그렇다고 협박은 아니구요. 그냥 그럴 수도 있었을만큼 제 가분했다는거죠.” . - -‘네. 그렇습니까.” :- “네? 그렇습니까? 신부님이 제 말에 장단을 맞추어야 될 이유는 없 267 • 단편소설 • 지만 그래도 좀, 제 편을 들어주시면 어디가 덧납니까? 하기λF;그녀 가 이 성당어l 다니는데 , 그들 편에 서야하겠지요. 그래도 엄댈히 말 하면 내가 피해자인데, 피해자 편을 들어주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피해자라? 누가 피해자인지 전 잘 모르겠네요. 우리 자매님의 입 장에선 자매님이 피해자일 수도 있지 않겠어요? 그분 편을 들지는 것이 아니라 말하자면 그렇다는 말씀업니다.” “그녀가 피해자라? 당신 성당에 나온다고 그들 편만 들면 안되 지 --- - --- 하기사그녀가온갖것. 신부인 당신에게 고백인지 상담인 지 했으니. 그래, 신부 당신이 미리 알고 있었던 이야기라 하자. 그래 서 그들 편을 든단 말이요?” “그들이라니요? 무슨 편 갈라 편 싸움하자는 것도 아니고- ------듣 기 무척 거북하군요 ... “그래 . 그녀가 이미 당신한테 고했을 테고, 그러면 당신은 신부가 되가지고 말렸어야 하는 것 아니오. 그녀가 짐싸 갖고 나갈 때 말이 요, 말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천주교선 이혼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 · . “말린다고 다 된다면, 신부하기 편하게요.” ‘’그래도 신자가 막가파로 나가면 말려야 하는 게 교회의 도리 아 닌가요?” “자매님은 자매님의 입장이 있으신거죠. 자매님도 오랫동안 고통 중에 있었습니다. 눈물로 기도하고 참회하고, 벌을 청하곤 했지요.” “눈물로 기도------ -그런 건 곧잘 집에서도 했지요. 물론 모든 것이 보여주기 위한 쇼였지만----- - . 기도한다고 이층에 올라가 그놈에게 \ 전화질 한 것도 아십니까?” 신부의 흔들림없는 폼가짐과 낮은 목소리가 날 더 화나게 했다. 때 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심정이었다. 신부가 조 268 전지은/고백성사 금만 내 편을 들어주며 그녀를 질타했더라면 성당 내에서도 손가락 질 받고 있을 그녀의 자리가 조금은 측은해졌을 젓이다. 그러나 신부 는 끝까지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이야기를 듣고 그녀의 입장을 이해 하는듯했다 . 그래 모두 한통속인 게야, 그렇겠지 . 교무금 꼬박 꼬박 내고 제 말 잘 듣는 신자가, 이런 신 새벽에 찾아와.문 두드리며 하소연하는 몇 선 사랍보다는 백 번 낫겠지 . 신부 입장에선 그녀가 킬 잃은 한 마리 의 양일수도있겠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것일까. 이미 프렛홈올 떠난 기차는 긴 기 적 소리를 울리며 돌아오지 않올 곳올 향해 떠녔다. 언쟁은 언제나 일방 통행이다. 지나온 길올 거꾸로 가려는 것은 자연올 거스르는 일 이다. 그들은 그들만의 과거에 매달려 나의 현재를 보기 좋게 뭉개어 놓고 말았다. 난 영원히 그들 과거에 대한 희생물이다. 내가 이 작은 도시를 못 떠나는 것처럼 그훨l게도 이곳에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그녀가 나간 후 줄곧 명치끝에 달려 있던 것, .나의 잘못은 무엇인가라는 의문. 오늘 신부와의 .한판올 통해 해답 을 얻어보려 했으나 그것도 실패다. 신부는 말을 극히 아끼는 것으로 철저히 그녀의 편에 서서, 방패막이가되 주었다. 또한 한푼의 위자료를 신청하지 않은 것들은 또 무슨 뜻인가. 당당 해 보이겠다는 것인지. 나의 실칙이 어쩌면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었 는지도 모른다. 나빠진 상황들을 이용해 그녀는 그녀의 행동올 합리 화한다. 무능력한 가장이라는 자괴감이 스스로의 고통올 배가 시켰 는지도 모른다. 명퇴가 되지 않고 가창의 자리를 잘 지켰더라면 상황 은달라졌을까. 이제 다시는 사람을, 아니 여자를 못 만날 것 같다. 일거수일투족 이 의심의 눈으로 보여질 테고 행동의 하나하나가 작은 퍼즐 조각이 269 • 단펀소설 • • ‘,. 4--- 되어 일상을 어지럽힐 것이다. 그녀와 살았던 시간과 공간 속에져 그 녀에게 신뢰를 가졌던 것은 아주 짧은 세월 뿐이었다. 아이들에 아주 어렸던 시절 ‘나무꾼과 션녀.에서처럼 하늘로 날아 올라가치 못할 줄 알았던 그 짧았던 시간-그 외에는 나 나름대로 그녀의 일거수일 투족을 감시하고 의심하고 옥죄며 날개를 꺾어버리려 했었다. 조임 이 심하면 심할수록 그녀는 심하게 푸덕거렸고 상처를 만들었다. 상 처는 채 아물기도 전에 또 덧나고 안으로 깊이 굶아 들어갔다. 썩는 가슴은 그녀의 몫만은 아니었다. ------ - --‘. , 、 -- -‘.‘. - ‘ - - - 웃음을 잃은 가정 속에서 버티고 있는 가족 모두는 심하게 우올해 했고 고통에 짓눌려야 했다. 돌파구는 역시 그녀 AA~가 찾아냈고, 그들은보기 좋게 나에게 케이오패의 강펀치를날렸다. 작은동네의 소식통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자주 가십으로 만들어 이곳 저곳에 뿌 렸다. 그런 이야기를 건네들을 때마다 저주의 소리를 퍼부으며 미친 것들로 치부했고, 나의 그 악담들은 고스란히 부메량이 되어 돌아왔 다. 부메랑을 되잡기에 지금의 난 너무도 역부족이다. 신부는 다시 커피를 따른다. 천천히 마시는 커피 향은 처음 따랐을 때보다 훨씬 쓰고 진하다. 모든 것이 부질 없다. 그녀를 미워하거나 그들의 불행을 바란들 아무 것도 달라질 것은 없다. 이 아침의 분노 도 이 시간을 바꾸어 놓지는 못한다. 내게 남겨진 시간들은 그저 나 의 몫일 수밖에 없다. 자리에서 일어서자 신부는 내 손을 한 번 잡았 다 놓는다. 아무런 위로의 말을 듣지 못한 채 사제관을 나선다. 사제 \ 관과 이어진 성당의 벽면에는 들어갈 때는 보지 못했던 동판 조각들 이 걸려있다. 아주천천히 걸으며 그모형들을들여다본다. 벽의 공 간들에 비해 너무 작은 조각들로 표현되어 있는 예수 고난의 길. 옆 270 전지은/고백성사 에서 있던 신부가 천천히 작은 목소리로 설명을 한다 .• 지고 가는 십 자가의 무게에 못 이겨 넘어지고 또 넘어지길 세· 번, 죽음의 동산으 로 오르는 길은 참으로 험했다’고. 그녀는 나의 섭자가일까. 벗어 버 렸다가도 또 지워지는 십자가. 무게를 이기지 못해 쓰러지는 나의 육 신 , 예수는 함께 지고 갈 시몬도 있었고 얼굴을 닦아드리는 베로니카 . 도 있었지만 나에겐 지금 아무도 없다. 그냥 지고 가야할 고통만 ·있 올 뿐이다. 허리가 휘어지고 어깨가 문드러지고 다리가 휘청거려도 한번 진 것은 켓세마니 동산, 그곳까지 지고 올라야 한다. 그리고 제 가 지고 왔던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다. 성당 밖의 해는 이미 중천 가깝게 올랐다. 햇살을 받은 성당 창문 의 스테인드 글라스들이 아름다운 색깔로 반사된다. 예수는 긴 그림 자를 드리우며 성당 안으효 가득히 모여든다. 아침은 밝았고 낮은 또 다가 온다- 이어지는 것은 어둠일 것이고 내일 아침은 또다시 제 모 습을드러낼것이다. 차에 오른다. 시동을 걸며 신부가 손을 잡으며 건네준 것을 펼친 다. 기도하는 두 손 사이로 십자가가 그려진 그림이고 뒤엔 성경 구 절 하나가 적혀 있다. “여러분은 세상이나 세%벼l 속한 것들을 사랑 하지 마십시오.(요한1서 2: 15)" 옆자리의 구겨진 신문지들 사이로 던 져 넣는다. 세상이나 세상 것은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다. 내겐 그것 의 부정보다는 그것을 이기는 것이 중요했다. 아니, 내가사랑한 것 은 세상 것이 아니다. 나는 나의 꿈을 사랑했고 누군가와 그 꿈을 함 께 가꾸고 싶어했던 것이 나의 오류라면 오류였다. 꿈에서 깨어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깨어난 마음은 무척이나 허망하고 당혹스 럽다. 치는서서히 성당을돌아나간다. 하늘은그저 푸르기만하다. 271 리디아백 겨우j랄1 겨우살이겨우살이 우틈지위겨우잘이 새집인줄알고 작은새도보고가고 놀이턴줄알고 다랍쥐도보고가고 얄미워라얄미워 . 우듬지 위 겨우살이. 2004년 〈월간푼확〉 아동문학상. 272 동시 동화 ctλl 롤at온 토끼 l 정해정 토끼 아빠는 장마 때 사람들이 젖은 채소를 억지로 먹여 장염에 걸 려죽고말았습니다 . . 토끼는 너무나 슬퍼 빨간 눈이 더 빨개지도록 울다가 사랍도 싫고, 집도 싫어 토끼장을 나와산속으로 울면서 들어갔습니다. 아빠 생각만 하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요. 이리저리 헤매다가 밤 이되었습니다.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기대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 어요. 누군가 두 귀를 흔드는 것 같아, 유독 예민한 토끼는 ‘아! 벌써 아침인가?’하고 깜짝 놀라 눈을 렀지요. 사방은 고요한데 머리 위에 둥근 달님이 내려다보고 있지 않겠어 며준 〈한국일보} 시. 미주 〈중캘월보j 소설 당별-환국 아풍문혜 훌학상수상- -현 채 며주아동문학가협회 회장. 미주한국문언협회 。1사. 저서로는 창직종확 f빛0~ 내려는집」 273 l동화 l 요? 오늘이 보름인가 봐요. 토끼는 둥그런 달 속에 계수나무 아래서 먹방아를 쩔고 있는; 왕토 끼님을보았어요. “왕토끼념. 왕토끼님. 우리 아삐는 정말 억울하게 죽었어요. 장마 때라도 무나 당근 같은 채소를 주면 되련만, 우리 토끼들은 아기를 낳을 때 말고는물이 훨요 없잖아요. 네? 왕토끼님! 흑. 혹. 혹-- ----.” 왕토끼는 너무나 슬피 우는 토끼가 불쌍해서 조용히 말합니다. “토끼야. 뚝! 그만 울어라. 그만 울고 나 좀 봐. 네 소원이 뭔지 내 가 다 들어주마. 소원이 있거든 낮에는 무지개 편에. 밤에는 은하수 편에 전하렴. 토끼야 내가 다 들어주마.” 왕토끼는 의젓하케 말을 잇습니다. “토끼야. 이 숲에는 네 친척들이 많단다-그들과 어울려 재미있게 살아라.” 토끼의 친척들, 친척들이래야 콩자반 같은 똥을 누는 초식 동물들 이랍니다. 염소, 노루, 사슴 퉁퉁---- 토끼는왕토끼에게 절실하게 말합니다. “왕토끼님. 저는토끼라는것이 싫어요. 빨간눈도싫고요. 네 발을 가지고 점잖게 걷지도 못하고 깡총깡총 뛰는 것도 싫고요. 사람사는 . 집도 싫고요. 긴 두 귀를 사람들이 잡고 다니는 것도 싫어요.” “토끼야 그럼 너는 무엇을 원하느냐?” “말없고 점잖은 까만색 염소에게 시집 보내주세요. 네?” “그래라. 그것이 네 소원이라면.” 그날로 토끼는 까만 염소의 색시가 되었지요. 얼마 동안은 말없고 묵직한 염소가 좋아 보이더니, 이건 무뚝뚝한 것이 표정도 없고, 아무에게나 막무가내로 뿔 먼저 들이대고--- - --- :, - ·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어떤 사람이 오더니 까만 염소 대 여섯* 274 동화 마리를 줄줄이 새끼줄에 매달아 어디론가 가버렸어요. 토끼는 다시 무지개 편에 왕토끼에게 연락을 했지요. “왕토끼님 ! 눈알이 까닿고 선한 노루하고 사귀고 싶어요. 소원이 에요 •. ?‘그래라. 그것이 네 소원이라면 - -----. 걱 노루를 보내 주었어요. 다정하고 아기자기한 노루는 자기 자랑올 엄청나게 합니다. “우리 조상은 은혜를 입으면 갚올 줄 아는 조상인 줄 알지? 나무꾼 t:_ 과선녀 얘기 말이야.” “세%에. 그걸 모르냐? 알아 알아’ •• 그런데 말야. 션녀가 하늘로 올라간 후의 얘기도 안단 말이야?” “그건 몰라.’· . “나무꾼이 하도 슬퍼하길래 우물가로 두레박을 내려 주었대 . 그 두 레박올 타고 하늘로 올라칸 나무꾼은 하늘나라에서 선녀랑 다시 만 -나재미있게 잘살았지 뭐니 .• , ., ?그게물이야?” “아니 더 있어. 나무꾼이 땅에 두고 온 늙고 병든 엄마 생각이 나서 날마다 우니까 선녀가 날짜를 정해서 어느 날까지 다녀오라고 두레 박을 내려준 거야. 그런데 막상 병든 엄마를 놓고 하늘로 올라갈 수 까없어 하루하루미루다가그만그날짜를어겼지 뭐냐.” “저런 저런------ 그, 그래서?” “두레박은다시 내려오지 않고하늘문은영영 닫혀 버린거야.” - --바보! 불쌍한 나무꾼! 약속을 지키지- - ---- 또그다음얘기도남았어 ” . “나무꾼이 히늘을 쳐다보고 울다가 지쳐서 그만 죽었어, 그 혼이 수닭이 되어 새벽마다하늘을우러러 목청을뽑는단다.” 275 l동화 l 다정하고 자기 자랑 많이 하는 노루랑 얼마를 재미있게 지벼는데 어느 날 노루가 심각하게 말합니다. “토끼야. 그동안 재미있었어 . 그런데 나는 가족이 있는 몸이라 이 만 돌아가야 될 것 같아. 그동안 즐거웠단다. 안녕 !” 토끼는 훌훌 떠나버린 유부남 노루가 야속하고 허망해서 하늘을 · 보고며철을울었지요. 며철을 울다가 은하수 편에 다시 편지를 보냈답니다. “왕토끼님! 마지막으로 한번만! 사슴하고 사귀게 해주세요. 네? 마지막으로환번만요” “그래라! 그것이 네 소원이라면------- 토끼는 다시 사슴과 함께 지내게 되었지요. “이거 화! 이 근사한 뿔 좀 봐. 이런 멋진 뿔올 가진 동물 있으면 나와보라그래-” --정말 멋져. 내가 그 뿔 때문에 반한 거 아냐? 왕관처럼 너무 근사 해 . “봄이면 새싹처럼 돋아나는 이 건사한 뿔을 사랍들은 최고급 보약 제로 비싼 가격에 팔기도 하지 .” 사슴은 자기의 외모를 말할 때면 유난히 거드름올 펴옵니다. “그런데 말이야. 사람들은 정말 창인해. 막 솟아난 뿔을 몸에 좋다 고 산 채로 잘라 피를 빨아 먹지. 동물 중에 제일 고급이라는 사람들 이- -- -‘정말이야 사람들은 왜 그럴까?” 이런저런 얘기를하며 토끼는숲속에서 자유롭고재미있는나날을 ‘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무리의 어린아이들이 합창을 하며 지나갑니다. 소풍을나왔나봐요. 276 동화 깊은 산골 옹달샘/누가 와서 먹나요. 새벽에 토끼가/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물만 먹고 가지요 . . 토끼가 홍분해서 말합니다. ·‘참 사람들은 어이가 없어. 새벽에 토끼가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벅고 칸대. 참! 우리 초식동물은 물올 먹지도 세수를 하지도 않는데 말이야.-- “허어 . 달밤에 노루가 숨바꼭질 하다가 물만 먹고 간대.” -- !우리 초식동물은 달밤도, 그냥 밤도, 육식동물한테 먹힐까봐 꿈쩍 않고 ‘잠만자는데 : ..... . ‘포 있어. 사랍들은 우리 토끼보고 입으로 아기를 낳는다지 뭐냐. - 입으로 토하니까 토끼라고------ 허어. 어이없어. 살이 찌면 목부터 통통해 지니까 목에다 임신을 해서 토해 낸대나? 사랍들은 잘 알지 도 못하면서 아는 척은 대단하지 . 사람들은 미워.” 똑같은 마음이 된 사슴과 토끼는 힘올 합해 하늘에 들렬 만큼 큰 소리로외칩니다. “왕토끼님 그치요?” 왕토끼는 방아 -쩔던 손을 잠시 멈추고 아래를 보면서 웃으며 고개 를끄덕끄덕 . 이 소리가 너무나 컸던지 근방에서 잠자던 늑대란 놈이 잠을 깨고 일어났습니다. “야 , 이놈들 봐라----- 허어- ----좋은 아침밥이로구나!” 늑대는 입맛을 다십니다. 놀란사슴과토끼는 젖 먹던 힘을 다해서 뛰었지요. 277 l동화 l 어딘지도 모르고 마냥 뛰었어요. 허억 ! 그만 나무 사이에 그 자랑스럽던 사슴뿔이 걸리고 말았습니 다. 토끼는 언덕 밑으로 나가 떨어졌구요‘ 그런데 이상한 노릇입니다 토끼가 떨어지고 보니 어현지 보드라운 구름 위로 떨어졌다는 느낌이에요. 토끼는 잠깐 정신올 잃었다가 깨어나 보니 잠자는 토끼 둥 위였어 요 젊고 잘생긴 청년토끼가 걱정스런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눈이 예전에 그렇게 싫어했던 똑같은 빨칸색인데 지금 보니 ‘루비’ 보석 같이 예쁘게 느껴졌습니다. 솜털보다 더 보드라운 하얀 털------ 멋있는 두 귀----- -오물거리는 입. 청년토끼에게 말합니다. “네 눈이 참 예쁘구나.” 웬알킨지 토끼는 마치 길을 앓고 떠돌다가 현안환 엄마 품에 다시 돌아온 듯 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습니다. 토끼는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또 다시 깊고 깊은 잠에 떨어졌지요. q:「22 이슬 한 방울이 굴러 입을 맞추니 눈을 렸어요. 어느새 햇님이막올라오네요. 밤새 걱정스럽게 지키고 있던 청년토끼는 정신이 든 토끼를 보고 안심했다는듯이 하품을늘어지게 합니다. “정신이 나니? 후유-안심이네” 그러다가 청년토끼는 화들짝 놀랩니다 “아∼참늦었어. 거북이하고 경주 약속 시간이------아∼함∼” 278 동화 “자기야------거북이하고 경주하면서 졸지 마! 느티나무 그늘이 아 무리 서늘해도 거기서 낮잠 자면 안돼 ! 알았지?” 토끼는 청년토끼의 등을 두드리며 말합니다 . . 이 모든 광경을 모두 보고 있던 달나라의 왕토끼는 햇님에 빌려 서 ‘서히 물러나면서 이제 안심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한 웃 i음올두토끼들에게 보냄니다. 279 口 겨|간 〈미주문학〉 봄호 작품평 / 시 디 길에서길을묻는시들 -미주문학(06. 격울호)으| 시펀들 조정권 (시인) 1. 이번 호에는 유달리 길에 대한 시가 많이 띤다. 길에 대한 언어적 상상력을 동원한 시들이 많았다는 뭇이다. 길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 은 나는 왜 살고 있는지 끊임없이 땅바닥에 질문을 되새검하는 것과 도같다. 걷는다는 것,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답을 얻기 위해 우리는 스스 로의 삶을 반성한다. 삶의 여정에서 지나온 시간의 의미를 추적한다 는 것이다. 자기 검증적인 시적자아는 이때 발견된다. 삶이란 늘 노 싱써1서 길올 묻는 것과 같다. 이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어디에서 끝 280 시인. 현재 경희A'J-이버대 문창과 교수. 1970년 〈현대시웹으로풍단. 1988년 한 국시인협회상. 1991년 「산청묘지」로 채10희 김수영문학상. 칼옹 혜얘 소월시문 학상수상. 시점으로 r비롤바라보는일곱가지마옵의 형태」 외 다수. 조정권 / 길에서 길을 묻는 시들 나는지 어디로 이어지는지. 삶도 그러하듯이 길도 한 종착지점을 향 해찾아가는여정이다. 길은 앞서간 자의 걸어간 자국일 수도 있다. 어떤 길이 인간에게 가장 보람되고 뚜렷한 길일까.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은 안전한 길일까. 우리는 이번 호에서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지나온 삶을 성 ? 찰해 본 시인들의 길의 의미를 추적해 볼 것이다. - - 만날당신떠올리고 찾아가는길 끊퉁불퉁 깔린 ·자갈 떨기셜기엉킨가시텀불 뻔발절뚝대며 가시 쩔린 핏자국으로 지나 (중략) 지도펼쳐놓고 경험을되살려도 길과방향묘연하니 믿을것은나침반뿐 오직당신의 말씀만이 전진방향인도하는 나침바늘되소서 -0 1기윤 「세상살01.J 281 D 계간 〈미주문학〉 봄호 작품평 /시 口 여기 진실되며 뚜렷한 구도적 소망을 담은 목소리가 있다. 젊켜 길 에서 방신의 말씀만이 나침반이라는 것이다. 나침바늘은 영뭔의 표 상인 하늘의 별과 닿아 있다. 하늘의 길과 닿아있다는 것이다. 시인은 삶의 궁극적 목표를 하늘의 지고한 가치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허나 지싣써1서의 우리의 길은 어떠한가. 작품에서 읽을 수 있듯 자 · 갈길과 가시덤불길이다. 시인은 지금 자신이 살아오며 ‘뻔 발’과 까 ’ 시 찔린 핏자국’올 돌아본다. 그리고 의연히 그 빛올 나침바늘로 삼 으며 말씀을 찾아 나설 것을 다짐한다. 만날당신떠올리고 찾아가는길 이 시의 첫 연은 과거를 돌아보교 미래를 계획하는 현재의 모습올 두줄로담고 있다 .• 떠올리고’ ‘찾아가는’ 일은자신에게 주어진 길 이요 그 길은 미래에 까지 이어져 있다. 편지로도 말씀으로도. 주지않으셨다 조금씩천천히 실체를보여주셨다 때로는 원하지도 구하지도못하고 282 조정권/길에서 길을묻는시들 소망을잊고있을때 오시어손잡아주셨다 -백선영「응답」 앞서 살펴본 이기윤의 시가 구도적 삶의 빛(길)을 향해 의연히 걸 ι· 어갈 것올 다짐하는 시라면, 백선영의 「웅답」은 그 빛(길)올 자산의 마음에서 찾아내고 있다. 그 응답은 마음 안에서 얻은 어떤 자비롭고 넓은 .은혜’ 이다. 이 시 ; 는 그 은총이 우리들 본성 안에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웅답은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파음 안에’ 있다는 것이다. 마음은 열심히 무엇언가를 갈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여전히 해결되 ; 지 않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많은 좌절감을 느끼며 살 ; 아간다. 시인은 말한다. 원하지도 못하고 구하지도 못하고 길 위에서 소망 마저도 잊은 채 방황하고 있올 때 .오셔서 손잡아 주셨다고. 손잡아 주셨다는 말에는 이끌어 주셨다는 의미와 일으켜 세워주셨다는 의미 가포개져 었다. 응답은 말씀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말씀 속에 들어 있는 생명이 마 음 안에 실체처럼 거할 때 충만감으로 나타난다. 소망을 잊고 있을 때 ‘오셨다’는 이 말은 즉 말씀 자체가 된 충만감이 내 안에 거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까지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의 깨달 음일 것이다. 말씀이 바깥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거하 고있었다는것이다. 원하고 구하는 행위는 삶을 다스리려는 자세이다 삶을 다스리려 고 노력하지 말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원하고 구하는 소망마저도 잊어버리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그럴 때 응답은 언어로서가 아니 283 D 계간 〈미주문학〉 봄호 작품평 / 시 디 라 생명으로 나를 어루만져준다고 하였다. 마음이 생명과 동화되는 이 일체감. | 팍상희의 길은 지금껏 오래 우리가 걸어온 인생 여정 위에서 시인 의 때로 회한스럽고 때로 비감어린 심정을 담아내면서 정서적 울립 올 낳는 공간역할도 한다. 시인은 살아옹 시간의 의미를 반추하고 있 다. 시를보자. 사람과 짐숭의 발밑에 바스라진 모래,향내나는바랍 꽃잎의 떨리는 심장. 길가의 잡초 돌아선 그뭄달, 책들과 시집들에게 내첫시와마지막시에게 내 추른 숨결, 내 발에게 손에게 (중략) 아아침해빛나는밥이슬 길포퉁이 쓸쓸한 그대 찢어진 신문지 조각 추운날 자글자글 찌게국물 끓는 소리 누군가 가만히 내 어깨 얹는 손. 세상 어딘가에서 집으로 가는 길 잃은 사랍, 갈 곳 없어 브로드웨이 한복판 고개숙여서있는저사람 채워지지 않는 절망. 환한 희망에게 희망에게 낮게앉은욕망에게, 갓떠난꽃자리,나무의 빈마음 빛깔 없는 빛깔, 소리 없는 소리 284 조정권/길에서 길을묻는시들 어둠에게빛에게 아, 끝없이 아득한 빛의 오르막길------ 아무리 발효시켜도 발효되지 않는 빚갚음의길 -팍상회 r낮게 앉은 욕망에거L - 이 시에서 우리는 부지런히 시간을 재촉해오다가 이제 그 열띤 생 의 가닥올 가다듬어야 할 나이에 접어든 한 사랍의 지극한 자기성찰 의 떨림올만나게된다. 향내 나는 바랍i 꽃들의 심장, 내 푸른 숨결. 아침 해 빛냐는 밤이 .슬들이 연민과 체념 사이에서 정제된 서정적 어조로 바뀌어가면서 - ;·갓 떠난 꽃자리, .나무의 빈 마음’ 같은 인생무상의 자연적 풍경으 로 변주되고 있다. ‘누군가 가만히 내 어깨에 얹은 손 에 대한 무게감 ‘ . 은 쟁의 숙명을 깊이 끌어안올 때의 비극적 정조의 생성에 깊이를 주 고 있다. 살아온 시간에 대한 연민과 가야할 시간인 빚의 오르막길’ 사이에서 시인은 삶올 ‘빚 갚음의 길’로 환치시켜 놓고 있다. 팍상회의 길의 상상력은 .물없이 아득한 빛의 오르막길’ 같은 시간 올 회구하며 과거에의 그리움과 미래에의 체념 사이에 놓여 있다. 그 체념이 아마도 낮게 가라앉은 욕망일 것이다. 최락완의 「길을, 길에 버리다」도 시간 흐름에 자기 폰재를 투사하 고 번뇌하는 고단한 여행자의 모습이 시의 표면에 나타나 있다. 팔만 사천의 길이란 세속세계에 있는 번뇌의 길의 길을 뭇하고 있다. 지겨운) 길을 쳐다보다 라며 전혀 길은 쳐다보지 않네 285 0 계간@듀문학〉봄호작품평/시 口 느닷없이 길을 걸어보네 길 아닌 길은 어디에도 없으니 근신하라고 길은 스스로 존재한다고 잊으라고 없어지라고 하지 말라고 팔만사천의 길이 없어져야 하는가 라고 이를테면 (혹여 끊임없이 생기기라도 하라고 -최락완 「길을, 길에 버리다」 . 불가에서 말하는 칙지망월’이란 말이 연상되는 이 시에서 우리는 길에서 길올 버리고 또다시 길올 묻는 행자의 모습올 만나게 된다. . 펴 } 최 폐-- ---왜‘ .정.폐 첼 - -‘.…·; - ; ·경” u-- 4 2. 이번 호에는 동물시가 또 유난히 많다. 그 중 눈에 띠는 것은 오연 희의 「뭉클거림에 대하여」. 한길수 「낙타와 상인 3」, 복영미 「이민 친구」, 유봉희의 r다야블로에서 만난 여우」이다. 아침출근길 차문올열려다 발에 느껴지는 물킹한 감촉에 뒷걸음쳤다 발바닥에서전해오는 .\ 더 두퉁한 생명의 물컴거렴 비명을질렀다 흩어진한무더기 접합만 하면 숨을 몰아쉴 듯 싱싱한 내장과 살 286 조정권 / 길에서 길을 묻는 시들 그오싹한기분이 종일몸에붙어다녔다 (생략) -오연회 「뭉클거림에 대하여」 이 시는 아침 출근길에 자동차 키를 돌리려는 순간 발길에 밟힌 ·다 ~- ·.랍쥐를 소재로 하고 있다. 시인은 시 속에 암시하고 있지만 밟고 밟 . 히는 것들의 운명을 떠올린다. ;·{· 시인이 지금뜻 없이 밟아버린 다람쥐. 그 생명의 물컴거림 . 시인은 환 말하자면 가해자이다. 동물의 수변1 시인은 통정올 아끼지 않는다. • 시인은 처지를 바꾸어 오싹했던 기분이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나 닌를 괴롭혔다고 고백하고 있다. 자신도 이 거대 문명 자본주의 사회에 서 그런 수난을 겪지나 않을까 불안하다. 오싹함을 느낀다는 것. 가 - -. 해와 피해의 물고 물리는 교차와 반복은 이 세상올 지배하는 차가운 삶의세태가아닌가. - ι 이 험한 삶의 실상은 심성이 고운 이민자의 마음속에 피해의식과 - 강박의식을 심는다. 이러한 불행한 삶의 섭리는 한길수의 「낙타와 %변1 3」에서 명료하게 관찰된다. 엘에이 올림픽과 윌턴 코너에 있는 성 그레고리 성당 일요일마다 노부부가 입구에 펼쳐놓은 청과물이 싱그럽다 손수 담은 청국장에부터 과수원에서 가져다 파는 과일까지 고향향기를 베어물 듯 먹었던 찰옥수수와 노란 참외 (중략) 어느 날 신문에 낯익은 얼굴앞에 전구속에 빠진 내 동공 노부부가 아들과 함께 카지노에 가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287 디 계간φ뜸문학〉봄호작품평/시 口 (중략) 며느리와 손자들이 보던 성당 앞 노점도 한 달 보름 지나자 그 자리에 누가 마시고 버린 물병 하나만 떨어져 있다- -한길수 「낙타와 S번 3」 이 시는 미국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사회 산업사회에 대한 비판올 담은 일종의 문명비판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문명비판을 담고 있는 이 시의 소재는 청파물 청국장 참외 같은 조그닿고 자잘한 일상의 자 연이다. 시인은 거창한 사상과 힘 있는 목소리를 빌리지 않고도 미국 . 사회의 일상을 성그럽게 포착하여 이민자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 복영미의 「이민 친구」도 재미있는 작품이다. 라면이라고도하고 인스턴트 푸드라고도 하데요 -복영미「이민친구」 라면은 한국산업화 사회가 낳은 대용음식의 꽃이다. 미국으로 건 너간 식품이다. 시인은 라면을 두고 ‘이민 친구’와 같다고 말한다. 이 민 친구를 김치로 치면 묵은 김치가 아니라 곁절이 김치 같다는 시각 도신선하다. 라면이라는 일회용 인스턴트 식품을 통해 이민자 사회에서도 매사 를 용무적으로 생각하고 획일화 되어가는 인간관계의 허구성을 예리 . 하게 통찰해 낸 이 시의 의미는 깊고 넓다. 유봉희의 「다야불로에서 만난 여우」는 동물시의 한 표본이다. 묘 사가 완벽한 것은 그의 관찰력의 남다른 재능 때문일 것이다. 288 조정권/길에서 길을묻는시들 나무와 풀들은 따라오기를 포기한 산퉁성 송곳니 같은 바위들만 높게 낮게 앉아서 바람을잘게부수고있다 B써 뒤에서 빠른 속도로 한 물체가 지나간다 조금후서서히 몸체를드러낸다 길게 부풀려진 꼬리 , 뾰족한 얼굴 저것은여우다 돌 하나 집어 던지면 정확하게 닿을 수 있는 거리 그러나 그의 걸음은 너무나 태연하다 잠깐 맞춘 눈도 고인 물처럼 흔들림이 없다 저 조용한 몸잣은 믿음일까, 본성일까 -유봉회 「다야불로에서 만난 여우」어|서 감정의 물기를 배제한 치밀한 묘사력이다. 묘사에 들뜸이 없다. 이 냉정한 대상 바라보기. 여우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팽팽한 고요. 인 간을 경계하지 않는 성자와 같은 여우의 태연한 자태를 바로 앞에서 서로마주하며 이 긴장력. 잠깐 맞춘 눈도 고인 물처럼 흔들림이 없다 저 조용한 몸짓은 믿음일까 본성일까 - 외워두고 싶은 구절이다. 이제 미주문인들의 시는, 개인적 서정에만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근원적인 삶으로부터 종교적, 내면적. 문명비판적 , 사회적인 차원에 이르기까지 확산되어 있다. 현대적 서정성이란 자연친화적 서정, 내면적 감성의 상상력. 사회성, 도시적 서정성을 폭넓게 획득 289 口계간 〈미주문학〉 봄호 작품평 / 시 口 하고 있다- 이 항목들은 한국의 현대시의 오늘을 잘 설명해주는 항목 들이다. 마땅히 거론해야 할 시들과 시인들이 많지만 지면이 념은 관계로 이번호에서빠졌다. 290 황충상/육신을 지나 정신에게 간다 육신을지나정신에게 간다 -미주문학(06. 격올호)의 소설들 황충상 (소젤7l-) 소셜은 육신올 지나 정신에게 간다 소셜올 말하라. 무엇이냐. 진짜 이것이 소설이다를 말하라. !소셜은 육신올 지나 정신에게 간다. 그래서 육신이 소설올 먹어도 ·빼부르지 않는것이다. 소셜은육신을지나오로지 정신에게 가서 먹 소설을 쓰면 배가 고픈 이유를 이런 식으로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크때는 그래도 문학어 그런대로 먹히었다. 육신의 배는 부르지 않았 어도, 정신의 배는 불렀다. 정말이지 문학가의 명찰이 이마에서 빛이 났다. 그러나 오늘 현재는 다르다. 어떻게 다른가. 가파르고 비정한 291 口계간 〈미주문학〉 봄호 작품평 /소설 口 현실을 끌어안으라는 것이다 . . 소설, 너는 육신의 급소에게 부딛쳐서 깨져라, 그리고 정신에게 먹히어 피흘리다가 죽어버려라.’ 여기서 소설가는 소설이라는 화두를 째친 말로 일러야 한다 . . 소설가는 소설로 소설을 사랑할 뿐이다 .. 그렇습니다-어느 현재에서도 소셜은 소셜로만 형가하고 매질해야 합니다. 그래야 미주문학 2006년 겨울호 소설가들이 얼마나 소설로 소설올 사랑하고 있는가가 제대로 평가됩니다. 이모를통환내현생보기 -박경숙 「전생을 봐드립니다」 박경숙 소셜가는 그야말로 픽션(허구)를 안다. 더이상의 말이 필요 없다. 그러나 굳이 환언하자면. 만들어야 할 이야기를 안다는 뭇이다. 작품 「전생올 봐드립니다」는 허구의 여성성이 자연스럽다. 무명 작가인 내 이모는 두 번 결혼했다. 첫 번째 남자에게서 버림받아 이 흔한 이모는 목숨처럼 사랑했던 첫사랑올 찾아 미국에 가서 살다가 . 그사량올버리고돌아왔다. 사랑올 찾고 버린 여자, 그리고 그녀는 다시 자신의 전생올 찾아 떠났다. 어쩌면 그녀는 진짜 남의 전생을 봐주기 위해 한 소식 얻으려고 떠 났는지도 모른다. 그 이모의 생을 통한 전생 보기로 내 현생올 구축 한 이야기는 만든 허구가 아나라 만들어지는 허구로 얽힌다. 억지로 만들지 않고 만들어지는 허구, 어머니의 피를 닮은 이모의 292 황충상/육신을 지나 정신에게 간다 피가 내게서 자유한 까닭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모가 떠난 뒤 이모가 예비해둔 잠(수면제)에 취해본 뒤 내가 깨달은 답은 이렇다. 나는 허공을 난무히는 그 어떤 무수한 기운들을 포착하기 위해 눈올 · 멍하게 뜨고 마음을 여는 법을 알게 되었다.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좁은 길을 넓게 활보활수 있다는 것도-. 그리고 이모가 탓던 이생의 파도는 - 내 전생의 파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요기스럽고도 순결환 이모 는 내 전생의 모습일지도 모른다고-. 내가 전생에서 소망했던 것은 어쩌 면 재미없도록 잔잔한. 아무도 나를 바라보지 않는 그런 생이었으리라 - -청말 그렇게 거듭거듭 태어나는 업보를 지닌 것이 사람이라면-.’ 소설로 소설을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가를 짐작하게 . 하는 인용문 중 마음을 여는 법을 알게 되었다를 다시 곱캡어 본다. 어떤 맛어 난다. 허구로 우리 마음이 오가는 전생을 구축한 맛이지 • 싶다. 나아가 좀더 욕심올 부리자면, 이 맛이 비위를 뒤집어 구토가 --- 나오고. 창자가 뒤틀련다변 독자는 이 소절을 오래 기억활 것이다. 징크스를확언하는우연 --」윤명도 「뼈 운명」 4자에 운명을 씌워 이만한 서사를 만들 수 있다는 데서 윤명도 소 설가의 창작의지가 평가된다. 따라서 「양} 운명」은 윤명도 씨의 끈 질긴 창작의지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생은 만남으로 시작하여 만남으로 물이 난다고 했다. 엄마와 아빠 의 만남, 정자와 난자의 만남. 그리고 죽음이란 종장의 만남이 그것 293 口 겨|간 〈미주문학〉 봄호 작품평 / 소설 口 이다. 「4의 운명」에서 주인공 나는 네 여자를 만난다. 화가 고흐를 좋아 하는 첫 번째 여자, 남자를 뱀으로 알았던 두 번째 여자, 결혼하고 그 녀의 불륜으로 이흔한 세 번째 여자. 그리고 유년에 철길에서 남동생 을 앓고 성장하여 결혼한 뒤 아이를 못 낳고 남편마저 떠나보낸 여자 - -즙 가그들이다 . . 양} 운명론’에 길들여진 나는 네 번째 여자를 만나 그 콤플렉스 의식으로부터 자유롭고자 시도한다. 십자가 목걸이를 두 개 사서 그 녀와 내가 목에 걸고 기도하면 4자의 액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 각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남동생. 남편이 사랑한 개 , 그리고 남 • 편의 죽음에 이어 4자의 운명올 스스로 택하고 만다. 1 ‘4의 운명은 죽음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행운이었다. 나는 즉시 밤 공기를 뚫고 여넓 시간을 달려 그녀가 입원한 샌프란시스코 병원으로 향하 였다. 병원에 도착하여 그녀가 있는 입원실로 향하는 복도에서 무심코 벽 에 걸린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44분이었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제4의 운명이 더욱가깝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더 이상나는다른사 람에게 돌리고 싶지가 않습니다-네 번째 희생자로 저를 택하였습니다. 4 자로부터 자유하셰요. 이제 4의 운명은 끝났습니다 .• 까, 나는 4자 운명에 대한 죽음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없는가.’ 그렇지 않다고 「양1 운명」은 물을 맺고 있다. ·걷 \ . ν 294 다행히 4번째 만난 여자의 4자 운명이 -오히려 그 징크스를 깨는 결 말은 인간의 사랑에 대한 희망을 예상하게 한다. 황충상/육신을 지나 정신에게 간다 윤명도의 창작 의지는 「양1 운명」에서 그 끈질긴 바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에서 더욱 치열하기 위해서는 문장의 정확도가 요망된다 하겠다. 청각으로듣는소설 -조정회「피아노」 음계, 음정, 화음. 음의 이야기는 청각에 호소력이 있어야 한다. 따 라서 청각으로 듣는 소셜은 고도한 명상의 문장올 가지고 차별화된 ~·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음악가가 작곡할 때 음색의 진동올 눈으로 보 -- 며 리듬을 얽어내듯이. 조정희 소설까의 「피아노」는 이에 얼마나 걸맞은. 소설인가. 솔직 히 음계를 보고 음정이 화음을 이룬 소설로 평가받기에는 그 평점이 높지 않다. 서정의 서사가 진부하다는 뭇이기도 하다. 익수 오빠와 란수의 정감 원형이 사건으로 정치하게 묘사되지 못한 점 또한 지적 사항이다. 어떤 시도, 그 철저한 검증의 재미성이 오늘의 소설을 구 축한다. 그렇다면 조정희 씨에게는 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창작의 ‘ 숙제가 주어진 셈이다. 모든 창작은 숙제의 과정에서 육화된다. 「피 아노」는 숙성될 충분한 요소들이 많다. 그대 있음에 내가 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란수에게 있어 익수오 빠가그렇고, 익수오빠헤게 있어 란수가그렇다. 이 간단명료한 이 야기가 청각으로 듣는 소설이 되자면 작가의 창의적 고뇌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 295 口계간φ뜸문학〉봄호작품평/소설 口 .익수오빠. 전주음 D장조 코드를 치고 나서 멜로디가 나오기 전까지 트레몰로 빠 른 음을 네 소절까지 피아노 건반을 치노라면 내 몸은 새의 깃털과 같이 가벼워지면서 사랑의 꿈올 꾸는 추억에 젖어듭니다. 그리고 뒤따라 내 속 에서 잠자던 모든 정의 화신들이 음률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하지요. 진정 한 내 지신이 깨어나듯이 말입니다.’ 일인칭 소셜에 있어 감정의 호소력 자제가 문제될 때 기준올 어디 에 두느냐는 오늘의 소설에서는 사실 답이 없다. 작가의 시대 정서 읽기 나름이니까. 다만 이성에 호소하기 위한 소셜이라면 인칭올 바 꿀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음악 정서가 깊은 「피아노」에 있어서 이 점은 필히 참고할 사항이다. 소설로 소셜 사량하기 세 가지 방법을 말하고 이 졸평을 마치고자 한다. 첫째 앞선 글쟁이의 글을 모방하지 않는다. 혹시 근사할 경우 숭화 하여 시비를 낳지 않는다. 둘째 새로운 고뇌의 방편을 낳는다. 셋째 그것들이 문학의 신이 보시기에 좋아야 한다- 그러나 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소설은오로지 쓰기를 멈추지 않는 소설가의 몫이다. 그러기에 소설가는 소설로 소설을 사랑할 뿐이다. 296 하길남/주제의논리 주제의논리 -미주문학(06. 격울효)의 수필들 하길남 (수필가, 문확형론가. 한국문확바형7l협회 이사) 1.머리말 수필이 일상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일상의 몇 단락이나 장면올 써 놓고. 거기에 삶의 의미를 부여해놓으면 작품이 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일상을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주제의 논리에 따라 재구 성을 해야 한다. 고런데 대부분의 글들이 이 재구성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냥 일상의 경험을 쓰고 나서 적당히 끝을 맺기 때문에. 사실 상 문학적 형상화 과정을 거치지 못한 이른바 신변잡기에 머물고 마 는 글들이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는 .금년을 대표하는 수필’을 선정하기 위해 작년에 수필전문 한국수펼7}협회 이사. 환국수훨문학가협회i이사. 환국수필운학진흥회 이사. 한국 푼학비형가협회 이사. 한국수휠문학대상및 월간수필문학장퉁수살. 수펼죄. l3j 명집, 문학어론서. 수필착법 둥 12권 펴냄 . 현계 동 교육원수훨 천당교수- 297 口계간φ픔문학〉봄호작품평/수필 口 지에 실련 수필 5천여 편을 원었다. 이 중에서 80여 편을 골렸다. 말 하자면 약 63분의 1이 뽑힌 셈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국수필벼 현주 소를 읽게 된다 하겠다. 60여 편 중어1 한 편 꼴이 문학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뿐. 여타의 글들은 문학적 형상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이야기 가되겠다. 물론각자작품올보는눈이 다를수있기 때문에 어느한비평가 ! 가선정한글이라고 해서 그것올 절대적이라고 말할수는 없다. 그러 나 역시 아주 좋은 작품올 놓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수필은 일상을 쓴다기보다 일상을 조립한다는 입장 이 된다. 이 재조립 과정올 우리는 재구성이라고 한다. 이러한 과정 . 올 거치지 않고 글올 쓰다보면 주제의 일관성이 결여되거나 사실상 . ; 일상의 이야기로 물나고 만다. 우리는 흔히 덧없는 세월이라는 말올 듣는다. 즉 각성되지 못한 일 상, 습관적으로 살아가는 함몰된 일상을 말하는 것이다-말하자면 의 미가 박제된 일상인 것이다. 한낱 로봇일 뿐, 깨어있는 삶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어떻게 작품의 자호호가 될 수 있겠는가. 문학 적 형상화란 바로 자기의 삶의 형상화인 것이다-그것은 일상의 재조 립이며 바로 인생 조립인 것이다- 2. 박봉진 님의 「세 가지 꽃j 〔D밤의꽃야래향 ‘야래향’과 ‘패션푸룻’ , 그리고 .선인조F꽃’을 다룬 이 수필을 결론 적으로 말한다면, 그 꽃들의 특성을 조합한 인간적 자기완성의 향방 을 묻는 한 펀의 서사시라 하겠다. 그래서 자연, 그 밤낮의 윤회를 배 298 하길남/주제의논리 치해 놓고 있는 것올 보게 된다. 이를 잠시 살펴보면, @ 밤 즉 야래향의 진품 @ 낮 그 패션푸룻의 릎수(分數) • 밤낮의 선인정꽃 그 시대를 초월한 고전미 퉁이다 . . i. ‘ 길쭉한 잎사귀 사이사이에 붙어있는 가느다란 연두색 미니꽃. 낮엔 작 넌 은 붓끝 모양올 오므리고 밤엔 앙중맞은 프럽멧 같은 꽃잎올 펴서 그욱한 향기를 불어낸t:l- · · · ·· 누가 눈여겨 봐주지도 갚은 속을 알아주려고도 않 는다. 진품은 흙속에 묻혀 외면당하기 일씀가 보다. ;;-야래향은 진품이라는 이야기다. 꽃 중에서 말이다. 이 진품의 가치 . 를 사랍들은 잘 알아주지 않는 모양이라고 한다. 꽃은 외관상으로 아 ~- .름다워야 하는 것이니까. 장미는 아름답다. 말하자면 꽃의 속성은 우 , 선 사랍의 눈을 얼마나 즐겁게 해주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야래향의 특정은 향기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향기도 음미할 줄 아는 사람에게 한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람도 그 진품인 것을 모른다면 외면당하게 마련인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 진정한 진품의 가치는 겉으로 잘 드러내는 것이 아닐는지 모른다. 사람은 죽어보아야 안다는 말도 어쩌면 그 진정성이 그 사람 이 가고 난 후에 알려진다는 것이 아닌가. 물론 그렇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람의 진가는 살아서 요란하게 알려지는 것보다 그가 죽 고 난 후에 알려져야 진짜 값진 인생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예로부터 사람은 관을 덮어봐야 안다고 했던 것이리라. 진정한 인생의 향취는 그가 떠나고 난 후에 드러나는 것이라 하겠다. @낮의꽃패션푸룻 담쟁이덩굴이 있었던자리에 패션푸룻을옮겨 심고보니, ‘단감대 299 -=-' : , : - 1 1 1 1 - - --.‘--- 口 겨l간 〈미주문학〉 봄호 작품평 / 수필 口 추 레몬 아바카도 퉁 이십 여종이 되는 과목들의 배경과 잘피울려’ 옛 고향집 분위기를 자아내게 된 셈이다- 낮에만 피고 밤에는 오므린다. 정교하기 이를 데 없다. 속은 희나 두퉁 한 연록색 꽃받침 다섯 장에다 앓은 흰색 다섯 장올 곁들인 것은 내구력 . 올 위한 디자인이리라----- 열매도 일품이다·- - -- 패션푸룻처럽 분수를 알고. 번 곳올 채우는 사랍이 될 수는 없올까. 이만한 찬사라면 꽃으로서는 최상급이라 하겠다. @ 청교하고 @ 연록색 꽃받침 다섯 장. 앓은 훤색 다섯 장의 조화나 ® 일품의 열매 @분수를 알고@ 번 곳을 채워주고@ 내구력을 위한 디자인 퉁. 그래서 ‘패션푸룻 한 그루만 심으면 웬만한 집 담장은 삼 년이면 다 뒤덮어질 것이다. 그것의 효용가치를 따진다면 일석이조 아니 그 이상이다. 패션푸룻은 염치없이 땅과 공간을 많이 차지하려 들지 않 는다. 다른 초목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담장올 푸름으로 채운다’고 찬 사가물이 없게된다. @밤낮의꽃5각선인장 밤낮의 꽃’이니 단연 돋보일 것이 아닌가. 이 꽃의 상징은 .시대 를 초월하는 고전미 다. 너나 없이 변덕부립을 시대적웅이라고 당 연시하고 있는 세상이다. 케케묵은 생각이라고 등한시해도 할 수 없 다. 고전미는 언제나 시대를 초월하고 앞섰으니까.’하고 화자는 이야 기하고있는것이다. 우리는 가끔 .시대가 시대인 만큼’이라는 전제를 붙이면서, ‘제 하 나 잘났으면 됐지’하고 만사를 현재적 자아에 귀결시키게 된다. 그러 면서도 ‘세상에 독불장군이 어디 있어, 근본이 중요한 것이야하고 300 하길남/주제의논리 ‘은근히 비쳐보는 것이 아닌가. 이 근본과 고전미의 함수를 생각해 보 ;· 게된다. 봉우리 때 펜타콘처럼 정5각형이더니 꽃도 꼭 무슨 무궁훈장 같은 장상을 불러일으킨다. 한 가운데 별모양의 불가사리를 오려 붙인 듯, ; 위장복의 얼룩점 무늬를 닮은 정교한 꽃잎 다섯 장도 강} 형태이니 좀처럼 보기 힘든 꽃이다. 참으로 묘한 꽃이기 때문에 ‘그처럼 희 - 한한꽃 ’이라고 했겠는가. 그래서 화자는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하 치만 ‘약간 촌스러운데가 있다 했으니 참으로 묘하다 하겠다. 그런 ‘--카 하면 .수수하고 무묵뚝하여 사내의 전형’이라고 했다. 역시 꽃 중 -펙 꽃이라는 말로 정의를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이렇게 해서 이 세 꽃들은 “인간과 인연을 맺은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문학을 인간주의 문학과 예술지상주의 문학으로 나눈다고 한 다면, 꽃이라논 소제로 글올 쓸 경우, 그 속성상 후자헤 속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특히 시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다. 그러 -- 나 화자는 말할 것도 없이 인간주의 문학 쪽에 속할 것이다. 이른바 합숭적(合乘的) 구성에 속하는 이 작품은 앞에서 보와 왔듯 이 각각 인간의 일면들과 결부되어 있다. 이 세 편을 그대로 보완하 는 인간형을 생각해 보면 거의 완성에 이르는 인간형 즉 그 형상화된 작품성과 대비되면서 역시 여운을 풍기는 성공한 수필로 기억된다. 그렇듯 교훈성이 짙은 작품으로 밤낮 즉 일상의 하루를 배경으로 삼아, 우리들 삶의 형상을 지목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과한 주제의 무게에 비해 미학적 향기가 가려진 느낌을 지워버릴 수 없다. 그리고 ‘첫인상이 그랬고 말수가 적어 다가서기가 어렵다는 말을 종종 듣는 301 , . ‘ . 디 계간 〈미주문학〉 봄호작품평 /수필 口 다 .• 고 술회한 경우 주어가 빠져있어 아쉬웠다. 3. 정효뿔 님의 수필 「오프라 원프리의 뒤집기 한 판j 어떤 의미에서 문학운 비유와 반전의 드라마라 해도 좋올 것이다 그것은 표현과 재미의 원형적 징표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씨름판 의 뒤집기 한 판숭’은 인생의 역전을 실감하게 한다. 수필에 있어서 의 반전 그 뒤집기도 역시 같올 수밖에 없다. 오프라는 “토크쇼의 여왕”으로 국제 에이미 방송인상. 아카데미 여조연상올 수상했고. 미국올 움직이는 여성 10명 중 한 명으로 뽑 혔다. 인권운동에 끼친 공헌으로 .유엔 세계지도자 상’을 수~하기 도했다.@ 그녀는 .미시시피 주 시골의 가난한 흑인 가정에 10대 미혼모의 딸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할머니 곁에서 자라다가 펴출부인 엄마를 따라- - -- - 9살 때부터성폭행을 당하고------ 돈을 훔치고- ---?늄F해1 손대고----- - 실연을 당하고------ 청소년 감호소에 갇히고.@ @파 @를 대비해 보면 전연 딴 사랍 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비유 하자면 성인과 악마와의 차이를 연상하게 한다. 사람에 있어서 이러 한 일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그녀의 양아버지가 남긴 한 마다 말이었 던것이다. “세%써l는 일을 일으키는 사람과 그것을 그저 바라만 보는 사람, 302 하길남/주제의논리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사람이 있다.” 물론 이때 오프라는 일을 일으키는 사람이 될 것을 결심하게 되는 찢이다. 말하자면 ‘빛과 소금의 직분’올 다하교1차 하는 것이다. 화자 -는 이 세상에 .오프라회’라는 단어가 있다고 소개하면서. “어떤 세계 ;를-전적으로 변화, 개조시키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 -; 그래서 화자는 수필의 말미쯤에서, 꿈꾸는 자만이 꿈을 누랄 수 있다. 패자 부활전이라는 게 있어 인생은 ·: ... ·.더욱 스렬이 있다. 고 말한다. 바로 씨름판의 용어 . 즉 이 작품의 서두에서 보았던 --뒤 -집기.를 생각하게 하고 있다. 물론 이 뒤집기가 없는 인생은 없을 것 ’ 아다. 그러나 오프라의 경우는 너무나 극적이고 소설척이며 교훈적 이다. 세계 132 개국에서 방영되고 있는 오프라 쇼를 생각해 보면 짐 작이기는일이다. 한 편의 수필이 바로 비유로 되어 있는 작법상의 기법이 원용된 성 공한 작품이다. 흔히 하는 이야기지만 인간은 스스로 이상향을 향한 . 존재이기 때문에 더 나은 이상형을 향해 자기를 비교해 보면서 부단 히 거기에 접근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좌절도 하게 ‘ 되고 포기도 하는가 하면 편법이나 불법이 판을 치기도 한다. 이 수필은 전진과 성찰이 주는 교훈과 더불어 인간적 자기 만족과 성취에의 의지 그 성향을 자극해주는 스릴과 재미도 함께 제공하고 있어 인상적이다. 그러나 사실상 이러한 극적인 자수성가의 실례들 은 많다. 오히려 이보다 더 감탄을 금치 못할 사례도 있는 것이다-그 · .래서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인간문제에 답하는 철학성이 곁들여져야 더 좋았을 것이다. 이른바 문학의 철학성은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303 口 겨l간 〈미주문학〉 봄호 작품평 / 수필 口 4. 고대진 님의 수필 「아르창유의 눈j 이 작품은 재미가 있으면서도 한편으로 쓸쓸한가 하면. 인간의 섬 층심리적인 일면을그린 일종의 감상(뚫賞)수필이다. 영화화가되어 화제에 오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최후의 만찬에 대한 감상 문이다. 말하자면 .다빈치 코드’의 중심 그림에 대한 작가의 해셜올 겸한 감상적 비명수필인 셈이다. 그림 속 예수의 옆 자리에 앉은 인물이 사도 요한이 아니라 막달라 마리아라고 추정하는 것이다. 수염이 없다는 점, 다소곳이 모아 쥔 손. 살짝 솟은 가슴 풍 여성이 틀림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아내라는 것이다. 이러한상상력에 의해 예수의 혈통이 막달라마리아를통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소설은 수필과 달리 상상력과 허구의 반영인 까닭에 이러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 허구에 무슨 차별이 있올 수 있겠는가. 이러한 ‘다번치 코드’ 라는 것도 그렇게 떠들썩할 이유가 없다. 다만 소설 속의 한낱 허구일 뿐 이니까. 그렇다면 허구와 상상력은 어떻게 다를 것인가. 흔히들 허구 를 ‘있음직한 거짓’이라고 하는가 하면. 오히려 ?진실의 원형’일 수 있다고 말하는 이도 없잖다. 상상력은 현실화의 정조라고 말하기도 한다. 라이트 형제가 하늘 을 날아보리라는 상상올 한 탓에 마침내 비행기가 발명 되었듯이 말 이다. 상상력은 발명의 어머니인 것이다. 우리는 수필을 쓸 때마다 . 수필학에서 상상력을 기법의 하나로 보는 것에 대해 늘 유의하고 있 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화자는 예술의 감상에서 관객과 작가와의 304 하길남/주제의논리 태화를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i、모네 전시회에서 만난 .아르장뛰유의 눈 .이 작품이 그런 작품이었 • 다·---- 그림 속의 회색 거리 위로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까르 장뛰유의 눈 ’이었다----- 담 옆의 좁은 길, 눈을 맞으며 걸어오는 여 언의 모습이 작고 희미하게 그려져 있었다. 한쉰·비유하자면 이 그림 속의 여인이 예수에게 있어서 막달라 마리아 - -와 같았던 것이다. 파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나는 그림 속 그녀를 }다녔다.고 했다. 마침내 이 여인은 화자의 영원한 연언이 되고 마는 것이다. 말하자면, 숨겨둔 정부(情歸) 하나/있으면 좋겠다/몰래 나 홀로 찾아드는/외진 골 목길 끝, 그집/불 밝 은 창문/그리고 우리 둘 사이/숨막히는 암호 하나 가 졌으면 좋겠다·---- 끝없이 나를 충전시키는 여자. 위 시는 화자 자신이 이수익 시언의 시 「그리운 악마」에서 따온-것 이다. 사람의 구성요소는 육체 정신 영혼이라고 한다. 이 말은 현실 이상 그리고 초월적 심상계를 말할 수 있을것이다. 이는 또한 바로 인간 다운 끝없는 자기 충전의 전원지가 필요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인간은 세속과 영원 자인 동시에 또 그 중간자인 것이다. ; 그러나 화자는 .전시회가 꿀나고 그녀와 헤어지면서 , “제가 들어 가야 할 집은 벌써 지났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기 다리게 된다. 이 묘한여운을독자들은자기의 방식대로해석해야할 것이다. 이것이 문학에서 해석의 다양성, 의미의 중층성이라 한다. 305 D 계간〈미주문학〉봄호작품평/수필 口 이는 부정과 긍정 사이를 찾아 헤매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화한것으 로 볼 수 있다. 이미 들어가야 할 집을 지나버렸으니. 갈 곳이 |없어진 것이 아닌가. 이 방황의 염치, 그러나 아무 집에라도 들어가면 될 것 이 아닌가. 이 예상하지 않았던 외도, .그것은 독자의 몫이다. 그래서 소설의 허구처럼 수필의 상상력도 무한하다. 주제의 깊이와 넓이, 그 ; 리고 문학의 교훈성을 가늠해 보는 산만(散漫)구성을 원용한 흥미로 운작품이라하겠다. 그러나오히려 산만구성법올원용한작품이기 때문에 주제의 원심 적 탄력이 더 요구된다 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그 산만성이 자칫 혼란 성에 빠질 위험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중후반부에 와서 그와 같은 구 ; 성상 의도 즉 표현적 의미의 비약이 있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5.마무리 주제의 논리라고 했으나 이는 결국 수필에 있어서 일상의 재구성 문제가 된다. 우선 생각나는 대로 써놓고 화장하는 경우가 되어서는 일사 분란한 주제의 정 립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항 용 산만구성의 수필이 아니라. 주제의 치열성보다 산만성에 빠질 위 험이 있다는 이야기다. 수필의 붓 가는 대로 라는 정의는 그만큼 달관한 경지’를 말하는 것이다-모든 것이 전문화되어 가고 있는 세 %써1서 수필문학도 이른바, 서정 일변도나 아니면 분석 일변도에 치 우치지 않는 ‘분석적 서정’이라는 시대흐름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 ":i 라는점을이 기회에 다시 한번지적해두고싶다. 306 편집후기 • 2007∼8년도 임원들과 편집위원들이 만든 첫 호이다. 독자헤게 조금이라도 더 접근하기 위한 노력올 기울였으나 아직 여러 가지 미흡하다. 차차 더 나아 지기를 회망한다. 더욱 알찬 미주문학 을 만들기 위해 최션올 다하겠다 . • 지난 호들에서는 넣지 않았던 필자들의 사진과 약력을 매 작풍과 함께 실었다. 독자들에게 붙거리롤 조금이라도 더 제 공하려는 의도였다. 갑자기 편집회의에 서 새로 결정된 거라 충분히 홍보하지 못했다. 책의 일관성율 유지하기 위해 약력과 사진이 오지 않은 작품들은 이 번 호에서는 수록하지 못했다. 이 정 널 리양해해주기바란다. 〈미추톨확〉 찍폼수시로 받습니다 본지에 작품 게재를 훤하는 분들은 다옴 의 각호마감날쩌롤 참조하되 . 석 달만 에 나오는 계간지임을 감안. 특정호의 마 감에 구얘됨이 없이 작품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붐 호 1월말 여룸호 4월말 가율호 7월딸 · 겨울호 10월말 (단. 특별환사정이 있는 청우 한 주일 정도 늦 출 수 있으나 미리 연락해 주셔야 합니다) - 접수처: 협회.λ}서함 윤석훈사무국장 hoondds@h킹un밍l.net 김영강출판위원장 kay.퍼m1211@gm와I.com 그 밖에 연락이 펀한 협회 임원들. (원고를 보내실 때는 꼭 사진파 약력올 동봉해주십시오.) .삐 펀π;를들롤코[~ 2007년봅호 룡권쩌녕g호 I • 저자 발행 。i후흔L흥괜!!I!. 0 • :,er "'O' ” website : www.m피umunh려ιcom 회 장 김동찬 이사장 장태숙 편집위원 김영교 최석용 융휘옳 한길수 융석훈 김영강 류민회 오연희 김인자 이용우 강치범 정혜정 최경희 편집 • 채작 도셔훌환 청동거율 (137-070) 셔율시 서초구 셔초풍 1359-「4동 영벌명 내 Tel 02-584→갱86∼? 마주환국훈E벌획 면획쳐 Korean Literature Society of America P.O.Box 761097 Los Angeles. CA 잊)076-1097 회 장(김동찬) (213)952-6730 eπ1ail soloktc@hanmail.net 사무국장(윤석훈) (213)60운3737 e-mail hoondds@hanm획I.net 미주한국문인협회 1982년 9월 2일 창렵 - 미학 캘리포나아 주정부 비영리단체 퉁륙 2000년 10월 31일 둥확변호 2201276 • 연~r.극째청 연째변호 91-2148646 계간 〈미주문학〉 흥권 쩨 38호(톰호) 2007년 3월 17일 발행 • 본지 게채 작풍의 무단 전재를 금합니다. us $10.00 ※본지 출판버 일부로 효택문화빼술위원회 의지원금이 사용되었습니다. R학전집 1-5권 집|고요아첨빌행 가기 j사집 l시문확사밭행 텃밭 」집 l고요아첨밭행 !신호r퉁、. I집|창조문확사밭행 ”서 i필집 | 도서흘판새벅 벌행 사쾌}무 홉시집 | 고요oj훨 빌행 말호봐 I집 | 핵읽는사람를발행 속의비둘기 I집 |빼화당발행 막밀밭에서서 . l이집 I 고요아첨빌행 - fDe91t이슬의눈) · ' J집 | 싸훌ePreA'ess발행 섬 l집|창조문획사발행 칼날 . 설집|푸른사상밀행 λ}진첩 |집 IAI사랑문확사랑발행 ’핀에렐바이스 설집|문학사상사빌행 꿈 소설집|문예운동빌행 }랑 Al집 l좋은문확발행 익노래 l전집|현대시빌행 년의걸음 시집|문확아카데미빌행 n새의사랑- 집 |포앨토피아빌뺑 ,슨~ •• --‘-「~τ- -‘--- 하얀텃세 Ol성얼시집 I 청동커율빌행 살아숨쉬는기억 이윤흥사집 I 어떤이의꿀발행 아들의그렴 01채상수필집 I 청조사밭행 · 낯선숲을지나며 이정아수필집 | 선우미디어 발행 우리에겐블랙박수가없다 암형현시집 I 문예운동밭행 오늘의미국현대사 입 |빠신시혜성집 | 바늘꽤 밭행 고요속의파문 장태숙시집 I 모01프립 낼행 내가나를엿보다 장효정사집 I 사확사벌행 두여자이야기 전상미 소설집 | 환국소셀가협회 벌행 그것은춧불ρl였다 정문선·사집 | 창조문획사벌행 언덕위의마을- 정옥희 어써|아잡 I 핵원는사람들발행 금캉산 정용진시집 · , 미래문획사벌행 쌍코뺑이를아시나요 정찬얼t띈펌 | 고요ot휩 빌행 빛이내려는집· 정해정 동화집 I 써I겨}문예 벌행 λ ‘1¥종 조묘번에세이집 | 순수문획사빌행 그네타기 조정희소설집 I 환국소설가협회 빌행 풍경은혼자울지않는다 초썩봉시집 | 창조문확사발행 뱀잡는여자 효뼈l영 시집 | 서정시학발행 내안의바다 -흥안숙시집 I 시문확사벌행 f ;. ‘ -- - - $'.~ ., 『a · a k. com 문획서째를릿고있는문인 명단PJl.휴}순) ‘ 강성채 강학회 고대진 고현혜(타 냐) 구자애 권태성 기영주 김동찬 김명션 김영강 김영교 김영문 김영수’검은숙 김인자 김혜령‘ 문금숙문인귀 미미박 박경숙 박봉진 믿명보 박영호 박은주 박청순 배송이 액션영 석상길 석정회 성영라 송상욱 송영구 신영 연규호’오연회 옥영근 오쟁방 윤용회 유은자 윤금숙 윤석훈 이기윤 이상욕 이성열 이용우 이윤흥 임영록 장태숙 장효정 전상n 컬푼-션 쩍어뱃 ;엇홈깐1 ;것차열 쩌해;셋 조만여조옥훌조것회 치회서 회무한최불허 회석불최C영순최향피 하.z.}수효ol져 효t녕수
Abstract (if avail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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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ju munhak (미주 문학),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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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Miju munhak = Korean American literature = 미주 문학, no. 38 (2007 March 17)
Asset Metadata
Creator
강치범, Kang, Ch’i-bŏm
(editor),
김영강, Kim, Yŏng-gang
(editor),
김영교, Kim, Yŏng-gyo
(editor),
김인자, Kim, In-ja
(editor),
류민회 , Ryu, Min-hoe
(editor),
오연회, O, Yŏn-hoe
(editor),
윤석훈, Yun, Sŏk-hun
(editor),
융휘윤, Yung, Hwi-yun
(editor),
이용우, Yi, Yong-u
(editor),
정혜정, Chŏng, Hye-jŏng
(editor),
최경회, Ch‘oe, Kyŏng-hoe
(editor),
최석용, Ch‘oe, Sŏk-yong
(editor),
한길수, Han, Kil-su
(editor)
Core Title
Miju munhak = Korean American literature, n. 38 (2007-03-17)
Alternative Title
미주 문학 (제 38 호) (
alternate
)
Publisher
Korean Literary Society of America
(original),
Los Angeles, California
(original),
Miju Han'guk Munin Hyŏphoe
(original),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Libraries
(digital),
미주 한국 문인 협회
(original)
Tag
OAI-PMH Harvest
Place Name
Korea
(countries)
Format
313 p.
(format)
Language
English
,
Korean
Permanent Link (DOI)
https://doi.org/10.25549/kperiodicals-c43-48116
Unique identifier
UC11931409
Identifier
kper-mijumunhak-38.pdf (filename),kperiodicals-c43-48116 (legacy record id)
Legacy Identifier
kper-mijumunhak-38.pdf
Dmrecord
48116
Format
313 p. (format)
Rights
© 2000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University Libraries; May 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of the Korean Heritage Library,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From collections owned or administered by the Korean Heritage Library,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Korean Heritage Library
Type
images
,
texts
Source
Korean Periodicals
(collection),
Miju munhak (미주 문학), 1982-
(subcollection),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contributing entity)
Access Conditions
Send requests to East Asian Library,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Los Angeles, CA 90089-0154 or eal@usc.edu .
Repository Name
East Asian Library,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Repository Location
Los Angeles, CA 90089-1825
Repository Email
eal@usc.edu
Inherited Values
Title
Miju munhak (미주 문학), 1982-
Description
The Korean Periodicals collection contains runs and individual issues of Korean-language serials -- newspapers and journals.
Please note the quality of many of the earlier 20th-century titles is poor due to the source (microfilm) from which they were digitized.